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25화 (25/50)
  • 2장. 위대한 왕

    하늘의 딸은 어차피 이성진의 소유 가 되는 것 이성진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 철저하게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계산적인 행 동은 지금 누워 있는 남편인 위대한 하늘의 검을 위한 것이었다.

    이성진을 이겨 파나 신의 심장을 얻었다면 지구를 지배할 힘을 가졌 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그렇다면 이성진의 밑에서 남편인 위대한 하 늘의 검이 2인자가 되는 것이 낫다

    고 생각했다.

    “맹세하는 건가?”

    “오르쿠의 명예를 걸고 맹세합니 다. 주술사의 영혼을 당신에게 바칩 니다. 우아쿰! 바라쿰! 야아!”

    두 손의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하 며 영혼을 이성진에게 바치는 주술 을 외었다. 그러자 하늘의 딸의 몸 에서 붉은빛이 나와 이성진에게 들 어갔다.

    오르쿠들은 그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성진의 소유가 되는 것과 영혼까지 바치는 것은 다르기 때문 이었다.

    그것도 오르쿠 중 가장 뛰어난 주

    술사인 하늘의 딸이 영혼을 바쳤다. 이성진 역시 영혼을 바치는 의식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되 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몸 안으로 무언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리고 하늘의 딸이 절대로 자신의 말 을 거부할 수 없게 된 것도 알았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이성진의 말에 하늘의 딸은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저도 저 자신의 마음을 믿지 못합 니다. 어느 순간 또 욕심이 일어나 위대한 사신 S 님을 배신할지 모릅 니다.”

    그리고 그때는 진짜 죽을 수 있다

    는 말은 하지 않았다. 사실 엘 파나 의 사신 으가 이렇게 살려 두는 것 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한 번 은 몰라도 두 번은 절대 용서가 없 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배신하지 않으려면 영혼을 바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혼을 바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 서 고개를 들었다. 하늘의 딸의 눈 에는 이제 남편인 위대한 하늘의 검 을 치료할 수 있게 눙력을 빌려 달 라는 간절함이 보였다.

    “영혼을 바쳤으니 믿어라? 그리고 능력을 빌려 달라?”

    “저는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위 대한 사신 으께서 생각하시고 행동하 시는 대로 따를 뿐입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따를 뿐이 라고 말하면서도 눈동자는 초조해 보였다. 남편인 위대한 하늘의 검을 이성진이 가진 파나 신의 심장을 이 용해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크 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을 이겨도 그 후유증이 30 일 이상 가는 주술을 걸었다. 그런 데 이기기는커녕 주술이 완전히 깨 져 버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잘못하면 다시는 마나를 사용 못 하는 폐인이 될지도 몰랐다.

    이성진이 능력을 빌려주지 않으면 폐인이 안 된다 해도 언제 회복할지 모른다.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능력을 빌려 가겠다는 것 이지?”

    파나 신의 심장을 가지고 있을 뿐 제대로 사용할 줄은 모른다.

    “뜻하시는 대로 저의 손을 잡고 말 하시면 저를 통해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뜻하는 대로 말하라는 것은 그냥 말하라는 것이 아니다. 의지를 담아 말하라는 것이다. 마나는 의지를 따 라 움직인다.

    그래서 마나 총알을 만들 수 있다. 파나 신의 심장에 깃든 신성력도 의지로 움직일 수 있을까 싶었다.

    하늘의 딸이 손을 내밀었다. 간절 히 잡아 주기를 바라면서.

    이성진은 하늘의 딸이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리고 조용하게 말했다.

    “하늘의 딸이 원하는 대로……

    파나 신의 심장의 신성력이 팔을 통해 하늘의 딸에게 움직이기를 원 했다. 하지만 파나 신의 심장에 담 긴 신성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늘의 딸은 실망하지 않고 기다렸 다. 신의 본질에 가까운 신성력이다. 일반 성직자가 가진 신성력과는 다

    르다. 엘 파나의 사신 s라면 신성력 도 움직일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 다.

    “마나는 잘 움직이는데……

    아무리 의지를 보내도 꿈쩍하지 않 았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것인가 싶어 마나를 움직였다. 마나는 잘 움직였다. 그런데 마나를 움직이자 파나 신의 심장이 반응했다.

    움직이는 마나에 조금씩 신성력이 담기는 것을 알았다. 너무 미약해서 지금처럼 신경 쓰지 않았다면 알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마나를 보내면 된다. 마 나에 파나 신의 신성력이 담겨 있

    다. 그것을 하늘의 딸이 알아서 사 용하면 된다.

    바로 마나를 움직였다. 그러자 하 늘의 딸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냥 이성진의 심장에 손을 대고 파나 신의 심장에 담긴 신성력을 느 끼는 것과 직접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달랐다.

    엄청나게 포근하면서 모든 걱정과 슬픔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성진의 손을 놓고 무릎 꿇어 머 리를 조아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 으며 이성진이 보내 주는 신성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이성진의 손을 놨다.

    더는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었 다.

    “그 정도면 되는 거야?”

    마나를 얼마 안 보낸 것 같은데 손을 놓자 물어본 것이다.

    “네. 감사합니다. 신의 기적은 조그 마한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충분합니다.”

    조그마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그마하지 않았다. 남편인 위대한 하늘의 검을 치료하고도 남는다. 주 술사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 을지도 몰랐다.

    욕심 같아서는 더 받아들이고 싶었 다. 하지만 너무 많이 받아들여도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오히려 독이 된다. 주술사가 아닌 파나 신의 성 직자가 될지도 모른다.

    하늘의 딸은 이성진에게 받은 신성 력을 몸 안에서 주술을 이용해 회복 의 기운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카라리니! 우아우! 샤아……

    하늘의 딸의 몸에서 광채가 일어나 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늘의 딸은 바로 두 손을 누워 있는 남편 위대 한 하늘의 검의 심장과 머리에 댔 다.

    하늘의 딸의 몸에서 일어난 광채는 그대로 위대한 하늘의 검의 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위대한 하늘의

    검은 깨어났다.

    “쿠억!”

    깨어나면서 입을 벌려 새까만 핏덩 이를 토해 냈다. 하늘의 딸은 위대 한 하늘의 검이 토해 내는 새까만 핏덩이를 그대로 맞았다. 그래도 기 뻤다.

    자신의 주술이 성공했기 때문이었 다. 몸 안의 부정한 것들을 몰아내 고 치료하는 주술이었다.

    지금 위대한 하늘의 검이 토해 낸 것은 죽어 버린 내장 기관과 피였 다.

    만약 파나 신의 성직자나 성녀 엘 리스였다면 모든 상처가 아물게 치

    료했을 것이다. 주술사이기 때문에 주술사의 방법으로 치료한 것이다.

    “크흥! 하늘의 딸?”

    깨어나자마자 새까만 피를 뒤집어 쓴 부인이 보이자 어리둥절한 표정 을 지었다. 너무 강한 충격에 잠시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어리둥 절한 표정으로 옆에 이성진이 서 있 는 것을 보자 기억이 돌아왔다.

    “크흐홍! 졌구나.”

    “네. 지셨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진 것이 아닙니다. 위대한 신을 모시게 된 것입니다.”

    하늘의 딸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눈을 크게 떴다. 엘 파나의 사

    신 으를 위대한 신이라고 말하는 것 은 알았다. 하지만 왜 위대한 신이 라고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아내인 나를 믿으시나요?”

    “푸홍! 당연히 믿는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부인인 하늘의 딸을 신뢰한다. 그래서 왕이 될 기 회도 버리고 복수와 능력을 얻기 위 해 지구로 온 것이다.

    “그럼 전사의 대결 약속대로 위대 한 사신 S 님에게 복종을 맹세하세 요.”

    위대한 사신 으라는 말에 위대한 하늘의 검은 왜 부인인 하늘의 딸이 이렇게 행동하는지 알았다.

    이름에 위대한이 들어가면 신의 능 력과 비견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었 다. 엘 파나의 사신 드가 아닌 위대 한 사신 S 다.

    파나 신의 심장을 사신 으가 완벽 하게 가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 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고개를 끄덕였 다. 자신이 질 수밖에 없었다고 생 각했다. 신의 능력을 가진 상대에게 진 것이니 부끄럽지 않았다.

    바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그리 고 마나를 담아 모든 오르쿠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쳤다.

    “킁! 나 위대한 하늘의 검은 지금

    부터 하늘의 검일 뿐이다. 내 앞에 서 계신 분에게 위대한 이름을 바친 다! 위대한 사신 드는 나의 왕이며 주인이다! 모두 소리쳐라! 위대한 사신 S

    들판은 물론 고성 지역 전체에 하 늘의 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성진에게 신성력을 받은 하늘의 딸의 치료 덕분에 몸이 멀쩡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늘의 검이 데리고 온 5만 명의 오르쿠와 이성진의 부하 1만 명의 오르쿠를 합쳐 6만 명의 오르쿠가 일제히 무기를 들며 소리쳤다.

    “킁! 위대한 사신 S! 킁! 위대

    한……

    위대한 하늘의 검이 위대한이란 이 름을 이성진에게 바치고 종이 되었 다고 선언한 것을 모두 인정했다.

    인정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 다.

    가장 강한 하늘의 검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패했다. 오르쿠 최고의 주술사인 하늘의 딸이 영혼을 바쳤 다.

    그것을 보고도 인정 안 한다면 오 르쿠가 아니다. 강함을 명예로 여기 는 오르쿠니까.

    하늘의 검이 다시 소리쳤다.

    “킁! 모두 무릎 꿇고 경배하며 우 리의 왕을 맞이하라!”

    이건 좀 머쓱했다. 갑자기 왕이라 고 말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 지만 그렇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지 는 않았다. 지금 분위기에는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낫다.

    6만 명의 오르쿠가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쿵 하는 소리가 땅을 울릴 정도로 크게 들렸다.

    그리고 하늘의 검이 또 소리쳤다.

    “우리의 왕! 위대한 사신 S!”

    하늘의 검이 소리치자 6만 명의 오르쿠가 한마음 한뜻으로 동시에

    소리쳤다.

    “우리의 왕! 위대한 사신 S!”

    6만 명의 오르쿠가 목소리에 마나 를 담아 동시에 소리친 것이다. 우 리의 왕! 위대한 사신 S!는 고성 지 역을 넘어 마나막 안의 모든 곳으로 퍼져 나갔다.

    마나막 안에 있는 다른 지역의 오 르쿠와 사람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더 놀란 대전사들은 바로 부하를 성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왕 도 놀라운데 위대한 사신 S라니 놀 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대충 끝내고 일어서라.”

    이성진의 말에 하늘의 검이 일어섰 다. 그리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이성진을 바라봤다. 싸우려거나 못 마땅해 그런 것이 아니다.

    이성진 다음의 지위를 가진 오르쿠 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려는 것 이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이성진이 소리쳐 부르자 어쩌다 낳 은 세 번째 아들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달려왔다. 딱 3 초 걸렸다.

    “푸흥! 부르셨습니까! 왕이시여!”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진성 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냥 부르던 대로 불러라. 왕은 좀 그렇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뒤에 서 눈을 부라리며 절대 안 된다고 눈치를 주는 하늘의 검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하늘의 검에게 이길 자 신이 없었다.

    “크흥! 아닙니다. 왕이시여.”

    굳은 표정으로 말하는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에게 더는 예전처럼 부 르라고 말하지 않았다. 안 그럴 것 같았으니까.

    “하늘의 검에게 고성 지역 규칙 알 려 주고 모든 오르쿠가 지킬 수 있 도록 교육해.”

    “푸흥?”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교육 이라는 말에 놀란 콧바람을 내뿜었 다.

    “하늘의 검 교육하라고!”

    “크흥! 왕의 명령이시라면 하늘의 검을 교육하겠습니다만……

    이성진은 바로 뒤돌아 하늘의 검을 보며 말했다.

    “교육 똑바로 받아라. 명령이다.”

    “크흐흥! 알겠습니다.”

    알려 주는 것도 아니고 교육이다. 하늘의 검은 자신보다 약한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에게 교육받는 것 이 싫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왕

    의 명령인데.

    “만약 하늘의 검이 교육 제대로 안 받으면 말해라.”

    “푸홍!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딸은 나하고 조용 하게 이야기 좀 하자.”

    “네. 왕이시여.”

    마나막이 언제 사라지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어깨 를 펴고 하늘의 검에게 고성 지역에 서는 인간과 어떻게 지내는지를 교 육하는 것을 보면서 주술사 하늘의 딸에게 손짓했다.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기 위해서였

    다. 하늘의 딸은 이성진의 뒤를 따 라 움직였다.

    “하늘의 딸!”

    “말씀하소서.”

    하늘의 딸은 이성진에게 더욱 공경 하는 태도로 말했다. 영혼의 주인이 자 사랑하는 남편인 하늘의 검을 이 끌어 줄 주인이니 당연했다.

    “마나막이 사라진다고 들었는데 언 제쯤 사라지지?”

    하늘의 딸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 다. 마나막이 사라지는 시점을 알고 싶은 이유가 짐작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성진도 하늘의 딸의 난감 해하는 표정을 보고 어떤 대답이 나

    올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은 맞았다.

    “언제쯤 사라질지는 확실하게 모릅 니다. 하지만 제 예상으로는 1년 정 도 후에 마나막이 사라질 것 같습니 다.”

    1년이나 이곳에 있어야 한다.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거제도에서 고성 지역까지 이동한 방법을 찾아 내야 했다. 어떻게 이동했는지 몰라 도 성의 마법진 때문에 이동한 것은 확실했다.

    “성에 마나막을 만드는 마법진이 있지?”

    당연히 있다. 하늘의 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습니다. 하지만 마나막을 만 드는 마법진을 파괴한다고 해서 문 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성 지역을 감싸고 있는 마나막을 해결한다고 해도 다른 지역의 마나 막은 해결할 수 없다. 마나막과 마 나막 사이에 이동할 수 있는 틈이 있다면 모를까.

    하늘의 딸이 알기에 마나막과 마나 막 사이에 공간은 있어도 이동할 수 있는 틈은 없었다.

    마나막 사이에 지나갈 틈이 없도록 치밀한 계산을 해 땅에 내려 보냈기 때문이었다.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야. 사실 내 가 거제도에 있었거든……

    이성진은 거제도에서 소인족 마법 사의 도움으로 마나막 마법진을 광 범위 세뇌 마법진으로 변형하는 중 간에 고성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것 을 말했다. 그러자 하늘의 딸은 성 녀 엘리스가 소인족을 왜 배신자라 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당 연하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사신 으가 거제도에 있었다. 소인족 따위가 반항할 수 없는 존재 니까.

    “흐음. 죄송합니다. 제가 마법사가 아니라서 마법진에 관해서는 잘 모

    릅니다. 하지만 마나막을 만드는 마 법진 때문에 이곳에 오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늘의 딸의 표정과 뉘앙스는 짐작 가는 것이 있다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럼 뭐 때문에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하늘의 딸은 자신이 짐작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성의 지하에 근처 다른 성으로 갈 수 있는 이동 마법진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 생각나는 것이 있었 다. 소인족 왕자가 사라졌었다. 이동 마법진으로 도망가려 한 것이 분명 했다.

    “이동 마법진은 위급한 상황에 단 한 명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늘의 딸이 한 명만 이동할 수 있다는 말을 하자 확실했다.

    “그리고 지하의 이동 마법진을 이 용하면 마나막을 만드는 마법진의 마나를 이용해 성이 폭발하게 해 놨 습니다. 제 생각에는 유투진이라는 소인족 마법사가 마법진을 고치면서 폭발 대신 위대한 왕을 이곳으로 보 낸 것 같습니다.”

    하늘의 딸의 추측이 맞는 것 같았 다. 성의 지하에 그런 마법진이 있 는 줄 몰랐다. 또한, 자폭 기능이 있다는 것도.

    “그럼 이동 마법진을 이용할 수 있 게 고칠 수 있어?”

    하늘의 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위대한 왕께서 아시다시피 오르쿠 종족에 마법사는 없습니다. 마법을 배우는 오르쿠도 거의 없고요.”

    희한하게 오르쿠는 마법을 배워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수식과 계산만 해서 마나를 넣으면 자동으 로 발동되는 마법을 실패하는 경우 가 많았다.

    대신 자연 현상과 비슷한 주술은 그 어떤 종족보다 뛰어났다.

    당연히 마법사보다는 주술사를 양 성하는 것이 맞았다.

    “정 원하신다면 성을 버리겠습니 다.”

    이동 마법진을 이용해 다른 성으로 가라는 말이었다. 그러면 성은 자폭 마법진 때문에 사라진다.

    문제는 또 있었다. 근처의 다른 성 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 근처의 성 이 서울 방향이면 상관없다.

    하지만 서울 방향인 북쪽이 아닌 동쪽이나 서쪽에 있는 성으로 갈 수 도 있었다.

    “근처 성이 아닌 원하는 성으로 갈 수는 없고?”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동쪽이나 서쪽 성으로 간다고 해도

    그 성을 장악하고 다시 이동 마법진 을 이용해 다른 성으로 가야 한다. 어느 종족이 있는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지. 성으로 가서 직접 보고 판단해야겠어.”

    “그러시는 것이 나으실 것 같습니 다.”

    여기서 말로만 의논할 수는 없었 다. 직접 보고 고칠 수 있다면 고칠 생각이다. 안 된다면 성을 버리고 다른 성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한 가지 더 물어볼 것이 있어.”

    “네. 말씀하십시오.”

    하늘의 딸은 또 뭐가 궁금한가 싶

    었다.

    “세뇌 마법진을 이용해 사람들을 왜 세뇌하지 않았지?”

    하늘의 딸은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듯 대답했다.

    “고장 났습니다. 마법진을 고칠 수 있는 오르쿠가 없어서 그냥 뒀습니 다.”

    오르쿠는 세뇌 마법진이 고장 나도 상관없었다. 강함으로 모든 것을 지 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대로 인간을 지배 할 수 있었다.

    굳이 세뇌하지 않아도 되었다. 잘 못 생각한 것이 하나 있다면 이성진

    이 파나 신의 심장을 받아들이고 이 렇게까지 강해질 줄 몰랐다는 것이 다.

    “그래? 잘된 거네.”

    “왕께서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 감사합니다.”

    사람들을 세뇌했다면 더 골치 아팠 을 것이다. 적이 아닌 사람이 없었 을 테니까.

    “일단 이곳을 정리하고 빠르게 성 으로 갈 수 있게 준비해 줘.”

    “명대로 따르겠습니다.”

    하늘의 딸은 살짝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하늘의 딸 의 대답을 듣고 하늘의 검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크홍! 하늘의 검 님. 그러니까 인 간은 이제 친구입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답답 한 듯 말했다. 그리고 하늘의 검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대답했 다.

    “크흐흥! 인간 따위가 친구가 될 수 없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강조 하며 다시 말했다.

    “크흥! 왕께서 내리신 명령입니다. 인간은 친구이고 친구인 인간은 우 리 오르쿠에게 맛있는 음식을 줍니

    다.”

    하늘의 검도 알고 있다. 5번째 듣 는 말이었다. 이성진의 명령을 어기 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까마 득하게 멀게 느껴지는 부하인 어쩌 다 낳은 세 번째 아들에게 교육받는 것이 싫을 뿐이었다.

    “크흐흥! 인간은 당연히 오르쿠에 게 맛있는 음식을 줘야 한다. 그래 도 친구는 아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인간 이 친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더는 교육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하늘의 검에게 인간은 친구라는 대답을 들으려 했다. 하지

    만 이제는 지쳤다. 그리고 이 하늘 의 검을 한 방에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했다.

    “그래. 친구는 아니지!”

    이성진이 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늘 의 검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의 말에 삐딱하게 대답한 것이다. 이성진이 친구는 아니지라고 말하자 바로 몸을 돌리며 씨익 웃었다.

    “푸홍! 같은 종족이나 마찬가지라 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어이 없는 표정으로 하늘의 검을 쳐다봤 다. 지금까지 인상 쓰며 인간은 친 구가 아니라고 거부하던 양반이 이

    성진이 등장하자 친구를 넘어서 같 은 종족이라고 말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푸홍! 왕께서 허락하신다면 인간 중에 뛰어난 인간을 뽑아서 직책을 주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말하려고 했는데 미리 생각했네.”

    “푸홍! 왕께서 말하시기 전에 파악 하고 행동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하늘의 검이 이런 성격이었나 싶었 다. 매번 만날 때마다 적으로 만났 다. 그랬으니 이런 면은 볼 일이 없 었다.

    “항상 보면 볼수록 드는 생각인데 겉보기와는 다르게 오르쿠는 절대 멍청하지 않다니까.”

    “크홍! 어떤 놈들이 오르쿠를 멍청 하다고 합니까? 아직도 그런 놈들이 있습니까?”

    이성진은 오르쿠라는 종족은 멍청 하기보다는 다혈질이라고 말하는 것 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부하였던 오르쿠에게 교육 받기 싫어?”

    “크홍!”

    대답 대신 콧바람을 내뿜었다. 표 정은 정말 싫다였다.

    “그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공격을 막아 봐. 막을 수 있다면 하 늘의 검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

    하늘의 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 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상급 대전사인 것은 안다. 하지만 실력 차이는 까마득하게 멀다.

    “자신 없어?”

    이성진이 웃으며 말하는 것을 봐서 는 무언가 있기는 한 것 같았다. 그 래도 상급 대전사 100명을 데리고 와도 공격을 막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오르쿠의 기술은 대부분 다 알고 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기술도 알고 있다.

    은밀하면서도 생각하지 못한 각도 에서 공격이 들어온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반응 속도나 마나를 사용하는 차이가 나는 이상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공격을 막지 못할 리가 없었다.

    “딱 한 번만 하는 거야. 어쩌다 낳 은 세 번째 아들의 공격을 한 번만 막으면 돼.”

    하늘의 검은 한 번의 공격이면 더 쉽다고 생각했다.

    “크흥. 좋습니다. 한 번의 공격을 막겠습니다. 만약 막게 되면 제가 알아서 왕께서 하신 일들을 알아보 고 그대로 하겠습니다.”

    “좋아.”

    하늘의 검은 함정에 빠진 것을 몰 랐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공격은 한 번만 성공할 수 있다. 그 정도 실력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부터는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의 동작을 보고 미리 피할 수 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자신 있지?”

    자신 있냐고 물어보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자신 있게 대답했 다.

    “푸흥! 한 번에 성공하겠습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대답 에 하늘의 검은 인상을 썼다. 감히 상급 대전사 따위가 쉽게 공격 성공 한다는 말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 한 번에 성공해라. 하늘의 검! 바로 해도 되지?”

    “크흥! 물론입니다.”

    하늘의 검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신이 사용하던 거대한 대검은 이 성진과 싸울 때 부서졌기 때문이었 다. 그 모습을 본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자신의 도끼를 들었다.

    “크흥! 이것 쓰시지요.”

    하늘의 검은 장난하냐는 듯한 표정 을 지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의 도끼를 사용하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무기가 없다.

    “크홍! 필요 없다. 내 강한 팔로 막을 수 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두 번 권하지 않았다. 어차피 무기가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다. 무기 때문

    에 공격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 니다.

    “크흥.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 하겠습니다.”

    “크흥! 그래라.”

    하늘의 검은 완벽하게 치료된 자신 의 몸을 믿었다. 자세를 잡고 마나 를 빠르게 돌리며 팔에 집중했다.

    팔을 뚫고 몸에 도끼가 들어올 수 없다고 확신했다.

    하늘의 검이 방어 자세를 잡자 어 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가볍게 도끼를 휘둘렀다.

    하늘의 검은 너무 정직하게 날아오 는 도끼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도

    끼에 마나도 많이 실리지 않았다.

    그냥 팔로 쳐 내면 끝난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팔을 내밀어 도끼를 쳐 내려 했다. 하늘의 검의 팔과 어 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도끼가 만나는 순간.

    툭! 서걱.

    도끼는 분명 팔에 막혀 멈췄다. 그 런데 가슴에 날카로운 검이 가르고 지나간 상처가 났다.

    망연자실하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으로 서 있는 하늘의 검에게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푸흥! 성공했습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말에 정신을 차린 하늘의 검은 이 기술이 누구 것인지 알았다. 그리고 이성진 을 향해 소리쳤다.

    “킁! 왕이시여! 이건 사기입니다. 왕의 기술 아닙니까!”

    “어쨌든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 이 공격 성공했잖아.”

    “킁! 왕의 기술을 익힌 줄 알았다 면 안 했습니다!”

    하늘의 검은 엘 파나에서 이성진에 게 당했던 기술을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사용할 줄은 정말 몰랐 다. 이 기술을 파악해 보려고 노력 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

    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이제 똑바로 교육받아라!”

    “크홍! 다시 한 번 하겠습니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공격을 막거나 피할 수 있었다.

    “한 번만이라고 했잖아. 약속대로 교육받아.”

    하늘의 검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몸을 돌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을 노려봤다.

    “크홍! 말해라. 이제 제대로 받겠 다.”

    “푸흥! 알겠습니다. 이제 인간이 친구인 것은 인정하십니까?”

    “크흥! 인정한다.”

    “푸홍! 그러면 다음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신나 게 하늘의 검을 교육했다. 그리고 오르쿠의 축제가 다시 열렸다.

    이성진이 왕이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2일 밤낮을 먹고 마시며 즐겼다. 인간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하늘의 검과 하늘의 딸도 인간들이 주는 음식을 맛보고 반해 버렸다. 자연스럽게 전사로 인정하고 친구로 인정했다.

    3일째 되는 날 이성진은 하늘의 검과 하늘의 딸 그리고 1만 검은

    전사단과 함께 성으로 출발했다.

    하늘의 검은 각 지역의 대전사를 모두 성으로 불러들였다. 모두에게 이성진이 왕이 되었음을 알리기 위 해서였다.

    오르쿠 성에 가까워질수록 이성진 은 설레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오르쿠 성이 보일 때 왜 그런 감정이 느껴졌는지 알게 되었 다.

    [아우우우우우!]

    오르쿠 성에서 늑대의 하울링 비슷 한 것이 들렸다. 하지만 늑대가 아 니다. 이성진은 자신의 마나가 날뛰 며 더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경우는 한 번 있었다. 똘이가 울 때였다.

    확인이 필요했다. 바로 옆에 있는 하늘의 검을 쳐다봤다. 그러자 하늘 의 검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 며 먼저 말했다.

    “크흥. 어디서 저런 놈이 나타났는 지 모르겠습니다. 오르쿠 전사 2명 이나 희생하면서 사로잡았는데 길들 일 수가 없습니다.”

    “어디서 사로잡았는데?”

    하늘의 검은 부하 오르쿠에게 보고 받은 것을 떠올렸다. 어디서 잡았는 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 다.

    “크흥! 남쪽 해안가니까……. 인간 들이 통영이라고 부르는 곳 근처에 서 사로잡았다는 것 같습니다.”

    통영이면 거제도 바로 옆이다. 바 다를 어떻게 건너고 마나막을 어떻 게 뚫고 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저 하울링과 사로잡힌 장소를 봐서는 똘이가 분명했다.

    [아우우우우우!]

    똘이의 울음이 들렸다. 이번에는 가슴을 저미는 듯한 느낌이었다. 누 군가를 간절하게 찾고 벗어나고 싶 다는 느낌도 받았다.

    “푸흥! 그냥 포기하고 죽여야겠습 니다. 위대한 왕께서 오시는데 너무

    시끄……

    하늘의 검은 이성진의 얼굴을 보고 말을 멈췄다. 굳은 표정과 화가 났 다는 눈빛 때문이었다. 하늘의 검은 저런 표정을 잘 알고 있다.

    자신도 많이 지어 봤기 때문이었 다. 아끼던 부하나 가족이 죽거나 다칠 때의 표정이었다.

    하늘의 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성진이 저 괴물의 울음을 듣고 질문했다. 그리고 또 울음이 들리자 저런 표정을 짓는다.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뒤에서 지켜보던 하늘의 딸은 눈치 빠르게 이성진에게 다가왔다.

    “위대한 왕이시여! 바로 부하를 보 내겠습니다. 왕께서 기르시는 애완 동물인 줄 몰랐습니다. 용서해 주십 시오!”

    하늘이 딸이 한 말에 하늘의 검도 정신을 차렸다.

    “크흐흥! 위대한 왕이시여! 용서해 주십시오!”

    이성진이 거제도에서 건너온 것을 하늘의 딸에게 들었다. 이성진도 굳 이 감출 필요가 없어 그냥 뒀다.

    하늘의 검은 거제도와 가까운 통영 지역에서 잡힌 괴물이 이성진의 애 완동물이라고 확신했다.

    “지금은 그 말 할 때가 아닌 것 같

    다. 빨리 성으로 가자!”

    “크홍! 알겠습니다.”

    하늘의 검은 성을 향해 빠르게 달 려가기 시작했다. 이성진보다 먼저 성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성진은 마음이 급해도 하늘의 검을 앞장세웠다.

    자신이 달려가 봤자 들어갈 수 없 다. 지금은 하늘의 검과 함께해야 성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성에 가까워질수록 소인족 성과는 규모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 다. 소인족 성보다 최소 3배는 더 커 보였다. 성이 더 커서 그런 것인 지 마나막의 범위 역시 넓은 것 같

    았다.

    “크흐응! 비켜라!”

    하늘의 검과 함께 새로운 왕이 온 다는 소식을 듣고 성의 서쪽 문 앞 에 마중 나와 있던 오르쿠들은 당황 했다.

    하늘의 검에게 풍기는 분위기가 심 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르쿠들 이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내줬다. 그러자 하늘의 검은 빠르게 지나쳤 다.

    그 뒤를 바로 이성진이 따라 들어 갔다. 하지만 오르쿠들은 이성진을 막지 않았다. 바로 뒤에 따라오는 하늘의 딸과 검은 전사단이 이성진

    을 호위하는 듯한 느낌을 줬기 때문 이었다.

    인간이 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기 는 했다. 그리고 그 인간이 엘파나 의 검은 사신 으라는 것도 들었다.

    인간은 한 명뿐이다.

    이성진이 성 안으로 들어가자 오르 쿠들은 엘 파나의 검은 사신 드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았다.

    하늘의 딸과 검은 전사단이 성문을 통과하자 마중 나왔던 오르쿠들은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엘 파나의 전설이 하늘의 검을 꺾 고 왕이 되었다. 무슨 일인지 모른 다. 하지만 새로운 왕을 마중 나왔

    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아! 우우우우우!]

    “크흥! 멈춰라!”

    하늘의 검은 내성까지 달려갔다. 그리고 내성 마당에 묶여 있는 똘이 를 괴롭히는 오르쿠에게 소리쳤다.

    “킁! 하늘의 검께서 명령하신 대 로……. 커헉!”

    오르쿠는 하늘의 검이 명령한 대로 길들이기 위해 똘이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는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얼굴 을 얻어맞고 뒤로 날아가 기절했다.

    바로 뒤에 이성진이 따라오고 있는 데 자신이 두들겨 패라고 명령했다 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

    이었다.

    “크르르!”

    주술로 강화된 입마개를 한 똘이가 하늘의 검을 보고 낮게 울었다. 지 독하게 자신을 괴롭힌 오르쿠인 것 을 알아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을 기다렸다. 마나 막을 강제로 통과하느라 많이 약해 진 상태에서 오르쿠를 만났다.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사로잡혔다. 그리고 성으로 옮겨져 수없이 맞았다. 복종하라고 때리는 것인 줄 알고 있었다.

    오르쿠가 말하는 것을 다 이해하니 까.

    그 명령을 내리고 조롱했던 오르쿠 가 바로 앞에 있는 하늘의 검인 것 도 안다. 몸이 회복되었어도 맞으면 서 기다렸다.

    다른 오르쿠는 몰라도 저 하늘의 검은 물어뜯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하늘의 검이 강한 것도 잘 안다. 기 습만이 정답이었다.

    똘이가 은밀하게 발톱을 꺼냈다. 그동안 털을 정리하지 않아 발톱을 꺼내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크홍! 동물! 너 말 알아듣는 것 안다. 가만히 있어라. 위대한 왕께 서……

    “크왕!”

    하늘의 검은 깜짝 놀랐다. 주술로 강화한 입마개가 찢어졌다. 그리고 발을 묶어 놓은 쇠사슬 역시 끊어졌 다.

    자신을 향해 발톱을 내밀고 날아오 는 똘이를 보며 고민할 수밖에 없었 다. 똘이가 힘을 숨기고 있다는 것 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탐이 났었다.

    영리하고 교활하며 강한 동물이다. 이런 동물은 엘 파나에서도 찾아보 기 힘들었다. 잘만 길들이면 좋은 부하가 생길 것 같았다.

    그래도 똘이의 공격쯤은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주먹을 쥐고 날아오는 똘이의 머리 를 한 방만 쳐도 된다. 하지만 그래 서는 안 된다.

    한 방 쳤다가 잘못되는 순간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다. 이성진 의 표정을 보니 뒷감당 자체가 안 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팔을 마나로 강화해 내밀었다. 똘이의 발톱이 날아오는 위치에 정확하게 댔다.

    푸욱!

    생각보다 강한 발톱이었다. 마나로 강화한 팔을 그냥 뚫고 들어왔다. 그리고 똘이의 발은 하나가 아니었 다. 팔에 막힌 발톱은 놔두고 다른

    발톱으로 하늘의 검의 얼굴을 긁으 려 했다.

    “똘아!”

    하늘의 검의 얼굴 바로 앞에서 발 톱이 멈췄다. 하늘의 검이 내지른 주먹 역시 똘이의 머리 앞에서 멈췄 다. 하늘의 검은 생각보다 강한 똘 이의 발톱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해 똘이의 머리를 날려 버리려고 한 것 이다.

    이성진의 외침 때문에 똘이와 하늘 의 검 둘 다 가까스로 멈출 수 있 었다.

    “끼 잉?”

    똘이는 자신의 회복이 갑자기 빨라

    진 이유를 알았다. 이성진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똘이의 하울링 에 이성진의 마나가 반응하듯 이성 진이 근처에 있으면 똘이의 마나 역 시 반응한다.

    복수심 때문에 이성진이 근처에 있 다는 것을 알면서도 몰랐다.

    이성진이 이 지역에 있다는 느낌은 항상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하늘의 검. 팔 다친 것은 미안하 지만 똘이를 안 다치게 잘 내려놔 라.”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말투와 표정 을 보며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똘이

    라고 부르는 동물을 얼마나 중요하 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똘이를 보며 웃었다.

    “푸홍! 똘이구나. 예전 일은 잊자. 위대한 왕을 같이 모시는 동료 아니 냐? 팔에서 발톱 뺀다?”

    “킹!”

    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의 검이 이성진의 명령을 듣는 것을 봤 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성진의 말 을 듣고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동료라는 말을 이해하기 때문이기 도 했다.

    하늘의 검이 전혀 아프지 않다는 표정으로 똘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잡고 팔에서 똘이의 발톱을 빼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성진의 앞에 내려놨다. 그러자 막 도착한 하늘의 딸이 달려와 피 홀리는 하늘의 검 팔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똘이야……

    “끼잉……. 끼잉……

    똘이는 이성진에게 다가가 머리를 몸과 다리에 비비며 반가움과 그리 움을 표현했다. 이성진을 찾기 위해 죽을 각오로 마나막을 통과했다. 그 것도 2번이나.

    그리고 오르쿠에게 붙잡혀 갖은 고 초를 당했다.

    하지만 그 끝에 이성진을 만났다. 지금까지의 고생은 똘이의 기쁨과 쾌락이 되었다.

    그 감정을 이성진 역시 느끼고 있 었다.

    그래서 씻지도 않아 엉망인 똘이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너 이 녀석, 여기 어떻게 온 거 야?”

    이성진의 질문에 똘이가 떨어지더 니 자신이 마나막을 뚫고 어렵게 이 곳까지 왔다는 것을 몸으로 연기하 듯 표현했다.

    하늘의 검과 하늘의 딸은 똘이가 희한한 몸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똘이와 교감할 수 있는 이 성진은 아니었다.

    “그래. 마나막을 2번이나 넘어왔 어?”

    마나막을 넘어왔다는 말에 하늘의

    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나막을 넘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똘 이가 넘어왔기 때문이었다.

    “힘이 빠져 지쳤는데 오르쿠가 덤 볐다고? 힘만 온전했으면 안 잡혔다 고?”

    이 말에는 하늘의 검이 고개를 끄 덕였다. 조금 전 상황을 보면 도망 다니는 똘이를 잡기는커녕 부하 오 르쿠의 피해만 컸을 것 같았다.

    “크르르. 컹!”

    똘이가 마지막으로 하늘의 검을 보 며 낮게 소리를 내고 짖었다.

    “하늘의 검이 마구 때렸다고?”

    하늘의 검이 움찔하며 머리를 긁적

    였다.

    “푸흐흥! 위대한 왕의 애완동물이 신지 몰랐습니다. 푸흥! 푸흥!”

    하늘의 검은 모를 말이지만 정승 집 개는 정승 대접받는다는 말이 생 각났다. 저렇게 웃음으로 넘어가려 하는 것을 보니.

    “똘아. 몰랐다니까 용서해라. 그리 고 앞으로 같은 동료가 될 거다.”

    “컹! 컹!”

    똘이는 이성진을 만난 것만으로 대 만족이었다. 또 자신의 주인을 잃어 버리는 줄 알았는데.

    이성진이 동료라고 말한다면 지금 까지 있었던 것쯤은 가볍게 넘어가

    줄 수 있었다. 물론 쉽게 친해질 생 각은 없었다.

    그동안 맞은 것을 생각하면 당연했 다.

    “하늘의 검 너도 똘이 잘 대해 주 고.”

    “푸흥! 위대한 왕의 애완동물인데 당연합니다.”

    “애완동물이 아니고 내 동료야.”

    이성진이 동료라고 말하자 하늘의 검은 똘이를 다시 봤다. 이성진이 동료라고 말할 정도로 신뢰받기 때 문이었다. 신뢰란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저기……. 위대한 왕이시여. 동료

    때문에 엉망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오르쿠의 인사를 받으시고 왕이 되 신 것을 알려 주셔야 합니다.”

    하늘의 딸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오르쿠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부 분이 대전사였다.

    새로운 왕이 탄생했다는 것을 알리 기 위해 각 지역을 다스리는 대전사 를 소집했다.

    이성진이 도착하기 전에 와서 기다 려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건 하늘의 딸이 알아서 진행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거야?”

    “아닙니다. 오늘은 동료를 만나셨 으니 쉬시고 내일 아침 일찍 성에

    있는 모든 오르쿠 앞에 나서시면 됩 니다.”

    “알았어.”

    “감사합니다. 그럼 위대한 왕께서 머무실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하늘의 검이 손을 들자 내성에서 나와 기다리고 있던 여자 오르쿠들 이 달려왔다. 코만 성형 수술할 수 있다면 그 누가 봐도 미인이라고 할 정도로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더군다나 여자 오르쿠는 대부분 건 강 미인처럼 탄탄한 몸을 가졌다.

    “시중을 들 아이들입니다.”

    “나는 쉴 곳이나 안내해 주고 똘이 좀 씻겨라.”

    “알겠습니다.”

    하늘의 딸은 바로 시녀들에게 똘이 를 씻기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똘이 는 거부했다. 어떻게 만난 이성진인 데 조금이라도 떨어지기 싫었다.

    “끼잉! 끼잉……

    그 마음이 전해지자 이성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오래간만에 나도 같이 씻어야겠 네.”

    “위대한 왕이시여. 왕께서 머물 곳 에 씻을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성진이 머물 곳은 이 성안에서도 가장 좋은 곳이다. 그럴 수밖에 없 는 것이 하늘의 검과 하늘의 딸이

    같이 머물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부부가 같이 머무는 곳이니 대형 목욕탕도 있었다.

    침대도 넓고 화려했다.

    “그래? 그럼 똘아. 같이 가서 씻 자.”

    “ 컹!”

    똘이는 이성진과 함께한다면 상관 없었다. 바로 꼬리를 흔들었다.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하늘의 딸이 앞장섰다. 그 뒤를 이 성진과 똘이가 따라갔다. 이성진과 똘이가 사라지자 하늘의 검은 오르 쿠들을 모아 내일 아침에 있을 위대 한 왕을 맞이하는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위대한 딸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갔다. 10명이 들어가도 될 만한 목 욕탕이 딸린 방이었다. 어느새 연락 했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꽃 잎이 띄워져 있었다.

    “아! 그리고 시중은 필요 없으니까 모두 나가! 얼쩡거리다가 죽을 수도 있어.”

    “알겠습니다. 위대한 왕의 명령대 로 나가 있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부르십시오!”

    하늘의 딸은 이성진이 엘 파나에서 그 어떤 시중도 받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며 대답했다.

    암살 위협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 고 이성진의 말대로 멋도 모르고 접 근했다가 죽어 나간 종족도 많았다.

    하늘의 딸과 시녀들이 나가자마자 이성진은 옷을 홀홀 벗어 던지고 목 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향긋한 냄새 와 함께 따뜻한 물이 온몸을 노곤하 게 풀어 줬다.

    “어으! 좋다. 똘이야 들어와라!”

    “컹!”

    똘이가 뛰어 들어왔다. 물이 튀어 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물이 금방 더러워졌다.

    “뭐 어쩔 수 없지. 때 좀 벗기자!” 이성진은 똘이를 씻기고 털까지 잘

    정리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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