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급 생존자-24화 (24/50)
  • 1장. 위대한 하늘의 검

    다른 지역에서 오르쿠들이 나타나 고성으로 들어오지 않고 포위하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항상 외곽 지역에 경계 순찰을 보냈으니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사방에서 동시에 나타나 고성 지역을 원형으 로 빙 둘러 포위했다.

    이런 경우는 한 가지뿐이었다. 아 예 작정하고 온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다른 2명의 대전사

    와의 대결에서 이겨 8천 명의 오르 쿠가 더 합류했다는 것이다.

    이성진을 중심으로 3명의 대전사와 1만 명의 오르쿠 전사 그리고 6천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싸울 수 없는 노인과 아이들은 고 성의 중심에 있는 대성 초등학교에 모아 놨다. 대성 초등학교를 중심으 로 6천 명의 사람이 건물 곳곳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르쿠와 정면으로 싸울 수 없기 때문이었다.

    6천 명이 많은 숫자이기는 했다. 하지만 오르쿠 전사 1천 명이면 순 식간에 쓸려나갈 숫자이기도 했다.

    1만 명의 오르쿠는 2천 명씩 네

    방향에 배치했다. 남은 2천 명은 이 성진이 직접 지휘한다. 어디로든 빠 르게 나갈 수 있는 중앙로 고성병원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위대한 하 늘의 검의 위치가 확인되는 순간 2 천 명의 오르쿠를 이끌고 돌격할 작 전을 세웠다.

    정찰을 나갔다가 온 초인 관리자들 이 하나둘씩 보고했다.

    “남쪽에 약 1만 명 정도로 보입니 다.”

    “서쪽 역시 1만 명 정도입니다.”

    “동쪽에도 1만 명으로 예상됩니 다.”

    “북쪽도 1만 명 정도의 오르쿠가

    있습니다!”

    오르쿠는 보란 둣이 질서 정연하게 서 있었다. 현재 보이는 숫자만 4만 명이다. 오르쿠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해서 그곳에 위대한 하늘의 검이 있 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대부분 지휘관이 있는 곳에 병사의 숫자가 많다. 하지만 위대한 하늘의 검은 그것을 이용해 허를 찌른다. 오르쿠 전사의 숫자가 많다고 해서 그곳으로 돌격할 수 없었다.

    “이호영!”

    “네. 진성 님!”

    “숫자만 알아오지 말고 무기의 상 태라든가 더 강해 보이는 오르쿠가

    있는지를 알아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이호영이 초인 관리자들을 지휘하 고 있었다. 이성진이 위대한 하늘의 검을 상대하기 위해 떠나는 순간 시 내 방어는 이호영이 책임진다.

    이호영이 이성진의 명령을 받고 다 시 초인 관리자를 정찰 내보냈다.

    그리고 초조하게 시간은 계속 흘러 갔다.

    이상하게 오르쿠는 포위만 하고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적의 사기를 꺾는 함 성을 지르거나 일부 전사들이 나와 대결을 하는 짓도 안 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 다. 그리고 북쪽 정찰을 나갔던 초 인 관리자가 다급하게 뛰어왔다.

    “북쪽에 1만 명 이상의 새로운 오 르쿠가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오르쿠가 나타났다. 곧 공 격이 있을 것이다. 전투가 일어나기 전에 묘한 공기가 떠돈다. 지금 고 성 지역에 그런 느낌의 공기가 떠돌 아다니고 있었다.

    이호영이 북쪽 정찰을 나간 초인 관리자에게 다시 물었다.

    “무장이나 다른 특이한 것은 없 나?”

    “있습니다. 새로 나타난 오르쿠는

    모두 검은색입니다.”

    “검은색?”

    이호영은 검은색 오르쿠도 있나 싶 었다. 그런데 이성진을 따라 돌격할 2천 명의 오르쿠가 검은색이란 말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크흥! 친위대가 모두 왔다.”

    “크흐흥! 다 죽일 생각이다.”

    이성진 역시 검은색 오르쿠가 무엇 인지 알고 있었다.

    “검은 전사단이 1만이나 있다고?” 이성진의 중얼거림에 이호영이 궁 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검은 전사단이요?”

    “못 봤어?”

    “네. 못 봤습니다.”

    이호영이 검은 전사단을 못 봤다는 것은 고성 지역을 오르쿠가 쉽게 점 령했다는 것과 같았다. 검은 전사단 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강대한 적이 있을 때뿐이었다.

    검은 전사단은 위대한 하늘의 검이 직접 뽑고 가르친 오르쿠 친위대다. 이성진이 엘 파나에 있었을 때 검은 전사단은 2천 명 정도였다.

    검은 전사단이라고 해서 피부색이 검은색은 아니다. 검은 전사단은 온 몸에 문신이 있다. 빼곡하게 문신을 했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검은색으 로 보인다.

    “검은 전사단은 위대한 하늘의 검 의 친위대이자 오르쿠 최강의 전사 들이야.”

    “최강의 전사들이요?”

    이호영은 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오르쿠에 대해서는 다 알고 있 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성진 때문에 오르쿠와 친구처럼 지내니 당연했다.

    하지만 검은 전사단은 처음 듣는 다.

    “대전사가 가장 강한 전사 아닌가 요?”

    “검은 전사 5명이 모이면 하급 대 전사를 상대할 수 있어. 검은 전사

    50명 정도면 상급 대전사를 상대할 수 있고.”

    “어떻게……

    이호영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 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이 성진에게 훈련받아 강해진 것은 안 다. 하지만 훈련받기 전에도 충분히 강했다.

    그런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을 같은 급인 대전사도 아닌 전사 50 명이 상대할 수 있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검은 전사는 주술을 몸에 새기고 있거든. 오르쿠 전사 중에 뛰어난 전사를 뽑아 훈련하고, 몸을 더 단

    단하게 하고 힘을 강하게 하는 주술 을 몸에 문신으로 새겨. 덕분에 대 전사를 상대할 수 있지.”

    이호영은 엄청난 근육으로 단단한 몸을 가진 오르쿠의 몸이 더 단단해 지고 힘이 더 강해지는 주술이란 말 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검은 전사 1만 명이면 얼 마나 엄청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진성 님! 검은 전사 1만 명이 면……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애써 삼켰다. 사람들이 듣고 사기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

    다. 하지만 이성진의 말을 듣고 2천 명의 오르쿠 전사가 동요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이미 동요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성진도 담담하게 말 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오르쿠와 사람 들로는 이길 수 없지.”

    이호영은 이성진이 사기를 떨어뜨 리는 말을 할 줄은 몰라 당황했다. 그런 이호영의 모습을 보며 이성진 은 모두 들으란 듯이 말했다.

    “검은 전사단은 처음 나타났을 때 부터 멈추지 않고 싸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검은 전사단이 보 란 듯이 멈춰 있다. 그건 다른 목적

    이 있다는 것이지.”

    그 목적이 이성진 자신이란 말은 하지 않았다.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이길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을 줄 생각은 없 다. 대신 확실하게 약속 하나는 하 지.”

    이성진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조용하게 말했는데도 울려 퍼지는 것을 봐서는 목소리에 마나 를 담았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꼭 죽을 거 야. 내 손에.”

    이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 모두를 지키며 싸울 수 없다. 대신 철저하

    게 복수해 줄 수는 있다. 이 땅에 오르쿠가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 도록.

    기억 일부를 되찾은 것만으로 가능 한 일이다.

    이성진의 목소리가 맹세처럼, 약속 처럼 사람들과 이성진을 따르는 오 르쿠의 가슴에 새겨졌다. 묘한 느낌 을 받았다.

    자신들이 죽더라도 이성진이 복수 해 준다. 이성진을 위해 죽어도 괜 찮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전사의 명 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오르쿠는 사 람들보다 더 가슴에 새겨졌다.

    2천 명의 오르쿠가 각자의 무기를

    손에 들고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일제히 발을 구르며 콧바람 을 뿜어냈다.

    “쿵! 쿵! 킁!……

    검은 전사의 등장에 동요했던 마음 은 저 멀리 사라졌다. 이제는 이성 진을 따라 죽을 각오를 했다. 오르 쿠의 열기 때문인지 사람들도 갑자 기 오르쿠를 따라 발을 구르기 시작 했다.

    그리고 이성진의 가명인 진성을 소 리 쳤다.

    “진성! 진성! 진성!……

    이 모습은 꼭 광신도들이 열광하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사실 이성진

    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성진의 목소리에는 파나 신의 신성력도 담 겨 있었다.

    오르쿠나 사람들은 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처럼 느낀 것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믿음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이성진의 목소리가 꽤 멀리 까지 퍼져 나간 것도 알 수 있었다. 오르쿠가 발을 구르며 콧바람을 내 뿜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렸다.

    이제 이성진을 따르는 오르쿠와 사 람들의 마음에는 이성진을 맹목적으 로 따라야 한다는 의지가 생겼다.

    “크흐흥! 진성 님!”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달려

    오며 이성진에게 소리쳤다. 원래 동 쪽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북쪽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와도 이성진이 멈추라 고 하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듯 오르쿠와 사람들은 계속 발을 구르 고 있었다.

    이성진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거 짓말같이 뚝 하고 멈췄다. 멀리서는 아직도 발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왜 그쪽에서 오는 거야?”

    “크훙! 위대한 하늘의 검의 친위대 가 왔다고 해서 달려갔습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검은 전사단을 확인하기 위해 북쪽으로

    갔었다.

    “그럼 그곳에 있지 왜 왔어?”

    “크흥! 위대한 하늘의 검이 진성 님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하!”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왜 한 숨을 쉬는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 웃거렸다.

    “하긴 작정하고 따라온 위대한 하 늘의 검 님을 상급 대전사 따위가 눈치챌 리가 없지요!”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눈을 크게 뜨더니 도끼를 뽑아 들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마나를 사방으로 뿜

    어냈다. 그러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푸흐흐홍! 진짜 얼굴은 처음 보는 것 같아! 엘 파나의 사신 S!”

    오르쿠들 사이에서 진짜 평범하게 생긴 오르쿠 한 명이 나오면서 말하 는 것이 보였다. 오르쿠를 다스리는 위대한 하늘의 검은 누가 보더라도 위엄 있고 강한 전사여야 했다.

    그런데 지금 나온 오르쿠는 일반 전사처럼 보였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긴장 하며 도끼를 더 꽉 잡았다. 이성진 때문에 마나를 뿜어내 숨어 있던 위 대한 하늘의 검을 찾아냈다. 그리고 저 평범한 모습 뒤에 있는 강력한

    힘을 느꼈다.

    “오래간만이네. 카르탄의 첫 번째 왕자!”

    “크훙! 그 이름은 버렸다. 알지 않 나?”

    위대한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진짜 엘 파나의 사신 S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뒤를 몰래 따라왔다. 그리고 이성진 의 모습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운명의 상대처럼 온몸에 전율이 홀 렀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덕 분에 숨겼던 기운이 풀렸다.

    그리고 지금은 아예 숨기지 않고 기운을 마음껏 내뿜었다.

    오르쿠의 지배자이며 강대한 전사 의 기운을.

    그런데 위대한 하늘의 검은 어이없 는 것을 봤다. 그 누구도 떨거나 두 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기를 들 고 경계하며 포위했다.

    “푸흐흥! 역시 엘 파나의 사신! 어 떻게 나를 두려워하지 않게 할 수 있지?”

    “여기까지 혼자 온 것은 안 두렵나 보네?”

    “푸흐훙! 전혀! 나는 너만 피하면 돼. 이깟 전사들이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소 리만 지르면 4만 전사와 1만의 검

    은 전사단이 일제히 움직인다. 두려 워할 이유가 없지.”

    “그 전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푸흐홍!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위대한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엘 파나에서 가지고 있던 무기가 없다 는 것을 알았다. 엘 파나의 종족 중 아는 종족은 다 알고 있다. 이성진 의 무기가 마법 도구인 것을.

    그 무기는 이성진의 능력을 최소 2배 이상 높여 준다.

    15년이다. 위대한 하늘의 검도 15 년 동안 놀지 않았다. 15년 전이라 면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마법 도구 없는 S라면 전혀 두렵지 않았

    다.

    “왜? 내가 아무런 도구가 없어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크흐혹!”

    콧바람을 내뿜으며 말하려던 위대 한 하늘의 검은 고개를 갑자기 옆으 로 꺾었다.

    “크흥! 마법 도구가 없는데도 쏠 수 있군.”

    깜짝 놀라 피하기는 했다. 하지만 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았 다. 엘 파나였다면 피하기도 전에 맞았다. 맞는다고 해도 한 방에 죽 지 않을 정도로 단련하기는 했지만.

    “서로 장난은 그만하고.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찾아온 거 야?”

    위대한 하늘의 검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이성진의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크훙! 서로의 심장을 걸고 전사의 대결을 하자!”

    위대한 하늘의 검은 이성진의 심장 에 파나 신의 심장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말이 이상한데?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전사의 대결 아닌가?”

    이성진의 말에 위대한 하늘의 검은 꼭 심장이 필요한 것처럼 말했다.

    “크흥! 상대의 심장을 가지면 다 가지는 것이니 똑같은 이야기지.”

    “나를 꼭 죽여야겠다는 말로 들리 는데?”

    위대한 하늘의 검은 고개를 저었 다.

    “크흥! 나는 심장만 필요해.”

    “나를 죽이지 않고 심장만 가져갈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 하며 말했다. 그런데 위대한 하늘의 검은 아니었다.

    “크흥. 엘 파나의 사신 으를 그냥

    죽일 수는 없지. 심장이 없어도 살 수 있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이성진의 심장 을 뽑아낸 다음 주술로 다른 심장을 넣을 생각이었다. 이미 성공했다. 1 만 명의 검은 전사 중 고르고 고른 1백 명의 검은 전사가 다른 심장을 가지고 있다.

    “주술인가? 인형으로 사는 것은 거 절하지.”

    “크홍! 역시 엘 파나의 사신!”

    위대한 하늘의 검은 순순히 인정했 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생겼다.

    “내 심장이 필요하다면 그냥 쳐들 어와서 죽이는 것이 더 쉽지 않나?”

    4만 명의 오르쿠와 1만 명의 검은 전사면 죽일 수 있는 확률이 높다. 그런데도 일부러 찾아왔다.

    “크홍! 엘 파나에서도 비슷한 일이 겪었는데 또 그런 실수를 할 수는 없지.”

    엘 파나의 사신 으와 그의 동료들 이 있는 마을을 완전히 포위했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빠져나갈 수 없다 고 생각할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 다.

    하지만 결국엔 엘 파나의 사신 S 를 피해 도망쳐야 했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엘 파나의 사신 으는 혼자 살아남아

    조금씩 오르쿠를 죽였다.

    “크홍! 서로의 명예를 걸고 싸우면 피하지 않을 것 아닌가?”

    “큭. 명예?”

    웃겼다. 명예를 말하는 위대한 하 늘의 검은 명예를 저버리고 도망갔 었다.

    “명예를 아시는 카르탄의 첫 번째 왕자께서 부하를 버리고 도망가나?”

    지금 이 자리에서 도발해 끝을 낼 생각이다. 모든 능력이 회복되지도 않은데다가 마법 도구도 없는 지금, 위대한 하늘의 검이 도망가면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크흥! 그 명예는 이름과 함께 버

    렸다. 그리고 이곳의 인간들을 죽이 지 않는 것으로 그때의 빚은 갚겠 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많이 침착 해졌네!”

    “크흥. 15년 전에는 쉽게 화를 냈 었다. 하지만 엘 파나의 사신 S 당 신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지.”

    항상 승승장구하며 살아왔던 위대 한 하늘의 검은 이성진 덕분에 뒤를 돌아보고 더 치밀하게 생각할 수 있 게 되었다.

    패배란 경험을 통해서.

    “크흥! 만약 도망친다면 인간을 모

    두 죽이겠다고 약속하지.”

    위대한 하늘의 검이 한 말을 들어 도 사람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이미 이성진이 복수해 준다고 말했기 때 문이었다.

    오히려 더 치열하게 싸우겠다는 의 지를 불태웠다. 그런 모습을 보고 위대한 하늘의 검은 의외라고 생각 했다.

    이렇게 되면 이성진을 붙잡아 놓을 방법이 없다.

    “크훙. 하지만 전사의 대결을 하면 인간도 오르쿠와 똑같은 계급으로 생각하겠다. 맹세하지.”

    “승패와 관계없이?”

    “크흥! 관계없이!”

    위대한 하늘의 검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확률을 얼마나 될까 생각해 봤 다. 하지만 곧 생각을 떨쳤다.

    이길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진다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 문이었다.

    질 것을 예상하고 싸운 적은 없었 다. 항상 뚫고 나가려고 노력했다. 누가 봐도 죽을 거라 생각하는 상황 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겠다.”

    “크흥. 얼마든지.”

    “내 심장을 가져가서 뭐하려고 하

    는 거야?”

    위대한 하늘의 검은 손가락으로 하 늘을 가리켰다.

    “크홍! 저 위보다 위에 설 기회니 까!”

    가리키는 것이 엘 파나에서 침공한 달인지 아니면 성녀인지 모른다. 하 지만 파나 신의 심장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파나 신의 심장을 얻어 강력한 힘 을 손에 넣으려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은 있고?”

    “크흥! 15년 전의 나라고 생각하지 마라. 온전한 엘 파나의 사신 으를 만난다 해도 이길 수 있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자신 있었다. 마법 도구가 없는 엘 파나의 사신 S다. 지구에 마나가 생긴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마나 없이 15년 동안 지구에서 살았다.

    다시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 은 당연했다.

    부인이자 주술사인 하늘의 딸이 예 언한 것처럼 엘 파나의 사신 드를 잡고 신이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가 분명했다.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크흥!”

    위대한 하늘의 검은 잠시 고민했 다. 엘 파나의 사신 으에게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무리 생 각해 봐도 이성진이 이길 방법은 없 었다.

    “크훙! 많이는 못 준다! 3일 주겠 다.”

    못 준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3 일이나 준다고 했다. 1일이면 충분 한 시간이었다. 3일이나 주면 준비 를 더 할 수 있었다.

    “좋다. 3일이 끝나고 4일째 아침 해가 뜰 때 북쪽 들판으로 가겠다.”

    3일은 부족하니 더 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너무 쉽게 승낙하자 불안했다. 하지만 예전의 기억 때문

    에 그런 것으로 생각하며 불안감을 떨쳐 냈다.

    지금 상황에서 이성진이 자신을 이 길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돌아가 서 바로 부인이자 주술사인 하늘의 딸에게 3일 동안 주술을 받을 것이 다.

    주술로 잠시 더 강해질 수 있다. 부작용이 있기는 해도 더 강해진다 면 엘 파나의 사신 드가 2명이라 해 도 자신 있었다.

    “크훙! 4일 후 아침에 보자.”

    위대한 하늘의 검은 벌써 이겼다는 표정으로 말하고는 몸을 돌려 북쪽 으로 걸음을 옮겼다. 위대한 하늘의

    검을 포위하고 있던 오르쿠들은 무 기를 꽉 잡고 비켜 줄 생각을 안 했다.

    “크홍! 너희들은 오르쿠가 아닌가? 비켜라!”

    지구에 온 오르쿠의 지배자이자 왕 이나 마찬가지인 위대한 하늘의 검 이 살기까지 뿜어내며 소리쳤다. 하 지만 그래도 오르쿠는 움직이지 않 았다.

    “보내 줘!”

    하지만 이성진의 말 한 마디에 언 제 그랬냐는 듯 무기를 내리고 위대 한 하늘의 검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 줬다. 위대한 하늘의 검

    은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파나 신의 심장이 더 탐이 났다.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얼마나 겪었 다고 엘 파나의 사신 으에게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충성한다. 그냥 이성 진의 본래 능력 때문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다.

    이성진의 본래 능력이었다면 엘 파 나는 벌써 이성진의 손아귀에 있을 것이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파나 신의 심 장을 얻어 지구는 물론 지구에 온 엘 파나의 모든 종족을 정복할 생각 을 하며 돌아갔다.

    위대한 하늘의 검이 돌아가자 오르 쿠들은 난리가 났다. 이성진이 전설 처럼 말하는 엘 파나의 사신 으라는 것 때문이었다.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은 이성진이 엘 파나의 사신 으라는 것을 알고 있어 놀라지 않았 다.

    “킁! 킁! 사신 킁! 킁! 사신!

    오르쿠들이 또 콧바람을 내뿜으며 발을 굴렀다. 그러면서 이름이 아닌 사신을 소리쳤다. 엘 파나의 사신 S 를 더 믿는다는 표현이었다. 그러면 서 이길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뜻 이기도 했다.

    “모두 조용!”

    오르쿠들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오르쿠들이 이성진에게 열광하고 오르쿠의 지도자인 위대한 하늘의 검이 찾아왔는지 몰라 어리 둥절했다.

    “4일 뒤 북쪽 들판에 모든 오르쿠 는 모인다. 그리고 봐라! 너희의 대 전사가 누구인지!”

    “쿠어어어어!”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이성 진의 말에 전율을 느끼며 전사의 함 성을 질렀다. 그러자 2천 명의 오르 쿠가 전사의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 다.

    오르쿠 왕국인 카르탄 왕국에서 가 장 강한 위대한 하늘의 검을 자신들 이 따르는 대전사인 이성진이 이기 는 순간을 생각하니 전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날의 승리를 위해 준비해라!” 이성진의 목소리가 멀리 퍼져 나갔 다. 오르쿠들은 더 열광했다. 열광하 는 오르쿠를 놔두고 뒤로 돌았다.

    그러자 이호영과 사람들이 이성진 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 의심은 없었다. 이성진이 승 리한다고 하면 승리할 것을 믿어 의 심하지 않았다.

    “이호영!”

    “네. 진성 님!”

    “가지고 있는 무기 중에 소총과 권 총을 종류별로 준비해 줘.”

    “알겠습니다.”

    이호영은 총기류가 오르쿠에게 통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일반 전 사에게도 통하지 않는데 위대한 하 늘의 검에게 통하지 않는 것은 당연 했다.

    하지만 다른 말은 안 했다. 이성진 이 필요하다고 하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성진이 말한 것 중 안 이 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창고에 가 있을 테니까 무기 준비하고 사람들에게 상황도 알려.”

    “네. 진성 님!”

    이성진이 이제 집이 되어 버린 창 고로 가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 들도 급하게 따라왔다.

    “너는 내가 나올 때까지 부하들은 모아서 준비해라.”

    “크흥! 제가 아니더라도 할 오르쿠 는 많습니다. 진성 님을 돕고 싶습 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이성 진이 준비하는 3일 동안 훈련 상대 가 되어 돕고 싶었다. 하지만 이성 진은 거절했다.

    “이번에는 안 돼!”

    “크흥! 왜 안 됩니까?”

    “이번에는 진짜 죽을 수 있으니 까.”

    “크흥. 오르쿠 대전사는 죽음을 두 려워하지 않습니다.”

    “알아. 하지만 적과 싸우다 죽어라. 내 훈련 상대가 되어 죽으면 손해 야.”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아쉬 운 표정을 대답했다. 죽음의 짜릿함 을 느끼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하 지만 이성진의 말대로 죽음의 짜릿 함을 맛보려다가 죽을 수 있었다.

    “크흥. 알겠습니다.”

    “그래.”

    이성진은 천천히 걸어서 창고로 갔

    다. 그리고 이호영이 바로 총기류를 종류별로 가지고 왔다. 탄약도 있는 대로 끌어모았다.

    “총알은 필요 없으니까 총기류만 놓고 가!”

    이번에는 이호영도 수긍할 수 없었 다. 총알이 없는 빈총으로는 아무것 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맛보기 만 보여 줄게.”

    권총을 들었다. 6연발 리볼버였다. 탄창에 총알이 다 차 있었다. 탄창 에서 총알을 뺐다. 그리고 마나 총 알을 만들어 채웠다.

    이호영은 갑자기 이성진의 손에 나 타난 총알을 보며 깜짝 놀랐다. 하 얀색의 총알은 절대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잘 봐!”

    이성진의 손에 들린 6연발 리볼버 에서 소리 없이 총알이 튀어 나가는 것이 보였다.

    “이런 것도 가능하지.”

    6연발 리볼버에서 11발이 발사되 는 것을 보여 줬다. 이호영은 입을 벌리고 신기한 것을 봤다는 둣 쳐다 봤다.

    “마법입니까?”

    “아니. 마나를 응용한 것뿐이야. 그

    리고 이건 이제 못 쓰겠네.”

    6연발 리볼버의 총신이 휘어졌다. 마나의 힘을 이기지 못해 횐 것이 다. 한두 발 정도는 괜찮을지 몰라 도 총신이 휜 총으로는 원하는 곳에 총알을 날릴 수 없었다.

    “아! 그래서 종류별로 가지고 오라 고 하셨군요.”

    “그것도 있고……

    아직 이호영에게 말해 줄 수는 없 었다.

    “구해 줄 수 있으면 한 가지 더 구 해 줬으면 하는데.”

    “말씀만 하십시오!”

    “검은색 특수부대 옷과 마스크를

    구해 줘. 양장우 중사라면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이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는 다르게 본래 군인이었던 양장우 라면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특수부대 옷을 구했을 때를 제외 하고 내가 나가기 전까지는 창고에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네.”

    이호영이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성진은 수십 정의 총을 하나씩 만지기 시작했다. 마치 애인을 찾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꽤 집중하면서 만지는데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총이 산산이 조각났다.

    “이건 실패네.”

    이제 한 개 부서졌다. 지금 임시로 마법 도구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총 을 만드는 중이었다.

    마나에 강하며 마법진을 새길 수 있는 재료는 드물다.

    연속으로 마나 총알을 쐈을 때 견 딜 수 있어야 했다.

    “마나를 조금 더 천천히 넣어야 하 나?”

    약간 급하게 넣어서 총이 폭발한 것 같았다. 다른 총을 집어 들고 마 나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넣었다. 총이 마나를 머금을 수 있도록.

    총이 일정 수준의 마나를 머금으면 마나 총알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또한, 위력이 강해지는 마법진도 없다.

    위력은 마나 총알을 새롭게 만들면 된다. 마법 도구가 없이는 위대한 하늘의 검과 싸우기 힘들다.

    그리고 위대한 하늘의 검은 마법 도구가 없다고 생각해 방심할 것이 다.

    제대로 뒤통수를 쳐 줄 생각이다. 그렇게 하려면 저기 있는 수십 정의 총 중에 최소 10정은 마나를 머금 어야 했다.

    이성진은 다시 총에 마나를 집어넣

    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3일 동안 고성 지역 사람들은 이 성진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창고 앞을 서성였다. 모든 일을 전해들은 사람들에게 희망은 이성진뿐이니 당 연했다.

    그리고 4일째 새벽 드디어 창고 문이 열렸다.

    사람들은 수십 개의 횃불을 밝혀 놨다. 문이 열리고 나오는 사람은 검은색 옷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 록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풍기는 분위기를 봐서는 이성진이 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뭐라 설명 할 수 없다. 잘 벼려진 칼날 같은 느낌 같기도 하고, 피해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모두 왜 모여 있나?”

    목소리도 다르게 들렸다. 3일 전에 는 밝고 유쾌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둡고 음침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호영!”

    “아! 네……. 네……. 그게 진성 님 을 기다리느라……

    이호영은 오르쿠에게 엘 파나의 사 신 으에 대해서 들었다. 이성진이 엘 파나에서 전설로 불린다는 것을 쉽 게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왜 전설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두려움 때문에 이성진에게 대답하

    지 못했다. 이성진이 부르자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신해 말했다.

    “진성 님이 우리를 위해 싸우시러 가는데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 습니다.”

    이호영의 말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기억을 되살렸다. 창고를 책임지는 김한수가 가장 먼 저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이며 소리쳤다.

    “진성 님! 감사합니다!”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이성진 이 위대한 하늘의 검과 싸우기만 하 면 사람들은 오르쿠와 동등한 대접

    을 받는다.

    이성진이 희생한다고 생각할 수밖 에 없었다.

    사람들이 진심을 담아 김한수와 똑 같이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숙였 다.

    “진성 님! 감사합니다!”

    이성진 덕분에 오르쿠에게 노예에 서 벗어났다. 또한 무시당하지도 않 는다. 그리고 이성진에게 더 큰 빚 을 지게 된다. 파나 신의 심장 때문 에 이성진을 믿는 것과 빚을 지게 된다는 마음이 합쳐지니 가능한 일 이었다.

    아니었다면 모두 저렇게 진심으로

    고마워하지 않는다. 몇몇 사람은 운 이 좋아서 이성진 덕분에 살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직 감사하기는 이릅니다. 이번 싸움에서 이긴 다음 감사 인사를 받 기로 하겠습니다. 허리를 펴세요.”

    이성진의 말에 모두 허리를 폈다. 그리고 이성진을 바라봤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사람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이성진 이 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길을 이성진이 천천히 걸어갔다. 이성진이 앞을 지나갈 때마다 사람 들은 다시 허리를 숙였다.

    무슨 이유에서건 이성진의 이번 싸

    움은 자신들을 위한 것이나 마찬가 지니까.

    사람들을 다 지나가자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또 왜 왔냐?”

    이성진의 말에 어쩌다 낳은 세 번 째 아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창 고에서 나올 때부터 놀랐다. 그래도 간신히 흥분을 감추며 참고 있었다. 하지만 이성진이 다가와 말을 하자 더는 홍분을 감출 수 없었다.

    가슴을 두드리며 콧바람을 내뿜었 다.

    “킁! 킁! 엘 파나의 사신 으를 다시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엘 파나에서 봤던 모습과 분위기가 똑같았다. 엘 파나의 사신 으를 한 번이라도 본 오르쿠라면 이성진의 지금 모습을 보는 순간 홍분하거나 두려워할 것이다.

    “왜 왔냐니까? 북쪽 들판에서 기다 리라고 했잖아!”

    “크흥! 모든 오르쿠들 중에 엘 파 나의 사신 드의 모습을 다시 처음으 로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모시겠습 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이 가슴 에 손을 대고 허리를 숙였다.

    “오르쿠 전사의 예를 해 주니 고맙 다.”

    “푸흥! 당연합니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은 존경 의 의미를 담아 말하고는 이성진의 앞에 섰다. 그리고 거칠게 발을 구 르며 북쪽 들판을 향해 걸었다.

    마나를 담아 구르는 발소리는 멀리 까지 퍼져 나갔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과 함께 북쪽 들판에 가까워질수록 발 구르 는 소리가 더 커졌다.

    어쩌다 낳은 세 번째 아들의 발 구르는 소리에 대답하듯 1만 명의 오르쿠가 일제히 발을 구르기 때문 이었다.

    이성진의 모습이 보이자 1만 명의

    오르쿠들은 발을 구른 다음 손뼉 치 고 콧바람을 내뿜었다.

    쿵! 짝! 킁!

    하는 소리가 마치 노랫소리처럼 들 렸다. 오르쿠들을 지배하는 대전사 에게 바치는 의식이었다.

    1만 명의 오르쿠가 이성진을 바라 보며 더 강하고 힘차게 발을 구른 다. 그리고 손뼉 치며 기뻐하고 콧 바람을 내뿜어 승리할 것을 믿어 의 심치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엘 파나의 사신 드니까.

    엘 파나의 사신 s 전설의 반만 믿 어도 위대한 하늘의 검과 싸워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위대한 하늘의 검 은 카르탄 왕국에서 유명하다면, 엘 파나의 사신 으는 엘 파나 차원 전 체에 유명한 전설이다.

    그 엘 파나의 사신 으가 지금 눈앞 에 지나가고 있다.

    이성진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오르 쿠들은 더 흥분했다. 이성진에게 무 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함이 느껴 지기 때문이었다.

    이성진이 1만 명의 오르쿠를 지나 가장 앞에 멈췄다. 그러자 반대편에 있던 오르쿠들이 함성을 지르며 발 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좌우로 갈라져 길을 만들었

    다.

    그 길로 위대한 하늘의 검과 주술 사인 하늘의 딸이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이성진은 천천히 걸어서 다가갔다. 서로 대치하고 있 는 중앙에서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성진과 위대한 하늘의 검 그리고 주술사 하늘의 딸과의 거리가 20m 쯤 되었을 때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가 멈췄다.

    그리고 주술사 하늘의 딸이 살짝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숙였다.

    “사신 S 님. 오래간만에 뵙겠습니 다.”

    “여전히 예쁘네.”

    “감사합니다.”

    원래 오르쿠 주술사는 대부분 소인 족과 비슷하게 키가 작고 뚱뚱했다. 하지만 하늘의 딸은 아니었다. 일반 오르쿠와 키가 비슷하다. 또한 건강 미인 같은 몸을 가지고 있다.

    종족 특성인 코만 빼면 미인이라고 할 만한 조건을 다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콧바람도 내뿜지 않았다.

    주술을 펼치기 위해서 말할 때마다 나오는 콧바람을 고쳤다. 덕분에 다 른 오르쿠 주술사보다 2배는 빠르게 주술을 펼칠 수 있었다.

    “사신 S 님의 얼굴을 못 봐서 아쉽 네요. 위대한 하늘의 검께서 말 하

    시기를 코를 제외하고 멋있게 생기 셨다고 하던데요.”

    “곧 보기 싫어도 실컷 보게 될 거 야.”

    “호호. 그럼요. 심장을 바치고 위대 한 하늘의 검의 옆에 서서 오르쿠의 검이 되실 텐데요.”

    말은 이성진이 질 것처럼 해도 주 술사 하늘의 딸은 긴장하고 있었다. 이성진에게 마법 도구가 없다는 이 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성진 에게는 마법 도구가 있었다.

    주술사이다 보니 마법 도구에는 더 민감했다. 이성진이 가지고 있는 것 은 분명 마법 도구였다.

    이성진의 마법 도구를 자세히 살피 기 위해 말을 길게 하고 있었다.

    “원래 말이 그렇게 많았나? 내 기 억에는 저주만 걸고 도망가느라 바 빴는데.”

    “호호. 그때와는 다른 상황이니까 요.”

    위대한 하늘의 검도 긴장했다. 그 래서 한 마디도 안 하고 주술사이자 아내인 하늘의 딸이 말하는 것을 지 켜보기만 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람은 3일 전에 만난 이성진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엘 파나의 사신 으를 떠 올리게 했다. 말투와 몸짓 하나까지

    도.

    2번이나 죽을 뻔한 기억은 트라우 마같이 따라 다녔다. 잊은 줄 알았 는데 검은색 옷에 검은색 마스크 그 리고 들고 있는 무기를 보니 떠올랐 다.

    그런데 갑자기 주술사 하늘의 딸이 위대한 하늘의 검을 향해 손을 뻗으 며 소리쳤다.

    “훔바카! 카나비!”

    위대한 하늘의 검은 하늘의 딸이 주술을 발동시키자 놀랐다. 가볍게 싸워 보고 안 된다 싶으면 3일 동 안 준비한 주술을 발동하기로 약속 했다. 그런데 지금 그 약속을 깨고

    바로 주술을 발동했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마나가 몸 안에 서 날뛴다.

    “크흐홍!”

    힘을 주체 못하는 위대한 하늘의 검에게 주술사 하늘의 딸은 조용하 게 말했다.

    “사신 으의 마법 도구는 완전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사신 으에게 마법 도구가 있다는 것은 위협적입 니다. 나의 사랑! 나의 검이여! 사 신 으의 심장을 가져오세요! 신과 같 은 능력을 얻게 될 테니!”

    주술사 하늘의 딸은 빠르게 뒷걸음 질하며 물러났다. 이성진은 따라갈

    생각이 없었는데도 이성진에게서 눈 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검은 전사들이 달려와 주술 사 하늘의 딸을 호위하기 시작했다.

    “부인은 살려 줄게.”

    이성진이 메고 있던 총을 앞으로 겨눴다. 그러자 위대한 하늘의 검이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대검을 들어 이성진이 겨눈 곳을 막았다.

    투웅 하는 소리와 함께 대검이 위 로 튕겼다. 그리고 또 한 발의 마나 총알이 지나갔다.

    “크허헝!”

    위대한 하늘의 검은 마나를 더 끌 어올렸다. 그리고 오른 다리를 축으

    로 회전하며 또 한 발의 마나 총알 을 쳐냈다. 급하게 마나를 끌어올려 서 그런지 손이 얼얼할 정도의 충격 을 받았다.

    “부인은 살려 준다니까!”

    위대한 하늘의 검은 힐끗 주술사 하늘의 딸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을 봤다. 호위를 위해 달려 나온 검은 전사 10명이 모두 쓰러져 있었다.

    “크홍! 그림자 공격!”

    “맞아. 오래간만에 했는데도 되네.” 위대한 하늘의 검과 주술사 하늘의 딸을 떠보기 위해 한 공격이었다. 엘 파나에서는 다짜고짜 저주부터

    걸었다. 그때는 저주를 튕겨 낼 마 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주술사 하늘의 딸이 왜 저주를 걸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위험하다고 생각되 면 저주를 걸 줄 알았다.

    그런데 걸지 않았다. 이러면 저주 를 걱정하지 않고 싸워도 된다.

    사실 주술사 하늘의 딸이 저주를 걸고 싶지 않아서 안 거는 것은 아 니었다. 파나 신의 심장을 가진 이 성진에게는 그 어떤 저주도 통하지 않는다.

    파나 신의 심장만 아니었다면 질병 의 저주와 느려지는 저주 그리고 마

    나를 억압하는 저주를 걸었을 것이 다.

    “크흥! 이제 통하지 않을 거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마나를 내뿜어 자신의 마나가 아닌 것은 거부한다 는 의지를 담았다. 그러자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거대한 대 검을 휘둘렀다.

    퍽 소리와 함께 이성진이 그림자에 숨겨 놓은 마나 총알이 터져 나갔 다.

    “크훙. 이제 나에게는 이런 것쯤 은……. 커억!”

    위대한 하늘의 검은 어깨와 명치를 강타하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빠르게 대검을 휘둘러 세 번째 마나 총알을 막았다.

    “역시 안 되나?”

    시간을 들여 만든 마나 총알인데도 위대한 하늘의 검의 몸을 뚫지 못했 다. 임시 마법 도구인 총신이 살짝 휘었다. 덕분에 어깨 다음에 머리를 맞추려던 것이 몸을 맞췄다.

    “크흥! 비겁하게……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그래서 위 대한 하늘의 검은 비겁하다는 말을 했다. 전사의 대결을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받았다.

    “이건 그냥 인사야. 사실 2대 1로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잖아.”

    “크흥! 나를 비겁한 오르쿠라 말하 지 마라!”

    “그래? 그럼 주술 풀고 싸워 보자. 오르쿠 주술사 중에서도 가장 뛰어 난 주술사의 주술을 받고 싸우지 말 고, 본인의 능력으로 싸우자고.”

    위대한 하늘의 검은 순간 당황했 다. 이성진의 말이 맞는 것처럼 들 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흔 들었다.

    “크홍! 오르쿠는 주술을 받아도 된 다.”

    “그래. 기대도 안 했다. 이제 해가 뜨면 진짜 시작하자.”

    “크흥! 알았다.”

    조금 전 소모한 마나 총알을 채울 시간은 충분했다. 첫 번째 공격에 위대한 하늘의 검의 몸이 더 단단해 진 것을 알았다.

    몸을 뚫지 못해도 파고들어야 한 다. 그런데 마나 총알이 충격만 주 고 사라졌다.

    확인할 것은 다 확인했다. 위대한 하늘의 검이 가진 마나를 소모하게 해야 한다. 주술은 무한정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주술은 위대한 하늘의 검이 가진 마나에 따라 지속 시간이 달라진다.

    마나를 소비하게 하는 것은 간단하 다. 멀리서 마나 총알을 쏘아 대면

    된다. 몸을 뚫지 못해도 마나는 소 비하게 할 수 있다.

    해가 뜨기 시작했다. 밝은 두 개의 달이 비추는 빛보다 더 강한 빛이 들판을 환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앙!”

    “젠장! 주술 받은 것도 모자라 전 사의 함성까지 사용하냐?”

    위대한 하늘의 검이 전사의 함성을 외쳤다. 전사의 대결 시작을 알린 것이다.

    양쪽 오르쿠들이 함성을 지르기 시 작했다. 서로의 지도자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이성진은 원거리에서 마나 총알을 쏘지 못했다.

    위대한 하늘의 검이 날아오는 속도 를 봐서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

    지!”

    이성진은 등에 메고 있는 소총 한 정을 더 꺼냈다.

    마나 총알의 좋은 점은 반동이 없 다는 것이다. 문제는 총신이 휜다는 것인데 저렇게 거대한 몸을 가진 위 대한 하늘의 검이 날아올라 떨어진 다면 못 맞출 수가 없다.

    탄창을 교체할 필요도 없다. 마나 총알은 팔에 저장한다.

    지금 팔에 저장된 마나 총알은 400발이다. 3일 동안 마나를 듬뿍 넣어 만들었다. 급하게 만든 것과는 위력이 다르다.

    물론 위대한 하늘의 검의 몸을 뚫

    을 수는 없다. 하지만 충격은 줄 수 있다.

    이성진의 양손에 든 소총에서 마나 총알이 쉬지 않고 튀어 나갔다.

    위대한 하늘의 검이 커다란 대검을 앞으로 내밀어 몸을 가리면서 떨어 져 내렸다. 마나 총알이 몸을 뚫지 못한다. 하지만 그 충격은 고스란히 쌓인다.

    몸에 충격이 쌓이면 마나를 원활하 게 움직일 수 없었다.

    퍽퍽퍽퍽 소리와 함께 이성진이 쏘 는 마나 총알이 거대한 대검에 가로 막혀 터져 나갔다.

    그런데 위대한 하늘의 검은 곧 황

    당한 콧바람을 내뿜어야 했다.

    “크흐흥!”

    몸이 뒤로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마나 총알 10발 정도는 그냥 무시 해도 된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 50 발 이상 맞으면 무시할 수준이 아니 다.

    이성진을 따르는 오르쿠들이 더 큰 함성을 질렀다. 위대한 하늘의 검이 공격하다가 뒤로 날아간 것을 조롱 하기 위해서였다.

    “원점이 네!”

    약 올리는 듯한 이성진의 말에 위 대한 하늘의 검은 고개를 좌우로 흔 들었다. 목에서 뼈가 맞춰지는 소리

    가 났다.

    “크흥! 마법 도구가 형편없군.”

    위대한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들고 있는 총신이 휜 것을 알았다. 총이 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금이라 도 총신이 휘어 버리면 제대로 날아 가지 않는다.

    “임시니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실력으로 커버되거든.”

    “크홍! 과연 그럴까?”

    위대한 하늘의 검이 이번에는 좌우 로 빠르게 움직이며 달려왔다. 땅을 박차고 달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 성진의 공격을 받아도 뒤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위대한 하늘의 검 생 각일 뿐이었다.

    “크흐흥. 크흥! 크흥!”

    이성진이 말한 실력으로 커버된다 는 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았다. 휘어 버린 총으로 기가 막히게 다리 를 노리고 쏜다.

    다리에 충격을 받아 쓰러질 뻔했 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발에 힘을 주고 방향을 바꿨다.

    덕분에 이성진과 거리는 똑같았다. 북쪽에 있던 것이 서쪽으로 옮긴 것 같이 되었다.

    그리고 그건 또 이성진이 노린 것 이었다.

    “크흥!”

    위대한 하늘의 검이 감각적으로 거 대한 대검에 마나를 담아 휘둘렀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대검에 무언 가 맞아 터졌다. 조금 전과는 위력 이 달랐다.

    “감이 좋아졌네.”

    “킁!”

    대답할 사이도 없이 위대한 하늘의 검은 거대한 대검을 마구잡이로 휘 두르며 뒤로 물러섰다. 무언가 계속 거대한 대검에 맞아 폭발했다.

    이성진은 이성진 나름대로 아쉬웠 다. 마법 도구로 만든 총만 있었으 면 끝나도 벌써 끝났다. 속도와 은

    밀성이 다르다. 위대한 하늘의 검을 서쪽으로 움직이게 만든 이유는 햇 빛 때문이었다.

    밝게 내리비치는 햇빛에 마나 총알 을 감춘다. 마나의 느낌도 햇빛과 비슷하게 한다. 어디서 어떻게 날아 와 자신도 모르게 당하는 마나 총알 의 비밀이었다.

    밤에도 응용 가능했다. 하지만 아 직은 밤에 맞는 마나 총알을 만들지 못한다.

    그리고 이제 소총은 더 사용할 수 없다. 과도한 마나 총알 사용으로 총신이 갈라졌다.

    툭!

    이성진이 양손에 든 소총을 땅에 버리는 것을 본 위대한 하늘의 검은 씨익 웃었다. 임시 마법 도구가 사 라졌다. 이제 거칠 것이 없었다. 다 시 이성진을 향해 뛰었다.

    이성진도 단검을 뽑았다. 마나로 단련한 단검이었다. 소총은 마나를 머금게 해서 마나 총알의 위력을 견 디게 했다. 단검은 다르다. 이성진은 마나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단련했 다. 이유는 단검이 마나를 잘 받아 들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위대한 하늘의 검이 거대한 대검을 옆으로 휘두르면서 이성진이 막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저 조그마한

    단검으로 크기와 무게가 다른 대검 을 막을 수 없다.

    설혹 막는다 해도 힘의 차이 때문 에 뒤로 날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스윽.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위 대한 하늘의 검이 휘두른 거대한 대 검이 위로 치켜 올라간 것이다. 위 대한 하늘의 검은 이성진의 단검이 자신의 거대한 대검의 중심점을 빗 겨 쳐서 방향을 바꾼 것을 알았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속으로 감탄했 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빠르기 의 거대한 대검의 중심점을 정확하 게 빗겨 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수많은 목숨을 건 실전에서 익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서걱.

    “크홍!”

    얇지만 어깨 부근의 피부가 베여 피가 홀러나왔다. 그 어떤 공격 징 후도 느낌도 없었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엘 파나에서 오르쿠 학살 때 사용했던 기술인 것을 알았 다.

    이건 피할 수가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맞으면 된다.

    “크아아아앙!”

    엄청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이 성진이 뒤로 물러서야 할 만큼.

    그사이 두 번째 전사의 함성을 사 용한 위대한 하늘의 검의 상처는 아 물었다. 동시에 더 단단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반칙이야!”

    위대한 하늘의 검은 주술로 몸을 강화했다. 거기다가 전사의 함성을 두 번이나 사용했다. 과도한 힘의 사용은 부작용을 가지고 온다는 것 을 알고 있다. 위대한 하늘의 검 역 시 이 싸움이 끝나면 부작용이 올 것이다.

    부작용을 감수할 정도로 이 싸움이 위대한 하늘의 검에게는 중요했다.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스윽.

    베이는 것이 아니라 미끄러져 지나 가는 소리가 났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더 단단해진 몸에 상처가 나지 않자 비릿하게 웃으면서 소리쳤다.

    “킁! 이제 엘 파나의 사신 으는 나 에게 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위대한 하늘의 검의 소리 를 들은 부하 오르쿠들이 무기를 들 어 올리며 함성을 질렀다. 이성진의 부하 오르쿠들도 질 새라 무기를 들 어 올리고 함성을 질렀다.

    아직 누가 이길지 모른다.

    위대한 하늘의 검이 성큼 한 걸음 내디뎠다.

    팔과 다리, 어깨 부근을 공격받아 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맷 집 좋은 근육 바보가 ‘때릴 테면 때 려 봐라.’ 식이었다.

    그 모습을 본 위대한 하늘의 검의 부하 오르쿠들은 더 기가 살아 함성 을 질렀다. 이성진의 부하 오르쿠들 도 애써 함성을 질러 보지만 기가 죽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성진이 단검을 휘둘러도 아랑곳 하지 않고 위대한 하늘의 검은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크흥! 더는 반항하지 마라. 반항 하면 팔과 다리를 자르겠다.”

    어차피 위대한 하늘의 검에게 필요

    한 것은 파나 신의 심장이었다. 팔 과 다리를 잘라도 상관없었다. 그리 고 주술로 다시 붙이면 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엘 파나의 사신 s 정도면 팔과 다리를 다시 붙여 주는 수고 정도는 해도 된다.

    사실 이성진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 은 몰랐다. 만약 전사의 대결이 아 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주술로 몸을 강화하지 않은 상태에 서 보이지 않는 공격을 받았다면 최 소 중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아! 어쩔 수 없네.”

    이성진이 팔을 늘어뜨리자 위대한 하늘의 검은 포기한 줄 알았다. 위

    대한 하늘의 검의 부하 오르쿠들이 더 큰 함성을 질렀다. 반대로 이성 진의 부하 오르쿠들은 침묵했다.

    누가 봐도 팔을 늘어뜨린 이성진의 모습은 포기였다.

    “푸흐홍! 잘 생각했다. 심장을 떼 어 낸 다음……?”

    다른 심장으로 넣어 주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성진의 단검이 파랗게 빛났기 때문이었다.

    “크앙!”

    위대한 하늘의 검이 급하게 거대한 대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곧 마나로 강화한 자신의 대검이 두 조각으로 잘린 것을 봤다.

    이성진의 파랗게 빛나는 단검에 잘 린 것이다.

    “나도 너 죽이기 싫다. 다섯 셀 때 까지 결정해라.”

    억지로 쥐어짜서 만든 마나 강화 검이다. 유지 시간은 10초 정도다.

    “다섯! 넷!……

    위대한 하늘의 검은 이성진이 설마 마나 강화 검을 만들리라고는 생각 하지 못했다. 자신도 아직 넘지 못 한 벽이었다. 마나를 검에 담아 강 하게 만드는 것과 마나를 검에 둘러 파랗게 빛나게 하는 것은 다르다.

    “셋!•…". 둘!••••••

    위대한 하늘의 검은 이성진에게 또

    목숨을 구걸하기 싫었다. 그래서 자 신의 모든 마나를 반으로 잘린 거대 한 검에 담았다. 주술을 유지하는 마나까지도.

    “하나!”

    이성진이 하나라고 소리치는 순간 위대한 하늘의 검은 자신의 모든 마 나를 담은 검을 휘둘렀다. 살짝 파 랗게 빛도 서렸다. 하지만 이성진의 단검처럼 선명하지 않았다.

    이번에 죽지 않으면 마나 강화 검 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았다.

    엘 파나의 사신 으에게 용서란 것 은 없었으니까.

    꽈앙! 하는 폭음이 들렸다. 위대한 하늘의 검은 자신의 거대한 대검이 산산이 조각나는 것을 보며 피를 뿜 어 냈다.

    “커허헉!”

    모든 마나를 반으로 잘린 대검에 담았다. 그런데 대검이 산산이 조각 났다. 그 반작용으로 마나가 역류한 것이다.

    위대한 하늘의 검이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뒤에서 주술사 하늘 의 딸이 소리치며 달려왔다.

    “위대한 사신 S 님! 제발 살려 주 세요!”

    위대한 하늘의 검의 부하 오르쿠들

    은 조용해졌다. 대신 이성진의 부하 오르쿠들은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곧 주술사 하늘의 딸의 행 동 때문에 모든 오르쿠가 인상을 썼 다.

    “쿠바움! 쿠움! 쿠움!”

    아직 전사의 대결이 끝나지 않았는 데 주술을 사용해 위대한 하늘의 검 을 치료했기 때문이었다.

    “우! 킁! 우! 킁!……

    오르쿠들은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 다. 전사의 대결에 끼어든 주술사 하늘의 딸을 죽이라는 야유였다. 하 지만 이성진은 죽이지 않았다.

    마나막이 사라지는 기간을 아는 것

    은 하늘의 딸뿐이기 때문이었다. 그 리고 하늘의 딸 정도의 주술사는 죽 이는 것보다 부하로 데리고 있는 것 이 나았다.

    “모두 조용히!”

    이성진이 소리치자 모든 오르쿠가 숨을 죽이며 침묵했다. 그러자 주술 사 하늘의 딸은 이성진에게 바로 무 릎 꿇었다. 급하게 치료한다고 했다. 하지만 마나가 역류해 내장 기관이 상했다.

    바로 나을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 다. 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치 료해야 했다.

    지금 당장 움직이는 것은 안 된다.

    “위대한 사신 S 님. 이렇게 간청 드립니다. 제 남편을 살려 주세요!”

    엘 파나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났 다. 그때도 똑같았다.

    “약속을 잊고 있었네.”

    주술사 하늘의 딸은 입술을 깨물었 다. 다음번에 만날 때 또 이렇게 무 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게 되면 노예 가 되겠다고 했었다.

    그때는 엘 파나에 있어 언제든지 위대한 하늘의 검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약속한 것이 기억났다.

    주술사 하늘의 딸을 노예로 만든다 면 오르쿠 친화 정책에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위대한 하늘의 검이 첫 번 째 카르탄 왕자였을 때 죽이지 않고 살려 줬었다.

    “하늘의 딸! 나를 만날 것을 알면 서도 왜 이곳으로 온 거지?”

    주술사 하늘의 딸은 이성진의 질문 에 순순히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모든 오르쿠는 이성진을 승자 로 생각한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남편 위대한 하늘의 검을 구 해 줄 오르쿠는 없었다.

    “모든 것이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욕심이 눈을 가리니 위험하다는 것 을 알면서도 올 수밖에 없었습니 다.”

    “그 욕심이라는 것이 이 안에 있는 것 때문에 생긴 건가?”

    주술사 하늘의 딸은 이성진이 가리 키는 심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주술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 다.”

    주술사 하늘의 딸은 자신 있게 대 답했다.

    “일어나서 이곳에 손을 대 봐.”

    이성진이 가리키는 곳은 심장 부근 이었다. 주술사 하늘의 딸은 머뭇거 리다가 파나 신의 심장이 궁금해 결 국, 일어나 이성진의 가슴에 손을

    댔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며 손을 뗐다.

    감히 접근할 수도 없는 신성한 기 운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 어떤 주술로도 파나 신의 심장을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 성진을 다르게 쳐다봤다.

    “왜 그렇게 보는 것이지?”

    “위대한 사신 으께서는 진짜 신이 되신 겁니까?”

    주술사 하늘의 딸은 자신이 하려던 일을 이성진이 이미 했다는 것을 알 았다. 파나 신의 심장을 받아들였다. 그것도 인간이!

    하늘의 딸이 신이 된 것이냐고 물

    었다. 어이가 없었다. 신이었다면 이 마나막을 다 부수고 벌써 서울로 갔 다. 이렇게 어렵게 일을 하지 않는 다.

    “신은 아니야. 나도 생명을 가진 인간이야. 힘들고 피곤하고 상처 입 어.”

    이성진이 신이 아니라고 말해도 하 늘의 딸은 신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신의 심장을 받아들였으니 까.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으 셨습니까?”

    파나 신의 심장이라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술사로서

    정말 궁금했다. 신의 심장을 받아들 이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희생이 필요했다. 엘 파나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파나 신이 지배하는 곳에서 신의 심장을 가로챌 수는 없다. 신벌이 내릴 테니까.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어. 15 년 걸렸다고나 할까?”

    파나 신의 심장은 아직도 대부분 봉인된 상태였다. 봉인이 다 풀리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도 애써 억제하는 중이었다.

    “15년이나……. 그렇군요.”

    하늘의 딸은 15년이란 시간을 듣

    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받아들이는 방법만이 최선이 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남편인 위대한 하늘의 검에게 파나 신의 심장을 줄 때는 1천 오르쿠의 생명을 희생하려 했다.

    “그런데 이놈은 언제 깨어나는 거 야?”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위대 한 하늘의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하늘의 딸은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위대한 사신 S 님! 사신 S 님의 능력을 조금만 빌려주십시오. 그렇 게 해 주신다면 바로 위대한 하늘의

    검을 치료해 깨울 수 있습니다.”

    무슨 능력인지 알 것 같았다. 파나 신의 심장이 가진 능력이다. 주술사 이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 었다.

    “빌려주는 것은 어렵지 않아. 그 전에 예전에 했던 약속을 지켜!”

    하늘의 딸은 이성진의 말에 머리를 땅에 대고 기어왔다. 그리고 이성진 의 발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약속대로 노예가 되겠습니다. 나 의 주인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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