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랭크의 여관주인-22화 (22/222)

0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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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 할머니 : 여관 / ‘긴급’ 의뢰 게시판 』

※ 의뢰 중매 : 델타의 늑대들 (전) 단장 / 노튼 아네스

◈ 서대륙 델타산맥 근방 / 마물로 변한 오크 퇴치 (B랭크) ※ 의뢰처 : 산맥 아래 마을 조합 / 보상금 : 15골드

◈ 서대륙 델타 제국 : 북부 지역 / 산짐승 퇴치 (B랭크) ※ 의뢰처 : 델타 북부 거주 주민 / 보상금 : 5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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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할머니 여관의 케피탄 맥주는, 동굴에서 자라나는 마력초를 추출하여 만들어진 ‘던전의 향기’라는 조미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 어둡고 깊은 맛이 입안에 퍼지기 시작하면, 동료들과 함께했던 던전 공략이 떠오르게 만든다는 맥주. 그래 흑맥주다.

확실히 직접 먹어보았을 때, 무릇 베르세X크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직접 표현해놓고도 그게 무슨 냄새인지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아무튼 어둡고 깊은 향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수도원이 생각난다.

던전 할머니 여관의 명물 ‘케피탄 맥주 던전의 향기 ver’은 확실히 이 동굴 같은 분위기의 여관을 더욱 살려주는 데 충분했다.

“아네스 님, 출발하겠습니다.”

“그래, 확실하게 알아보도록.”

“예!”

여관 주인인 아네스에게 접근하여 어디론가 출발하겠다고 말하던 로브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행세를 보았을 때는 ‘암살자’ 혹은 ‘첩보 길드’에 있을법한 분위기였다.

“렌이라는 용 아가씨도 있으니, 자네에게도 알려주지.”

“어떤 것이 말씀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드래곤 슬레이어’에 대한 것이네.”

“변방에 ‘드래곤 슬레이어’가 나타났다는 소리입니까.”

“그건… 아니지만. 흠, 가짜라고 부르기에 적합하군.”

“가짜?”

이야기를 들어보니, ‘드래곤 슬레이어’를 흉내 내고 다니는 타 대륙의 어느 ‘모험가 집단’이 델타로 입주하여 델타 사람들에게 사기를 친다는 것이 야기되었다고 한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모험가로서 상당한 베테랑으로 취급받는 특수 카테고리로, S랭크 이상의 모험가가 각 제국의 자격증을 얻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호칭 중 하나이다.

그런 드래곤 슬레이어를 운운하는 타 대륙의 모험가들이 ‘던전 할머니 여관 : 의뢰 게시판’에 등록되어 있는 어려움 등급의 의뢰를 가져간 후에 제대로 해결하지도 않은 채로 보상만 받고 행적을 숨긴 전과가 두루 발생했다.

전자의 이유로 델타 내부에는 수많은 여관과 길드 의뢰소가 있으니 이 점을 유의하기 바란다며, 델타의 늑대들 측으로부터 전보를 퍼뜨리고 있었다.

“S랭크 이상의 모험가 호칭을 남발하다니요.”

“그러게 말일세, 사기의 방법이 두루 다양해지고 있어.”

여관 긴급의뢰 게시판에도 곧이어 ‘잡배 처리’라는 이름으로 여관 측에서 게시물을 붙였더니, 상당한 실력자로 보이는 모험가들이 그것을 보며 ‘이런 불한당 같으니.’라고 죄 없는 종이에 으름장을 놓는다.

‘상당히 정의로운 손님들이네.’

이후로는 여관에서 빠질 수 없는 ‘포도주’를 맛보기도 했고, 아니나 다를까 던전의 향기라는 조미료가 들어가서 그런지 똑같이 어둡고 깊은 맛이 느껴지더라.

한창 가게가 시끄러운 소리로 무르익어 갈 때쯤,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큰 굉음에 눈을 돌렸다. 상당한 거구의 인물들이 팔씨름하고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 저건 우리 가게의 이벤트인 ‘강한 팔’이라네.”

“팔씨름 같은 겁니까.”

“그렇지. 이곳 손님들 대부분이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이니까.”

“재미난 이벤트인 것 같습니다. 배워가네요.”

“이미 귀여운 빨간 머리 아가씨도 저기에 있구먼그래, 하하.”

가게에 배치되어 있는 나무로 제작한 일반 탁자들과는 다르게 유난히 굵직하고 두꺼운 강철판으로 만들어진 탁자에서 ‘오우거’ 못지않을 거대한 팔 두 개가 호각을 겨루고 있었다.

‘녀석들이 나무 탁자를 너무 많이 부숴 먹어서 말이야, 하나 만들었지.’라고 아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한 팔’이라는 이벤트의 팔씨름 순위가 기재된 벽보가 동굴에 붙어있었다. 마치 힘에 대한 명예를 상징하듯 이것은 이 가게의 손님들에게 있어 아주 큰 볼거리인 듯했다.

팔씨름을 구경하는 손님들의 얼굴이 학교 앞 문구점에 있는 오락실에서 게임 잘하는 형들을 동경에 대상으로 바라보는 초등학생을 보는 것 같았다. 헛웃음이 나오고 만다.

이 이벤트를 통해 손님들이 얻어가는 것은 ‘일반전’에서의 3승 연속 승리 시, 하루 동안 ‘마실 것’을 무료로 여관에서 제공한다 했다. 손님 입장에서 아주 거한 보상이었다.

다음으로는 여관 보상 이외에 ‘승부를 겨루기 위한 사람들끼리의 내기’인데,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배팅하는 아주 무식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기면 너의 그 목걸이를 내게 줘.’라고 이야기했을 때, 전자의 말을 던졌던 모험가가 정말 승부에서 승리했다면 패배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목걸이를 내놓는 식이다.

아무렴, 그런 것보다 일단 승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이들이기 때문에 ‘대충 아무거나 줘.’라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손을 부여잡는 것이 아닐까. 굉장히 쿨한 성격의 모험가가 많아 보인다.

[ 여관의 강한 팔 : 랭킹 ]

― 1위 안드로 허스 / 총 배팅금 20골드

― 2위 노튼 프리실라 / 총 배팅금 22골드

― 3위 다이스 노먼 / 총 배팅금 19골드

[ 오늘의 강한 팔 : 메인 경기 ]

1. 안드로 허스 (1위) VS 노튼 프리실라 (2위)

2. 노튼 프리실라 (2위) VS 드래곤 오브 레드아르토… 뭐시기 (도전자)

“우와 당황스럽네, 쟤가 왜 메인 경기에 들어있죠.”

“표정이 탐탁지 않는다는 느낌이군.”

“인간들 사이에서 튀는 행동을 참 잘해서요.”

“하하, 그래도 심성이 착한 용인 것 같으니, 내버려 두게나.”

3위 다이스 노먼을 언제 이기고, 저 우락부락한 승모근 때문에 목이 보이지 않는 거구의 바바리안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사람들은 녀석이 드래곤인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첫 번째 메인 경기, 안드로 허스 (1위) VS 노튼 프리실라 (2위)

이미 차가운 철판 위에는 두 개의 팔이 올라가 있었다.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유유히 자신의 오른팔을 돌리며 풀고 있던 프리실라가 우리에게 윙크했다.

‘지켜보라고.’라는 느낌이다.

안드로 허스라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사내의 오른팔도 상당히 강력해 보였지만, 프리실라의 팔뚝도 만만치 않았다. 어깨로부터 떨어지는 이두와 삼두 그리고 전완근까지, 상대방보다 사이즈는 작은 편이지만 강도로 따졌을 때는 비견한다.

“요즘 바빠서 상대해주질 못했군, 허스.”

“제대로 붙어보는 건 오늘이 처음인가!”

“자, 얼른 내 손을 잡아라!”

“그래 좋다!”

손이 부딪치는 소리가 동굴 안을 강하게 울렸고, 승리욕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며 각자의 팔에 적당한 힘을 가하는 등의 견제행위를 하였다.

“아무리 프리실라라도 허스를 이기는 건 무리지 않을까?”

“크하하, 그래도 프리실라가 진다는 건 상상이 가질 않는군.”

지켜보는 이들의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심판으로 보이는 직원이 나타나 두 명의 경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관중의 열기 때문에 여기까지 뜨거울 정도였다.

“준비… 시작!”

“흐읍!”

“흐엇!”

‘우지끈’하는 근육이 강렬하게 비틀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고막에 때려 박히는데, 이를 보는 사람 중 대부분이 ‘으…’라는 표정을 짓는다. 피부를 뚫고 나올 것만 같은 거대한 핏줄이 서로가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라니 실망이군, 허스!”

“아, 아니!”

철판에 거대한 손이 때려 박히는 소리가 퍼지자마자, 관중은 프리실라를 향해 환호하기 시작했고 허스를 응원하던 이들도 ‘역시, 프리실라가 최강이지!’라는 까마귀 같은 반복을 한다.

“그럼, 20골드를 받도록 해볼까.”

“여기 있네, 다음에는 내가 승리를 가져가겠어.”

“하하, 언제든지 도전하라고 허스.”

“으하하, 내가 불쌍해서 봐주지 말게.”

첫 번째 경기가 종료되고, 유유히 다음 상대가 누군지 확인하던 프리실라는, 눈앞에서 방긋 웃고 있는 렌을 보며 함께 웃어준다.

“하하, 인간인 상태의 렌이 나를 힘으로 이길 수 있을까.”

“프리실라, 그건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겁니다!”

프리실라가 오른손을 사용했던 나머지 2번째 경기는 왼손으로 진행되었다. 그림자가 아득하게 자리하고 있는 프리실라의 얼굴 때문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나는 왼손잡이라네, 렌!”

“저는 오른손잡이입니다.”

“전력을 다해도 되겠는가?”

“그럼요!”

경기를 시작하기 전, 서로에게 승리의 대가를 정하는 시간이 찾아왔고, 여전히 천연덕스럽게 웃음을 짓고 있던 렌에게 프리실라는 엄청난 조건을 걸었다. 과연 내가 듣고도 프리실라에게 응원하고 싶을 정도로!

“아서가 자네의 목걸이를 뒤집어 놓는 것 때문에 골치 아파하더군.”

“마, 마스터 사실인가요?”

“응. 상당히 거북한걸.”

“렌. 내가 이기면 목걸이를 뒤집어 놓지 못할 거다.”

“그럼 저는 20골드만 주세요.”

“오호, 그걸로 충분한 건가?”

“어차피 승리는 제 것이기에!”

거대한 철판 위에 두 여성의 팔이 교차했다. 일반 남성들보다 현저히 뛰어나 보이는 프리실라의 팔 근육보다 한없이 가녀린 소녀의 팔을 하는 렌이 불안했다. 사실, 제발 프리실라가 이겼으면 좋겠다.

렌이 여관의 ‘강한 팔’ 3위를 어떻게 이겼는지 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건 게임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라며 콧방귀를 꼈다.

심판의 ‘시작!’이라는 소리와 함께 강철탁자는 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벌써 끝났을 것으로 생각했던 경기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되는 것을 느낀 사람들은 흔들리던 탁자에서 두 여성의 팔로 시선을 옮겼다.

렌의 팔이 강한 팔 이벤트 (전) 랭킹 1위 안드로 허스의 팔뚝만큼 굵어져 있다는 것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크읍!”

“호호, 얼른 넘겨보세요, 프리실라 님.”

“흐으으읏!”

강철탁자가 괴로워하는 소리만 들릴 뿐, 프리실라의 팔은 이미 강하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렌의 팔은 아무런 미동조차 없었다.

렌은 드래곤이라는 신체적 조건을 인간화를 한 상태에서 덧씌운 것, 즉 이 팔씨름은 KG(킬로그램) VS T(톤)의 싸움이 되고 만 것이다. 체급적으로도 프리실라가 한참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슬슬, 넘겨볼까요.”

“으으으으으악!”

“얍.”

프리실라의 손등이 너무나도 가볍게 탁자에 닿자, 단골손님들은 짜고 치는 게임이 아니냐며 당황스러워했지만 프리실라가 ‘나는, 절대 승부를 가짜로 하지 않아….’라고 헛웃음을 보였다. 이윽고 사람들은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뭔가 저 붉은 머리의 여인은 수상쩍다. 자존심이 박살나버린 프리실라의 표정은 진심이다.

“호호, 마스터 프리실라 님은 제게 패배해버렸어요.”

“그래서, 목걸이를 뒤집어 놓고 다니겠다는 말씀이군.”

“정 그게 싫으시다면, 제게 도전하면 됩니다.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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