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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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사의 쉼터 : 여관 이용 ‘추가 사항’ 』
※ 제 ‘21회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자격의 여관.
◈ 고블린 ‘홉스’는 여관의 직원입니다.
※ 지혜롭고 반듯한 직원이니 차별을 금합니다.
※ ‘아서’가 부재인 경우 ‘홉스’에게 문의 바랍니다.
◈ 일주일간 케피탄 맥주가 무료기간 종료.
※ 덕분에 오크통 20개가 일주일 만에 바닥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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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가 매니저라는 직책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하여. 나는 녀석에게 여관의 전체적인 사항이나 특징들을 인수인계했다.
먼저 주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전방 건물을 포함한 숙박 시설인 후방 건물의 고급화 된 사양을 보며 어마어마하다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럼 얼마나 어렵게 지었는데.
보통 이 정도의 사양이면 제국에 있는 가장 고급화된 여관들과 견주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오랫동안 근무했던 ‘마리의 여관’도 좋은 사양이라고 생각했다가 ‘용사의 쉼터’를 보며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말을 했다.
일단 무엇보다도 여관이라는 개념에 있어서 트렌드한 설정이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은 내가 자처하여 설정한 것은 아니지만, 드래곤인 렌이나 망자인 신사 해골들이 식구로 들어오는 바람에 창출된 설정이었다.
더군다나 예의 바르고 똑똑한 고블린인 홉스까지 매니저직책을 맡겠다고 들어서는 바람에 더욱 여관 컨셉이 자연스럽게 갖춰졌고 오죽하면 더 이상 인간을 채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결론까지 나아갔다.
“렌, 목걸이 뒤집어 놓지 말라니까.”
“네? 저는 일부러 이렇게 하고 다녔는데요.”
“지금까지?”
“네!”
“난 네가 그렇게 할 때마다,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지구가 뭐죠?”
“아니야….”
렌의 유니폼을 제작하러 갔었던 그 날. 원하던 전개는 아니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구입해 버린 자신의 목걸이. 그러니까 ‘주인님은 아서’라는 변태적인 각인되어 있는 짜증나는 그 목걸이. 렌이 그것을 향해 초롱초롱한 눈으로 집중하고 있다.
뒷면만 아니면 되는데, 그곳엔 녀석의 이름과 내 이름이 음각되어 있기 때문에 그저 정면으로만 놔두면 되는 것이다. 그럼 아무 문제 없이 일반적인 목걸이로 그 정체를 숨길 수 있었다.
그랬는데, 지금까지 일부러 뒷면으로 하고 다녔다고?
‘아서, 특이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군.’ ‘저는 아서 님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어 놀랬답니다.’라는 식으로 손님들이 진실을 전혀 알고 있지 못한 나를 보며 의미 불명 멘트를 던지곤 하던데.
하필 거기에다 대고 ‘하하, 네, 나름 특이한 취향이네요.’라고 대답했다.
델타산맥의 꼭대기에서 가져온 잡초를 기억하는가? 그것을 화분에 담아 마력조율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말하는 건 줄 알았다.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
“렌, 일어나 오늘 홉스랑 타 여관에 가보기로 한 날이야.”
“10분만 더 잘래요. 마스터….”
“네 고향에다가 버리고 오기 전에, 얼른 일어나.”
“넵.”
* * *
[ 서대륙 델타 중심구 / 던전 할머니 여관 ]
홉스와 나, 그리고 빨간 용은 ‘던전 할머니 여관’이라고 불리는 델타에서 유명한 가게에 도착했다.
실제로 ‘던전’이라는 말과 어울리게 동굴처럼 입장하는 가게의 입구는 예사롭지 않았다. 더욱이나 내부의 분위기는 렌이 ‘제가 이전에 지내던 집과 비슷한데요?’라고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던전’이라는 설정의 고증을 상당히 잘 담아낸 듯했다.
더욱 놀란 부분이 있다면 지하형태라는 구조에서 얻을 수 없는 상쾌함이었다.
타 여관들과는 다르게 환경이나 내부 공기 같은 부분에서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건만, 우리 가게 마당에서만 느껴볼 수 있었던 엄청난 상쾌함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럼, 사장님과 렌 님은 돌아다니시면서 놀면 됩니다.”
“홉스는.”
“당연히 저도 자세히 돌아보며 조사해야지요!”
홉스는 상의 재킷에 있는 안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착용했다. 그러지 않아도 지적인 느낌의 고블린이 안경까지 착용하니 상당히 지혜로워 보였다.
“그래 그럼, 네게 누가 시비를 건다면 불러줘.”
“하하, 저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홉스는 이내 수첩과 펜을 꺼내 들어 거대한 동굴 내부를 서성이다가 사라진다. 녀석의 당당한 발걸음이 ‘어디 내가 고블린이라고 누가 한번 시비 걸어보든가, 콱씨.’라는 느낌을 주는 듯했다.
렌과 나는 넓은 동굴 속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기 전에 가볍게 내부를 둘러보는 것을 선택했고 팔짱을 끼려고 하기에…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이거 놔.’라는 말을 녀석에게 뱉는다.
“마스터, 너무 그러면 여자가 실망해요.”
“레드드래곤이랑 팔짱을 끼는 취향은 없으니까….”
“아하하, 취향이 확실하시네요. 마스터.”
동굴 벽면에는 여러 가지 사진들이 있었는데, 그중 메인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용병단’처럼 보이는 사진이었다.
정말 놀라웠던 부분은 사진 속 10명 정도의 인원 중에는 ‘어린 프리실라’가 보였다는 것이다. 어리다기보다는 20대 초반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손님들도 예사가 아니었다. 우리 가게도 ‘모험가’라는 직업의 손님들이 대거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의 손님들은 뭔가 우리 가게의 모험가랑은 다른 느낌이었다.
음, ‘용사의 쉼터’에서 볼 수 있는 모험가 손님들은 ‘쪼렙 마을에서 꼭 있을 법한, 장비는 완전 구려 보이는데 온갖 훈수란 훈수는 다 두는 NPC 같은 느낌’이라면.
‘던전 할머니’에서 볼 수 있는 모험가 손님들은 ‘라스트 보스를 쓰러뜨리기 전에 나올 법한 엄청난 분위기를 뿜어내는 고렙 NPC’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 손님들 미안해요. 뼈 때리는 펙트인데 어쩌겠어.
렌이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거대한 나무판자가 벽에 붙어있는 것을 보며, 내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위에 100장은 족히 넘을 의뢰들이 붙어있었다.
“오, 마스터 이건 뭐죠?”
“그건 의뢰 게시판이군.”
“의뢰 게시판?”
“용병단이나 길드가 중매할 수 있는 의뢰시스템이야.”
‘의뢰 게시판’이라는 자체가 여관에서는 보기 힘든 것인데, 이곳에 떡하니 자리를 하고 있으니 나도 약간은 의구심이 들었다.
‘이곳이 여관인가, 길드인가.’ 방금 전에도 딱딱한 벽에 붙어있는 사진 속의 어린 프리실라가 떠올라 더욱 의구심이 들고 만다.
‘의뢰’라는 것을 중매하기 위해서 특정한 직위를 갖추거나 자격을 갖추지 않는다면 게시판으로 수익으로 창출할 수 없다.
즉 간단히 얘기해서 ‘길드 마스터’나 ‘용병단장’의 권한이 아니면 의뢰를 중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혹은 의뢰 게시판으로 중매가 가능하다고 하여도 C랭크 미만의 의뢰였다. 사실 의뢰라는 것에 속하기도 뭣하다. 보통 여관에는 C랭크 미만의 ‘간편 의뢰’라는 시스템을 도입해두기는 한다.
그런데 B랭크의 의뢰는 물론이고, A랭크의 의뢰까지 여럿 붙어있는 것을 보아 이 여관의 주인이 평범한 인물은 아니라는 점. 유추할 수 있었다.
‘최소 의뢰 게시판으로 중매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어, 마스터 저기 프리실라 씨가 있어요!”
“응, 나도 아까 전에 사진에서 봤어.”
“오, 아서, 렌 이곳에서 보다니 별일이군!”
“엑, 프리실라?”
“하하, 이곳은 내가 용사의 쉼터가 휴무일 때 오는 곳이지.”
프리실라를 발견한 이 가게의 손님들이 반가운 인사를 시작했고, 우리는 프리실라를 뒤따라 주문을 위해 동굴 깊은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이동 도중 이곳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럼, 단장님이 과거에 속해 있었다는 용병단의 여관이.”
“그렇다네, 바로 이곳 ‘델타의 늑대’들이 창업한 곳이지.”
프리실라 단장은 과거 20대 초반의 나이로 변방 마을에서 벗어나 델타에서 가장 유명한 용병단 ‘델타의 늑대들’이라고 불리는 곳에 입단했다고 하였다.
몇 년이 지난 후에 그곳에서 나와 자신이 새로운 길드를 창설한 이유도 ‘델타의 늑대들’이라고 불리는 용병단이 해체했기 때문이었는데.
‘델타의 늑대들’이 해체되고, 용병단장의 은퇴 이후, 여관을 창업하여 지금까지 경영해왔다는 것, 의뢰 게시판으로 의뢰를 중매할 수 있었던 까닭 또한 이 여관의 주인이 용병단장으로서의 권한이 유효하기 때문이었다.
“어쩐지 의뢰 게시판이 있기에, 의구심이 들었는데.”
“암, 우리 할매는 예사가 아니지.”
지금까지 지나온 동굴의 크기도 테이블이 여럿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 있어서 전혀 작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메인 홀로 들어오니 엄청난 크기의 동굴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중앙 동그란 모양의 메인테이블에는 여러 바텐더들이 위치해 있었는데 지금까지 다녀본 여관 중에 가장 큰 규모의 여관처럼 느껴졌다.
“상당하네요.”
“이곳은 과거의 ‘델타의 늑대들의 본거지’였으니까.”
“그렇군요.”
“마, 마스터 이 공간에 있는 손님들만 해도 엄청 많아요.”
“그러게, 엄청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아.”
“그래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관은 용사의 쉼터다!”
“단장님이 그렇게 말해주다니.”
“저도요 마스터, 용사의 쉼터가 제일 좋아요.”
“그러니까 또 박살 내면 가만 안 둘 거다.”
“아하하, 걱정 마세요, 마스터도 참!”
공간 중앙을 동그랗게 둘러서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테이블. 팔을 걸친 채로 곰방대를 태우는 나이 많은 노파가 보였다.
“할매!”
“오, 애송이.”
“할매, 못 본 사이에 주름이 더 많아졌어.”
“이년아 나 아직 현역이다.”
“크하하! 여기는 아서, 렌이라고….”
“이런, 자네들은 서대륙 최고의 요리사 경연에서….”
“할매 마법신문도 챙겨보나 보군, 하하!”
“안녕하십니까. 아서라고 합니다.”
“반갑소, 그 옆에 빨간 머리 아가씨는 드래곤이고.”
“아하하… 인간처럼 사는 용입니다요.”
어지간히 무거워 보이는 풀플레이트 갑옷을 주름진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입고 있는 여관의 주인, 애당초 프리실라에게 ‘애송이’라고 칭하는 것부터 어마어마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프리실라가 ‘할매’라고 부르는 가게 주인의 명찰을 자세히 보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용병의 전설이라 불리는 ‘노튼 아네스’
이러한 노튼 아네스가 운영하는 여관 직원들의 설정은 ‘용병’이라는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듯했고, 각종 무기들을 등이나 허리에 차고서 서빙을 하는 모습이 상당히 신선했다.
“아가, 아크론 산하로 들어가는 것은 관두거라.”
“할매, 그 얘기 좀 그만합시다. 우리!”
“우매한 것, 그래 호되게 당해보고 돌아오거라!”
“오자마자 그 소리라니, 저쪽으로 가야겠군.”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있으니 저렇게 얼굴을 보자 말자 싸울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볼에 바람을 잔뜩 집어넣고는 친한 용병들에게로 케피탄 맥주를 쥐고 움직이는 프리실라였다.
“아이고, 저 미련한, 결혼은 언제 하련지.”
“그래도 미인인 편이니, 누군간 데려가겠지요.”
“녀석이 자네 가게로 가서 고민을 많이 털어놓는다네.”
“네, 그런 것 같더군요.”
“조언을 해주길 바라네, 자네는 나보다 더 숱한 전장을 지나온 것 같군.”
“하하… 그렇다고 한들 단장님이 제 말을 듣는 건 아니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