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급 비명헌터-47화 (47/366)
  • 47화

    [편집 괴수 ‘비디오 타워’가 ‘강세빈’을 타기팅합니다.]

    [편집 괴수 ‘미친 화가의 캔버스’가 ‘최민’을 타기팅합니다.]

    [편집 괴수 ‘녹슨 아이언 메이든’이 ‘김민숙’을 타기팅합니다.]

    [편집 괴수 ‘행운의 인형 뽑기’가 ‘하미준’을 타기팅합니다.]

    [편집 괴수 ‘황홀한 죽음의 종’이 ‘한진우’를 타기팅합니다.]

    공략법만 알면 처치가 쉬운 게 첫 번째 페이즈의 몬스터들, 그보다 체력이 높으며 공략법도 어려운 게 두 번째 페이즈의 몬스터, 그리고 공략은 단순하지만 공격력과 전투 지능이 제일 높은 게 세 번째 페이즈의 몬스터들이다.

    ‘지금 나오는 녀석들은 공략법 파악이 우선이야.’

    쉬이익.

    하늘을 떠다니면서 ‘약손’을 뿌리던 한진우 헌터가 ‘행운의 토끼발’과 함께 내 쪽으로 빠르게 날아왔다.

    타기팅이 안 된 나를 찾아온 거겠지.

    “걱정 마세요! 같이 잡으면 금방 끝날 거예요!”

    “감사합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웃어 보이자 긴장으로 굳어있던 한진우 헌터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그가 나보다 더 베테랑이긴 하지만 공격계 스킬 유무의 차이는 좀 있을 테니까.

    콰앙!

    커다란 종을 들고 있는 아기 천사상이 한진우 헌터 앞에 떨어졌다. 평범한 석고상이었지만 그가 들고 있는 종은 연필로 꾹꾹 눌러 그린 것처럼 생겼다. 선이 삐뚤빼뚤했지만 종 위에 새겨진 날개 장식은 제법 섬세했다.

    ‘이 녀석은 상대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직접 싸운 적이 있던 ‘요정왕 티타니아의 구두’나 ‘꿈을 먹는 이무기’와는 다르게, 이 녀석은 이름만 겨우 기억하는 놈이다. 자아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 한진우 헌터를 향해 소리쳤다.

    “일단 공격 패턴을 좀 보죠!”

    “네!”

    한진우 헌터가 고개를 끄덕인 후 행운의 토끼발을 타고 날아갔다.

    파바바박.

    천사상이 주먹을 꽉 쥐더니 그대로 종을 내리쳤다. 뎅, 하는 소리 대신 검은 화살이 한진우 헌터의 위로 쏟아졌고, 난 그쪽을 향해 실드를 넓게 뽑아냈다.

    투웅.

    실드가 화살을 전부 튕겨내는 것과 동시에 한진우 헌터가 천사상을 모래 안에 가뒀다.

    쾅!

    하지만 녀석은 곧바로 모래성을 뚫고 나왔다. 한진우 헌터가 자신의 무기에서 뛰어내리자 행운의 토끼발이 기다렸다는 듯 천사상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으…….”

    “왜 그래요?”

    “하는 말이… 너무 더러워요.”

    ‘아, 저런…….’

    한진우 헌터는 정말로 역겹다는 듯 인상을 한껏 찌푸린 채 자세를 낮춰 땅에 손을 댔다.

    철퍽.

    천사상의 발이 진흙에 묻혔다. 녀석은 움직임이 봉쇄된 와중에도 계속해서 종을 내리쳤고, 검은 화살비가 쉴 새 없이 내렸다.

    ‘공격 패턴 자체는 단순한 편인가?’

    지금까지 황홀한 죽음의 종의 공격은 화살 비를 내리게 하는 게 전부였다. 딱히 공략법이랄 것도 없어 보이는데…….

    “신지의 헌터!”

    “읏!”

    파바밧!!

    딴생각을 하느라 하마터면 화살비에 그대로 몸이 뚫릴 뻔했다. ‘발 없는 말’로 바로 피하며 녀석을 향해 작은 탄환을 발사했다.

    펑!

    탄환이 녀석의 양팔을 날려버리자마자 들고 있던 종이 한진우 헌터의 ‘진흙’ 속으로 박혔다. 순식간에 공격 수단을 잃은 녀석은 종과 자신의 빈 어깨를 번갈아 보더니 얼굴을 무섭게 일그러뜨렸다.

    데에에에에엥―

    “윽!”

    손으로 칠 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종이 녀석의 머리로 내리치자 큰 소리를 냈다.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커다란 소리에 몸이 휘청거렸고, 중심을 잡는 것조차 힘들었다.

    ‘소리를 밀어내야 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자아를 입가로 가져왔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아아악!!”

    우웅, 우웅.

    비명을 지르자 공기 전체가 강하게 진동했다. 종소리는 내 목소리에 묻혀버렸고 녀석의 형체도 노이즈가 낀 것처럼 흔들렸다.

    “한진우 헌터! 쟤 체력 얼마나 남았어요?!”

    “으, 으으…….”

    행운의 토끼발 위에 엎어져 있던 한진우 헌터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2천 정도 남았어요! 그냥 끝내 버려도 되지 않을까요?”

    한진우 헌터의 말대로 협공이 제대로 들어가면 그대로 해치울 수도 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그게 끝이 아닐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공격 패턴이 찝찝할 정도로 단순해.’

    이건 두 번째 페이즈 몬스터들의 특징이 아니다. 체력이 쉽게 깎여 나가는 것도 이상하고.

    황홀한 죽음의 종은 예외인가? 그럴 리는 없는데.

    휘요오오―!!

    그때 두심이의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내 귀에 들어왔다.

    <사명>

    [카르마를 밟는 자]

    [기억을 되찾으며 지난 시간선의 업을 청산하라.]

    [청산할 수 있는 업이 감지되었습니다.]

    [해당 위치에 도착하였습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전신에 피가 돈다. 지난 시간선, 내가 저질렀던 과오가 피부에 천천히 스몄다.

    “하, 한진우 헌터!”

    “네?”

    “저 녀석 김민숙 헌터 쪽으로 유인해야 돼요!”

    “네에?!”

    데에에엥―

    “읏! 으아아아!”

    황홀한 죽음의 종이 머리로 종을 내려치자마자 다시 소리를 질러 공격을 막았다.

    “무슨 소리예요? 쟤를 김민숙 헌터한테 왜 보내요?!”

    “녹슨 아이언 메이든 때문에요!”

    녹슨 아이언 메이든은 그 안에 살아 있는 개체를 넣기 전까진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몬스터였다. 지난번엔 미처 그걸 몰랐기 때문에 모든 몬스터를 전부 다 해치워버렸고…….

    ‘결국 누군가를 희생시켰지.’

    그게 누구였는지 지금은 중요치 않다. 지금 중요한 건 그 실수를 바로잡을 순간이 왔다는 것뿐.

    “녹슨 아이언 메이든 안에 저 몬스터를 넣어야 해요! 그래야 두 몬스터 모두 잡을 수 있어요!”

    “소, 솔직히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신지의 헌터 말대로 해볼게요!”

    워낙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따르는 사람이라 그런가, 한진우 헌터는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다.

    휘이이잉―

    한진우 헌터가 행운의 토끼발을 타고 김민숙 헌터가 있는 쪽으로 날아가자 황홀한 죽음의 종도 석고 날개를 펄럭이며 그의 뒤를 쫓았다.

    ‘아오, 새 이동 스킬 안 생기나?!’

    발 없는 말로 최대한 빨리 따라붙은 난 숨이 턱 끝까지 차고 나서야 녹슨 아이언 메이든과 김민숙 헌터가 있는 곳으로 올 수 있었다.

    “신, 지의 헌터?”

    “체력 전혀 안 깎였죠?”

    김민숙 헌터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의아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어떻게……?”

    김민숙 헌터에게 대답을 해줄 틈이 없다. 곧바로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녹슨 아이언 메이든과 황홀한 죽음의 종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이언 메이든이 녀석을 삼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떻게든 녀석을 황홀한 죽음의 종 쪽으로 끌어와야 한다.

    철컥.

    녹슨 아이언 메이든을 향해 자아를 겨눴다.

    내가 원하는 대로 탄환을 사출할 수 있다면 이런 것도 가능하겠지.

    탕!!

    강한 진동과 함께 새하얀 탄환이 자아에서 빠져나왔다.  끝이 창처럼 날카롭게 변한 탄환은 그대로 녹슨 아이언 메이든을 향해 날아갔다.

    콰그작!

    ‘됐다!’

    소리 탄환은 작살이 되어 녹슨 아이언 메이든의 몸체 한가운데를 정확히 뚫었다.

    끼기기긱.

    자아의 방아쇠를 쭉 당기자 자아와 연결된 작살이 녹슨 아이언 메이든을 조금씩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젠장. 마찰 때문에 힘이 좀 부족해!’

    “다들! 녹슨 아이언 메이든을 저 천사상 쪽으로 밀어주세요!”

    “알겠어요. 두심아!”

    내 요청에 다들 군말 없이 각자의 스킬들로 녀석의 등을 밀기 시작했다. 두심이의 날갯짓이 녹슨 아이언 메이든을 황홀한 죽음의 종 쪽으로 이끌었고, 한진우 헌터는 황홀한 죽음의 종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녀석의 다리를 진흙으로 꽁꽁 묶었다.

    “으아아아!!”

    드르륵.

    온 힘을 다해 자아를 뒤로 끌어당기자 녹슨 아이언 메이든과 황홀한 죽음의 종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끼이이익.

    결국 생명체를 감지한 녹슨 아이언 메이든이 열리기 시작했다. 천사상은 울상을 지으며 도망가려 했지만 한진우 헌터의 진흙이 녀석의 허리까지 잡아 두었다.

    찬스는 지금뿐이다. 나는 이까지 악문 채 방아쇠를 다시 당겼다.

    콰드드득.

    황홀한 죽음의 종이 녹슨 아이언 메이든의 범위 안에 들어왔다. 녹슨 아이언 메이든은 녀석을 그대로 집어삼켰고, 단단한 석고상은 너무나도 쉽게 강철 가시에 으깨졌다.

    [편집 괴수 ‘황홀한 죽음의 종’이 편집 괴수 ‘녹슨 아이언 메이든’에 의해 소멸되었습니다.]

    [편집 괴수 ‘오늘의 날씨는 맑음입니다’가 소환 대기 중입니다.]

    “됐, 됐어요!”

    한진우 헌터가 활짝 웃으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홀한 죽음의 종의 공격 후유증 때문에 여전히 살짝 휘청거리긴 했지만 그걸 제외하곤 멀쩡해 보였다.

    그때 그의 뒤쪽에서 천천히 입을 벌리는 녹슨 아이언 메이든이 눈에 들어왔다.

    “위험해요!”

    “네?”

    파바바박!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무적 상태가 해제된 녹슨 아이언 메이든이 사방으로 강철 가시를 뿜어댔다. 난 발 없는 말로 튀어가 한진우 헌터의 옷깃을 잡아당겼고, 자아로 공기를 진동시켜 실드를 만들었다.

    끼기기긱.

    “크윽……!”

    “신지의 헌터!”

    실드 덕분에 가시에 찔리는 건 피했지만 아까의 전투 탓에 엉망진창이 된 팔이 결국 망가졌다. 최소 뼈에 금, 아니면 부러진 것이다.

    <사명>

    [살신성인]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을 지켜라.]

    [*살신성인의 사명을 가진 자는 다른 사람 대신 공격을 받았을 때 사망하지 않는다. 단, 고통은 느껴진다.]

    [달성도 상승]

    [달성도 : 79%]

    ‘죽을 일은 없으니 다행인 건가.’

    왼팔에서 고통이 느껴졌지만 어이없음에 실소가 터졌다. 그러나 일단 눈앞의 상황에 집중했다.

    녹슨 아이언 메이든은 무적 상태만 해제하면 까다로운 상대가 아니었다. 공격력으로 찍어 누르면 어떻게든 된다.

    철컥.

    실드를 옆으로 던지는 동시에 자아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고 녀석을 향해 조준했다.

    탕, 탕!

    탄환 두 개가 녹슨 아이언 메이든의 머리와 몸통에 정확히 명중했다. 녀석의 몸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순간 두심이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까앙!!

    녹슨 아이언 메이든이 두심이의 공격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놈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 바닥에 엎어진 채 한참 덜그럭거렸지만 이내 한 줌의 재가 되어 부스러졌다.

    [편집 괴수 ‘녹슨 아이언 메이든’이 ‘김민숙’에 의해 소멸되었습니다.]

    [편집 괴수 ‘괴조의 호수’가 소환 대기 중입니다.]

    “하아, 하아…….”

    <사명>

    [카르마를 밟는 자]

    [업이 청산되었습니다.]

    [달성도 대폭 상승]

    [달성도 : 37%]

    숨을 몰아쉬며 사명을 바라보았다. 그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고 상황을 정리한 덕에 달성도가 미친 듯이 상승했다.

    <사명>

    [사상 최강의 무기를 다루는 자]

    [달성도 대폭 상승]

    [달성도 : 30%]

    [달성도 보상 : ‘자아’ 제2 형태 ‘작살총’ 해금]

    ‘이 사명은 아예 보상까지 줬네.’

    달성도가 100%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자아의 새로운 형태가 열렸다.

    아마 내가 아까 자아를 독특한 방법으로 써서 그렇겠지.

    “윽.”

    “아, 신지의 헌터! 치료해 드릴게요!”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야 망가진 팔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한진우 헌터가 급하게 달려와 약손을 내 팔 전체에 두르자 나뭇잎 수십 장이 점퍼 안으로 스며들었다.

    우드득.

    “악!”

    “아, 죄송해요! 뼈 다친 건 좀 과격하게 치유되거든요…….”

    “으으…….”

    어깨뼈가 맞춰지는 감각 때문에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지만 다행히 금세 고통은 멎어갔다.

    “신지의 헌터.”

    그때 김민숙 헌터가 내 쪽으로 조심스레 다가왔다. 고개를 들자 약간 당혹스러워하는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이 몬스터의 특징을 알고 있는 거예요?”

    ‘이런.’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계 몬스터는 게이트가 폭발할 때마다 다른 녀석들이 나오기 때문에 사전 정보가 아예 없다. 회귀했기 때문에 알고 있는 이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

    “아까 제가 해치운 몬스터가 알려 줬어요.”

    “몬스터가요?”

    “네. 요정왕 티타니아의 구두. 군주로서 모든 걸 다 알고 있어야 한다면서 이것저것 알려 주더라고요.”

    [발언력 상승]

    [각성자 ‘신지의’의 발언에 범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동요한다.]

    [발언 결과 : 수긍]

    “경계는 몇 번을 와도 이상한 일투성이네요.”

    김민숙 헌터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대충 넘어가긴 했네.’

    두두두두.

    그때 저 멀리서 짐승처럼 보이는 커다란 그림자들이 몰려왔다.

    “내부 팀이 놓친 놈들인가 보군.”

    게이트 폭발 때는 몬스터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아무리 내부 팀에 헌터들이 많다고 해도 놓치는 몬스터들이 생기기 마련일 것이다.

    여기까지 왔다는 건 거기도 엄청 고전하고 있다는 거겠지.

    달려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녀석들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으…….”

    생쥐였다. 이미 생쥐의 크기라고 하기엔 말도 안 되는 풍채였지만. 길고 꿈틀거리는 꼬리가 너무 징그러워서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어우, 징글징글한 녀석들. 내가 처리하러 갈게요. 수고해요!”

    김민숙 헌터가 내 어깨를 두드린 후 두심이와 함께 쥐들을 상대하러 갔다.

    ‘나도 슬슬 다른 사람 도와주러 갈까.’

    [편집 괴수 ‘미친 화가의 캔버스’가 ‘최민’에 의해 소멸되었습니다.]

    [편집 괴수 ‘날지 못하는 종이학’이 소환 대기 중입니다.]

    “아, 이제 강세빈 헌터랑 하미준 헌터 몬스터만 남았네요!”

    “제가 세빈이 쪽으로 갈게요.”

    “그럼 전 하미준 헌터 도와드리러 갈게요!”

    그 말과 함께 우리는 각자의 위치로 빠르게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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