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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곳 oraTio 에 온지도 벌써 몇 주일이 지나갑니다. 이제 완전히 익숙해짐은 물론이고, 오히려 이곳이 집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모두들 저에게 따스하고 상냥하게 대해주셔서 그렇겠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며 베시시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그런데, 랭크란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건가요?」
저는 옆자리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드시고 계시는 세라씨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습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oraTio의 궁금증을 풀어나가고 있어요. 세라씨는 저의 물음에 젓가락질을 멈추고 이쪽을 천천히 바라보더니, 말하셨습니다.
「아, 그건.. 랭크에 따라서 받는 임무가 달라지거든. 랭크가 높을 수록 더 위험한 임무에 나가게 되지만.. 굉장히 많은 돈을 받는다고 해.」
「세라씨는 몇랭크이신가요?」
「3랭크. 린나랑 똑같아.」
세라씨는 그렇게 말하고 나셔서 뭔가 기쁜듯이 헤헤 하고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웃으니까 이쁘세요. 세라씨는 젓가락을 들어 밥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더니, 중얼거리듯이 내뱉었습니다.
「요즘은 랭크가 강함을 나타내는 걸로 해석되어가지고.. 모두들 높은 랭크가 되려고 애를 쓰고 있어. 틀린 말은 아니니까, 말이야.」
「그렇군요..」
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했습니다. 강해지고 싶은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구입니다. 하지만 저는 별로 지금으로써는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안드네요.
「가장 높은것이 1랭크.. 가장 낮은것이 5랭크. 이렇게..」
세라씨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나타내 보이며 저에게 설명하셨습니다.
「1랭크의 사람들은.. 여러모로 대단해. 타무라도 1랭크지만..」
세라씨가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저는 되물었습니다.
「타무라..? 세라씨의 친구분이신가요?」
제가 추측하며 묻자 세라씨는 조용하게 고개만 끄덕이셨습니다.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많이 친하신가요?」
「이곳에 들어와서 쭉 같이 있었으니까...」
깊은 인연이네요. 친구란것은 좋은거에요. 서로를 보듬어주고 감싸주고, 때로는 바른 길로 이끌어주기도 하고. 아쉽게도 저는 동네에 제 또래의 아이들이 없어서 그러지를 못했지요. 연하의 아이들은 있었지만, 그 아이들은...
「뭔가 부러워지네요.」
저는 아무생각 없이 그저 웃으며 답했습니다. 그런데 세라씨는 그런 저를 보고 표정이 잠깐 흔들리시더니, 팔을 벌려서 저를 꼬옥 끌어안는 것이였습니다. 세라씨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제가 고개를 들어 세라씨를 바라보자, 세라씨는 뭔가 애틋한 표정으로 말하셨습니다.
「린나도, 모두와 친해질 수 있어.」
아.. 혹시, 걱정해 주신 걸까요?
저는 세라씨의 말에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에게 걱정을 끼쳐서는 나쁜 것이지만, 어째서인지 세라씨께서 저의 걱정을 해주시는 것이 지금은.. 조금 기쁘네요.
처음이에요. 이런 감정은..
저는 진심으로 기뻐서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어요.
「네, 세라씨같은 상냥하신 분들이 많으신 곳이니까요.」
분명 그럴거에요. 저는 그리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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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나서 세라씨는 세라씨의 '임무'를 하기 위해 외출하셨습니다. 그러고보니 세라씨의 능력은 아직 못들어봤네요.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세라씨의 능력에 대해 나름 골똘히 생각하며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와 그만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앗!」
저는 위태로운 소리를 내며 그만 바닥에 엉덩방아를 찢고 말았습니다. 아야야.. 꽤나 충격이 크네요.
「죄송합니다..」
저는 일단 저와 부딪힌 누군가에게 사과부터 했습니다. 앞을 안보고 걸어간 저의 잘못이니까요. 그러자 저의 앞에서, 끙 하고 앓는 소리가 들리며 제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아니, 뭐.. 괜찮아.」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듯한 남성의 목소리가 귓가를 자극했습니다. 고개를 들어 남성분의 얼굴을 보려는 순간, 제 몸이 붕 하고 떠지는 것을 느꼈어요. 어.. 어라? 어째서 땅에 발이 안닿아 있는 것이지요?! 어라라?!
그렇게 한참을 바둥대고 난 후, 저는 제 몸을 누군가가 두 손으로 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 조금 아프지만 말할 수 없어요!
「..가볍네, 역시 꼬맹인가.」
「저..저기..」
제가 애원하는 목소리로 재촉하듯이 말하자 남성분은 친절하시게도 저를 다시 바닥에 내려주셨습니다. 역시, 발에 지면이 안닿아 있으면 조금 불안해요.. 이제 마음놓고 저를 들어올리신 분을 바라봅시다! 저는 힘차게 고개를 들어 앞에 계신 분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너, 신입이지?」
「네, 유린나라고 해요.」
밤색의 머리칼이 손질 안된듯이 삐죽삐죽 서있습니다. 장난끼가 있어보이는 얼굴이세요. 남성분께서는 눈웃음을 살짝 지으신 뒤 자신이 넘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셨습니다.
「여, 잘 부탁해. 내 이름은 니시무라 타무라.」
세라씨와 똑같은 일본인 이신가 보네요. 응? 그러고보니 세라씨가..
「세라씨가 말씀하셨던...」
분명 타무라라는 친구분이 있다고 말씀하셨죠! 혹시 그 친구분이 이 분? 아무래도 제가 생각한 것은 맞아 떨어진 듯 합니다.
「뭐..? 아, 앗! 혹시 세라 녀석이 나에 대해 무언가 말했어?」
세라씨를 '녀석'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긴 했지만, 그것은 나름대로 친근감의 표시 이겠지요. 분명 이 분이 세라씨와 친한 분입니다. 저는 궁금증 하나를 알아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계속 같이 있었으니까 친하다고..」
저는 진실을 말했으나, 타무라씨의 붉은 빛이 도는 주황색 눈동자가 마치 아쉽다는 듯이 살짝 쳐졌습니다. 타무라씨, 뭔가 듣고 싶은 말이라도 있었던 것일까요? 저는 고개를 갸웃 했습니다.
「그..그렇구나. 어쨌든,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구. 힘든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 나 이래뵈도 얘기를 들어주는 것은 꽤 잘하니까.」
타무라씨가 자신을 가리키며 시원스럽게 웃어보이셨습니다. 저는 기뻐서 타무라씨가 내민 손을, 두 손으로 잡고 악수하며 말했습니다.
「가.. 감사해요.. 타무라씨도 정말로 상냥하시네요.」
「뭣.. 벼, 별로 상냥하진 않거든!!」
제가 웃으면서 얘기하자, 타무라씨의 얼굴에 눈에 띄게 홍조가 띄워지면서 큰소리로 소리치셨습니다. 아, 혹시 기분이 나쁘신 걸까요..! 저는 놀라면서 슬픈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기, 기분 나쁘신 건가요..」
저는 살짝 침울해져서,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타무라씨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타무라씨는 시간이 지나도 대답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이 이상해서 살짝 고개를 들어서 곁눈질로 타무라씨의 상태를 살피는데.
「아, 아, 아니!! 별로 기분이 나쁜게 아니라!!」
「그럼 아까 하신 말씀은..」
「몰라!! 어쨌든, 뭔 일 있으면 불러! 그것뿐이니까!!」
타무라씨는 조금 소란스럽게 어색한 목소리로 크게 외치시고는, 도망가듯 빠른 걸음으로 이 자리를 벗어나 버리셨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가만히 있다가 일단은 저도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기분이 안 나쁘시다니 그것으로 다행이에요.
그렇게 빨간 카펫이 깔아져있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복도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문득 생각났습니다.
「그러고보니, 레인씨께서 훈련장으로 오라고 하시던데..」
저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입으로 한번 말해봤습니다. 한번 말하니까 정확해 졌네요. 분명, 지도를 주시면서.. 저는 제 주머니 안을 살짝 뒤적뒤적 뒤져보았습니다.
「여기있다.」
몸 안을 샅샅이 수색하던 도중에 작고 하얀 접혀있는 종이를 발견해서 얼른 꺼내 펼쳤어요. 그러자 나름 자세하게 이곳 지리가 설명되어있는, 깔끔한 지도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길치라는 것을 레인씨도 인식하신 모양이네요. 조금 슬퍼집니다.
어쨌든 이걸로 지도라는 든든한 길동무가 생긴 셈이지요! 레인씨가 말한 곳으로 가보기 위해 저는 지도를 들고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린나~」
「아, 브라이엇씨!」
이곳은 여러곳과 복도가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이렇게 자주 다른 분과 마주치게 되어요. 브라이엇씨는 저를 발견하시고 뛰어오셨습니다.
「오랜만이에요, 평안하신가요?」
「그럭저럭.」
그럭저럭이라니, 좋지는 않단 말씀이신가요?!
「그러고보니 브라이엇씨, 잠시 묻고 싶은게 있는데요.」
저는 전에 브라이엇씨의 방문 앞에서 마리씨가 얘기하신 것을 떠올리며 물었습니다.
「히키코모리가 뭔가요?」
저의 물음과 함께 브라이엇씨가 풉하고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상체를 앞으로 굽히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 어라? 제가 뭔가 잘못 물은 걸까요?
그런 제가 우왕좌왕 하고 있을 때 브라이엇씨가 콜록콜록 거리시면서 기침을 하시더니, 곧 의미심장한 목소리 톤으로 되물어오셨습니다.
「..어디서 들었어?」
「마리씨가, 브라이엇씨가 히키코모리라고 하셔서...」
저는 살짝 몸을 움찔 하며 사실대로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브라이엇씨는 땅이 꺼질듯한 큰 한숨을 내쉬더니, 제 어깨를 잡고 얘기하셨습니다.
「..그건 말이지, 방에 혼자 틀어박혀서 밖에 오랫동안 안나가는 사람을 말하는거야. 하지만 난 다르다고?! 봐봐 이렇게 자주 산책도 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히키코모리 말고 방구석 폐인으로 불러줬음 해!!」
「..네, 네!」
잘은 모르겠지만 브라이엇씨의 혼이 담긴 애절한 외침에 저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네 라고 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방에 오랫동안 있는것도 몸에 안좋답니다..?」
「응응, 걱정 고마워. 그래서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거고.」
브라이엇씨는 옷에 달려있는 후드 모자를 뒤집어쓰면서 귀엽게 말하셨습니다. 어머, 모자에 토끼 귀가 달려있네요? 브라이엇씨랑 어울려요. 저는 웃었습니다.
「그런데 어디 가는 중이야?」
「레인씨께서 오라고 하셔서, 훈련장이라는 곳으로..」
「어라? 훈련장은 반대 방향인데?」
지도가 소용이 없었어요!!! 저는 지도의 성의를 무시해버렸어요!! 지.. 지도님 죄송합니다!!!
저는 절망했습니다. 갑자기 제가 축 하고 쳐지자 브라이엇씨께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오셨습니다.
「훈련장은 바로 저쪽.. 안내해줄까?」
「그, 그런 실례를..」
「괜찮아 괜찮아~ 나는 언제나 한가하니까.」
브라이엇씨는 활짝 웃으며 말하시더니 제 손을 덥석 잡고는 브라이엇씨가 알고있는 방향대로 이끌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쪽 이쪽~」
「가, 감사해요...」
「별일도 아닌데 뭘.」
브라이엇씨는 정말로 좋은 분 같으세요. 저는 브라이엇씨의 배려에 살짝 감동하며, 설렘을 느꼈습니다.
한참을 가서, 브라이엇씨가 제 손을 놓을 때는 이미 도착한 것이였습니다.
「도착~.」
「와아..」
저는 도착하고 나서, 그 규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벽면이 아주 큰 유리였어요. 그 유리에 몸을 붙이고 밑을 바라보자, 놀랍게도 거의 미로와 같은 큰 공간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여기는 본사하고는 별개의 건물이라고 하는 것 같아. 이 미로같이 생긴 곳은 '실전 훈련' 장소.」
「실전 훈련?」
제가 신기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며 되말하자 브라이엇씨는 어깨를 으쓱 하시더니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전에 그 체육관같은데서 하는 능력 트레이닝과는 달라. 우리와 같은 처지의 회사인 Diara라는 곳의 능력자들과 같이 공동 훈련을 하면서 겨루는 곳이거든.」
「Diara... 라고요?」
Diara라고 하면.. 맞아요. 헬렌씨가 말하셨던 저를 섭외하려고 했다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헬렌씨가 스파이로 계시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래. 최근들어 서로 사이가 별로 안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훈련을 멈추지는 않아.」
혹시 그 사이가 안좋아지게 된 원인이 저는 아니겠죠? 설마, 아닐거에요. 저는 제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때 옆쪽에서 뚜벅뚜벅 발소리가 들려와서, 저와 브라이엇씨는 동시에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안녕 지크~」
브라이엇씨가 활기차게 손을 흔들면서 소리쳤습니다. 네, 나타나신 것은 지크씨였어요. 이상하게도 저는 지크씨와 많이 마주쳤습니다. 방이 바로 옆방인 것도 있고.. 뭔가의 우연일까요? 좋은 우연일거에요, 분명.
「안녕하세요, 지크씨.」
저는 활짝 웃으며 지크씨에게 인사하였습니다. 그러자 지크씨께서는 곁눈질로 저와 브라이엇씨를 흝어보시더니.
「..」
고개를 살짝 끄덕, 하셨습니다. 인사 받아주셨네요. 그것만으로도 기쁜 것이였어요.
「오늘은 신기록 냈어?」
「..」
지크씨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시는 브라이엇씨와 눈을 맞추시더니, 고개를 좌우로 저었습니다. 언제 봐도 조용조용한 분이시네요. 조금은 목소리를 들려주셨으면 마음도 있었습니다.
「잘가~.」
지크씨는 우리 둘은 뒤로하고 갈길을 가셨습니다. 저는 그런 지크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역시, 전혀 말을 안하시네요..」
「그래도 말을 못하는 건 아니니까~ 본인이 안하고 싶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
「그래도 분명 불편하다고 생각하는데..」
꽤나 걱정스러운 심정의 저를 브라이엇씨는 어째서인지 포근한 미소로 바라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궁금해?」
「네?」
제가 브라이엇씨 쪽으로 고개를 다시 돌리자, 브라이엇씨는 몸을 흔들흔들 하시면서 다시 궁금해? 라고 또 물으셨습니다.
「...네, 조금..」
저는 솔직한 심정을 전했습니다. 작은 목소리이지만요. 그러자 브라이엇씨는 작게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그렇다면 직접 물어보는게?」
엣! 제가 놀라서 대답하려고 했으나, 마침 기세좋게 레인씨가 등장하셔서 대화가 끊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아아앗 정말, 제이슨 그자식 또 어디로 싸돌아다니는거야!!!」
「레, 레인씨! 진정하세요!」
「그렇게 화내면 주름생겨~」
레인씨는 주름 얘기를 하시는 브라이엇씨를 보고 더 발끈 하신 것 같지만, 제가 필사적으로 말린 덕분에 화를 가라앉히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화난 사람을 더 화나게 하면 안돼요! 나쁜 짓이에요!
「왜 왜 또 무단외출~?」
「그래! 도대체 어디를 가는지 폰도 꺼놓고, 아 정말 미쳐버릴것같아!」
레인씨는 그렇게 말하시더니 흥 하고 화난 소리를 내셨습니다. 제이슨 씨라면 레인씨와 함께 저를 이곳에 데려오신 분입니다. 하지만 지금 어디론가 사라지신 모양이에요. 브라이엇씨의 말을 들어보면 자주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잘 돌아오잖아~」
「임무도 안하고 그렇게 나가버리면 어쩌자는 거냐고..」
「아, 그건 문제 있을지도.」
레인씨와 브라이엇씨의 대화가 쭉 이어집니다. 저는 대화에 끼어들 틈을 못찾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레인씨께서 먼저 말을 꺼내주셨어요.
「아 맞다, 나 린나를 이곳으로 불렀었지.」
「네..」
「별거 없어. 그저 이곳을 소개하려고 했거든. 하지만..」
레인씨는 말꼬리를 늘이시더니, 브라이엇씨를 한번 바라보셨습니다. 브라이엇씨는 왜? 하는 표정으로 웃고 계셨어요.
「브라이엇이 이미 다 해버린 모양이네.」
「나 잘했어?」
「저리가.」
너무해~ 라고 말하며 매달려오는 브라이엇씨를 제쳐두고, 레인씨는 계속 말하셨습니다.
「린나도 이곳에서 훈련을 하게 될거야. 지금은 적응 기간이라서 훈련은 안해.」
「적응기간.. 그 기간은 언제 끝나는 것인가요?」
「아무래도 다음주 월요일.」
저는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분명.. 오늘이 수요일이였죠? 아직 시간이 남은 듯 하네요..
그렇게 저는 레인씨에게 아주 간단한 이 장소의 소개를 받고, 레인씨는 브라이엇씨의 머리채를 잡더니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린나야 미안해, 나는 이 히키코모리랑 할 얘기가 있는 바람에.」
「그러니까 히키코모리보다 방구석 폐인이 더 낫다구~!!」
그렇게 두분이 떠나가시고, 저는 혼자 남았습니다.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지니까, 조금 긴장이 되네요. 긴장을 풀기 위해 크게 심호흡을 하며 손끝을 만지작 거렸어요.
「그럼..조금 돌아다녀도 .. 괜찮을까요?」
저는 근거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그저 호기심이라는 욕망에 충실한 한마리의 동물이 되어 그저 가고싶은대로 발걸음을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걱정스럽다고는 생각하지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기적이니까요! 그렇게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습니다.
「앗.」
의자들이 나열되어있는, 쉴 수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자판기도 있고 쓰레기통도 있네요. oraTio에서도 흔히 보던 광경이에요. 이제 익숙해졌지요.
「또 뵙네요.」
하지만 지크씨는 익숙하지 않지요. 저는 그래도 인사는 좋은 것이니까, 웃으면서 인사했습니다.
「.....」
지크씨는 저를 보시고는 좀 놀란 눈치셨습니다. 하지만 다시 표정은 무표정으로. 어라? 지크씨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있습니다. 저건..?
연기가 나는, 하얗고 얇은.. 아, 담배군요. 어르신분들이 피시던 거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지크씨는 제가 담배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 왠지모르지만, 그대로 쓰레기통 위에 있는 접시같은 곳에 비벼서 담배의 불꽃을 껐습니다. 치지직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났어요.
어라? 지크씨가 저를 빤히 바라보십니다. 조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무엇이 당황스러운 것일까요.. 저는 일단 다리가 조금 욱신욱신거리면서 아파오기 시작했으므로, 앞에 있는 의자에 살포시 앉았습니다. 딱딱하지만 편한 촉감이 느껴지네요. 지크씨는 자판기 앞에 서있었습니다. 뭔가 버튼을 삑삑 하고 누르시더니, 덜컹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떨어지고, 지크씨는 그것을 손에 들었습니다. 저것은..
처음보는 것이네요. 뭔가.. 음료수.. 같아요. 동그랗고 길쭉한게.. 신기하게 생겼어요. 제가 흥미진진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지크씨께서 갑자기 그것을 내미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에? 주시는 건가요?」
끄덕끄덕. 거의 티나지 않을 정도로만 고개를 끄덕거리셔서 못 볼 뻔했어요.
「감사합니다.」
저는 환하게 웃으면서 '뭔가'를 받아들었습니다. 지크씨도, 제가 싫으신 것은 아닌 모양이에요. 그것은 정말로 다행힌 일이였습니다. 다른사람에게 미움받는 것이 좋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이것 어떻게 여는 걸까요? 뭔가 동그랗고 구멍뜷려있는것이 달려있긴 한데.. 으-음..
제가 인상을 찌푸려가면서 그것을 뜷어지게 쳐다보고 있자, 지크씨는 저에게 손을 내미셨습니다. 명백하게 달라고 하는 몸짓이였으므로, 저는 다시 지크씨에게 그것을 드렸어요. 그리고 칙, 하는 신기한 소리와 함께 다시 저에게로 돌아왔습니다. 굉장히, 신기하네요...
지크씨께서도 똑같은것을 마시고 계시길래, 저도 아무런 의심없이 살짝 마셨.
「아으으으으..!」
깜짝 놀랐습니다. 뭐..뭘까요! 이 입에서 톡톡 터지는 듯한 혀에서 아주 미묘한 느낌의 따가움이 느껴지고, 목이 아파요!! 으아앙!
제가 괴로워하면서 훌쩍거리고 있자 지크씨는 흠칫 놀라며 저를 관찰하듯이 바라보시더니, 곧.
뭔가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서, 저는 지크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어?
처음봤어요. 지크씨가 웃는 모습... 지크씨는 손등을 입에다가 대시고는, 재밌다는 듯이 살짝 큭큭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웃고계셨습니다.
그러다가 지크씨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지고, 살짝 짓는 미소에 저는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깨달았어요.
「나..나빠요! 웃으면 나빠요!!」
제가 부끄러워서 소리치자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지크씨는 더 웃고 계시는 것이였습니다.
============================ 작품 후기 ============================
지크가 웃는 일은 대단한겁니다.
무표정으로 유명하거든요~
여러분들 요번 주 주말은 쓰기 어려울 것 같아요. 시골에 가는데 시골에는 컴퓨터가 없거든요 ㅜㅜㅜ 흑흑
재밌게 보시거든 코멘트 한줄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