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 / 0133 ----------------------------------------------
1.초능력자요?
작은, 소년 이었습니다.
체구도 저와 비슷하고, 키도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저와 동갑내기로 보일 정도입니다.
「브라이엇...씨 이신가요..?」
제가 확신을 가지지 못해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살짝 묻자 앞에 있는 천진난만해 보이는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저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 이름은 브라이엇 스트라우드. 잘부탁해?」
저도 일단 웃음으로 답해 주었어요. 웃으면 몸에 좋으니까 많이 웃도록 해요!
「저, 그게..」
저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깨달으셨는지 브라이엇 씨는 들고있던 봉제 고래 인형을 내려다 놓고는, 어두컴컴한 거실 쪽으로 안내했습니다.
「미안해, 나 불 키는걸 싫어해서. 이해해 줄수 있어?」
「네, 괜찮지만.. 눈 나빠지지 않나요?」
「괜찮아 괜찮아~ ..아마도.」
아마도라니 뭔가 영 찜찜한데요! 브라이엇 씨를 따라서 의자에 앉았습니다. 브라이엇씨는 탁자 위에 팔을 올려놓고는 기분이 좋은 듯 웃었습니다.
연보랏빛 머리칼을 앙증맞게 꽁지로 묶고, 토끼가 그려져 있는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는 이 브라이엇이라는 분은 oraTio에서 아무래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계시는 분 같아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브라이엇씨가 남색 눈동자를 깜빡 거리며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린나가.. 몇살이지?」
「올해로 12살 이에요.」
제가 대답하자 브라이엇씨는 고개를 끄덕끄덕 하시더니 계속 말을 이었어요.
「그럼 내가 연상이네. 나는 15살이니까.」
「네!?」
..
앗차, 그만 큰 소리를 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서둘러서 저의 두 손으로 가렸어요. 브라이엇씨는 놀랐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습니다.
「죄..죄송해요..」
울음기 담긴 목소리가 나오네요. 아 정말 폐를 끼치면 안된다고 몇번이고 생각했었는데.. 저는 구제불능 아이인가봐요.
그런데 브라이엇씨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시더니 말하셨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이미 익숙하니까.」
「익숙..해요?」
「내가 봐도 나는 정말로 성장이 늦고 몸이 작으니까. 어린애 취급받는것도 하루이틀이 아니라서.」
뭔가 슬픈 이야기잖아요..! 그걸 웃으면서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래서 브라이엇씨가..」
「아 잠깐만.」
제가 말을 꺼내려 했는데 브라이엇씨가 갑자기 말을 자르셨습니다. 놀랐어요.
「호칭, 너무 딱딱한거 아니야?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줘도 괜찮은데.」
「그럼.. 오라버니?」
「..성격이구나, 그럼 린나 마음대로 불러줘도 괜찮아.」
기..기분 나쁘게 한걸까요!! 저는 다짐했습니다. 빨리 이 말투를 고치거나 해야겠어요.
「그럼.. 브라이엇 씨라고 부를게요.」
「그래 그래.」
저는 남몰래 미소를 지었습니다. 브라이엇씨도 정말로 상냥한 분이시네요. 이곳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냥하게 대해줘서 정말로 기쁩니다. 다른 세계에 온 기분이에요.
그때 번쩍 하고 뭔가가 떠올랐습니다.
..어라? ... 어째서 지크씨가 떠오르는 걸까요..
「그래서 많이 궁금하지?」
브라이엇씨가 턱을 괴면서 저에게 갑작스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네..?」
「린나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아.. 그렇죠.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직까지 저는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를 잘 모르고 있으니까요. 저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습니다.
「별로 얘기 안해줄 이유는 없으니까 얘기해줄게.」
「네, 감사해요.」
그리고, 브라이엇씨가 얘기를 시작하셨습니다.
「능력자에 대한 얘기는 들었지? 나도 능력자야. 나의 능력은 '미래 예지'. 한마디로 미래를 보는 능력이지.」
「미래를..」
「그래 그래. 미래는 많은 힌트같은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이 방에서 미래를 보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어. 그게 말이야~ 원한다고 원하는게 보여지는 건 아니라서 까다롭지.」
브라이엇씨는 그렇게 말씀하신 뒤 목이 아픈지 잠시 컵에 물을 따라 마셨습니다. 기침을 하면서 말이지요.
「콜록콜록, 미안해... 크흠, 그러던 중에, 보였어. 린나 너가.」
「소녀..말씀인가요?」
「말투가 특이하네? 응, 보인거야. 린나와..」
브라이엇씨는 잠시 뜸을 들이 신 뒤 곧바로 말하셨습니다.
「지크가.」
그 말이 제 안에서 쿵, 하고 울렸습니다. 지크..씨? 저와 지크씨가, 브라이엇씨의 예지에..? 어째서일까요.
「지크씨를 아시나요..?」
「유명해~ 그리고 나는 꽤나 오랫동안 같이 지내기도 했고. 별난 녀석이지?」
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요, 소녀는 온지 얼마 안되서 잘 모르겠지만.. 말을 전혀 안하신다는 것 밖에..」
지크씨는 이상할 정도로 말을 안하셨습니다. 과묵의 정도를 넘으셨어요. 혹시 말을 못하시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 봤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것 같습니다. 제 능력이 말을 안들을 때, 지크씨의 곤란한 듯한 신음소리가 살짝 들렸었으니까요.
「빨간 목도리 하고 있지?」
「네, 맞아요.」
저는 기억나서 손뼉을 쳤습니다. 목도리! 지크씨는 항상 빨간 목도리를 하고 다니셨습니다. 목도리는 언제나 깨끗했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굉장히 오래 하셨는지 조금 상한 흔적들이 남아있었어요. 목도리를 할 시기가 아니라서, 꽤나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습니다.
「지크를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단어 세가지야.」
「세가지..? 아!」
「침묵, 목도리.」
「나머지 하나는..?」
제가 궁금해서 재촉하듯이 묻자 이상하게도 브라이엇씨는 끙 하고 앓는 신음을 내셨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허탈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씀하셨어요.
「..미남.」
「..확실히..」
긍정했습니다. 저, 지크씨같은 사람은 처음 봤는걸요.
「그래도, 그것 뿐인 사람이야.」
「..네? 그것 뿐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지크라는 사람은, 그것 뿐이야..」
그 말은..! 저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브라이엇씨가 슬픈 목소리로 말하신 탓도 있겠지만..
인정할 수 없어요!
「아..아니에요!」
제가 쿵 소리를 내며 탁자를 짚고 벌떡 일어서자 브라이엇씨의 놀란 몸이 휘청거렸습니다. 저는 살짝 큰 소리로 소리치듯이 말했어요.
「그..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그것 뿐'인 사람은 없다고 소녀는.. 생각하니까...」
저는 점점 마음이 착잡해져서 결국엔 말끝을 흐지부지 흐리고 말았습니다. 브라이엇씨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저를 말똥말똥 쳐다보시더니 곧 입을 열었어요.
「역시.」
역시? 의외의 말에 저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린나는 '이제까지의 사람들'과는 조금 달라.」
브라이엇씨가 영문을 모르겠는 말을 하셨습니다.
「기대할게.」
「뭐를 기대한다는..」
「내가 본 미래는.」
그렇게 말을 끊고서 브라이엇씨는 몸을 제 쪽으로 기울이시더니 제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셨습니다.
「엣..!」
저는 놀라서 브라이엇씨를 쳐다보았어요. 브라이엇씨는 그저, 신비한 미소만 짓고 계실 뿐이였습니다.
「내가 린나를 이곳으로 오게 한 이유가 그거야.」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이유야.」
브라이엇씨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해졌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니까~ 잘 부탁해, 신입!」
「소녀야 말로, 잘부탁드리겠습니다.」
활기차게 웃으시는 브라이엇씨가 내민 손을, 저도 웃음으로 답하며 잡았습니다.
-
지금, 이곳 지하에서는 잘 모르지만, 시계를 보니 저녁인것 같았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레인씨가 말하신 시간차라는 것도 익숙해진 듯 해요. 낮이여도 별로 졸리지 않으니까요. 다행이에요~
이곳에서도 실험자들 전용의 식당이 있습니다. 말이 전용이지 별로 의미는 없어요. 저는 레인씨의 손에 손을 잡혀서 식당으로 이끌렸습니다.
그리고 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레..레인씨..」
저는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레인씨의 뒤에 숨었습니다.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그저 자동적으로 움직였어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모두들~ 신입인데 어때?」
그런 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인씨는 손을 입 옆에다가 가져다 대시고는 크게 소리쳐버리셨어요! 으아아, 레인씨 너무해요!
「좋은 저녁-.」
낯선 환경에 떨고 있는 저에게 제일 먼저 다가와 준 분은 세라씨였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말을 더듬으면서, 어색하게 인사했지만 그래도 세라씨는 웃어주었습니다. 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을 느꼈어요. 저는 살짝 레인씨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뭐야? 꼬맹이잖아.」
날카로운 목소리에 흠칫, 놀라서 주위를 둘러다보니 키가 꽤 큰 여성분께서 이쪽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조, 조금 기가 죽네요.. 입고 계신것은.. 치파오? 굉장히 예쁘신 분이라서, 흑발과 붉은 색 치파오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어울렸습니다. 중국 분이시군요.
「아, 안녕하세요.. 유린나라고 해요.」
저는 그래도 힘을 내서 허리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반응이 없길래 조금 있다가 살짝 몸을 피는데, 여성분께서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으셔서 또다시 흠칫 놀랐습니다.
「..내 동생하지 않을래?」
「..네?」
「세라도 린나 동생으로 하고 싶은데-..」
「어머 치사해라,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세라 혼자서만 독차지 하려고 하다니.」
저는 그렇게 세라씨와 여성분 두분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며 어지러움에 비틀거렸습니다. 으에에!
「뭐, 일단 내 이름은 챠오 메이. 잘 부탁한다고 말해 둘게.」
굉장히.. 쿨하신 분이군요! 뭔가 멋진 느낌이 들어요.
「뭐야뭐야 왜 갑자기 멋진 척-?」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싶었는데 곧 뭔가가 물에 빠진 듯한 꼬르륵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슨일인가 싶어 몸을 옆으로 옮겨 바라보는... 에?!
「사..사람이 거대한 물방울 속에 갇혀 있..!」
「익사하고 싶지 않으면 말 함부로 하지 않는게 좋을걸?」
메이씨가 조소 비슷한 웃음을 입가에 띄우고 계셨습니다. 설마 저 거대한 물방울은 메이씨의 것?!
「잘못했꼬르르르륵.」
필사적으로 사과를 구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애처로웠습니다.. 메이씨가 몸을 돌려버리자 물방울은 펑 하고 터지고 물에 홀딱 젖은 채인 남성분께서 바닥에 쿵 하고 떨어지셨어요. 저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괘..괜찮으신가요?」
「아 정말, 죽는 줄 알았네..」
정돈되지 않은 붉은 빛 도는 조금 긴 머리칼에, 헐렁한 가디건을 입고 계시는 남성분이셨습니다. 근데 왜 잠옷처럼 보일까요..
「아, 너가 신입? 잘부탁해. 내 이름은 빅터 레스.」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빅터씨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자기소개를 하셨습니다. 대단한 분이시네요..
그때 저의 어깨에 누군가가 손을 올린 것이 느껴졌습니다. 뒤를 돌아봤더니.
「사장님..?」
「모두들 린나양을 기다리고 있었다네.」
「엣.」
저는 다시 몸을 돌려 모두를 바라보았습니다. 전부, 상냥한 미소를 짓고 계셨어요.
「이제부터 모두 다 한가족이니까 말일세. 어떤가?」
사장님의 말에 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모두들 전부 다 상냥하시고 따뜻한 느낌이에요.」
그러자 사장님도 미소를 지으셨습니다.(아마도)
「그것이 바로 oraTio이니까.」
============================ 작품 후기 ============================
브라이엇이 보았다는 예지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것은 여러분들의 상상력에 맡기도록 하겠..<퍽
어쨌든, 이것으로 에피소드 1이 끝이에요. 네? 짧다고요? 저..저도 압니다..(외면)
그야 에피소드 1은 프롤로그와 비슷하기 때문이니까 그렇죠.
에피소드 2도 린나의 시점으로.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누구의 시점이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 모두 다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