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aster Smith-41화 (41/202)

Master Smith (41)

상태정보는 아래와 같았다.

이름: 바드

직업: 전설의 대장장이

레벨: 888(착용한 장비에 따라 변동됩니다.)

현재 상태: 무료함, 지루함, 나긋함

장착무기: 《곡괭이+24강화》

칭호: (장착안함)▼ 보유한 칭호개수 344개.

MAX HP: 523880/523880▲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MAX MP: 340050/340050▲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EXP: 82003430/10000900

근력(STR): 10300+6880▲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민첩(DEX): 6770+3230▲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행운(LUK): 2300+1200▲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지능(INT): 4900+1000▲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물리방어력: 345+220 (물리내성 패시브 적용완료)

마법방어력: 70+100 (마법내성 패시브 적용완료)

크리티컬 발동확률: 75%

최대 크리티컬 데미지: 80%~100%    최소 크리티컬 데미지: 60%~79%

《속성별 저항》

화염: 75%+22%저항   물: 40%+15%저항      번개: 80%+10%저항

대지: 50%+23%저항   공기: 40%+100%저항    철: 60%+0%저항

빛: 30%+5%저항      어둠: 30%+20%저항    무(無): 90%+0%저항

부정적 상태이상 저항능력 40%.

저항 실패 시 디버프 효과 지속시간 10%감소.

203 가지의 패시브 효과 중첩 중. ▼(이곳을 눌러 패시브 확인가능)

일단 한눈에 들어오는 정보량은 대충 이 정도였다. 아직 다 읽지 못한 것은 수두룩한데, 뭐가 이리 많아? 게다가 칭호는 뭔데 344개나 되는 건데?

“아. 그러고 보니 그때······.”

바드는 얼마 전 코지부락 광장에서 장비를 제작하던 도중에 획득한 칭호를 떠올렸다. ‘상당한 대장장이’라느니, ‘현존하는 기적의 빛’이라느니 별 오글거리는 이름의 칭호를 얻었었지 아마?

이런 곳에서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을 감히 누가 상상이라도 했었을까?

“뭘 그렇게 종일 허공만 보고 있어? 근력수치 확인하는데 날 세겠다.”

“확인 끝났어. 그냥 칭호라는 게 눈에 띄어서 말이야.”

“그거 말이지? 정 궁금하면 한번 착용해보지? 희귀한 칭호는 능력치를 대빵 많이 올려준데!”

미호의 달콤한 속삭임 덕분에 서서히 가동되는 바드 두뇌. 그는 곧바로 ▼를 터치하여 칭호목록을 열었다. 344개나 되는 어마어마한 칭호들이 즐비하게 늘어지자 바드의 시야가 꽉꽉 차올랐다. 시야 왼편에 보이는 커서는 딱 봐도 칭호를 나누는 필터이리라.

필터만 보아도 별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체력 ■마나 ■속도 ■방어력/마법방어력 ■체력재생 ■마나재생

■실링획득 양 ■속성저항 ■버프 ■마나소모량 ■확률 ■회피능력

.

.

.

.

필터조차 너무 많은 항목으로 나누어져있는 탓에 읽기를 포기한 바드. 그러나 한 문구만은 그냥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실링획득 양?”

나는 ‘실링획득 양’이라는 항목을 터치하여 344개나 되는 칭호를 걸러내었다. 남은 칭호는 단 1개.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돈의 노예》

효과: 몬스터나 동물을 처리할 때 드랍되는 실링을 50% 추가로 획득합니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가 공격한 대상에게는 효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야! 사냥해서 돈을 더 벌 수 있다니! 이거 좋은데?”

“그런 칭호는 안 쓰는걸 추천하는데······. 등급도 최하급에다가 전투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

“그건 그렇······ 잠깐! 내 칭호가 보이는 거냐?”

“파티니까 당연하지. 시간 버리지 말고 빨리 전진하자. 나 빨리 부탁하고 싶단 말이야. 그리고 방금 전 소음으로 사람들 몰려오고 있거든? 시체처리하고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시체야 불사르면 그만이고.”

나는 온몸의 마나를 쥐어짜내 강력한 화염폭풍을 만들었다. 돌도 녹여버릴 강력한 화력이 4구의 시체를 한순간의 잿더미로 불살랐고, 그 주변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잔인해.”

“얘네는 나보다 더한 짓 많이 했을걸?”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행동이 합리화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따지지는 말자.

‘꽤 강한 기운이군. 쿠샨과 동급인가?’

미호도 이 기운을 느꼈는지 이번엔 부산스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당장 쳐들어가서 목을 따도 되겠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넘어가자. 이 순간만큼은 미호도 숨을 죽이고 내 목덜미에 딱 달라붙었다.

‘1번 작전 은밀하게 잠입한다. 클리어. 곧바로 2번 작전에 돌입해 보실까?’

놈들을 이간질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물건. 이거 하나로 엠페러 길드라는 거대한 세력을 휘청거리게 만들 수 있다니, 인간의 부조리함은 끝도 없다.

바드는 악당의 미소를 지으며 청파 땅굴의 최심부에 도달했다. 이곳은 엠페러 길드의 개혁파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청파의 구역이다.

“청파와 백파를 이간질 시키려고 흰색 완장을 빼돌리는 건 이해가되는데, 그럼 우리는 땅굴 중앙에 있는 보물창고로 가야하는 거 아니야? 왜 굳이 청파가 거주하는 구역으로······.”

“미개하군. 이간질을 시키는 것은 확실한 게 최고야. 그쪽은 백파와 청파가 동시에 거주할 수 있으니 의심도 분할될게 뻔하지. 하지만 이곳에서 백파의 완장이 발견된다면······.”

청파거주지에서 청파단원이, 그것도 한자리 꿰차고 있는 공작급 장군이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장소에 남겨진 것은 백파의 하얀 완장. 그렇다면 둘의 세력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터지겠지?”

“그래. 우리는 정문으로 들어온 탓에 백파의 일원밖에 만나지 못했다. 때문에 흰색완장밖에 없었고 말이야. 하지만 이쪽은 청파세력의 주거지. 파란완장을 구하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다. 같은 방법으로 백파의 졸개 좀 족쳐주면······.”

미호는 바드의 치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에 의외성 100%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악한 미소가 귀까지 걸려있는 상태. 그녀는 바드의 작전을 십분 이해했다.

“그런데 안 들키고 놈들을 속일 수 있을까? 솔직히 대놓고 표식을 남기는 건데 그들이 믿겠냐고?”

“안 믿어도 별 수 없을걸? 땅굴 안에 잠입한 사람이 있다고 누가 상상이라도 하겠어? 게다가 두 세력은 감정이 상한 상태야. 뻔한 단서에도 쉽사리 눈이 돌아갈게 뻔하지. 안 봐도 비디오거든.”

그런 의미에서 일단 몇 명 죽여보자고 청파 녀석들을······.

미호는 마른침을 삼키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방에 뭉쳐있는 청파세력. 그 수는 20명쯤 된다. 어떤 방향에서는 쿠샨과 동급의 기운이 느껴진다.

‘청파세력의 우두머리인가?’

아무렴 좋다. 20명을 몰살시키고 그들의 두목의 목도 따내면 작전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놈들을 이쪽으로 유인할 수 있겠어?”

“그거야 쉬운 일이지.”

내가 누군지 잊은 거야?

오달지게 대답한 미호가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공기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을 체감하기 무섭게 정신을 뒤흔드는 달콤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유혹(레벨10)에 완벽하게 저항했습니다.》

‘유혹인가? 역시 다시 한 번 봐도 상당한 색기군. 이거면 녀석들도 어쩔 수 없을 거다.’

마치 예정되었다는 듯. 멀리서 많은 무리의 남성들이 홀린 듯 걸어 나오고 있다.

“와아~ 저 녀석들 꼴이 너저분한데? 도대체 어떤 허상을 보고 있는 거야?”

미호는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마도 나를 열심히 범하는 꿈을 꾸고 있겠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꽤나 하드 한걸 즐기는 남자들이 많은 것 같아.”

“너무 덤덤한 반응 아니야? 아무리 꿈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범해진다는 생각을 하면 보통 기분 나빠해야 정상 아니냐고?”

걱정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내심 그런 생각까지 해주는 바드의 섬세함에 미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상관없잖아? 곧 죽을 놈들의 마지막 향연이라구. 더군다나 나는 이런 식으로 인간을 홀리지 않으면 정기든 뭐든 빨아먹을 수 없으니까······ 이젠 익숙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야 상관 않겠다만.

“그나저나 유혹에 걸리지 않은 놈도 있군.”

바드의 중얼거림에 땅굴 천장에서 흠칫 놀라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어둠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 순간,

“어딜 가시려고? 들켰으면 곱게 죽을 것이지.”

바드는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수 미터나 떨어진 먼 거리를 따라잡아 정체불명의 인간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퍽! 콰앙!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진 인간의 정체는 청색완장을 보아하니 청파의 일원이다. 그가 미호의 유혹에 걸려들지 않은 이유는······.

“아아! 이 사람은 여자네?”

“여자는 유혹에 안 걸리는 건가?”

“아니. 대부분 걸리긴 하는데, 저항능력이 있다면 가끔씩 안 걸리는 경우가 있어. 하지만 저항능력을 개방한다는 것은 수년에 걸친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개방되면 저항확률이 몇이나 되는데?”

바드의 질문에 미호는 짧게 대답했다.

“대게 1%~2%정도?”

······내 저항능력이 40%인 것은 아마 엄청난 것일지도 모르겠군.

새삼 자신의 육체에 감탄하는 바드였다.

그나저나 소리가 너무 컸나? 결국 잔뜩 몰려왔군. 이대론 이간질이고 자시고 간에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데······. 이런걸 보통 낭패라고 하지. 별 수 없다. 플랜 B로 가는 수밖에.

나는 무전기를 툭툭 건드렸다.

“아아, 들리나 제군들?”

[무슨 일이지?]

쿠샨의 답변이 넘어왔다. 바드는 허리춤의 파천도를 빼어들며 말했다.

“역시 A작전은 내 성미랑 안 맞았나 보다. 바로 B플랜으로 간다. 역할은 그대로. 이상 교신 끝.”

제대로 날뛰어 보자. 졸개들아.

바드의 파천도가 심금을 울리며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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