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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Smith-7화 (7/202)

Master Smith (7)

맑은 쇳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진다. 나는 그 박자에 몸을 맡겨 망치질을 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장비제작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끝없이 떠오르는 알림창이 시야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명성이 38올랐습니다.》

《명성이 43올랐습니다.》

《명성이 29올랐습니다.》

《명성이 51올랐습니다.》

망치질 한 번에 명성이 40~50내외로 올라갔다. 명성=신뢰도라는 공식을 대입하면 신뢰도가 팍팍 올라가고 있다는 소리지만 눈앞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알림창이 너무도 성가셨다.

까앙──!

마지막 망치질을 끝으로 대거는 눈부신 예기를 띠웠다. 수준급 대거가 확실하지만 완벽하지는 못하다.

《‘상당한 대장장이’칭호를 획득했습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알림창을 튕겨냈다.

칭호고 자시고간에 아까부터 띠링띠링 시끄럽단 말이다. 섬에서 살 때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도대체 바깥세상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어떻게 된 거야?”

레이나의 질문에 즉각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의 뒤로 몰린 수많은 관객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였기 때문이다. 그들도 레이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이만한 관심을 끌어들인 대거가 과연 어떨지.

“의뢰는 +12강 대거였어.”

“정말 하려고? 확률도 낮은데?”

레이나의 눈빛이 걱정으로 교차되었다. 이쯤 되면 슬슬 말해도 되지 않을까? 장비제작 옵션과 성공여부를 결정짓고 아이템 제작에 관련되는 모든 능력치를 상향시켜주는 패시브. 《대장장이 마스터》숙련도를 마스터 했다는 것을.

떠들썩한 광장은 강화를 준비하는 동시에 잠잠해졌다. 장비를 강화하는데 필요한 재료는 펠리토늄이라는 강화석이다. 걔들 중에서도 최하급,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등급이 나뉘는데 높은 등급일수록 강화성공률이 증가하며 능력치 상승폭도 커진다. 물론 대거에 최상급 강화석을 쓰고 싶지 않다. +12강화라면 조금의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최하급 강화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하급 펠리토늄 주머니(100개입)를 한 자루 꺼내들었다.

‘착용레벨50이하 기준으로 최하급 펠리토늄의 강화 성공확률은 +1~+5강까지 80%. 모루효과로 성공확률 20%상승했으므로 보정효과는 100%. 실패 시 5%확률로 장비가 파괴되지만 모루효과로 파괴확률 5%감소. 파괴확률은 제로다. 모루효과로 주변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사전에 차단되므로 부득이한 오차 또한 제로. 모루 효과(행운)로 현재 강화등급은 +3강. 남은 등급 +9강.’

제작과 동시에 대거의 검신에서 희미한 빛이 감돌았던 이유는 +3강화라는 모루효과를 보정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장에 모여 있던 그 누구도 이만한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강화도 하나봐! 미친 거 아냐?”

“실패하면 극심한 손해일 텐데······.”

“쉿! 조용히 해. 그의 작업을 방해하지 말자고.”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지나가는 똥개마저 짖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는 순간이다. 나는 왼손검지로 간단한 마법진을 그려냈다. 3초 뒤, 아름다운 홍염이 강렬하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장면은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충격을 냅다 내리박았다.

“대, 대장장이가 마법을?!”

“말도 안 돼! 화로 대용으로 마법을 이용하다니, 듣도 보도 못한 일이야!”

본래 순수 파괴, 순수 지원, 순수 방어만을 위한 수단으로 연구된 《마법》은 선천적 재능이 있는 자들의 힘이다. 그런 마법을 생산직에 응용했으니 어찌 놀라지 않으랴? 더군다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마법사의 길이 확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마법사는 왕국에서도 크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귀한 직업으로, 마법을 쓴다는 것은 유명한 인물일 확률이 뜻이기도 한데······.

관객들의 눈앞에 서 있는 대장장이는 결코 그런 인물로 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시골뜨기 청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 무기 가지고 싶다. 얼마면 될까?’

‘주인이 없다면 어떻게든 내가 사야겠어!’

바드의 대거를 탐내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건은 주인이 있는 몸. 바드는 의뢰자가 아닌이상 물건을 넘길 생각이 없다.

장비 강화 방법과 순서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펠리토늄을 녹인 물을 장비에 들이 붓는 것이다. 펠리토늄이 장비에 묻으면 주물은 급격히 경화되는데. 그것을 도구로 내리쳐서 굳어진 부분을 떼어내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낮은 강화 단계에서만 사용된다.

하지만 나에겐 《1000년의 추억을 이어온 낡은 모루》의 효과로 외부의 악영향을 완전히 배제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순수한 확률계산이 가능하다. 더불어 +5강까지는 100% 성공이니까 지금은 여유를 가져도 된다. 여기서 가장 의식해야하는 부분은 절박함 뿐이다.

‘1%라도 더 높은 성공률을!!’

카앙!

펠리토늄의 껍질을 깨고, 부숴내기를 반복. 대거는 어느 순간부터 은은한 푸른빛을 띠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주변 구경꾼들도 대거의 능력치가 상당해졌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대거+9강에 도달할 무렵, 나의 의뢰는 끝을 맺었다. 이번에도 귀를 울리는 알림음과 알림창이 발생했다.

《‘현존하는 기적의 빛’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이름: 대거+9(+3) (등급: 에픽)

내구도: 110/110

레벨제한: 20

공격력: 10+27

속성: 철(鐵)

특수능력: 빙(氷)속성

빙(氷)속성(레벨4)- 무기 자체에 얼음속성이 부여되었습니다. 공격 성공 시 5%의 확률로 대상을 둔화상태로 만들고, 마법 캐스팅 속도를 10%늦춥니다.

흔히 모험가들이 사용하는 대거는 짧은 손잡이와 짧은 검신을 가지고 있다. 내가 만든 대거역시 마찬가지다. 무기상점에서 파는 대거와 내 대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기자체의 성능이다. 대거는 대게 레벨10 정도 되는 모험가가 사용하는 보조무기인데, 그 때문에 기본적으로 공격력5를 넘지 못하고 내구도도 매우 뒤떨어진다. 유일한 장점이라면 공격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정도······. 하지만 내 대거는 보통 대거의 단점을 보완해낸 단계다.

LV.80제한의 보조대거조차 공격력 30을 넘지 못하는데, 이 대거는 도합 37공격력에 육박하며, 초보자 대검의 통상 내구도보다 5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빠른 공격속도를 살릴 수 있는 빙(氷)속성의 특수능력도 부여되어있지 않은가?

즉, 마검이 아닌, 마대거! 이런 대거를 레벨낮은 모험가가 들고 다녀도 될까? 내 알 바 아니다. 대장장이로서 항상 최선의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휴우~ 끝났군.”

30초가량의 침묵 속에서 바드가 중얼거렸다. 그 말을 신호로 관객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런 최외각 지역의 마을에서 +12강이라는 무기가 출현하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바드는 해냈다. 초보 모험가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푸른빛을, 기적의 빛을 그들 앞에 보여줬다!

나는 강화작업을 마친 뒤에야 비로소 달콤한 숨을 들이켰다. 긴장감 가운데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무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만세, 만세 만만세다.

“저 남자 누구야? 정말 대단해!”

“맙소사. 정말로 +9강화야? 정말?!”

사람들이 +9강화라고 착각한 이유는 바드의 모루효과를 몰랐기 때문이다. 장비제작과 동시에 +3강화가 된다는 사기적인 특수능력을 감히 누가 예상했겠는가?

“수고했어.”

“자꾸만 알림창이 떠서 애먹었다.”

둘은 하이파이브를 하며 고조된 긴장을 내려놓았다. 잠시 후 수많은 인파가 몰려와 돈 자루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100만 실링을 줄 테니 그 대거를 팔아주게!”

“아니지! 내가 찜해둔 물건을 탐하면 쓰나! 이보게 대장장이. 200만 실링일세! 원가보다 10배 비싼 가격에 사도록 하지!”

사람들이 순식간에 치닫은 탓에 레이나가 멀찍이 밀려나갔다. 그 순간 개미떼 같은 인파속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멈추시오! 그 대거를 의뢰한 사람은 나요!”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이 좌우로 나누어져 길을 만들었다. 마치 모세의 기적을 보는 듯했다. 그곳에는 거구의 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털 한 가닥 찾아볼 수 없는 눈부신 대머리와 까무잡잡한 피부색. 오른쪽 눈에는 수직으로 그어진 큰 흉터가 새겨졌다. 외견만 보면 조폭이나 다름없다. 그는 한 마리의 사나운 맹수 같았고, 외견상 고레벨의 유저임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위화감을 느낀 점은 남자의 손에 작은 대거를 들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체격에 길이가 짧은 대거는 어울리지 않다.

“디디스인가?”

“네. 한 달 동안 의뢰를 수락하는 사람이 없어서 포기하려고 했던 참인데, 대장장이님 덕분에 한숨 놓았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얼마든지요.”

내가 그에게 질문할 것은 두 가지였다. 어째서 레벨제한이 낮은 대거를 사용하는지, 왜 고액의 돈을 투자하면서 까지 대거+12강화 아이템을 구하려 했는지. 아무리 대거+12강화라 하더라도 아이템 자체가 낮은 수준이면 가격은 싸다. 그걸 따지자면 디디스는 원가보다 몇 십 배 이상의 가격으로 무기제작을 의뢰했다는 건데······.

“대거를 사용하는 이유요? 초보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들어서 그렇습니다.”

“초보자?”

“하하하! 제가 생긴 게 험악해서 그렇지 모험가가 된지 이제 딱 한 달 됐거든요.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레벨25 디디스입니다. 직업은 도적이고, 지금은 장사를 하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그의 레벨이 25라는 소리에 나는 망치를 얻어맞은 충격을 받았다. 어림짐작이지만 상상이상으로 낮은 레벨이기 때문이다.

‘생긴 것만 보면 험악한 바이킹이잖아. 게다가 그 덩치에 부끄러워하지 마라. 구역질난단 말이다!’

“장사를 하려면 북쪽도시로 가야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제가 레벨이 낮아서요.”

“그래서 원가보다 훨씬 비싼 돈을 주면서 좋은 대거를 구하려 했다. 이 소리야?”

“부끄럽네요~ 제 덩치엔 대거가 어울리지 않아서 은밀하게 거래를 하려고 했었는데 대장장이님의 모습이 워낙 눈에 띄어서 말이에요. 사람들이 가격을 흥정할 때 설마 팔아버리는 건 아닐까하고 허둥지둥 나선 겁니다. 아무튼 의뢰를 성공적으로 마치셨으니 보상을 드려야겠군요.”

디디스는 우직한 몸동작으로 안쪽 호주머니를 뒤적이더니 큼직한 돈주머니를 넘겨주었다. 나는 눈을 감고 돈주머니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쩔렁쩔렁 실링이 부딪치는 소리를 주의 깊게 경청했다.

“약속했던 500만 실링보다 더 들어있군. 정확히 511만4531실링.”

“그, 그건 또 어떻게······?”

“척하면 착이지. 귀신은 속여도 나는 못 속여. 거절하지 않고 잘 받도록 하지.”

“제가 가진 게 돈뿐이라서 말이죠.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인연이 된다면 북쪽도시 마그르스에서 다시 만나고 싶군요. 그럼 안녕히······.”

디디스는 짧게 인사를 마치고 마을 북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험악하게 생긴 것 치고는 상당히 온순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특이하지만 알아두면 나쁠 게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장사를 한다고 했었지?

《의뢰 성공! 명성이 100올랐습니다.》

“대장장이님! 저도! 무기제작을 의뢰하고 싶습니다!”

“저도요! 여기 돈 있어요!”

모험가들이 돈다발을 내밀며 제작의뢰를 시작했다. 장비를 인정받은 건 좋은데 이렇게까지 과분한 관심은 받고 싶지 않다. 나는 서둘러 의뢰비와 도구들을 마법가방 안으로 챙겨 넣고 레이나가 밀려난 방향까지 돌파했다.

“레이나! 도망치자!”

“에엥?! 자, 잠깐만 손은 왜 잡······.”

우리는 인파를 따돌리고 조용한 장소까지 도망쳤다. 하지만 그곳은 아무도 없는 외진장소. 마치 오래전에 사람의 발길이 끊긴 유령마을 같았다. 나는 커다란 바위에 박혀있는 망치와 음산하고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는 조잡한 비석을 순차적으로 둘러보았다. 비석에 적힌 글씨가 심하게 훼손되어있지만 알아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전설의 대장장이가 잠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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