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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은 만족스러웠다. 다들 이제 자신의 은퇴 경기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다. 평소처럼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이어지는 것을 보며 기분 좋게 웃음을 흘린다. 대부분 20대 초반, 많아 봤자 20대 중반의 선수들이다. 아직 어리고 많이 배워야 한다. 플레이가 투박한 부분도 있었고 노련미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으며 세련되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괜찮아. 이 팀은 더 강해 질거야.'
20년을 이 팀에서 보내며 정말 수없이 많은 선수들과 함께 했고 지켜 보았다. 정말 별의 별 선수들이 다 있었다. 피지컬이 엄청났던 선수도 있었고 여우같은 플레이를 장기로 삼는 선수도 있었으며 신의 축복을 받은 듯한 재능을 가진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반드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된다는 충분 조건이 되지는 못했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젊은 선수들은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리버풀이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기 시작하자 덩달아 블랙번도 불타 올랐다. 그들은 사실 조금 허공에 붕 뜬 상태였다. 딱히 이 경기에 의미를 둘 만한 요소도 없었다. 순위는 고정되었고 오늘 은퇴하는 선수는 그들의 레전드가 아니었다. 마치 초대받지 않은 잔치집에서 멀뚱히 서있는 느낌, 딱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리버풀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 들기 시작하고, 존경할만한 경력을 쌓은 대선배가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자 의욕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오늘 경기가 결승전인 것처럼 격렬한 태클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거친 몸싸움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이것이 프리미어리그입니다! 열정적이고 강하죠! 데이빗 장 선수의 은퇴 경기라는 사실은 이미 양 팀의 선수들에게 기억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하, 가장 열정적으로 소리치고 뛰어다니는 선수가 바로 그 데이빗 장 선수니까요. 마지막까지 후배들의 귀감이 되려는 듯합니다. 오늘 은퇴하는 선배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데 어린 선수들이 어찌 불붙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승리에 탐욕적인 저 모습이야말로 팬들이 기억하는 The Answer의 모습입니다! 스마트하고 우아한 그의 플레이와는 별개로 그는 언제나 열정적인 선수였죠.]
[나이가 들면서 활동량이 줄어 들었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마지막 현역 경기에 미련을 남기지 않겠다는듯 모든 것을 불태우는 느낌입니다. 정말 감동적이네요!]
[데이빗 장! 슬라이딩 태클! 와우! 정말 멋진 태클이네요! 도대체 저 모습의 어디에서 은퇴라는 두 글자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10년은 거뜬해 보이는데요!]
별거 아닌 인터셉트, 태클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마치 골이라도 들어간 것처럼 관중석이 들끓기 시작했다. 덩달아 사기가 오르는 리버풀의 선수들,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빨라지고 좀더 예리하게 변모하기 시작한다.
"데이빗 씨!"
크게 외치며 데이빗에게 패스 코스를 만들어 주는 브램, 데이빗은 넘어진 상태에서 그대로 공을 연결 시켜준 뒤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브램은 지체없이 공을 오른쪽 사이드로 크게 전개시키며 공격에 나섰다. 시대가 바뀌고 선수가 바뀌어도 아직 남아 있는 리버풀의 팀컬러, 빠른 속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마치 경기장을 집어 삼키는 듯한 붉은 물결, 순식간에 리버풀의 라인이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했고 블랙번 진영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꼬맹이들도 제법이네."
"그러게. 괜찮은 움직임이야."
현역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흐뭇하게 감상하는 예전 멤버들, 어쨌거나 자신들이 열정을 바친 팀의 후배들이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은 기꺼운 일이었다.
"우리가 자주 써먹던 공격인데 말이야. 옛날 생각 나네."
"저 위치에서 주로 뛰던게 마르코 아니면 디르크였지?"
"맞아. 스티비가 저렇게 오른쪽 측면으로 크게 열어 준 다음에 풀백들이 함께 올라와서 공격을 진행했지. 그렇게 오른쪽으로 수비를 몰아 넣은 다음에..."
"왼쪽에 있는 우리 귀염둥이에게 패스를 보내 주면..."
마치 그들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우측 사이드에서 다시 길게 중앙으로 넘어 오는 공, 페널티 박스 근처에 위치한 데이빗을 노린 패스였다. 물론 블랙번도 가만히 그들의 공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약간 수비가 우측으로 쏠리긴 했지만 중앙 쪽의 데이빗 역시 주시하고 있었다. 빠르게 커버에 나오는 수비수, 공을 먼저 커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데이빗이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은 견제가 가능했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그러니까...지금 상황에서는 이렇게 턴하면 쉽게 찬스를 만들수 있지.'
'...어떻게요?'
'...그러니까 이렇게 오른발로 공을 뒤로 튕겨내고 반대 방향으로 반전해서 공을 잡으면...'
갑자기 예전에 존을 가르쳐 줄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긴박한 상황이었지만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잘 보라고 존.'
데이빗은 여유로웠다. 숱한 경험이 쌓이며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완성시킬 수만 있다면 언제든 찬스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자신에게 죽일 듯이 달려든다고 해서 위축되거나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었다. 페널티 아크 정면, 공이 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데이빗은 자신의 플레이를 시작했다.
발을 뻗지 않았다. 그저 공이 자신의 발 아래까지 도착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공이 바닥에 닿는 그 순간, 오른발 뒤꿈치로 공을 90도로 꺾어 놓았다. 자연스럽게 골문 쪽으로 튕겨 나가는 공, 절묘하게 달려드는 수비수의 가랑이 사이를 뚫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대로 반전하며 본인도 쇄도를 시작했다. 마크를 위해 달려 나오던 수비는 역동작에 걸려 쫓아 올수 없다. 억지로 유니폼을 잡아 보지만 그런 수에 저지당할 만큼 데이빗은 약하지 않다. 그저 팔을 한 번 흔들며 떨쳐내고 달린다. 커버를 나오는 수비수를 멈추는 시선, 단지 존 캐러거 쪽으로 시선을 던졌을 뿐이지만 섣부르게 달려들지 못한다. 잠깐의 주저, 데이빗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콰앙-
정확한 왼발 슈팅, 은퇴를 앞둔 노장의 슈팅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강력했다. 코스도 절묘했다. 골대 우측 하단을 향해 맹렬히 쏘아진 슈팅, 골키퍼의 손도 그에 미치지 못했다. 골을 예감한듯 데이빗의 주먹이 쥐어진다. 하지만 그도 골대를 이길 도리는 없었다.
[아! 데이빗 장 선수의 멋진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갑니다! 정말 골이나 다름없던 상황이었는데요!]
[정말 환상적인 움직임이었네요! 정말 저 선수의 클래스를 느낄 수 있었던 플레이였습니다. 트래핑과 동시에 턴, 누가 저 상황에서 저런 움직임을 예상했겠습니까?]
[골을 예감했던 리버풀 팬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 섰다가 머리를 감싸며 주저 앉습니다. 하하, 저도 완벽한 골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정말 그랬죠. 리버풀 팬들은 다시 한번 정말 아쉬울 순간입니다. 저런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를 다음 시즌부터는 볼 수 없게 되니까요.]
[제라드 감독도 데이빗 장 선수가 한 시즌만 더 해주길 바라고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저런 창조성 넘치는 플레이는 어린 선수들이 반드시 보고 배워야 할 플레이입니다.]
[존 캐러거 선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데이빗 장 선수입니다. 아마 아까웠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까요?]
[하하, 아니면 자신에게 패스를 해달라고 투정을 부렸을까요? 어쨌든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영감, 솔직히 말해. 방금 골 넣고 나한테 자랑질하려고 했지?"
해설자와 캐스터의 말은 빗나갔다. 존 캐러거는 뚱한 표정으로 다가와 데이빗에게 말했다. 데이빗은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웠고 존의 눈이 좀 더 가늘어 진다.
"참 나, 망할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마지막까지 그렇게 자랑질을 하고 싶었어?"
"자랑질이라니. 이게 다 널 위한 교육방송이라고. 아무리 너라도 눈 앞에서 하는 걸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겠어?"
뻔뻔스러울만큼 태연히 말을 늘어 놓는 데이빗의 모습에 존 캐러거가 뒷목을 잡는다.
"젠장...내가 말을 말아야지. 뭐 아무튼 멋졌어. 그런 식으로도 써먹을 수 있구나."
"드디어 이 어르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구나. 어른이 되었네."
감격스럽다는 데이빗의 반응, 장난스럽게 존 캐러거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하지만 그 감동은 1초도 되지 않아 깨졌다.
"뭐...슈팅은 좀 쓰레기 같네. 나 같았으면 넣었을 걸? 슈팅 빼고 그 전의 동작만 참고하도록 할게 영감."
"......"
"여전하네 저 녀석. 아니 어딜봐서 저게 은퇴를 앞둔 노인네의 플레이야?"
"어이...나이는 우리가 더 많다만..."
"우린 현역이 아니잖아."
예전 동료들도 혀를 내둘렀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나이대의 선수들도 하기 어려운 플레이를 너무나 쉽게 처리해 버리는 모습에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확실히 나이가 들었네. 예전 같았으면 저런 장면에서 얄짤 없었지."
"그러게. 사정권 안에 들어가면 가차없었지. 무슨 기계가 쏴대는 것보다 정확하니까. 본인도 저런 장면에서 아쉬움을 느껴서 은퇴하겠다고 한 것이 아닐까?"
"뭐...왼발에 걸린 것도 좀 아쉽긴 했지. 예전에도 오른발에 비해 왼발은 조금 손색이 있었잖아?"
"오른발에 비해서 조금. 그래도 어지간한 오른발잡이 선수들의 주력발보다 훨씬 좋았지."
"자책하지마 디르크. 네 오른발이 그 정도는 아니었어!"
"...닥쳐줄래?"
아직도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예전 멤버들이었지만 이렇게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그들이 은퇴한 이후 처음이었기에 이야기 꽃이 시들 줄을 몰랐다.
"근데 우리가 준비해 온 거는 언제 꺼낼 생각이야?"
수아레즈가 발 밑에 놓인 뭉치를 가리키며 캐러거에게 물었다.
"스티비한테 물어보니까 오늘 데이빗은 풀 타임을 뛸 거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경기 끝나고 나서 쓰자고."
"풀타임을 소화한다고? 은퇴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는 것도 참 이례적이네."
"애초에 정규 경기를 은퇴 경기로 잡는 경우도 드물지. 보통 오프 시즌동안 이벤트 형식으로 만드니까."
"하긴, 어쨌든 공식전이니까 하프타임 휴식시간을 억지로 늘릴 수도 없으니 말이야. 결국 경기가 끝난 이후에 뭘 하던가 해야겠네."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은퇴 경기 이후 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오늘 경기 끝나고 멜우드에서 파티를 연다고 했나?"
"아마 그럴 거야. 구단에서는 호텔에서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데이빗 녀석이 거절했대. 그 어디냐...퍼스트 팀이 쓰는 제 2구장 옆에서 야외 파티를 할 생각인가 보더라고. 아까 직원한테 살짝 물어 봤는데 술이며 먹거리를 아주 끝내주게 준비해 놓을거라 하더라."
예전보다 확실히 살이 찐 모습의 호세 레이나가 웃으며 끼어든다. 수아레즈는 저게 다 술살일거라며 혀를 찼다.
"페페, 슬슬 몸 관리 좀 해야하는 거 아니야?"
"걱정 마. 아직 문제 없단 말씀. 그리고 말이야, 이번 파티에서 먹을 술을 내가 좀 협찬했거든. 다들 한 번 먹어보라고. 진짜 끝내 줄거야."
"어이...너 데이빗 녀석의 은퇴를 축하해주러 온거야, 아니면 그냥 오랜만에 술 마시고 싶어서 온거야?"
마틴 스크르텔이 옆에서 황당한 표정으로 살짝 핀잔을 주지만 레이나는 겸사겸사 아니겠냐며 허허 웃으며 넘어갔다. 그러는사이 경기는 어느새 45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블랙번 녀석들, 제법 버티잖아."
"별 의욕없이 경기할 줄 알았는데. 괜찮네. 나쁘지 않아."
"데이빗 녀석도 초반에 찬스 한 번 잡은 이후로는 조금 고전하는 모양새고."
웃고 떠들면서도 볼 건 다 보고 있었던 이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것처럼 섭섭한 소리하지 말라는 듯 데이빗이 오랜만에 찬스를 잡아간다.
'오늘 네 소원대로 풀타임을 뛰게 해 주겠어. 뭐 알아서 잘 하겠지만 페이스 배분 잘 하라고.'
경기 전,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살짝 귀띰해 준 제라드 감독이었다. 데이빗은 그 마음 씀씀이에 감사를 표했고 다른 동료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었지만 살짝 페이스를 떨어 뜨리며 체력을 비축했다. 전반 초반처럼 날뛰어서야 30분도 제대로 뛰기 힘든 나이였으니까.
'이번 플레이에 한 번 쏟아 내고 하프타임 휴식시간 동안 보충하면 충분해.'
계산은 끝났다. 이제는 자신이 뛰지 않은 부분까지 책임져 준 동료들에게, 그리고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는 팬들에게 보답할 차례였다. 다리는 가벼웠다. 호흡도 멀쩡했다. 데이빗은 크게 손을 들며 공을 요구했다.
"패스!!"
곧바로 날아오는 패스, 데이빗은 가슴으로 공을 멈춰 세운 뒤 반전을 준비했다. 뒤에서 상대의 압박이 느껴진다. 쉽게 돌아서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다. 이런 도전을 수천, 수만번을 겪었고 이겨내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쉽게 물러서지 않음을 보여줄 차례였다.
"브램!"
빠르게 올라온 브램에게 패스를 내어 주고 노련한 움직임으로 브램의 패스코스를 만들어 주며 쇄도하는 모습이다. 그에 이끌리듯 브램으로부터 원 터치 패스가 돌아 온다. 그리고 데이빗의 마법이 다시 한 번 펼쳐졌다. 처음에는 공을 키핑하는 듯한 모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은 속임수, 다리를 살짝 치우며 공을 그대로 흘리는 듯한 의도를 보여 준다. 당황한 수비수들이 오른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는 리버풀 선수를 바라본다. 예상되는 패스 경로는 바로 그곳이었으니까.
"뭐...뭐야?!"
하지만 그것조차도 속임수. 데이빗은 공이 자신에게서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 발로 살짝 공을 건드렸고 부드럽게 꺾인 공은 수비수들의 사이를 지나 뒷공간을 파고들던 존 캐러거에게 정확히 연결되었다.
'진짜 대단한 영감이라니까...'
공이 발에 닿는 순간 짜릿함을 느꼈다. 설마했다. 저 상황에서 자신에게 패스를 연결시켜 줄 수 있을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데이빗이라면, 저 선배라면 자신이 상상하지 못했던 길을 찾았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보답받게 되었다.
'망칠 수 없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슈팅 모션에 들어간다. 이 완벽한 판타지의 마무리를 자신이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절대 망칠 수 없다는 생각, 그 생각이 불필요한 힘을 발생시켰고 미묘하게 임팩트가 불완전하게 되었다.
"젠장!!!!"
맞는 순간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파워는 그럭저럭 실었고 코스도 골대로 향했기에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 골키퍼가 날아 올라 펀칭해 내는 순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존경하는 선배의 마지막 경기를 망쳤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플레이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이 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온다. 어느새 패스를 한 위치에서 벗어나 튕겨 나온 공이 떨어지는 곳을 선점하고 있는 익숙한 실루엣이 보인다. 떨어지는 공에 시선을 떼지 않는 모습, 그리고 차분히 발리를 준비하는 동작, 모든 것이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
'...멋있긴 X나 멋있네.'
자신과 달리 저 선배는 실수하지 않으리라. 마치 저 선배가 있는 곳만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이 들 정도였다. 유려하게 올라간 오른발이 부드럽게 휘둘러졌고 곧 이어 골망이 흔들렸다. 존은 크게 웃으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우상다운 모습을 보여준 데이빗에게 달려갔다.
============================ 작품 후기 ============================
-참교육 시전 중인 데이빗 옹
-야 줘도 못먹냐?
-......
-은퇴는 니가 해라
-부들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