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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팬들에게는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는 군요. 데이빗 장 선수의 예전 동료들, 리버풀의 황금기를 함께 했던 전설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정말 팬들을 열광케 했던 이들이 모두 모였네요. 루이스 수아레즈, 루카스 레이바, 글렌 존슨, 디르크 카윗, 마르코 로이스, 오스카, 무사 시소코, 마틴 켈리...하하, 여전히 늠름한 모습들입니다. 지금 당장 현역으로 뛰어도 충분할 선수들 같은데요?]
[정말 그렇네요. 오, 옆에는 오늘 중계를 내 팽겨치고 합류한 제이미 캐러거 해설위원의 모습도 보입니다. 오늘은 한사코 중계를 맡길 거부했죠.]
[제이미 캐러거 해설위원도 현역 시절 데이빗 장 선수와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린 주역이었으니까요. 그가 신인 시절 팀의 베테랑으로서 정말 친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중계석에서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겠죠.]
[마틴 스크르텔과 다니엘 아게르, 호세 엔리케도 함께 하는 군요. 호세 레이나도 빼놓을 수 없겠죠. 정말 그 당시의 멤버가 모두 모였습니다. 리버풀 역사상 최강의 팀이라 불렸던 2012-2013 시즌의 멤버 전원이 이곳, 안필드에서 과거 자신들의 동료였던 선수의 은퇴를 지켜봅니다.]
[그 당시 캡틴이었던 스티븐 제라드는 지금 감독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현역 시절부터 사이가 좋기로 유명한 두 사람이었는데요, 지금도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베테랑 선수와 젊은 감독 간에는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만 두 사람은 예외죠. 데이빗 장 선수는 신인 시절부터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언제나 스티븐 제라드를 꼽았고 제라드 역시 최고의 선수를 묻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데이빗 장 선수를 꼽았죠. 실제로 현역 시절 두 선수는 리그 최고의 콤비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스티븐 제라드가 패스합니다, 그리고 데이빗 장이 골을 기록합니다. 유명한 멘트였죠. 알고도 못 막았다는 최고의 패턴이었습니다.]
[지금 경기장에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선두에 선 데이빗 장 선수! 그리고 떠나는 위대한 선배의 유니폼으로 맞춰 입은 리버풀의 다른 선수들입니다. 블랙번에서도 레전드에 대한 예우로 이런 부분을 이해해 주었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리그에서야 서로를 이겨야 하는 적이지만, 이런 레전드를 예우하는 일에는 구분이 없습니다. 블랙번은 정말 훌륭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해야 합니다.]
선수들이 입장하자 전광판의 화면이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그의 20년'이라는 타이틀 문구가 지나갔고 잠시 어두워진 화면은 마치 아침이 밝아 오는 듯 환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19살 시절의 데이빗이 나타났다. 아직 풋풋함이 가득한 어린 청년의 모습에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리저브 경기를 박살 내던 시절의 장면이 짤막히 편집되어 지나갔다. 그리고 대망의 데뷔전때의 모습이 나오자 오히려 함성이 잦아 들었다. 그들은 레전드의 지난 발자취를 지켜보며 추억에 빠지고 있었다.
"하하, 저 경기 기억 나네."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예전 동료들 역시 비슷한 감상이었다. 루카스 레이바가 감회가 새로운 듯 먼저 입을 열었고 다른 동료들도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그래 루카스. 정말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 분명히 그 맨유의 영감이 데이빗 녀석을 도발했고 그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경기야."
"챔피언스리그 8강전이네. 저 때 정말 처참했지. 아, 데이빗 말고 우리 이야기야."
"그러네. 뭐 그래도 다음 해에 우승했으니까 괜찮아."
"참...저 녀석은 매 경기가 죄다 하이라이트인데...이렇게 편집하기도 쉽지 않았을 거야."
화면 속의 데이빗이 점차 나이를 먹어 갔다. 어느새 주름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고 예전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고 팬들을 열광케했다. 화면은 빠르게 변해갔다. 준비한 영상이 종료되자 사람들은 아쉬움의 탄식을 흘렸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 것이다. 그리고 전광판에 지금 데이빗의 모습이 잡히자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엄청난 함성이네요."
브램 카윗이 콧등을 매만지며 말했다.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던 지난 경기때보다 훨씬 큰 함성이었다. 경기장 밖에 진을 치고 있는 팬들까지 합세하였기에 그야말로 지진이 일어난 듯한 느낌.
"고마운 일이지."
데이빗도 벅차오르는지 나지막이 그런 감상을 올린다.
"데이빗 씨라면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아마 저들은 데이빗 씨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다고,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보답해 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보답이라...나는 충분히 그것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의 어떤 선수보다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했다. 이런 환대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마감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정말 운이 좋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했다.
"저길 봐!"
존 캐러거가 한쪽을 가리키며 외친다. 선수들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을 따라간다.
-데이빗 앞에 데이빗 없고 데이빗 뒤에 데이빗 없다
-20년, 당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혼자 걷지 않을 겁니다. 우린 언제나 기억하고 있을 거에요
다양한 통천과 걸개, 플래카드가 그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데이빗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입을 열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아직 경기 전이었다. 마지막까지, 이런 멋진 팬들에게 최고의 플레이를 선물하는 것이 이런 감동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정말이야. 저 녀석 이전에 저런 친구는 없었고...앞으로도 나오기 힘들겠지."
어느새 중후한 중년이 된 마르코 로이스가 솔직한 감상을 입에 담는다. 다른 동료들이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앞으로 리버풀의 공격수, 혹은 스타 플레이어는 누구나 저 녀석과 비교당하겠지.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을거야."
"캐라, 니 아들 이야기같은데?"
현재 리버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는 존 캐러거를 언급하자 제이미 캐러거는 어쩔 수 없는거 아니냐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건 어쩔 수 없잖아. 저런 공격수 뒤에 자리를 차지한다는 건 비교 당할 수 밖에 없는 거라고. 존에게는 조금 가혹한 일이 되겠지만 그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 그런 압박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선수로서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보다 엄격하네. 하긴, 누가 대신해 줄수 있는 프레셔가 아니니까. 우리 아들 녀석도 마찬가지이려나."
카윗도 혀를 내두르며 동참한다. 하지만 수아레즈는 정말 비교가 되는 이는 따로 있다며 말했다.
"너희들의 아들들이야 그렇다쳐도, 데이빗의 아들만 하겠어?"
정곡을 찌르는 발언, 확실히 그러했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이제 14세의 어린 나이, 아직 유소년 클럽에 속한 선수에 불과했지만 앤디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데이빗이 알아서 잘 키우겠지. 뭐, 아버지만 못하면 또 어때? 다들 그렇잖아? 내 자식이 나보다 못한 커리어를 남긴다고 해서 자랑스럽지 않을리 없다고."
"맞는 말이야. 우리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돼. 힘들 때 가끔 어깨를 빌려주는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아, 달글리시 감독의 축전 영상이네. 요즘 몸이 좀 안 좋으시다면서?"
화면에는 달글리시 감독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과거 데이빗을 본격적으로 기용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잠재력을 이끌어 냈다는 평을 받은 명장이자 자신들의 예전 보스를 보자 선수들의 눈빛이 아련해 진다.
"아예 거동이 불편한 수준은 아니라고 하는데...나이가 이제 적지 않다 보니 좀 힘드신가봐. 사실 오늘도 직접 오겠다고 고집을 부리셨다는데 의사가 말려서 못 오셨다나."
"데이빗 녀석에게 은사 같은 사람이지. 아마 저 사람이 없었다면 조금 다른 커리어를 보냈을 지도 몰라."
"그건 호지슨이 이상했던거였어. 아무튼 오랜만에 영상으로라도 얼굴을 보니 좋네. 조만간 한 번 찾아 뵈야겠어."
"멋져요. 아빠는 정말..."
앤디는 눈을 빛내며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경기장을 찾으며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한다면 리버풀, 아니 잉글랜드 전역이 아버지의 은퇴를 지켜보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경기장 안팍에 모인 어마어마한 인파, 이들 모두 아버지의 유니폼을 입고 아버지의 마지막을 슬퍼하고, 아쉬워하면서도 축하해 주고 있었다.
"정말 그렇네. 아빠는 정말 대단해. 그렇지?"
"응! 아빠 멋있어! 최고야!"
에밀리도 크게 소리쳤다. 아직 어려서 잘 몰랐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오빠, 그리고 엄마에게 아빠는 대단하다고, 최고라고 말해 주었다. 그 사실이 정말 기쁘고 자랑스러웠던 에밀리였다.
실제로 지금 관중석에서도 그들을 향해 박수를 쳐주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데이빗에 대한 감사를 그들에게 표하고 있었으니까.
"시작해요!"
데이빗의 은퇴가 메인 이벤트이긴 했지만 어쨌든 오늘도 프리미어리그의 정규 경기였다. 경기 전, 간단한 오프닝 행사 격으로 준비한 영상이 끝나자 곧바로 경기 시작 준비에 들어갔다. 센터 서클에서 여유로운 모습으로 킥 오프 휘슬을 기다리고 있는 데이빗을 가리키며 앤디가 외쳤다.
"아빠는 오늘도 골을 넣을 거에요! 틀림 없어요!"
경기장에 오기 전에는 아버지가 은퇴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침울했던 앤디였지만 어느새 잔뜩 흥분한 모습이다. 에리카는 살풋 웃으며 그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 페널티 킥을 얻어내 줄테니, 영감. 잘 차보라고."
존 캐러거가 의욕을 보인다.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다. 자신이 은퇴 경기에서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데이빗은 고양이같은 어린 후배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나보다는 너부터 골을 좀 넣지 그래? 분명 이번 시즌 득점이..."
손가락을 꼽기 시작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존 캐러거가 질색한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 미숙한 점이 많다고는 하지만 나이 40에 가까운 노땅(?)과 득점 기록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과거의 전 세계를 씹어 먹던 최고의 선수였다 해도 말이다.
"젠장. 챙겨 주려고 해도 지랄..."
투덜거리는 존 캐러거의 말을 끊으며 데이빗이 끼어든다.
"뭐, 마음은 고맙게 받지. 그래도 억지로 만들 필요는 전혀 없어. 상대 팀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평소처럼 해. 그게 내가 정말 원하는 거야."
"...알겠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투덜대지만 어느 정도 알아들은 것 같다. 데이빗은 만족하며 시선을 전방으로 돌렸다. 입장 통로에서 자신의 은퇴를 축하해 주었던 블랙번 선수들이 보인다. 선수 생활을 하며 큰 인연을 만든 팀은 아니었고 그리 친한 선수들이 뛰는 팀도 아니었지만 이렇게 자신을 배려해 주는 모습을 보니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시작한다. 집중해."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킥 오프 휘슬이 울렸고 데이빗은 공을 뒤로 길게 빼준뒤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이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은 승패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아니, 당연히 이길거라고 생각했기에 굳이 언급을 하지 않는 것에 가까웠다. 그들은 팀의 레전드가 은퇴하는 경기에서 질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만에 하나 리버풀이 이 경기를 놓치게 된다면 데이빗의 은퇴 이후에 다른 선수들은 꽤나 된서리를 맞아야 할 지도 몰랐다. 위대한 선배의 마지막 길을 망쳤다는 이유로 말이다.
데이빗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다른 후배 선수들이 자신의 은퇴에만 신경쓰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그랬기에 좀 전에 존 캐러거의 배려도 에둘러 거절했던것이다. 그는 자신의 은퇴가 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길 원했다.
"좀 더 올라와!"
"브램! 지금은 사이드로 벌려 줘야지!"
그래서 솔선수범하여 평소처럼 선수들에게 요구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그들이 부담감을 벗어 던지고 평소와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다행히 다른 선수들도 데이빗의 그런 모습에 느낀점이 있었는지 조금은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예전 한화 레전드 송진우 선수 은퇴경기였나
-그때 송진우 선수가 아마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을텐데요
-그 한 타자를 잡지 못하고 안타를 맞았던 것 같아요
-상대 팀은 LG였던거 같은데
-안타 맞고 내려간 송진우 선수들 대신해서
-류뚱이 출동하여...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좀 성격은 다르지만
-보통 대부분의 팀들은 팀 내 레전드의 마지막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보통이겠져
-지면 은퇴하는 큰 형님에게 빠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