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24화 (32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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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많이 늘었습니다 미스터 클롭. 당신의 영어 실력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무엇인가요?"

"음, 아무래도 우리 팀 선수들이겠죠?"

"그들에게 전술 지시를 할 때 불편하셨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를 하신 건가요?"

"아뇨, 저 친구들이 가끔 멍청한 플레이를 할 때 욕을 해 주기 위해서 일까요."

클롭 감독의 능청스러운 말에 좌중이 빵 터졌다. 클롭은 여유롭게 웃으며 농담이라고 덧 붙였다.

"선수들과의 의사 소통은 아주 중요하니까요. 처음에는 마르코가 중간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금은 전혀 문제 없어요. 우린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죠. 여기 옆에 있는 데이빗에게 '헤이! 전에 너희 집에 놀러 갔을 때 너의 그 망할 강아지가 내 옷에 똥을 묻혔다고! 세탁비는 언제 줄거야?' 뭐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오, 저런. 감독님의 옷에 똥을 쌌군요? 데이빗 선수, 세탁비는 드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진행자의 말에 데이빗이 황당한 표정과 억울한 표정이 섞인 채 대답한다.

"아니 잠깐만요. 그렇게 말하니까 꼭 제가 똥을 싼 것 같잖아요. 그리고 저는 미리 경고했어요. 아직 어린 강아지라 잠에서 깨면 보통 용변을 본다고요. 그걸 무시하고 가까이 간 감독님의 잘못이죠."

"하지만 자네는 그 불행한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즐거워했지!"

"사실 웃겼잖아요."

둘 사이의 만담이 이어지자 방청객들의 웃음이 커진다. 진행자도 웃음을 참으며 계속 장난을 치는 둘을 말린다.

"역시 사이가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네, 데이빗과 저는 아주 좋은 친구였죠. 저 친구의 강아지가 제 옷에 똥을 싸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우리 아들을 울리고 가기 전까지는 아주 신사다운 분이었어요."

계속된 둘 사이의 농담에 결국 참지 못한 진행자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한참을 웃던 그는 투철한 프로 정신을 발휘하여 진행을 계속해 나갔다.

"정말 사이가 좋아 보이는 두 분이네요. 그런데 클롭 감독님이 처음 리버풀에 부임한 이후에 둘 사이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당시에 실제로 어땠는지 이야기를 한 번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 큰 문제는 없었어요. 단지 그때 이 친구는 좀 더 나이가 든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키를 작게 만들 수 없었고 구수한 스코틀랜드 사투리를 쓰지 못했습니다."

전임 감독 달글리시를 빗대어 이야기하는 모습에 다시 한 번 큰 웃음이 방청객들로부터 터져 나온다. 가까스로 웃음을 참은 진행자가 데이빗을 돌아보며 말한다.

"어떤가요 데이빗 선수. 실제로 초창기에는 좀 서먹했던 부분이 있었나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데이빗이 어깨를 으쓱한다.

"큰 문제는 없었어요. 사소한 일이었죠."

"낯을 좀 가리는 친구라서요."

한 마디 끼어드는 클롭의 모습에 데이빗이 픽 웃으며 말을 잇는다.

"조금 어색했던 면이 있었던 건 사실이죠. 전임 감독님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거든요. 저에게 요구하는 내용도 달랐고 그래서 처음에는 헷갈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지금은 뭐..."

옆에서 여유롭게 자신을 바라보는 클롭을 밉상이라는듯 한 번 째려보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좋은 사람이다'라고 덧붙인다. 클롭은 유쾌하게 웃으며 부연 설명을 했다.

"사실 이 친구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달글리시 감독님은 팀을 아주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었죠.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리버풀을 이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 전 지금까지 실직자 신세를 면하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팀이 실업자를 구제한 셈이죠."

데이빗의 반격에 클롭이 웃으며 가볍게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장난스럽게 때린다. 그 모습에 진행자가 생각이 났다는 듯 화제를 꺼낸다.

"아, 방금 전의 모습을 보니 두 분 사이의 불화설이 나왔던 이슈가 생각나네요. 기억하시나요?"

"아뇨, 전혀요."

둘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진행자는 부연설명을 시작했다.

"2015-2016 시즌 당시였을거에요. 클롭 감독님의 부임 초였을 겁니다. 그때 경기가 끝나고 승리한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도중에 유독 데이빗 장 선수에게만 장난스럽게 뺨을 때렸었죠."

그 말에 기억이 났는지 데이빗이 폭소를 터뜨렸고 클롭은 '내가 그랬나?'하는 표정이었다.

"근데 뺨을 맞은 데이빗 장 선수가 정색하는 표정이 카메라에 잡혀서 둘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왔었죠. 당시에 두 분은 모두 장난이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었지만요."

"이 친구가 엄살을 부린 거겠죠. 저는 누구를 폭행하거나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클롭의 천연덕스러운 말에 데이빗이 기가 막힌다는 듯 입을 열어 반격한다.

"거짓말이에요. 그는 자신의 힘이 얼마나 센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꽤 아팠어요. 지금도 이빨이 흔들리는 것 같다구요."

"이가 흔들리면 치과에 가라고 친구."

"...말을 말아야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드는 데이빗, 클롭은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그 일이 오해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 스타일의 친근함의 표현, 격려였을 뿐이었어요."

"그런 것치고는 너무 강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자다운 방식이었을 뿐이야."

무슨 말만 꺼내면 산으로 가버리는 대화에 진행자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그렇군요. 아무튼 그 부분은 오해인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어요. 그럼 좀 전에 하던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주실 수 있나요?"

"좀 전에 무슨 얘기까지 했었죠?"

말하다 보니 까먹었노라며 클롭이 웃는다.

"클롭 감독님 부임 초기에 데이빗 장 선수가 조금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했었죠."

"아 그랬죠. 사실 데이빗만이 혼란을 느꼈던 것은 아닙니다. 많은 선수들이 달라진 철학에 혼동을 느껴야 했어요. 저와 달글리시 감독님의 축구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점이 있었으니까요."

슬슬 진지한 이야기였기에 클롭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운다. 그리고 진중한 어조로 조용히 설명을 시작했다.

"누구의 전술, 철학이 더 낫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 그들의 혼란을 이해했어요. 그들은 달글리시 감독님의 철학대로 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2012-2013시즌에는 트레블을 달성했으니까요. 엄청난 팀이었죠. 그런만큼 달글리시 감독의 축구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고 그 철학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을 겁니다. 당연히 새로운 방식에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었어요."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인다.

"저도 달글리시 감독님의 팬이었어요. 그분의 축구는 열정적이고 매력적입니다. 선수들이 즐거워할 만한 축구를 할 줄 알았고 그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멋진 사람이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회복했지만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었을 때는 모든 이들이 그를 걱정했습니다. 물론 저도 그중 한 사람이었죠."

데이빗도 슬슬 한 마디를 거들어야겠다는 듯 나선다.

"리버풀에서 많은 감독, 코치들과 일을 해 왔습니다. 지금은 은퇴한 리저브 팀의 맥마흔 감독님부터 지금의 클롭 감독님까지 모든 분들의 생각은 달랐어요. 목표는 동일하죠. 승리와 성공을 원한다는 건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방식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에요. 저는 달글리시 감독님과 몇 년간 지내며 그분의 방식에 완전히 익숙해진 상태였어요. 그리고 성공도 거두었죠. 그런데 갑자기 제가 변화하란 소릴 들었으니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조금 민감한 화제였지만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만큼 현 감독인 위르겐 클롭과의 사이가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 데이빗은 씩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동안 저는 수비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은 저에게 공격에만 치중해도 된다고 이야기했죠. 하지만 클롭은 달랐어요. 그는 제가 뛰지 않는 만큼 동료들이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죠. 사실이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변화할 용기가 부족했던 거죠."

데이빗의 말에 클롭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끼어든다.

"이 친구는 자신이 용기가 부족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전혀 아닙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에요. 그만한 위치에 있는 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이 확고합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지도자들과 종종 불화를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혼란스러워하긴 했지만 진지하게 저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했어요. 저를 믿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저 또한 진심으로 그를 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그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말하고 나니 민망한지 '이 정도로 이야기해 주면 되겠어?'라며 장난을 치는 클롭, 데이빗도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받아 준다.

"사실 부임 첫 해에 리그 우승컵을 놓쳤습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8강에 머물렀죠. 그 당시에 클롭의 축구가 리버풀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선수들과 저는 서로에 대해 알아갈 시간이 필요했어요. 저는 무조건 제 전술에 선수들이 맞추라고 요구하고 싶진 않아요. 그들의 장점을 알아야 비로소 완벽한 팀을 꾸릴 수 있다고 보았죠. 첫 번째 시즌은 그런면에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3위라는 순위에 누구도 만족하지 않았죠. 저 또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제가 팀을 맡기 전에 리버풀은 최근 4년 간 리그 우승을 세 차례나 차지한 챔피언이었으니까요. 챔피언스 리그 우승도 같은 기간 동안 두 차례 달성했던 만큼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고 생각했죠."

"사실 그 당시에는 부상 선수도 상당히 많았죠. 저도 한 달 이상 결장을 해야했고 또 많은 멤버들이 팀을 떠나고 새로운 이들이 찾아 왔습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나서 곧바로 리그 우승을 했고 이번 시즌도 우승을 확정 지었으니 이만하면 괜찮은 결과 아닌가요?"

너스레를 떠는 클롭, 진행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017-2018 시즌은 정말 엄청난 시즌이었습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만이 남아 있네요. 이번 시즌, 역대 최다 승점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요?"

"선수들이 잘해 준 것이 가장 큰 이유죠. 저는 우리 선수들만큼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본 적이 없어요. 그들은 매 경기가 마지막 경기인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하죠."

그리고는 옆에 있던 데이빗을 가리키며 씩 웃는다.

"이 친구가 커리어 하이를 기록해 준 것도 물론 엄청났습니다. 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누군가 50골을 기록할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힘든 리그 중 하나이니까요. 휴식기가 없이 치러지는 유일한 리그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최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프로페셔널한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는 그것만이 끝이 아니라는 듯 말을 이어 나간다.

"비록 FA컵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무려 9골을 기록했죠. 리그컵에서는 다른 어린 선수들의 출전 시간 보장을 위해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벌써 14호 골입니다. 이번 시즌에만 73골을 넣었어요. 다른 선수들의 3~4년 치를 1년만에 몰아서 하는 아주 부지런한 친구입니다."

"정말 엄청났죠.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선수가 기록했던 연간 최다골 기록을 작년에 갱신한데 이어 단일 시즌 공식전 최다골 기록과 타이를 이루었습니다."

클롭과 진행자의 칭찬에 민망한듯 뺨을 긁적이는 데이빗, 신인때와 똑같은 버릇이었다.

"운이 좋았어요. 그리고 주변의 환상적인 도움이 있었죠. 리버풀의 친구들은 모두 세계 최고입니다. 언제나 한 단계 위의 수준을 원하고 그를 위해 노력하죠."

"점잔빼지 말고 솔직한 마음을 말하라고."

"이 사람만 빼고요."

능청스럽게 클롭을 가리키는 데이빗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촬영장에 큰 웃음이 터져 나온다. 클롭도 한 방 먹었다는듯 껄껄 웃으며 데이빗의 어깨를 팡팡 두드려 준다.

그 이후 한동안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커룸 내에서의 일화, 그리고 가십거리에 올랐던 이슈 등. 클롭과 데이빗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프로그램 촬영 중이라고 보기에는 아주 자유로운 분위기, 그들은 굳이 속내를 감추지 않았고 솔직하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그리고 슬슬 촬영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2017-2018 챔피언스리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어떤가요. 부임 이후 벌써 두 번째 챔피언스리그 결승입니다. 지난 대회에서는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만 이번에는 우승할 자신이 있으신가요?"

"아 물론이죠. 작년에 준우승을 거둔 뒤에 결심한 부분이 있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 수염을 깎지 않겠다고 말이죠. 보세요. 집에서 가족들이 더럽다고, 못생겼다고 빨리 깎으라고 난리입니다. 저의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우승을 해야해요."

"...저와 동료들도 보고 있기 힘듭니다. 무슨 해적도 아니고. 우리는 이번 결승전의 장소인 누 캄프에 면도기를 가져갈 거에요. 얼마 전에 마르코가 하나 구입했죠. 그 친구는 깔끔하고 지저분한 꼴을 못보는 친구라, 우승을 하게 되면 자신이 직접 저 더러운 수염을 밀어 버리겠다고 벼르고 있어요."

"더럽다니. 이게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거라고."

"알았으니까 얼른 깎아요. 젠장, 들이 밀지 말라고!"

장난스레 얼굴, 수염을 들이미는 클롭의 모습에 기겁하며 뒤로 빼는 데이빗이다. 다시 한 번 터져 나오는 웃음, 그리고 길었던 촬영이 마무리되었다.

============================ 작품 후기 ============================

-타임머신을 탔습니다. 2018년 5월의 이야기입니다.

-22세의 데이빗이 27세(며칠 뒤면 28세)가 되었네요

-감독이 바뀌었네요. 네 미스터 클롭이군요

-완결을 빠르게 내지 말고 더 길게 써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마음은 정말 감사합니다. 그만큼 제 글을 아껴주신다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저는 지금도 좀 길어진 느낌을 받았어요

-유로/ 올림픽 경기를 묘사할 때부터 그런 느낌이 정말 강하게 들었습니다

-글이 지루해지고 같은 내용의 반복이 되느니

-깔끔하게 정리하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몇 편 더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벌써 3월이네요

-3월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추천 구걸을

-주세요

-추천

-♡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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