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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 0! 일곱 번째 골이 들어갑니다! 아 너무나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한국!]
[한국 팀에게 악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는 영국, 그리고 데이빗 장입니다! 데이빗 장의 다섯 번째 골! 오늘 5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모든 득점에 관여하고 있네요!]
[사실 경기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확이 사살은 예전에 끝났죠! 한국 팀은 이미 10명이 뛰고 있는 상태이고 완벽히 투지를 잃어 버렸습니다.]
[오늘 데이빗 장은 완전히 작정하고 나온 것 같습니다. 한국 팀으로서는 피어스 감독이 이 선수를 1분이라도 빨리 경기장 밖으로 교체시켜 주길 바랄 것 같습니다.]
[지난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본격적인 골 사냥에 나선 데이빗 장 선수, 오늘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주며 골을 몰아치고 있습니다. 벌써 대회 8호골을 기록, 사실상 득점왕은 예약해 놓은 것이나 다름 없네요!]
[지금 8강에 오른 팀들 중, 조별 리그 3경기에서 8골 이상을 기록한 팀이 영국과 브라질, 단 두 팀이었다는 것을 본다면 엄청난 일이죠. 3경기만에 8골 3어시스트 째입니다. 혼자서 한 팀 전체의 공격력 이상을 보여주고 있네요!]
[유로 2012를 병행하고 있는 중이라 컨디션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완벽하게 쓸데 없는 걱정이었습니다. 피어스 감독이 관리를 잘 해 주었어요. 조별 예선에서 그의 기용을 최소화하며 회복에 전념케 한 것이 최고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토너먼트에서, 데이빗 장 선수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입니다. 한국 팀은 정말 운이 없네요. 하필 데이빗 장 선수의 컨디션이 폭발하는 타이밍에 영국과 만나 버렸으니까요.]
후반 4분, 자신에게 세 명의 수비수를 끌어 들인 데이빗이 욕심내지 않고 스터리지에게 패스를 이어주며 팀의 네 번째 골을 도왔다. 휴식 시간 동안 간신히 추스린 멘탈마저 여지 없이 짓밟아 버리는 확인사살.
그리고 3분 뒤, 후반 7분에는 아론 램지의 스루패스를 이어 받아 돌파하던 중, 완벽히 멘탈이 무너진 오재식의 거친 태클에 넘어지며 페널티 킥을 얻어 냈다. 전반에 한 장의 옐로우 카드를 받은 상태였던 오재식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고 한국 팀으로서는 더 이상 상황이 나빠질래야 나빠질 수 없는 상황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가 얻어낸 페널티 킥을 데이비드 베컴이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격차를 5골 차이로 벌렸다. 데이빗은 두 번째 어시스트 적립.
11명이 뛸 때도 막을 수 없었던 선수를 10명이 뛰며 막을 수 있을리 만무했다. 그것도 이미 승리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에서 말이다. 한 두 골 차이라고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5골로 격차가 벌어졌으니 아무리 메달 획득에 대한 열의가 넘치는 한국 선수들이라고 해도 의욕이 남아나지 않았다.
그리고 데이빗은 자비가 없었다. 상대가 의욕이 있건 없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한국의 상처를 헤집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고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후반 11분, 이제는 체력적인 문제까지 노출하기 시작한 박종욱을 그저 치고 달리기로 떨궈 낸 데이빗은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로 침투했고, 이를 놓치지 않은 베컴으로부터 완벽한 크로스를 전달 받았다. 이를 가볍게 머리로 받아 밀어 넣으며 본인의 네 번째 골, 그리고 팀의 여섯 번째 골을 올렸다.
이쯤하면 그만할 법도 했지만 데이빗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15분, 자신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르는 한국 수비수들을 차례로 농락하며 마침내 골키퍼까지 제쳐낸 데이빗, 그리고 가볍게 공을 굴리고 뒤돌아 섰다. 5번 째 골, 데이빗의 한 경기 최다골 기록이 경신되는 순간이었다.
"슬슬 빼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제는 긴장이 될 여지도 없었기에 편안한 표정으로 코치가 제의한다. 남은 시간은 30분 남짓, 7골의 격차를 따라 잡히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영국 수비수들이 단체로 자리를 비우지 않는 이상 말이다.
"흠."
별반 대꾸없이 그저 고개를 주억거리는 피어스 감독, 코치는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밝혔다.
"이미 이 경기는 끝났습니다. 30분 사이에 7골이 뒤집힐 리는 없겠죠. 한국 선수들 좀 보세요. 이미 의욕도 없고 투지도 없습니다."
확실히 다들 혼이 빠진 듯한 모습이다. 피어스 감독은 여전히 가타부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혹시나 자포자기한 저들이, 데이빗에게 악의적인 태클을 일삼을 지도 모릅니다. 이미 끝난 경기에서 그가 만약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큰 일 아닙니까?"
"그래. 이 정도면 저 친구도 만족했겠지."
그리고는 벤치에 대기하고 있던 조 앨런에게 몸을 풀 것을 지시한다.
"후반 20분 쯤에 바꿔 주도록 하지. 앨런도 좀 더 몸을 풀어야 할테고."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8강전 답지 않게 영 긴장감이 없군 그래."
관중석을 둘러보며 중얼거리는 피어스 감독, 관중들 또한 이미 긴장감 따위는 잊은 채 마음껏 경기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소수의 한국 응원단 쪽은 그야말로 초상집이었지만 말이다.
"이미 축구에서 흔히 보기 힘든 점수 차이가 나버렸지 않습니까. 당연한 일이죠."
벤치 분위기도 비슷했기에 남말할 처지가 아니라며 코치가 대답한다. 실제로 피어스 감독 본인 또한 거의 관중과 비슷한 느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것도 그렇군. 뭐, 아무튼 저 친구를 데려 온 일은 이번에 내가 감독을 맡으면서 한 일 중에 최고의 파인 플레이였어."
"특혜다, 뭐다, 이런 말들도 이젠 쏙 들어가서 보이지 않고 말이죠."
"애초에 그런 멍청한 소리는 신경쓰지도 않았어. 지들도 감독이었으면 무조건 뽑으려고 난리를 쳤을텐데 뭘."
가볍게 대꾸하고 넘긴다.
"준결승 상대는 브라질이지?"
"네, 우리 경기 바로 전에 온두라스를 이겼죠. 분명 스코어가 3 대 2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 경기는 나중에 돌아가서 확인해 봐야 겠지만 말이야."
턱을 매만지며 4강 상대에 대한 논의를 늘어 놓는 감독, 이미 이 경기는 그에게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브라질은 이번에 멤버가 좋다고 엄청 떠들어 댔지 않나. 네이마르에, 헐크에 다미앙에...A 대표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소릴 하던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느낌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공격력이야 화려하기 그지 없습니다만 수비 쪽은 아무래도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브라질은 이번 조별 예선에서 이집트, 벨라루스, 뉴질랜드와 함께 C조에 속하며 최고의 꿀조에 속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조별 예선 3경기에서 9골을 뽑아내는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수비 쪽에서는 물음표가 붙은 상태였는데 한 수, 아니 두 수 아래의 팀들을 상대로 3경기에서 4골을 실점하며 수비 불안을 드러냈다. 코치는 지금 그 부분을 지적하고 있었다.
"우리 수비진이라면 브라질을 상대로 많은 골을 허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그래도 무실점으로 셧 아웃 시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난타전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인가?"
"난타전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친구가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브라질의 공격력도 그리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중이라 저도 혼란스럽네요."
"그거야 그렇지."
"뭐, 우리 수비가 한 두어골 실점해도 그 이상으로 갚아 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평소였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겠지만...지금 본 게 있으니 뭐라 할 수가 없...응?"
피식 웃으며 시선을 그라운드로 돌리는 피어스 감독, 잠시 잡담을 나누는 사이, 다시 한 번 공격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교체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다시 한 번 적극적인 공세로 나서고 있는 데이빗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스터리지에게 전진 패스를 이어주는 모습, 주변에 널린 수비수들의 압박은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데이빗으로부터 깔끔한 패스를 넘겨 받은 스터리지는 가볍게 턴 동작을 이어가며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욕심이 앞서서 일까, 터치가 조금 길었고 결국 수비수가 공을 저지해 냈다.
"땡큐!"
하지만 끝난 것이 아니었다. 패스를 넘겨준 데이빗이 어느새 근처까지 접근해 왔던 것. 몸을 날리며 공을 저지해 낸 상대 수비수를 비웃는 것처럼, 가볍게 공을 빼내고 달렸다. 한국 팀으로서는 운도 따르지 않는 상황, 차라리 공이 다른 쪽으로 흘렀다면 이런 상황이 오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출렁-
애처롭게 몸을 날리는 상대 골키퍼, 하지만 앞서 막지 못했던 것처림, 이번에도 그는 데이빗의 슈팅을 저지하지 못했다. 흔들리는 그물을 뒤로하고 동료들과 가볍게 포옹하는 데이빗, 워낙 많은 골이 들어가다 보니 이제는 딱히 세레모니를 할 것도 없었고 동료들의 축하도 시들했다. 피어스 감독과 코치도 이제는 딱히 기뻐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끝내 주는 군요."
"저 친구, 한국인에게 돈이라도 떼 먹힌 적 있나? 너무 잔인한데 그래?"
"정말 그렇네요. 그래도 이제 마지막이었으니..."
"한국 팀에게는 좀 늦었겠지만 말이야."
"잔인한 자식."
징그럽다며 긱스가 데이빗에게 어깨동무를 걸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한 경기에서 6골, 거기에 2개의 어시스트였다. 수십 경기를 치르는 리그에서, 한 시즌에 5골 이상을 기록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는데 한 경기에서 6골이라니, 정말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수치였다.
"적당히 좀 해라. 쟤들 불쌍해 죽겠다. 내가 진짜 선수 생활 중에 상대 팀 선수가 불쌍해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베컴도 가세했다. 그 만큼 한국 선수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아마 관중들이 없었다면, 중계되는 경기가 아니었다면 눈물을 흘리는 선수가 나왔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장담하는데, 경기 끝나고 우는 친구들 좀 나올 거 같아. 어휴, 안색 하얗게 질린 것 좀 봐."
"운이 없는 거지. 하필이면 이 녀석이 컨디션을 완벽히 회복한 타이밍에 붙게 됐으니까."
"우루과이는 약과였네. 아니, 그 팀이 생각보다 수비를 잘한 건가."
"저기, 골을 넣은데 왜 축하는 안해주고 핀잔을 주는 거죠?"
데이빗이 억울한 듯 항변한다.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냥 그렇다는 거지 뭐. 아무튼 축하한다."
"그래. 그리고 감독님도 우리하고 비슷한 생각인 것 같네. 수고했어."
벤치 쪽을 가리키는 베컴, 그의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교체 사인이 나온 상태였다. 데이빗은 힐끔 시선을 돌려 전광판을 확인했다. 후반 20분, 얼추 예상했던 시간이었다. 데이빗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동료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며 터치 라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
니가 최고다 데이빗!!!
7만여 관중의 기립박수. 최소한 영국을 응원하는 이들은 모두 일어 섰다. 그들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 준 데이빗을 향해 열렬한 박수 갈채로 화답했다. 데이빗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
"수고했어."
"아, 잘 뛰라고."
"뭐, 네가 상대를 아예 죽여놔서 별로 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말이지."
가볍게 포옹하는 조 앨런과 데이빗, 그리고 그를 환대하는 코치진과 벤치 멤버들.
"무서운 자식. 제발 다음에 리그에서는 좀 살살 해라 괴물 자식아."
"수고했어. 진짜 엄청나더라."
"여기 타올. 좀 쉬게나. 오늘 정말 수고 많았네."
일일이 대꾸하기에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말들이 쏟아졌기에 적당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는다. 70여 분을 소화한 것치고는 아직 몸 상태가 괜찮았다. 코치가 건네준 타올로 땀을 닦고 이온음료로 수분을 보충했다. 아직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을 진정 시키며 데이빗이 경기장으로 시선을 던졌다.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끝났구나.'
고대하던 한국 전의 끝이었다.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많은 골을 넣었다. 그래서 후련한지는 사실 잘 느낌이 오지 않았다. 평소와 비슷했다. 골을 넣으면 행복했고 경기에 이긴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첫 골은 조금 특별했지만 이후에는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네.'
껄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굳이 또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한국 팀이 아마 자신을 더 만나기 싫어할 것 같다는 데 생각이 미쳤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정도면 괜찮은 마무리라고 생각했다.
경기 종료
영국 8 : 한국 0
득점자: 데이빗 장('1, '14, '40, '56, '60, '64), 다니엘 스터리지('49), 데이비드 베컴('11)
============================ 작품 후기 ============================
-해트트릭x2 + 2어시
-한국 전이 끝났네요
-개인적으로 좀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필력이 모자라다는 것을 그 어느때보다 실감한 파트이기도 하구요
-좀 더 잘 쓰고 싶었지만 아직 능력이 많이 부족하네요
-이제 슬슬 이 글에서 써야할 내용은 얼추 다 쓴 것 같습니다
-네 완결이 머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