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99화 (299/346)

00299      =========================================================================

"사람 진짜 많네..."

버스 안에서 창 밖을 살핀 데이빗은 혀를 내둘렀다. 공항에도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많았었는데 이곳  코벤트 가든-트라팔가 광장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얼마 전, 리버풀이 리그 우승컵을 들고 시내 투어를 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과장 없이 사람들이 끝도 없이 보였다.

"히야...진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한 1/10은 온 거 같지 않냐?"

루니도 휘파람을 불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 그 정도는 안 되겠지만, 런던 인구의 1/10은 왔을 것 같기도 하네..."

살짝 태클을 거는 저메인 데포. 런던 인구의 1/10이라고 해도 80만 명이다. 정확한 숫자는 나중에 뉴스를 통해 확인하면 될 것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주, 엄청나게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짜 큰 일을 하긴 했나봐?"

"당연한 말을. 어떤 선배들도 하지 못했던 일이잖아. 그 말은 우리가 잉글랜드 역사 상 최고라는 이야기라는 거지."

에헴 하고 콧대를 세우는 웨인 루니, 그 말에 선수들은 기분 좋게 웃음을 흘렸다. 언론에서 종종 잉글랜드의 우승을 두고 데이빗의 원맨쇼였다, 잉글랜드는 원맨팀이다 라는 등의 기사를 내며 폄하하곤 했지만 그들은 스스로 한 몫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공격에 있어서는 데이빗에게 기댄 바가 절대적이었지만 골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오롯이 그들의 능력이었으니까.

"난 이런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저 안전 요원들이 제일 불쌍한 것 같아."

측은한 표정으로 선수들의 입장로를 확보하고 있는 요원들을 바라 보는 조 하트, 데이빗도 그 감상에 공감했다.

"정말 그래요. 그게 저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해도 진짜 보통 일이 아닐텐데..."

"그렇다고 사람들보고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잖아. 우리야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게 좋으니까."

"그래, 저 사람들이야 고생이겠지만 우리한텐 좋은 일이지. 이런 환영식이 썰렁하다고 생각해봐. 얼마나 서글프겠냐?"

"다들, 이제 내릴 시간이야. 알고 있겠지만 오늘은 여왕께서 직접 나오시는 자리야. 실수하지 말도록 해."

코치가 선수들에게 이제 나갈 시간이라고 이야기 한다. 루니가 장난스럽게 코치에게 농담을 던진다.

"코치님이 제일 긴장한 거 같은데요? 거기 넥타이 비뚤어 졌는데?"

"헛? 그럴리가 없는데?"

"농담이었어요."

부랴부랴 넥타이를 매만지는 코치에게 루니가 씩 웃으며 한 마디를 던졌다. 그제서야 놀림 당했음을 깨달은 코치가 루니를 째려 보지만 휘파람을 불며 딴청을 피우는 루니의 모습에 한숨을 쉬고 만다.

"...다들 하차 하라고. 팬들에게도 적당히 인사해 주는 것 잊지 말도록 해."

"걱정 마시라니까요."

우와아아아아아아!!!!!!!!!!!!!!!!!!!!!

대표팀 선수들이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하자 어마어마한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 지진이라고 착각할 만큼 말이다. 가장 먼저 내린 것은 주장 제라드, 뒤를 이어 조 하트와 존 테리, 웨인 루니가 내렸다. 그리고 데이빗 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함성 소리는 더욱 커졌다.

"...여기서 더 큰 소리가 날 수도 있었구나."

데이빗은 혀를 내둘렀다. 어쨌거나 자신과 동료들을 환대해 주는 팬들이다. 놀란 표정을 지우고 밝은 미소로 그들에게 화답했다. 손을 흔들어 주며 그들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이거 하이 파이브를 했다가는 손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

어떻게 해서든 그를 한 번이라도 만지고 싶어하는 팬들의 손길이 여기 저기에서 뻗어 온다. 평소라면 웃으며 하이 파이브를 나누었을 데이빗이지만 오늘은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단상까지는 아직 한 참이나 남았는데 그동안 계속 하이 파이브를 나눌 자신이 없었다.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해주지 않았다가는 괜히 섭섭한 소리가 나올 수 있었기에 아예 안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대표팀 환영에 무려 70만 인파가 몰려들어]

7월 3일 오전 11시, 잉글랜드 대표팀이 귀국했다. 이날 히드로 공항에는 대표팀의 귀국을 환영하는 인파는 무려 1만 5천명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공항 청사의 경비 병력으로는 인파의 통제가 불가능해 경찰 병력이 투입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공항에 모인 환영 인파는 약과였다. 오후 5시부터 코벤트 가든-트라팔가 광장에서 진행된 대표팀의 환영 행사에는 무려 70만이 넘는 인원이 몰려 들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사람들로 가득 찼다.

대표팀 선수들이 입장을 시작하자 엄청난 함성이 광장에 울려 퍼졌다. 열렬한 환대 속에 대표팀 선수들은 준비된 단상에 올랐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한 귀빈들이 그들을 맞이 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그들로 인해 한 달 동안 시민들이 즐거움과 함께 자부심을 고취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을 이끌어 낸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카펠로 감독의 발표 전문이다.

"먼저 이런 열렬한 환대에 감사드린다. 많은 곳을 경험해 보았지만 잉글랜드만큼 축구에 열정적인 곳은 보기 힘들었다."

"우리의 우승은 모두가 함께 만든 결과이다. 선수들, 그리고 스탭들 뿐만 아니라 열정적으로 성원을 보내준 모두가 이 환상적인 결과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어려움도 있었다. 우리는 더 나은 길을 찾아 떠나야 했고 새로운 도전과 맞서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냈다."

"지난 월드컵 때의 실패가 이번 대회에 좋은 약이 되었다.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했고 최선을 다해 더 나은 수준을 향해 달렸다."

"이번 대회의 우승은 분명 갚진 성과이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가 더 나은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축구는 과거에 비해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그 변화는 이루어 지고 있다. 잉글랜드는 세계 축구의 흐름을 주도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나에게 중임을 맡겨 주고 항상 믿음을 보여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어 대표팀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 선수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는 국가 대표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항상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만 낸 것이 마음이 아팠는데 이번에 드디어 성원에 보답할 수 있게되어 기쁘다는 뜻을 밝혔다.

중략

.

.

.

마지막 소감 발표의 차례는 데이빗 장이었다. 우승의 주역, 대회 득점왕이자 역대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린 데이빗 장이 마이크를 잡자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데이빗 장 선수가 잠시간 말을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까 버스안에서 광장에 모인 분들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이 정도로 많이 오실 거라고는 정말 예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이렇게 많은 분들께 기쁨을 드린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저와 동료들이 한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골을 많이 넣었다고 해서, 저 혼자의 힘으로 우승을 이룬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축구는 열 한 명이 하나가 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는 세계니까요."

"제가 이 위대한 팀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누구 하나라도 없었다면 이런 최고의 결과는 없었을 것입니다."

"다음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이런 환상적인 순간을 맛보고 싶습니다. 더 이상 잉글랜드가 국제대회에서 초라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난리도 아니네."

데이빗과 비슷한 날짜에 귀국한 티티와 제임스는 오자마자 살인적인 업무량에 치이고 있었다.

"미치겠다. 이봐 티티, 메일로 지금 들어 온 제안 정리해서 보내 놨어. 확인해봐."

"...지금 보고 있는 것도 아직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데 또 들어 왔다고?"

어지간한 티티가 앓는 소리를 낼 정도였으니 그들의 업무 강도를 알만 했다. 제임스가 커피를 입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계속 들어오고 있어. 진짜 내가 읽는 속도 보다 더 빠르게 추가로 들어오는 것 같아. 돌아버리겠네."

"좋은 일이긴 한데...이러다 우리 죽겠다 죽겠어."

"데이빗 녀석이 좀 활약했어야 말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두 사람, 유로 2012가 끝나고 데이빗에 대한 관심은 그 전에 비해 폭증했다. 원래도 주목 받던 선수였지만 국제 대회의 힘은 대단했다. 그리고 그 국제대회에서 다른 선수들을 그저 그런 선수로 보이게 만들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들어 온 CF 제의만 30건이 넘고...금액들도 다들 장난이 아니야. 전에 받았을 때보다 액수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받아들이지 말 걸 그랬다며 혀를 차는 제임스, 티티는 그것뿐만이 아니라며 말을 이었다.

"이적 문의도 난리가 났네. 덩달아 리버풀도 몸이 달아 올랐고 말이야. 빨리 미팅을 잡자고 연락이 왔네."

"그럴만 하겠지. 아마 지금쯤 똥줄이 탈거야."

그건 즐겁다며 낄낄거리는 제임스, 그리고 떨어진 커피를 보충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 선다.

"그 짠돌이들도 이번에는 지갑 좀 화끈하게 열어야 할거야. 지금 분위기가 그렇잖아? 너도 한 잔 줄까?"

"아 부탁할게. 아마 그럴거야. 이제 여름 이적 시장이니까 골치 아파지기 전에 좀 더 확실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싶겠지. 이제는 주주들이나 윗 선에서도 함부로 하지 못할거야. 바보가 아니라면 데이빗을 파는 순간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거라는 건 잘 알 수 있을테니 말이야."

이건 시작부터 이기고 들어가는 게임이라며 티티가 씩 웃었다. 제임스도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커피를 준비했다.

"그래. 이번에도 저번처럼 지랄할 리는 없겠지. 절대 봐주지 말라고."

"걱정하지 마. 난 리버풀의 재정에는 관심이 없어. 우리의 지갑과 데이빗의 통장만이 관심사일 뿐이야."

"그럼 된거야. 자 여기."

"아 고마워."

"한숨 돌리자. 지금 우리 몇 시간째 계속 숨도 안돌리고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었는지 알아?"

"그것도 그렇네. 커피 한 잔 정도 마시는 건 괜찮겠지."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티티, 제임스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를 소파로 이끌었다.

"그렇다니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일하다가 뒈지면 안 되지."

"데이빗은 지금 뭐하고 있지? 연락 받았어?"

"아, 아까 통화했어. 너 미팅할 때 전화가 왔거든. 지금 아직 런던이래. 어제 대표팀 해단식하면서 아주 술을 또 무진장 부었나 보더라고. 도저히 움직일 상황이 아니라고 하루 더 쉬고 온다고 하더라."

"하긴, 우승 축하연에서 술을 안 마시긴 좀 그렇겠지. 못 마시는 친구도 아니니까."

"그나저나 올림픽까지 이제 3주 정도 남았네. 이 녀석 괜찮으려나?"

이미 정해진 일이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며 제임스가 중얼거렸다.

"괜찮을 거야. 3주 동안 쉬고...조별 리그에서 출전 시간 제한도 걸려 있으니까. 그래도 그 시간에 쉬는게 제일 낫지만 어쩌겠어."

"하긴, 은근히 부상 잘 안당하는 녀석이니까. 참 신기해. 겉으로 보기에는 부상 잘 당할 것 같은데 말이야, 은근히 강골이라니까?"

"정말 다행이지. 우리 일이 일이다 보니 다른 선수의 케이스도 자주 살펴보는데, 요즘들어서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 중 하나가 부상에 강해야 한다는 거야. 메시 뺨치게 잘하는데 내구성이 너무 떨어지는 선수도 좀 있잖아."

"누군이 알 것 같아. 그 네덜란드의...머리 벗겨진 친구 말하는 거지?"

"맞아. 그 선수 뿐만 아니라 몇 명 더 있어. 데이빗이 그런 유형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지."

적당히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취했다 싶었는지 커피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티티, 그 모습에 제임스가 한숨을 쉰다.

"5분도 안 됐어. 이 워커 홀릭 같은 자식아."

"지금도 쌓이고 있을 일거리를 생각하면 빨리 처리하는게 나을 텐데? 나는 일찍 퇴근하고 싶어. 그럼 먼저 간다."

"젠장...알겠다고. 가면 되잖아."

============================ 작품 후기 ============================

-여행 5일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