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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우크라이나에만 있다가 폴란드도 한 번 오긴 오네."
"그냥 우크라이나에서 계속 경기를 하는 게 편하고 좋은데."
"결승은 우크라이나지?"
"맞아. 한 번 더 우크라이나로 가는 거야."
"다들 슬슬 조용, 이제 입국장이야. 기자들 엄청 몰려 있을테니 괜히 꼬투리 주지말고. 알겠지?"
"코치님도, 우리가 어린앱니까? 다들 이런 경험 많이 해 봤으니 걱정 마시죠."
독일과의 4강전을 치르기 위해 잉글랜드 대표팀은 폴란드의 바르샤바로 이동했다. 공동 개최 대회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나마 잉글랜드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독일은 조별리그는 폴란드에서, 8강은 우크라이나, 4강은 다시 폴란드에서 치르게 되는 일정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미리 경기를 치른만큼 휴식일이 잉글랜드보다 조금 더 길었다는 이점이 있었으나 잦은 이동으로 인한 불이익을 생각하면 상쇄되는 것과 다름없었다.
"온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모습을 드러내자 공항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쉴새 없이 플래시를 터뜨렸고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그들을 보기 위해 몰려 들었다.
"...어차피 조금 있다가 인터뷰 타임이 있는거 뻔히 알텐데..."
왜 지금 이러는 지 모르겠다며 데이빗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옆에 있던 마틴 켈리가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물러서세요! 통제에 따르지 않는 분은 퇴장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마이크 들이 밀지 말라고요! 거기 당신! 물러서라니까!?"
안전 요원들이 필사적으로 그들을 막아섰다. 대표팀은 그런 북새통 사이를 유유히 지나 공항 내 대기실로 향했다. 감독을 포함하여 일부 선수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안 나머지 선수들은 여기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오늘도 잘 다녀 오라고."
"...아직 결정된 거 없거든요?"
"오,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어제도 가고 그제도 가고 일주일 전에도 갔잖아? 오늘이라고 다르겠어?"
얄미운 표정으로 놀리는 루니, 데이빗은 이를 갈며 분한 표정을 지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카펠로 감독은 언제나 인터뷰 장소에 자신을 대동했다. 다른 선수들은 어느 정도 돌아가며 인터뷰 장에 나섰지만 자신은 얄짤없었다.
"포기해. 포기하면 편하다니까? 왜 그런 말도 있잖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캬 멋진 말이야."
"...진짜 명치 한 대 세게 때리고 싶다."
하지만 힘으로 맞서봐야 저 인간 같지 않은 양반에게 되려 당할 것이 뻔했기에 데이빗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인선을 마쳤는지 코치가 데이빗 쪽으로 다가 왔다. 체념한 표정을 짓는 데이빗과 잘 다녀 오라며 손을 흔드는 루니.
"아 여기 있었군. 어서 가자고. 얼른 저 날파리 같은 녀석들을 상대해 주고 호텔로 가서 쉬어야지."
"네네. 오늘도 시달리고 오겠습니다."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데이빗, 코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돌려 세웠다.
"자네가 왜 가나?"
"네?"
"응? 듣지 못했나? 오늘 자네는 인터뷰 열외야. 그동안 너무 시달렸다고 오늘은 좀 빼주라는 감독님의 지시가 있었네."
코치의 말에 안색이 확 밝아지는 데이빗, 자신이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이곳으로 왔다는 것은...
"웨인, 가자고. 자네와 조, 그리고 스티븐 이렇게 셋이 참여할 거야."
"엑? 저라구요? 왜요? 저기 데이빗 녀석이나 데려가라구요."
질색하는 루니의 모습, 코치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저기 데이빗 녀석이 최근에 인터뷰를 몇 번이나 했는 지 알아? 이럴 때라도 좀 쉬게 해줘야지. 잔말 말고 어서 따라 와."
"젠장...이건 말도 안돼."
허탈하게 중얼거리며 힘없이 따라 나서는 루니, 데이빗은 진정 고소하다는 듯 뒤에서 열심히 응원했다.
"힘내요. 포기하면 편하다고 하네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랍니다! 캬, 죽이네 이거."
코치에게 끌려가던 루니가 발끈하여 데이빗에게 달려 들려 했지만 제지당했다. 이를 갈며 주먹을 들어 보이는 루니를 향해 살랑살랑 손을 흔들어 주는 데이빗, 그리고 소파에 앉아 세상에서 가장 편하다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후환이 두렵지 않아?"
"괜찮아. 저 인간이 먼저 시작했는데 뭘."
어느새 다가온 마틴 켈리, 데이빗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기하네. 처음에 왔을 때 캡틴이 루니하고 친한 거 보고 엄청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도 어느 새 친해져 있네."
"아, 나도 그랬어. 사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하고는 좀 어색할 거 같았거든. 뭐, 지금도 웰백이나 영 같은 친구들하고는 그렇게 친한 건 아닌데..."
"루니는 편하다는 거지?"
"아, 그렇게 되나? 생각보다 재밌는 사람이더라고. 태생이 이쪽 머지사이드라서 그런지 얘기가 잘 통하는 느낌도 있고 말야. 아무래도 이 지역을 잘 알면 이야기 거리가 많잖아?"
"그럴 수도 있겠네."
납득했다는 듯 슬쩍 웃어 보이는 켈리, 데이빗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든다는 듯 기지개를 쭉 키며 휴식을 만끽했다.
6월 28일, 잉글랜드와 독일의 유로 2012 4강전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다른 블럭에서는 이미 결승 진출자가 가려졌다. 이베리아 반도의 두 나라,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도네츠크, 돈바스 아레나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쳤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스페인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스페인으로서는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고 대회 2연패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스페인과 함께 결승전을 치를 다른 한 팀이 결정되는 경기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잉글랜드 베스트 11 (4-4-2)
------데이빗 장-------웨인 루니---------
스튜어트 다우닝--------------제임스 밀너
------스티븐 제라드---스콧 파커---------
애슐리 콜-존 테리-졸리온 레스콧-글렌 존슨
---------------조 하트-------------------
여전히 주전 라인업을 그대로 가동한 잉글랜드였다. 사실 카펠로 감독으로서는 대안이 없었다. 투 톱으로 나서는 웨인 루니와 데이빗 장은 대체 불가의 선수였다. 대기 멤버인 저메인 데포, 대니 웰벡, 시오 월콧과 같은 선수과 클래스 차이가 극심했다. 미드필더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현재 폼이 가장 좋고 밸런스가 잘 잡힌 조합은 지금의 멤버였다. 수비진이야 원래 한 번 손발이 맞은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골키퍼는 말할 것도 없었다.
독일 베스트 11 (4-2-3-1)
--------------마리오 고메스--------------
메수트 외질----마리오 괴체---마르코 로이스
------슈바인슈타이거-----사미 케디라------
마르셀 슈멜처-메르테자커-마츠 훔멜스-필립 람
---------------마누엘 노이어---------------
대회 득점 2위, 마리오 고메스를 최전방에 세우고 그를 완벽하게 지원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 외질, 괴체, 로이스로 구성된 2선 공격진은 세계 최강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슈바인슈타이거의 경기 조율능력과 사미 케디라의 볼 스토핑 능력도 발군. 관건은 독일의 포백 라인이 잉글랜드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투 톱을 막아낼 수 있을 지 여부. 물론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좋아 보인다."
"너도. 오늘 살살 좀 부탁해."
한 달여 만에 만난 마르코 로이스와 데이빗은 입장 통로에서 슬쩍 인사를 나누었다. 팀 내에서도 둘 사이는 꽤 돈독한 편이었기에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이왕이면 이탈리아가 올라왔으면 좋았을텐데."
마르코 로이스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고 데이빗은 그런 로이스를 째려 보았다.
"너무한 거 아냐? 우리보고 또 8강에서 짐 싸라고?"
"그게 아니라, 니네를 상대하기 싫었다는 뜻이 잖아."
"말은 좋네."
"뭐, 이왕이면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씩 웃으며 간단히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물론 길게 떠들 시간은 없었다.
"그럼 오늘 잘...하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적당히 해라."
"너야 말로."
대화를 마치고 입장을 준비한다. 이제 드디어 준결승이다. 데이빗은 크게 심호흡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독일은 강했다. 잉글랜드가 그 동안 상대한 팀들이 약한 팀들은 아니었지만 독일은 그들 보다도 반 발자국 앞 서 있는 느낌이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재능 넘치는 2선 공격진도 대단했지만 팀 전체의 밸런스가 아주 좋았다. 정밀 기계가 작동하는 것처럼,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이며 경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물론 잉글랜드도 호락호락 그들의 게임에 끌려가지 않았다. 독일의 미드필더 진에 비해 조금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수준 이하의 선수들은 아니었다. 수비진의 구성은 뒤지지 않았고 최전방의 파괴력은 확실히 잉글랜드가 우위에 있었다.
[경기 초반입니다만 양 팀 모두 신중한 경기 운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점유율 자체는 독일이 높습니다만 그렇다고해서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 내고 있는 건 아닙니다.]
[확실히 독일이 자랑하는 2선의 선수들은 대단하네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서고 있는 독일입니다. 그 중 3의 위치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볼을 다루는 스킬이 좋고 패싱 센스가 뛰어나죠. 잉글랜드 선수들의 압박과 활동량도 주목할만 하지만 지금까지는 독일 미드필더들의 창조성이 한 수 앞서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독일이 신중하게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잉글랜드의 날카로운 역습을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보시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보통 포 백 라인에서 양 쪽 풀백의 경우, 아군 공격 시에는 오버래핑을 시도하여 공격에 힘을 싣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하지만 지금 필립 람 선수, 그리고 마르셀 슈멜처 선수의 위치를 보시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데이빗 장과 웨인 루니의 파괴력을 경계한다는 뜻이겠죠?]
[그렇습니다. 잉글랜드가 기록한 9골 중에서 두 선수가 기록한 골이 7골입니다. 사실상 잉글랜드 공격의 전부라고 할 수 있네요. 투 톱의 파괴력, 아니 공격진의 파괴력으로 치면 이번 대회 최고의 듀오입니다. 통상적으로 두 명의 센터백만을 남기고 풀백이 전진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죠. 1 대 1로는 도저히 견적이 나오지 않는 선수들이니까요.]
[웨인 루니 선수야 워낙 활동 폭이 넓은 선수이고 수비 가담도 적극적으로 하는 선수입니다만, 데이빗 장 선수는 수비 가담을 거의 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면 사실상 수비에서도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정확합니다. 지금 가만히 전선에서 공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로 인해 독일의 두 명 이상의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지 못하고 묶여 있는 셈이거든요. 필립 람 선수만 하더라도 얼마나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입니까? 그가 공격에 가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수비에서 기여하고 있는 셈이죠.]
[말씀드리는 순간! 메수트 외질의 패스를 이어 받은 마르코 로이스의 슈팅이 살짝 벗어 납니다. 독일이 확실히 경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마르셀! 너는 올라가!"
캡틴이자 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필립 람이 반대 쪽 풀백을 맡고 있는 마르셀 슈멜처에게 크게 소리쳐 지시한다. 2명을 상대로 4명이 남아 있는 것은 안전하긴 했지만 조금 낭비라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람은 지금 주도권을 잡은 만큼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선제골을 만들어 내는 것이 유리할 거라 판단했다. 물론 이는 그의 독단이 아니었다. 경기 전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공격과 수비의 진퇴에 대해 전권을 위임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풍부한 경험과 선수단 장악력은 감독과 코치들도 인정하는 바였으니 말이다.
"이왕이면 당신도 좀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독일어는 몰랐지만 손짓과 뉘앙스를 통해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은 데이빗이 조그맣게 투덜거렸다. 오른쪽 풀백 주제에 오른쪽은 내버려 두고 자신의 옆에서 마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영 답답했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그 정도로 용감하진 않아서 말이야."
"어? 영어 할 줄 알아요?"
"조금. 잘 하진 못해."
씩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 데이빗은 그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달라 붙지는 마시죠. 남자는 취향이 아니라고."
"내가 해야할 일을 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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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루니 명치 때리면
-바로 시즌 아웃
-인생 퇴갤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