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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눈 깜짝할 사이에 일이 벌어 졌습니다! 분명 좀 전까지 스페인이 잉글랜드를 가둬둔 채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지 않았던가요?!]
[전광석화와 같은 단 한 번의 역습! 정말 엄청난 플레이였습니다! 이래서 축구는 모르는 거라고 하죠! 선제골을 넣은 팀은 시종일관 주도권을 가지고 있던 스페인이 아니라 잉글랜드였습니다!]
[스콧 파커의 성실함이 역습의 시발점이 되었죠! 순식간에 저 거리를 커버하는 모습이 정말 놀랍습니다. 패스 길목을 그야말로 몸을 던져서 막아 내었죠. 그리고 지체 없이 잉글랜드의 플레이 메이커 스티븐 제라드에게 밀어 줍니다. 스콧 파커의 헌신적인 플레이에 힘 입어 제라드는 상대적으로 프리한 상태에서 공을 받을 수 있었죠. 그리고 제라드가 데이빗 장을 향해 한 번에 전방으로 길게 찔러 주는 패스를 시도합니다. 아무래도 소속 팀이 같다 보니 서로간의 움직임에 대해 이해도가 높을 수 밖에 없죠.]
[그렇습니다. 특히 스티븐 제라드와 데이빗 장 간의 핫 라인은 리버풀에서도 주요한 득점 패턴 아닙니까? 완성도가 아주 높은 라인이고 그것이 이번 경기에서 효과를 보았네요!]
[그렇습니다. 패스 타이밍과 뒤로 돌아들어가는 쇄도 타이밍이 아주 적절하게 맞아 떨어 졌어요. 하지만 세르히오 라모스 선수의 수비가 조금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리플레이 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데이빗 장 선수의 반전 타이밍에 반응이 확실히 늦은 모습이죠? 월드 클래스의 수비수라는 라모스 선수답지 않은 플레이였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한 걸음 이상의 격차가 생겨 버렸죠. 데이빗 장 선수 정도 되는 스피드를 가진 공격수에게 한 걸음 뒤쳐졌단 이야기는 이미 통제 불가란 이야기입니다. 헤라르드 피케 선수는 저메인 데포의 교란 동작에 말려 커버를 나오지 못했습니다. 데포 선수의 노련함이 빛났던 장면이네요.]
[그렇습니다. 결과만 놓고보면 스티븐 제라드와 데이빗 장 선수만의 콤비 플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연 역할을 한 선수들이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팀 플레이고 축구의 아름다움이죠!]
[카시야스 골키퍼가 몸을 날려보지만 침착하게 공과 함께 점프하며 피해 냅니다. 그리고 가볍게 빈 골대에 공을 차 넣고 돌아서는 모습, 정말 당당합니다! 세계 최고의 레벨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스스로 증명하고 있군요!]
결국 축구는 골이 들어가야 하는 스포츠이다. 예술적인 스킬의 향연에 이은 환상적인 골이건, 골대 앞 혼전 상황 중에 우겨 넣은 골이건 차이는 없다. 결국 스페인이 추구하는 점유율을 중시하는, 짧은 패스로 빈 틈을 만들어 내는 축구 역시 골을 넣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지 그 자체가 축구의 진리는 아니었다.
"첼시 친구들이 우리에게 아주 좋은 힌트를 주었지."
자신이 노린 대로 경기가 풀리자 카펠로 감독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흡족해 했다. 그는 이번 경기가 평가전이라고 하지만 절대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 본선 경기 전에 마지막으로 팀을 점검할 수 있는 찬스였다. 스페인을 만날 확률도 낮은 편이 아니었고, 만약 이번 경기에서 스페인을 잡아 낸다면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카펠로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분석한 부분은 바로 지난 챔피언스 리그 4강전,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였다. 전원 수비에 이은 역습으로 거함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린 첼시의 전술은 벤치마킹할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첼시가 전원 수비에 임한 것 치고는 실점을 꽤 허용한 편이긴 했지만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아주 뛰어난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메시 급은 아니야."
기본적으로 혼자서 2명 이상의 수비수를 달고다니는 메시의 존재 여부는 생각보다 큰 차이로 나타났다. 잉글랜드가 아예 약 팀도 아니었고, 유로 예선 초반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이라 평가 받을때 조차도 수비라인은 든든히 버텨 주었었다. 게다가 라인을 당긴 뒤 역습을 노리는 축구는 카펠로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역습에 최적화 된 공격수도 있으니, 이런 전술을 펼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지."
기본적으로 이번 대표팀의 공격수 선발 기준은 바로 빠른 역습에 최적화 되어 있는지 여부였다. 앤디 캐롤이 최종 명단에 들지 못하고 탈락한 것이 바로 그 부분에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공격수들이 공중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전술의 단조로움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나 애초에 카펠로 감독 자체가 플랜 B를 생각하는 성향이 아니었다.
"그래도 애슐리 영을 넣은 건 실수였던 것 같군. 확실히 스페인을 상대로 활발한 수비 가담과 활동량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밀너가 더 나은 대안이 되겠어."
대부분 자신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리고 있었지만 오판한 부분도 있었고 수정이 이루어져야 할 부분도 있었다. 카펠로 감독은 확실하게 체크하며 경기를 지켜 보았다.
"수비수를 유인해 줘서 고마웠어요 저메인."
골을 넣고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온 데이빗, 좋은 움직임으로 자신의 골을 도와준 데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비록 어시스트로 기록되진 않는, 많은 팬들에게는 기억에 남지 않을 플레이였지만 자신에게는 최고의 어시스트였고 파인 플레이였다.
"뭘, 이 정도 쯤이야 가뿐하지. 너야말로 멋진 마무리였어. 골키퍼에게 타이밍을 빼앗긴 줄 알았는데 그렇게 피할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네."
훈련장에서도 몇 번 보았지만 정말 믿기지 않는 민첩성과 볼 컨트롤 능력이라며 데포가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는 은근한 어조로 기브 앤 테이크를 요구하는 모습.
"나도 오늘 교체 되기 전에 골 맛을 좀 보고 싶은데 말이야."
척하면 착하고 알아 듣는다고, 데이빗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열심히 움직여 볼게요. 그래도 내가 더 좋은 찬스라면 양보하지 않을 겁니다."
"그거야 당연한거고. 억지로 떠 먹여 달라는 건 아니니까 평소처럼만 하면 돼."
"좋아요. 그럼 남은 시간도 잘 해 보죠."
가볍게 하이 파이브를 나누고 전방으로 시선을 돌린다. 센터 서클에서 심판의 휘슬을 기다리고 있는 다비드 비야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모습이 보인다. 꽤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똥씹은 표정으로 경기 재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바르셀로나는 결국 이기지 못했지만...'
꿩대신 닭이라고, 스페인을 잡으면 어느 정도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스페인 대표팀의 절반 이상은 바르셀로나 선수들로 채워져 있었으니 말이다.
'다음 시즌에는 꼭 챔피언스 리그에서 제대로 설욕해 주겠어.'
일단 눈 앞의 스페인을 꺾고 나면 한층 자신감이 붙을 것 같았다. 데이빗은 킥 오프 휘슬과 함께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한 골을 실점하긴 했지만 스페인은 크게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아직 전반 중반 정도에 불과했고 만회할 시간은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세계 최강의 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그들의 자신감은 한 골 얻어 맞았다고 해서 흔들릴만큼 약한 것이 아니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라인을 바짝 끌어 올린 뒤 패스 게임을 시도하는 스페인, 잉글랜드는 골을 넣기 전과 마찬가지로 최전방의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신들의 진영에 머무르며 수비에 힘을 썼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는 하지만 잉글랜드의 날카로운 속공에 의해 실점을 하게 된 스페인인지라 무작정 같은 플레이를 반복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었는지, 오른쪽 풀백 아르벨로아를 추가로 후방으로 배치시키며 역습에 안전 장치를 추가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경기 주도권을 쥐는데는 충분했다. 스페인의 미드필더들은 모두 최고 레벨의 볼 키핑 능력과 함께 볼 컨트롤에도 뛰어난 이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패스 기점이 하나 사라진 것은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잉글랜드가 편하게 수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티키타카의 고질적인 문제점, 상대를 가둬놓고 두들기는 것은 좋지만 슈팅을 지나치게 아끼게 되는 현상아 나타나 버렸다. 몇 번의 좋은 찬스에서는 지나치게 성급하거나 부정확한 슈팅으로 날려 버린 것이 뼈 아팠고 말이다.
삑 삐익-
결국 전반전은 지지부진한 공방전 끝에 1 대 0으로 마무리 되었다. 스페인으로서는 몇 차례 좋은 찬스를 잡았지만 다비드 비야의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다. 물론 조금 운도 따르지 않은 감도 있었지만 다비드 비야의 이름 값을 생각하면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는 플레이.
반면 잉글랜드로서는 그들이 그린 시나리오 그대로 흘러간 경기였다. 애초에 스페인과 주도권 싸움을 벌일 배짱은 없었고 수비 강화를 통해 실점을 최소화하고 빠른 역습을 노리는 그림을 그렸는데 정확히 그 모습 그대로 경기가 이루어 졌다. 카펠로 감독으로서는 자신의 방침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전반이었다.
"후반전에 멤버를 바꾼다."
카펠로 감독은 담담한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말했다. 본선 경기였다면 사실 어지간히 막장 경기력을 보이지 않고서야 전반전만에 교체되는 일은 드물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평가전이었고 감독으로서는 정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자원을 시험해 보고 싶을 수 밖에 없었다.
"먼저...저메인, 오늘 괜찮은 움직임이었다. 자네의 실력은 확실히 체크해 놓았네. 오늘은 이만 쉬게나."
"...알겠습니다."
아쉬운 듯 조금 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데포, 하지만 스스로도 예상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카펠로 감독이 이번 평가전을 통해 공격진에 바라는 것은 결국 하나, 웨인 루니 대신에 데이빗 장의 파트너로 누가 가장 적합한 지 여부였으니 말이다. 남은 포워드 자원 숫자를 생각한다면 선발 출장하여 전반 내내 소화한 자신은 꽤 많은 시간을 배정 받은 셈이었다.
"저메인을 대신해서, 시오, 자네가 나가도록. 본인이 해야할 역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의기충천하여 크게 대답하는 시오 월콧, 그 또한 이제나 저제나하고 기다리고 있던 참이다. 루니야 이번 경기에서 뛰기 힘들 것 같다고 해도 대니 웰벡도 대기하고 있었기에 자신이 무조건 투입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리고...애슐리 영, 자네는 오늘 좋지 못했어. 스스로도 알고 있겠지?"
엄중한 시선을 보내며 질책하는 모습, 애슐리 영 본인도 오늘 본인이 지탄받아 마땅한 플레이를 펼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큰 항변 없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다. 그 모습에 혀를 차고는 교체 지시를 이어 나간다.
"제임스, 자네가 후반에는 오른쪽 사이드를 맡아 주어야겠네. 글렌이 오늘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둘이 잘 협력한다면 망할 이니에스타 녀석을 지워버릴 수 있을거야. 그게 내가 자네에게 원하는 거라고. 내 말 알아 듣겠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좋아, 다른 선수들은 일단 그대로 경기에 나선다. 명심하도록. 지금 한 점 리드하고 있다는 사실은 머리속에서 지워버려. 스페인을 상대로 안일한 마음을 품었다가는 순식간에 경기를 망치게 될거야. 지금 수준의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도록."
그리고 세부적인 지시를 이어 나간다.
"아마 후반전에는 다비드 비야가 교체되어 나갈 거다. 저쪽의 두터운 미드필더 진에 비해 포워드 자원은 의외로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까. 아마 페르난도 토레스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그는 너희들이 더 잘 알겠지만 이번 시즌 리그에서 최악에 가까웠다. 사실 스페인 대표로 뽑힌 것이 신기할 지경이야."
어울리지 않게 농담을 곁들이는 카펠로 감독의 모습에 가벼운 웃음이 흘렀다.
"그가 나온다면 자기엘카, 자네가 그를 전담한다. 레스콧은 커버와 라인 유지에 신경을 쓰도록. 그리고 미드필더들은..."
전반을 지켜보며 미흡했던 점을 세세히 지목하며 수정을 요구한다.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지시를 받아 들였고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럼 후반전에도 너희들의 능력을 보여주고 와라.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스페인을 이긴다면, 우리가 유로 2012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음을 입증하고도 남겠지."
============================ 작품 후기 ============================
-스페인: 우린 불행해 ㅠㅠ
-잉글랜드: ?????
-스페인: 메시도 없고 엉엉
-잉글랜드: 야이...
-아니 여러분
-추천 이렇게 잘하시면서
-아아 좋은 추천이다
-쿠폰 주신분들도 감사드립니다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자 여러분
-오늘도 추천으로 작가를 채찍질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