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68화 (268/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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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CF 촬영이네?

"응, 좀 있으면 티티하고 제임스가 올 거야."

-어디에서 찍는다고 했지?

"런던. 운전은 제임스가 할 거니까 난 편하게 앉아 가기만 하면 돼."

-나도 보러 가고 싶다. 되게 신기할 거 같아. 내 남자 친구가 CF를 찍는다니! TV에도 나오고!

"...저기 에리카. TV에는 계속 나왔었어."

일 년에 수십, 수백 번 이상 TV에 얼굴을 비추는 데이빗이다. 그런 그에게 TV에 나온다고 신기하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만 했다.

-그치만, 인터뷰나 경기 중계랑 CF는 느낌이 다르단 말야. 진짜 스타가 된 느낌? 그런 느낌 안 들어?

"아직 잘 모르겠어. 근데 확실히 광고에 내 얼굴이 나오면 신기할 거 같긴 하네."

-그렇다니까? 아, 오늘 어느 회사 CF 찍는다고 했지?

"아디다스 광고야. 컨셉은...그냥 축구하는 모습이 많이 들어갈 거라고 하던데?"

-멋있게 찍고 와! 예전에 그 누구지? 아무튼 축구 선수들 여러 명 나와서 찍은 광고 있었는데 정말 멋졌어. 그거 보다 멋지게 찍고 와. 알았지?

"알았어 열심히 하고 올게."

띵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티티가 도착한 것 같아 데이빗이 자켓을 걸치고 현관으로 향했다.

"티티가 온 것 같아. 나중에 또 연락할게."

-그래. 잘 하고 와.

"응, 너도 공부 열심히 해. 사랑해."

처음 만날 때는 쑥쓰러워 하지 못했던 멘트를 자연스럽게 날리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너무 편하게 입고 가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캐주얼한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었다. 축구하는 모습을 찍는다고 하니 유니폼이나 트레이닝 복도 챙겨가야 할까 싶었지만 그런 것은 그쪽에서 다 준비한다고 들었다.

"굿 모닝."

문을 열자 티티와 제임스가 단정한 차림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티티의 정장 차림이야 꽤 어울렸지만 제임스의 정장 차림은 아직도 좀 어색했다.

"뭐 임마! 왜!"

"...아무말도 안했다만?"

뭔가 불쾌한 시선이라 느꼈는지 제임스가 발끈했고 데이빗은 뜨끔한 속내를 숨기며 태연히 대답했다.

"분명히 '이 자식, 더럽게 정장 안 어울리네' 라고 생각했겠지. 망할 녀석 같으니라고."

"...어디서 독심술이라도 배워 온거야?"

두 친구의 만담에 죽자고 웃어대던 티티가 간신히 웃음을 수습하고 입을 열었다.

"그만들 하고 이만 출발하자. 아직 여유있긴 한데 너무 늑장부려도 좋을 건 없어."

"몇 시까지 가면 되지?"

"점심 무렵쯤. 아직 시간 여유는 많아. 일단 도착해서 간단히 식사도 해야하니 지금 출발하면 딱 괜찮을 것 같아."

"오케이. 그럼 가자."

차에 올라타고 뒷좌석에 편하게 몸을 묻는다. 운전대는 제임스가 잡고 조수석에는 티티가 앉았다.

"몇 시간 걸리니까 피곤하면 좀 자."

"그럴게. 어제 낮에 애매하게 잤더니 막상 밤에 잠을 별로 못 잤어."

"도착하면 깨워 줄게."

2시간 30분 가량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대충 점심 시간이 가까운 시간이라 셋은 인근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확실히 리버풀보다는 번화하네."

"뭐야, 너 런던 여러 번 와 봤잖아? 원정만 해도 몇 번이야? 아스날에, 첼시에, 토트넘에..."

손을 꼽아가며 런던을 연고로 하는 팀을 헤아린다. 데이빗은 웃으며 대답했다.

"경기만 치르고 다시 리버풀로 돌아오다 보니 딱히 구경할 시간은 없었거든. 버스 안에서 보긴 했는데 이렇게 거리를 걷는 건 처음이야."

"확실히 사람이 많네. 그래도 난 리버풀이 더 맘에 드는 것 같아."

거리에 대한 품평을 하며 약속된 장소로 향한다. 식사를 마치고 산보 겸, 거리도 구경할 겸 해서 걷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데이빗을 알아 본 눈치였지만 크게 귀찮게 하지는 않았다. 5분 가량 걷자 약속된 장소에 도착했다.

"여기야?"

"어, 10층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일단 들어가자."

깔끔하게 단장된 건물 내부, 안내 데스크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띄며 일행을 반겼다.

"무슨 일로 방문하셨는지요. 도와 드릴 일이 있습니까?"

"아, 괜찮습니다. 약속된 자리가 있어서요. 호의는 고마워요."

"그러시군요. 엘리베이터는 저 쪽입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갔다.

"여기가 아디다스...그러니까 회사 건물이야?"

"응, 런던 지점이야. 오늘 여기에서 간단히 미팅을 진행하고 CF 촬영을 할 거야. 밖에서 찍을 지도 모르겠다."

"흐응, 컨셉은 대충 길거리 축구? 뭐 그런 느낌이라고 하던데."

"맞아, 넌 그냥 평소대로 축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될거야. CF니까 아무래도 좀 화려한 스킬을 보여주길 요구할 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충분히 잘 할 수 있을거야."

"은근히 긴장되네."

첫 CF다 보니 은근히 기대도 되면서 부담도 느껴졌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착했다.

"일찍 오셨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 CF 관련하여 총괄을 맡은 조나단 스미스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버풀 소속의 데이빗 장이라고 합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데이빗 선수. 개인적으로 정말 팬입니다. 먼저 자사의 제의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저야말로 언젠가 한 번쯤 아디다스의 광고를 찍고 싶었습니다."

적당히 겸양을 차리며 인사를 나눈다. 조나단은 미소를 지으며 일행을 준비된 세미나 실로 안내했다. 방 안에는 간단한 브리핑 내용이 적힌 서류와 함께 간식 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홍차를 준비해 놓았는데 혹시 입맛에 맞지 않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아뇨. 충분합니다."

가볍게 차를 홀짝이며 숨을 돌린다. 조나단은 이번 시즌 우승에 대한 축하, 그리고 데이빗의 뛰어난 활약에 대한 찬사를 늘어 놓으며 잠시 한담을 나누었다. 아무래도 만나자 마자 곧바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애매했으니 말이다.

"혹시 이번 CF의 컨셉에 대하여 들으신 바는 있으신지요?"

어느 정도 입이 풀렸는지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는 조나단이다.

"간단히 듣긴 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그저 길거리 축구 스타일로 구성될 것 같다고 들었어요."

데이빗의 대답에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이는 조나단.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세부적으로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저희 쪽에서 원하는 장면, 아 그러니까 축구 스킬, 동작을 말합니다. 그런 모습만 취해주시면 됩니다."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데이빗은 생각보다 할만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딱히 어떤 컨셉에 따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축구 동작만 보여준다면 된다고 생각하니 크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컨셉은 보셔야 동작을 취할 때 이해하시기 편하겠죠? 앞에 준비되어 있는 서류를 잠깐 봐주시겠습니까?"

그리고는 프로젝터를 가동시키고 간단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대략적인 흐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말씀드리는 부분은 완성된 광고의 대략적인 내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차트를 보여주며 설명한다.

"길거리 축구도 여러가지 컨셉이 있습니다. 풋살장에서 상대와 대전을 펼치는 내용, 도심 거리에서 멋진 스킬을 보이며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자체 프리 스타일 등이 있을 수 있겠네요. 저희는 세 가지 요소를 혼합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아 잠깐 질문을 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풋살장, 그리고 도심에서 스킬을 보여주는 컨셉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실제로 장소를 이동하며 촬영을 해야 하나요?"

"일부는 그렇게 되겠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장소를 돌아다니면 좋겠습니다만 그러기엔 시간도 부족하죠. 그리고 사실 그렇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데이빗 장 선수께서 취한 동작을 다른 배경으로 편집하는 것은 쉬운 일이니까요."

"그런 게 가능한가요?"

처음 알게 된 사실에 데이빗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나단은 씩 웃으며 그가 알아 듣기 쉽게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가끔 광고에서 외딴 무인도 같은 곳에서 찍은 영상을 사용하기도 하잖습니까? 물론 모든 영상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대부분은 실제로 가서 촬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델의 동작을 해당 배경에 입히는 작업을 진행하는 거죠. 최근에는 영상 편집 기술이 정말 좋아져서 어지간히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쉽사리 편집 여부를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디다스 역시 마찬가지이죠. 데이빗 장 선수가 실제 그곳에 있는 것처럼 완벽한 현장감을 살려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자사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고객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조나단이다. 데이빗도 그 모습에 신뢰가 생겼는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도심 지역에서의 촬영은 생략할 것입니다. 굳이 나갈 필요가 없거든요. 잠시 후에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데이빗 장 선수가 실제로 외부로 나가게 될 곳은 근처에 섭외해 놓은 풋살장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손가락을 들어 바닥을 가리킨다.

"이곳, 회사 내에서 촬영이 가능하십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 가요?"

"아뇨.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데이빗이 납득하자 다음 부분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광고 내에서 배경이 여러 차례 바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벽에 대고 찬 공이 튕기며 다른 장소로 전환된다던가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의 스킬 구성과 배정을 해 보았습니다만 더 나은 생각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변경 가능한 부분입니다. 아니, 촬영 중에 데이빗 선수의 진짜 프리 스타일로, 그러니까 애드립으로 구성하실 수도 있죠. 물론 저희 쪽에서 편집을 거쳐야 겠지만 말이죠."

"음...그러니까, 자유롭게 스킬을 구사해도 상관은 없는데 장면이 이어지도록 자연스러운 구성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죠?"

"정확합니다. 사실 그런 편집은 어느 정도 저희가 알아서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만 데이빗 장 선수에게 좋은 생각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세요."

"하하, 지금 당장은 생각나는 것이 없네요. 촬영하다 보면 생각날지도 모르니 천천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럼 먼저 저희가 임의로 정한 스킬 셋을 한 번 살펴 보시지요."

"알겠습니다."

다음 페이지로 넘기니 아디다스 측에서 임시로 구성한 스킬이 나열되어 있었다. 데이빗은 무슨 용어가 이렇게 많은 것인지 혼란을 느껴야 했다.

"...저 여기 솜브레로? 이렇게 읽는 게 맞나요? 아무튼 이게 무슨 기술을 말하는 거죠?"

축구 선수가 축구 스킬에 대해 물어보다니 좀 창피한 것 같아 얼굴을 살짝 붉혔다. 조나단은 탄성을 흘리며 설명했다.

"용어가 여러가지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 적혔나 보네요. 솜브레로는...그러니까 레인보우 플릭을 말합니다. 발 뒤꿈치로 공을 머리 위로 넘겨 앞으로 보내는 스킬 아시지 않습니까? 그걸 말하는 겁니다."

"아...그걸 솜브레로 플릭이라고 하는 군요? 전 처음 알았어요."

흔히 그냥 레인보우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말이다. 조나단은 유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합니다. 사실 전 팬텀 드리블과 라 크로케타라는 스킬이 같은 동작을 의미하는 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야 알게된 사실이죠."

"사실 전 그 동작에 굳이 특정 이름을 붙여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어요. 반드시 어떤 동작을 반복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양 발을 오가며 드리블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는 다른 스킬들의 목록을 살펴 본다.

"백 플리 플랩? 이건 뒤에서 한 번 저어 주면 되는 것 같고...넛 멕? 이건 상대가 있어야 할 거 같은데요? 아, 다른 것도 마찬가지려나..."

혼자 중얼중얼하며 살펴본다. 조나단은 그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한 동작에 대한 설명을 읽은 데이빗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스미스 씨? 저 이 부분이 좀 이해가 안 가는데..."

"어느 부분 말씀이십니까?"

"여기, 20~25m 밖에서 공을 리프팅하다가 킥으로 골대를 맞추는 부분이요."

"어디 보자...네 확인했습니다. 그 부분이 마음에 안드시는 지요?"

"아뇨. 그게 아니라. 이 부분은 리프팅과 킥 동작만 촬영하고 나머지는 편집을 한다고 되어 있는 것 같은데...굳이 골 포스트를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요?"

"아, 그 부분 말씀이군요?"

이해했다는 듯 미소를 짓는 조나단, 그리고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이게 사실 그냥 공을 놓고 차는 것도 아니고 리프팅 중에 다이렉트로 킥을 시도해야 합니다. 예전에 모 선수의 CF에서 비슷한 장면을 넣은 적이 있었는 데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결국 편집으로 처리했습니다. 아무래도 한 장면에 너무 오랜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어서 말이죠."

"......"

그 말에 데이빗은 그런가 싶은 생각과 함께 호승심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생각에는 별거 아닐 것 같은데 저런 말을 하니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었다. 대충 CF의 컨셉과 구성에 대해 이해를 마친 데이빗이 자리에서 일어 났다.

"알겠습니다. 일단 한 번 해보는 게 낫겠네요. 촬영은 어디에서 하나요? 바로 지금?"

"아, 준비가 되셨다면 언제든지 시작 가능합니다. 그럼 가실까요?"

"네. 저는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아, 갈아 입을 옷은 준비되어 있죠?"

"물론이지요. 그럼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킬을 마음 껏 발휘해 주세요."

============================ 작품 후기 ============================

-오늘부터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근데 종을 잘못 데려온 것 같아요

-하는 짓이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

-집에 온지 10분만에 배뒤집고 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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