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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군."
표정은 덤덤 그 자체, 목소리도 평온한 터라 전혀 아쉬워 보이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런 감상을 입에 올리는 존 헨리 구단주였다. 그 옆에는 언제나처럼 데미안 코믈리, 리버풀의 단장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 또한 냉정을 잃지 않은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 그렇습니다. 3분만에 선제골을 넣을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출발이 되었을 텐데요. 그랬다면 첼시도 저렇게 거북이처럼 틀어 박혀서 수비만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랬겠지."
딱히 축구에 조예가 없다해도 알아들을 만한 이야기였다. 세상의 어떤 팀도 지는 상황에서 수비에만 매달리진 않는다.
"자네가 보기에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경기로 우리 팀이 우승을 확정 지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자신의 견해를 묻는 고용인의 질문에 코믈리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결과는 신만이 알 수 있겠지만, 저의 생각을 물으신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드리겠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존 헨리는 이채를 띄운다. 그는 코믈리의 자신감의 원천을 알고 싶었다.
"그렇게 호언할 수 있는 근거라도 있는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어느 정도 선을 그어 놓고 대답을 시작하는 코믈리.
"일단, 첼시의 수비수들, 그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존 테리가 대표적이긴 합니다만, 그들과 우리의 공격수들의 스타일을 비교해 보았을 때, 상성 상 우리가 우위에 있습니다. 존 테리는 뛰어난 커맨드 형의 센터 백이고 제공권 장악에 있어 경쟁력이 뛰어납니다만 스피드가 부족합니다. 뒷 공간을 쉽게 내주는 문제가 있죠. 이를 절묘한 오프사이드 트랩을 활용하여 커버하는 모습입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달글리시 감독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데이빗을 윙 포워드로 기용하는 대신 중앙 지역에 배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측면에서 일 대 일 상황을 만드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상대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죠. 존 테리를 그만큼 압박하는 겁니다. 뭐, 첼시가 라인을 극단적으로 내린 이유가 바로 그들의 취약점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그건 약점이 아니지 않나?"
타당한 질문, 코믈리는 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방금 직접 보신 것처럼, 아무리 라인을 당긴다고 해도 결국 공간은 생깁니다. 그리고 우리 공격수들은 모두 좁은 지역에서 순간적인 민첩성을 발휘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지요. 좀 전에 데이빗의 오프 더 볼 무브에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처럼 말입니다."
"확실히 그랬지."
납득이 되었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존 헨리. 코믈리는 자신감 있는 태도로 말을 마무리했다.
"우리 공격수들은 집요하게 빠른 패스 워크와 오프 더 볼 무브로 첼시의 느린 중앙 수비들을 공략할 겁니다. 데이빗 장, 루이스 수아레즈, 마르코 로이스가 어디가서 발로 뒤처지는 선수는 절대 아니니까요. 심지어 셋 모두 볼을 다루는 스킬도 좋습니다."
슬슬 마르코 로이스가 코너킥을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자신감이 생긴 코믈리는 신이 나서 리버풀의 공격에 대해 예측했다.
"짧게 내주고 다시 차근차근 공격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박스 내로 올리기엔 첼시의 공중 경쟁력이 너무 좋습니다. 심지어 디디에 드록바 선수도 수비에 가담하고 있네요. 우리 쪽에서는 마틴 스크르텔, 그리고 제이미 캐러거 선수 정도가 그들과 경쟁해 볼만 하지만...아무래도 힘든 부분이 있겠죠."
실제로 첼시의 수비진을 구성하는 존 테리, 이바노비치, 다비드 루이스는 모두 185cm가 넘는 장신이었다. 리버풀의 투 톱이 모두 180cm 초반의 키라는 점을 생각하면 코믈리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주전 공격수들이 모두 175cm 이하인(다비드 비야가 175cm) 바르셀로나의 경우에는 코너킥을 예외없이 숏 패스로 처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흐음. 그렇겠군."
"그렇습니다. 굳이 상대의 강 점으로 싸울 필요는 없...?"
말을 마치는 코믈리의 목소리가 의문형으로 올라간다. 그의 눈에는 길게 공을 페널티 박스 쪽으로 올리는 마르코 로이스의 모습이 들어 왔다.
경기가 열리기 며칠 전, 리버풀 선수들은 달글리시 감독의 주도 하에 세부 전술에 대한 논의와 훈련을 계속했다.
"사실 우리는 그 동안 세트 피스 상황에서 조금 단조로운 패턴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달글리시 감독이 웃으며 현실을 꼬집었다. 실제로 리버풀이 세트 피스 상황에서 득점으로 연결 시킨 장면의 대부분은 직접 프리킥, 즉, 선수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바가 컸다. 팀 단위의 약속된 움직임을 통해 멋진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뭐, 시즌이 끝나 갈때가 되어서야 고치겠다고 나서는 것도 감독으로서 웃기는 일이지만, 다음 경기가 그만큼 중요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이지. 무기는 많을 수록 좋은 거니 말이야."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감독님?"
선수단을 대표해 제라드가 조용히 핵심을 물어 왔다. 선수들은 감독을 신뢰하고 있었고 그의 훈련 지시를 성실히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좋은 질문이야. 사람들은 말하지. 첼시의 제공권 장악은 리그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말이야. 우리도 그래서 그들을 상대로 하이 볼은 자제하는 경향이 있었지."
"제공권 싸움을 걸 생각이십니까? 감독님도 생각이 달리 있으시겠지만, 그건 좋은 생각으로 보이진 않는데요?"
제이미 캐러거가 우려를 표한다. 마틴 스크르텔 역시 마찬가지인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언제나 상대 선수들과 부대끼는 그들이다보니 상대의 제공권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기에 당연한 우려였다.
"알고 있네. 상대의 장점에 굳이 어울려 줄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것을 역이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네.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말이야."
무언가 복안이 있는 모습에 선수들의 이목이 절로 집중된다.
"데이빗, 어떤가? 첼시의 떡대들을 상대로 헤더를 성공시킬 수 있겠나?"
"음..."
솔직히 대답하기에는 좀 자존심이 상하는 지 잠시 머뭇거리는 데이빗, 이내 픽 웃으며 대답했다.
"하라면 하겠지만 굳이 그렇게 상대하고 싶지는 않네요."
데뷔 초반에 비해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그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솔직하게 대답해줘서 고맙네."
그리고 선수들을 향해 말하기 시작한다.
"다들 알겠지만, 우리 데이빗은 제공권 장악에 있어서 강점을 보이진 못하지. 오, 그런 표정 짓지 말게나. 자네는 그거 외에 다 잘하지 않나?"
"쟤 수비도 더럽게 못하는데요 감독님!"
"닥쳐요 디르크."
장난스레 끼어드는 카윗, 그리고 으르렁거리는 데이빗의 만담을 잠시 즐긴 달글리시 감독은 둘을 조용히 시킨뒤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리 팀에서 데이빗이 코너킥을 처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 생각해 보라고. 상대도 데이빗이 그리 제공권 장악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걸 잘 알아. 그래서 존 테리나 다비드 루이스, 디디에 드록바 같은 친구들은 다른 선수, 그러니까 제이미나 마틴, 디르크처럼 튼실한 친구들에게 붙기 마련이지."
"확실히...그랬던 것 같군요."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제라드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평범한 선수라고 해도 상대는 첼시였다. 데이빗이 확실히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근거는 되지 못했고 달글리시는 자신의 세부 계획을 털어 놓았다.
"우리가 연습할 것은, 코너킥, 혹은 사이드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마크 강도가 떨어지는 데이빗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주는 거야. 상식적으로 마틴 같은 친구들에게 공을 모을 거라 예상하는 상황에서 그가 미끼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당황할거야. 만약 당황하지 않는다고 해도 손해볼 건 없지. 시도해 볼만한 가치는 있어."
어차피 세트 피스 상황이면 양 쪽 풀 백이 역습을 대비하고 중앙 수비수들은 공격에 가담한다. 따로 소모해야하는 기회비용도 거의 없는 셈이었으니 달글리시 감독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이 작전의 핵심은 마르코, 그리고 제이미와 마틴, 마지막으로 데이빗이야. 마르코는 정확한 킥을 약속된 위치로 보내주어야 하네. 자네의 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제이미와 마틴, 자네는 오늘부터 데이빗의 움직임에 맞춰 스크린을 걸어주는 연습을 해줘야 겠어. 너무 티가 나게 움직여서는 곤란해. 어디까지나 골을 노리는 것처럼 움직이되 순간적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막아 서야 한단 말이야."
"이거, 우리 귀염둥이의 40호 골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같은 느낌이 나는 건 착각이겠죠?"
씩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캐러거, 달글리시 감독은 '이왕이면 일석이조가 좋지 않겠나'라며 구변좋게 받아 넘겼다. 스크르텔 역시 해볼만 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데이빗 자네는 동료들이 만들어 준 찬스를 놓치지 말고 반드시 성공시킬 것, 그것만 기억하면 되네. 시작은 파 포스트에서, 그리고 바깥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는 제이미와 마틴의 움직임에 맞추어 니어 포스트로 움직이게. 그들의 동선을 확실히 파악해야 해. 마치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것처럼, 자네가 지나간 뒤 자네의 귀찮은 마크맨을 제이미와 마틴에게 달아 놓아야 한다는 말이야. 알아 듣겠나?"
"재밌겠네요. 해보죠. 아니, 할 수 있어요."
데이빗도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한동안 지루할 정도로 같은 움직임을 반복했다. 초반에는 타이밍이 상당히 맞지 않았다. 캐러거와 스크르텔의 쇄도 타이밍과 데이빗의 침투하는 움직임이 엇갈리길 반복했다. 하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해 점차 나아졌고 이제는 연습에서 상당히 높은 확률로 성공시킬 수 있게 되었다.
먼 쪽 포스트에서 얼쩡거리는 데이빗, 자신의 옆에는 하미레즈가 붙어 있었다. 떡대들은 죄다 중앙 쪽에서 자신의 동료들 -제이미 캐러거, 마틴 스크르텔, 스티븐 제라드, 디르크 카윗- 과 같은 선수들에게 붙어 있었다. 한 시즌에 헤더로 골을 한 두 골 넣을까 말까 한 자신인 만큼 세트 피스 상황에서 만큼은 경계심이 약해졌다.
'셋, 둘, 하나, Go!'
마르코 로이스의 신호에 맞추어 속으로 카운트 다운을 진행하고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급작스러운 데이빗의 움직임이었지만 하미레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가만히 서서 공을 기다리는 공격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컥!!"
하지만 중간에 거대한 벽에 부딪힌 순간,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데이빗이 한 발 먼저 빠져나감과 동시에 골문으로 쇄도하던 마틴 스크르텔이 자신의 진로를 막아 버린 것이다. 옆으로 빠져 나가보려고 하지만 제이미 캐러거와 겹치며 도무지 빠져나갈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늦어 버렸음을 직감한 하미레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지 크게 소리친다.
"스위치!!!"
만약 데이빗이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에 그런 신호를 보냈으면 모를까, 캐러거와 스크르텔의 움직임을 쫓던 다른 선수들이 지금에서야 스위치에 나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미레스의 눈에 아무런 방해 없이, 자유롭게 허공으로 날아 오르는 데이빗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투웅-
고개를 살짝 돌리며 방향을 꺾어 놓는 헤더, 세상에서 가장 막기 힘든 슈팅이 코 앞에서 펼쳐지는 헤더라고 했던가. 천하의 체흐도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었다. 가볍게 골망을 흔드는 데 성공한 데이빗, 그리고 40호 골의 달성이었다.
우와아아아아!!!!!!!!!!!!!!!
지진이라도 일어난다면 이럴까. 경기장 안팍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이 하늘을 뒤 흔들었다. 그들은 연신 'Fourty'를 연호하며 그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
"넣었군?"
"......"
"머리로 말이야. 공중 크로스를 시도해서."
짖궂은 표정으로 코믈리를 빤히 바라보는 존 헨리, 코믈리는 어딘가로 숨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작품 후기 ============================
-코믈리: 야이...니가 그렇게 넣어버리면 내가 어떻게 돼?
-데이빗: ㅋㅋㅋ 축알못
-코믈리: ㅅㅂ
-뒤에서 조아라 직원 분이 교정을 도와 주셨습니다
-오늘 오탈자 있으면 직원 분께 돌을 던지세요
-뻔뻔열매를 처묵처묵
-딱히 여러분들 좋으라고 예약 등록하는 거 아니니까
-쳇
-내일 연재가 없을 경우 -> 과음으로 숨짐
-1편 연재일 경우 -> 상당한 과음
-2편 연재일 경우 -> 적당한 과음
-과음이 아닌 선택지는 없나여?
-24일을 맨정신으로 보낼 수는 없잖아여?
-소개팅이라도 좀...
-맞선이라고 해야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