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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봤어?"
디르크 카윗이 데이빗을 향해 말을 걸어 왔다. 경기를 앞 둔 리버풀의 라커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과도하게 긴장하는 선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1차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 자신감의 원천은 경험에서 비롯되기 마련이었다.
"무슨 기사요? 아, 혹시 바르셀로나 선수들 인터뷰요?"
"그래 그거. 이야, 역시 타이틀을 아주 끝내주게 뽑아 놨다는거 아냐.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닌 것 같은데 참 재주도 좋아."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니잖아요. 우리도 많이 겪는 일인데요 뭘. 오히려 원정 팀이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겠죠. 우리도 스페인에 갔을 때 엄청 시달렸잖아요."
타국 선수에 호의적인 언론은 거의 없었다. 데이빗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런 추측을 했고 이는 정확한 판단이었다. 어쨌거나 데이빗 본인은 지난 스페인 원정때처럼 만큼은 시달리지 않았기에 만족하고 있었다.
"맞아. 그래도 이건 참 재밌네. '데이빗 장은 메시에게 한참 못 미쳐'. 제목만 보면 완전히 널 까내리는 것 같은데 막상 기사를 읽어 보면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란 말이야? 조금 그런 뉘앙스로 변질시키긴 했는데, 우리도 인터뷰를 많이 하잖아? 대충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알 수 있다고. 그런데 참 이렇게 완전히 정 반대로 제목을 뽑아내다니 원..."
혀를 내두르는 카윗, 데이빗은 신경쓰지 말라며 웃었다.
"뭐, 신경쓰지 말아요. 언론에서 아무리 떠들어 봐야 변하는 건 없어요. 중요한 건 오늘 꼭 이겨야 한다는 거, 그거 하나 아닌가요."
"오 말 잘했어 데이빗."
큰 목소리로 끼어드는 캐러거,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게 자랑하듯 뻐기며 말을 시작했다.
"니들 빅 이어 들어 올려 봤냐?"
"......"
"아니면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가본 사람?"
그와 함께 이스탄불의 기적, 그리고 2006-2007 결승에 올라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 선수들은 그저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고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은 뭔가 재수없다는 표정과 함께 동경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에헴, 내가 들어 올려봐서 정확히 느낌을 아는데 말이야. 진짜 환상적이라고. 환상적이라는 말도 완벽한 표현이 아니야."
"그 정도에요?"
루카스 레이바가 궁금한 듯 질문을 던지자 캐러거가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마약이라도 하면 그런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 몸이 붕 뜬 것 같고 말이야, 현실감이 없어져. 주변의 환호성도 들리지 않을 지경이지. 그냥 정신없이 즐기다가 과연 우리가 우승을 한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그리고 빅 이어를 보면 다시 한 번 감동이 밀려오지. 선수로서 그런 경험을 한 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야."
듣고 있던 제라드도 그날의 감격이 떠오르는 지 감회서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선수 생활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꼭 한 번 경험해 볼 필요가 있겠군요."
수아레즈가 손을 우두둑 꺾으며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경기에서 추격골을 성공시켰던 만큼 자신감에 차 있었고 의욕에 불타고 있었다.
"그래. 그렇다고. 알겠지 너희들? 이런 환상적인 기회는 선수 커리어를 통 틀어 몇 번 오지 않아.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이제 8강인데 벌써 우승을 논하는 게 시기상조일지도 몰라. 하지만 바르셀로나 녀석들을 꺾을 수만 있다면 우승은 꿈이 아니야. 어느 팀도 우릴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제라드가 강한 어조로 동료들을 독려했다. 그는 요즘처럼 선수 커리어에서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꿈에도 그리던 리그 우승컵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고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오랜만에 명가 리버풀의 부활을 알리고 있었다. 딱히 동료들간 트러블도 없었고 드레싱 룸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이런 찬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유럽 정상에 올랐던 지난 2004-2005 시즌의 멤버보다 지금의 멤버가 더 강력하다고 느꼈다.
"물론이에요. 우린 이번 시즌 잉글랜드, 그리고 유럽의 챔피언이 될 겁니다."
주먹을 팡팡 부딪히며 데이빗도 가세했다. 점점 라커룸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어린 후계자의 모습에 제라드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우리는 반드시 알리안츠 아레나로 간다. 자신 없는 녀석 있으면 말하라고."
이번 시즌, 결승이 열리는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장을 꺼내자 선수들의 눈빛이 한층 더 진지해졌다. 구체적인 장소, 목표를 지정하는 것은 선수들의 동기 유발에 효과적이다. 그들은 지금쯤 웅장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결승전을 치르는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으리라.
"방해하는 녀석들은 모두 치워버리면 그만이야. 일단 눈 앞의 꾸레 녀석들부터!"
"오오!"
리버풀 best 11 (3-5-2)
---------------루이스 수아레즈-----------------
-------------데이빗 장--------------------------
------------------마르코 로이스-----------------
호세 엔리케-스티븐 제라드-루카스 레이바-글렌 존슨
---마틴 스크르텔--제이미 캐러거--다니엘 아게르--
------------------호세 레이나-------------------
sub. 알렉산더 도니, 무사 시소코, 디르크 카윗, 마틴 켈리, 막시 로드리게스, 조단 핸더슨, 찰리 아담
지난 1차전에서 재미를 보았던 3-5-2 카드를 다시 꺼낸 리버풀이다. 멤버 조합도 그때 그대로였다. 무사 시소코가 아직 유럽 최고 수준의 레벨에서 조금 헤메는 모습을 보였기에 마르코 로이스를 대신 기용하면서 스티븐 제라드를 한 칸 아래로 내린 리버풀이다. 홈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조금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 예상되기도 했지만 실점하지 않고 무승부만 거두어도 4강 진출이 확정이기에 큰 모험을 하지 않는 모습이다.
바르셀로나 best 11 (3-4-3)
---------다비드 비야------리오넬 메시-------페드로 로드리게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세르히오 부스케츠---
----------에릭 아비달------카를레스 푸욜------헤라르드 피케--------
---------------------------빅토르 발데스---------------------------
sub. 티아고 알칸타라, 호세 마누엘 핀토, 다니 알베스, 세이두 케이타, 이브라힘 아펠라이, 아드리아누, 막스웰 안드라데
다니 알베스 대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투입된 것을 제외하면 동일한 포메이션, 비슷한 구성으로 경기에 나서는 바르셀로나였다. 지난 홈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긴 했지만 자신들의 철학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공언한 과르디올라 감독의 의중이 그대로 표현된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팀에 어울리는 자신감이었다.
삐익-
심판의 킥 오프 휘슬과 함께 홈 팀 리버풀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데이빗은 수아레즈가 굴려준 공을 받아 뒤쪽으로 돌려 주고 전방을 향해 움직였다. 경기 시작 전, 약속된 플레이를 진행하기로 이미 말을 맞춰 놓은 상태였다.
'선제골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경기이다. 0 대 0, 혹은 1 대 1로 끝나도 4강에 진출하는 건 우리가 되겠지. 하지만 지금 무승부는 머리속에서 지우도록 해. 바르셀로나는 절대 만만한 팀이 아니야. 우리가 약세를 보이는 순간 순식간에 잡아 먹힐 수 있다. 그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달글리시 감독은 소극적인 플레이를 지양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킥 오프 휘슬과 함께 상대가 아직 완벽한 태세를 갖추기 전에 기습에 나서라고 이야기 했다.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보면, 상대가 선축으로 경기를 시작했을 때 일관된 움직임을 보인다. 최전방부터 3선의 수비수들까지, 모두 간격을 좁히며 상대 진영으로 압박을 시작한다. 여기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오히려 그 틈을 노린다.'
보드에 상대의 진형과 움직임을 표시하며 달글리시 감독이 설명했었다. 데이빗은 감독이 지시한 그 공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곤 하지만, 종종 2선이 1선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추지 못할 때가 있다. 바로 사비 에르난데스, 그가 한 템포 늦는 경우를 노린다. 데이빗, 너는 킥 오프 볼을 바로 스티비에게 넘기고 그 쪽을 노리도록 해. 스티비는 상대의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지체 없이 패스를 연결하도록. 만약 빈틈이 보이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아도 좋다. 그건 스티비 너의 재량에 맡기도록 하지.'
상세한 지시, 만약 그 말대로 된다면 시작과 동시에 찬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빗은 세밀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했고 감독의 말이 사실임을 발견했다.
'좋아. 캡틴이라면 분명 찾아 냈을 거야.'
스티븐 제라드에 대한 데이빗의 신뢰는 확고부동하다. 자신이 본 것을 캡틴이 보지 못했을리 없었다. 데이빗은 뒷 일은 신경쓰지 않고 미세하게 열린 공간을 향해 쇄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기대대로, 제라드가 지체 없이 패스를 연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나이스! 역시 캡틴이야!'
쾌재를 부른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갑작스레 자신들의 진영에서 공을 잡은 자신을 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들의 장기인 라인 유지가 한 순간 흔들려 버렸기에 데이빗을 곧바로 마크할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수비 라인에서 움직이자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침투패스가 두려웠다. 어느새 수아레즈도 근처로 접근해 왔기 때문이다.
"제길, 빨리 막아!"
빅토르 발데스 골키퍼가 크게 소리를 지른다. 그로서는 지난 경기에 상대 공격수에게 당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어느새 사정권에서 공을 잡은 모습을 보니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던 것이다.
"제길!"
사비 에르난데스, 그리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뒤 늦게 그를 압박하기 위해 달린다. 하지만 조금 늦은 행동. 데이빗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디딤발을 강하게 디뎓다.
'늦었어 자식들아.'
거리가 아예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30m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거리, 하지만 슈팅을 때리기에는 충분한 거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방해하는 수비도 없었고 슈팅 코스도 열려 있었다. 혼전 중의 페널티 박스 안보다 오히려 더 골을 넣기 편한 상황, 데이빗은 강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공을 쏘아 냈다.
콰앙-
'강한 슈팅은 말이야. 힘으로 차는 것이 아니야.'
언젠가 그가 동경하는 캡틴에게 강한 슈팅에 대해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놀라울 만한 득점력을 보유한 자신이었지만 중거리 슈팅에서의 파워는 그의 약점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이전까지 그의 중거리 슈팅은 보통 마치 프리킥을 차는 것처럼 감아차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지만 가끔 파워풀한 슈팅이 필요한 상황이 있었다.
'축구 선수 정도의 각력이라면 누구나 강한 슈팅을 때려낼 수 있어. 힘의 문제가 아니야. 기술의 문제지.'
오히려 상식을 뒤엎는 조언이었다고 생각했다. 데이빗은 그로부터 귀중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강하게 차려면 힘을 빼야 해. 너는 강한 킥을 시도할 때 뒤에서 너무 힘이 들어가. 그건 잘못된 거야.'
'하지만 강하게 차려면 힘을 모아야 하잖아요.'
'그래. 그게 잘못되었다는 거야. 힘을 모아야 하는데 왜 뒤에서 힘을 쓰냐는 거지.'
이상하지 않냐며 자신에게 설명을 시작한 제라드의 말을 정신없이 받아 들였다.
'사람이 쓰는 힘은 결국 한정적이야. 뒤에서 쓰는 힘과, 앞에서 쓰는 힘이 구분되는게 아니라는 거지. 그러니까 요는 뒤에서 힘을 빼면 뺄 수록 앞에서 쓸 힘이 커지는 거야. 니가 배우고 연습해야 할 것은 뒤에서 비축한 힘을 순간적으로 터뜨리는 요령이지. 시범을 보여 줄게.'
한 동안 그와 즐거운 과외 활동을 진행했다. 그는 아낌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고 지금에 이르러 예전보다 월등히 강력해 진 슈팅 파워를 가질 수 있었다. 비록 아직 그에게 미치진 못했지만 충분히 강력한 슈팅을 날릴 수 있게된 것이다. 지금처럼 말이다.
철썩-
빠르게 날아간 슈팅은 골키퍼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물을 찢어버릴듯 감기는 슈팅, 데이빗은 손을 크게 들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동료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데이빗: 캡틴에게 전수 받은 중거리 슛은 세계 제이이이일!
-제라드: 그...그만해 미친놈아
-성공한_빠돌이의_예.txt
-사실 위닝에서 튜터링 시스템으로 표현된 부분이
-실제 스포츠 세계에서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르치는 선수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NBA에서 팀 던컨이 자신의 선배인 데이비드 로빈슨으로부터 많은 것을 전수 받고 착실히 에이스 수업을 받으며 성장한 것이 좋은 예가 되겠네요
-데이비드 로빈슨은 신인이 자신의 자리를 대체하는 것에 대해 질투나 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가 지금 던컨이 카와이 레너드나 알드리지에게 잘 해주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 흐뭇해집니다
-이런 팀 전통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져요
-이런게 스토리가 되고 팀의 역사가 되는 거니까요
-물론 그러지 못한 선수들도 종종 보이긴 합니다만
-우리 제라드 형님이라면 자신의 빠돌이...아니 후계자에게 아낌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을 거라 믿습니다
-현실에서는 후계자로 삼을만 한 놈들이 죄다 이적해 버렸지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