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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찰칵 찰칵
화려한 플래시 세례가 실내를 수 놓는다. 수많은 언론사들이 모여든 프레스 센터는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지경, 기자들은 어떻게든 자리를 비집고 카메라를 들이 밀기 위해 고군 분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유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입장했다. 그 뒤를 리오넬 메시, 카를레스 푸욜, 사비 에르난데스가 함께 따르고 있었다. 눈을 뜨고 있기 힘들 정도로 번쩍이는 플래시 세례. 익숙한 일이었는지 그들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천천히 자리에 착석했다. 준비된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가져가며 과르디올라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호셉 과르디올라입니다. 질문할 것이 있는 분은 손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그가 말하기 이전부터 이미 손을 들고 있던 기자들이긴했다. 과르디올라는 그 중에 가장 열성적으로 손을 들고 있는 한 기자를 지목하여 발언권을 주었다.
"오늘 드디어 챔피언스 리그 4강의 자리가 결정됩니다. 지난 1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셨는데, 오늘 원정에서 바르셀로나가 리버풀을 이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처음부터 질문이 노골적이군. 어딜가나 기자란 놈들이란...'
내심 혀를 찼다. 스페인 언론도 극성스러웠지만 잉글랜드의 언론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유럽에서도, 아니 세계적으로 극성맞기로 유명한 것이 잉글랜드 언론들이었으니 말이다. 보통 인터뷰의 첫 질문은 약하게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곳은 달랐다. 대 놓고 승패를 물어 보는 모습, 그것도 어투가 상당히 거슬렸다. 니네가 이길 수 있겠냐 라는 뉘앙스가 풀풀 풍겨 왔다. 슬쩍 기자의 출입증을 확인하니 역시나 잉글랜드 언론사였다. 표정관리를 하고 묵묵히 입을 여는 과르디올라 감독.
"프리미어 리그는 수준 높은 리그이고 그 중에서도 리버풀은 강 팀입니다. 승리를 장담하기 쉬운 상대는 아닙니다. 리버풀의 스쿼드는 강력하고 조직력도 잘 갖추어져 있죠.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플레이를 잘 해낼 수 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보편적이고 가장 무난한 대답으로 예봉을 피한다. 최대한 그들이 자극적인 기사를 뽑아내지 못하도록 단어 선택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역시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인터뷰였다.
"지난 1차전은 전반의 바르셀로나, 후반의 리버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이며 두 골을 먼저 기록했었죠. 하지만 후반, 전술을 변경하고 나온 리버풀을 공략하지 못하고 결국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이를 두고 달글리시 감독의 용병술이 효과를 거두었고, 과르디올라 감독님의 전술이 너무 경직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징한 자식들. 정말 꼬투리 잡는데 세계 최고 수준이야.'
내심 욕을 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실제로 그런 비판이 자국 내에서도 나왔었다. 결국 상대 감독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동안 넌 뭘했냐는 말이다.
사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실제로 그런 성향이 있었다. 여러가지의 전술을 다양하게 소화하는 팀 보다는, 하나의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들은, 그들이 이번 시즌 대부분 3-4-3 포메이션을 활용하며 1, 2, 3선의 간격을 좁히고 패스를 주고받는 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롱볼 축구는 시도가 아예 없으며 중거리 슈팅 시도도 손에 꼽는 수준이다.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를 혼란시키고 요소요소에 드리블러를 활용하는 것이 바르셀로나의 기본 전략이자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전술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승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아무리 다채로운 전략, 전술을 펼친다고 해도 패배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하는 감독이 승률이 좋지 못할 경우 그 감독을 명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런 비판을 받는 것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었다. 누가 뭐라고해도 세계 최강의 팀은 바르셀로나였으니까. 그들의 축구를 제대로 공략하는 팀이 존재하지 없는 상황에서 무슨 전술적인 변화를 꾀한다는 말인가?
지난 번의 무승부는 사실 전술적으로 패배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리버풀이 그들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공격수의 개인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운이 따라준 부분이 있었고 말이다. 단 세 번의 슈팅 시도에 두 골을 넣었다는 것은 능력 뿐만 아니라 운이 좋았다는 얘기였으니 말이다.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의 철학이 있습니다. 우리는 상대가 어떤 팀이건 우리의 축구를 관철할 것이며 이를 통해ㅐ 승리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게 바르셀로나의 축구입니다."
덤덤하지만 자부심 깃든 말, 질문을 던진 기자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바쁘게 놀리는 것이 눈에 들어 왔다. 내심 내일 실릴 기사의 제목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더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올 것 같아 빠르게 다음 질문을 받기 위해 다른 이를 지목한다.
"메시 선수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메시 선수는 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상대 팀의 공격수 데이빗 장 선수는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열세였던 팀을 이끌었는데요, 일각에서는 메시 선수가 데이빗 장 선수에게 밀리는 활약을 펼쳤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니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자신들의 에이스를 폄하하는 듯한 질문에 과르디올라 감독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메시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여유로운 태도로 마이크를 향해 입을 여는 리오넬 메시.
"데이빗 장은 아주 훌륭한 선수였습니다. 제가 여지껏 보아온 선수 중 손에 꼽힐만큼 좋은 선수였어요. 저도 그 선수의 활약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상대를 칭찬하며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메시의 모습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현명한 판단이라며 내심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서 괜히 발끈했다가는 이야기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 챔피언스 리그 득점왕으로 가장 유력한 선수로 꼽히는 것이 메시 선수와 함께 리버풀의 데이빗 장 선수입니다. 현재 데이빗 장 선수가 11골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메시 선수가 10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챔피언스 리그 득점왕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 뒤를 바이에른 뮌헨의 마리오 고메즈가 8골, 크리스타이누 호날두가 7골로 뒤쫓고 있기는 했으나 역시 두 선수가 가장 부각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득점왕은 신경쓰지 않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팀이 4강, 그리고 결승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개인 기록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죠. 팀 성적이 좋다면 개인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후로도 여러가지 질문들이 쏟아졌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선수들은 최대한 무난한 대답으로 그들의 질문을 넘겼고 어느새 정해진 인터뷰 타임이 종료 되었다.
"과르디올라 감독님! 질문 하나만 더...!"
"메시 선수!"
그들을 부르는 애타는 요청이 쏟아졌지만 그들은 묵묵히 미소를 지은 채 자리를 벗어났다. 표정이야 시종일관 온화함을 유지했지만 내심 한 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들의 요청에 응하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레오, 고생했어."
과드디올라 감독과 함께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아야했던 메시에게 푸욜이 수고했다는 치하를 건넨다. 메시는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제스처를 보인다.
"뭘, 매번 겪는 일인데. 적응되서 괜찮아."
"그래? 그럼 저기 뒤에서 아직도 널 애타게 부르는 친구들에게 시간을 좀 더 내주고 오지 그래? 좋아할 것 같은데."
"그건 싫어."
단호한 대답에 푸욜, 그리고 사비까지 웃음을 터뜨렸다.
"그나저나 참 세월이 지난 건지, 아니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야."
"뭐가?"
영문 모를 소리라는 듯 메시가 사비를 향해 고개를 갸웃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는 맨날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녀석하고 비교되었잖아. 이번 시즌 초까지만 해도 분명 그랬을 걸? 근데 어느새 저기 21살짜리 애송이 녀석과 비교되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야."
"그거야 지금 상대가 리버풀이니까 그렇지. 레알 마드리드와 붙었으면 분명 호날두 그 친구와 비교해 댔을 걸?"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메시의 반응에 사비가 짙은 미소를 피우며 은근한 잘문을 던졌다. 메시는 졌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솔직한 마음을 토로했다.
"역시 당할 수 없네. 맞아. 사실 좀 의외였어. 나도 놀랍기도 했고 말이야. 스페인에서조차 어느 순간부터 저 어린 녀석과 비교를 더 자주 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어."
"이봐 레오, 너랑 세 살 밖에 차이 안나는 친구야."
"이 바닥에서 세 살차이면 하늘과 땅 차이지. 안 그래?"
20대 초반과 20대 중반은 느낌이 다르다. 20대 중반이 한창 전성기를 시작하는 나이라면, 20대 초반은 아직 덜 여문 유망주의 느낌이 강하다. 물론 발전 가능성이야 후자에 더 점수를 줄 수 있지만 말이다.
"그것도 그렇지. 참 재밌네. 이전에는 네가 도전자의 입장이었는데 어느새 너보다 어린 친구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니 말야. 외계인 그 친구의 자리를 네가 그렇게 빨리 차지할 줄은 몰랐어. 언젠가는 네 자리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말야."
바르셀로나에서도, 세계 축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서도 리오넬 메시보다 앞 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선수는 호나우지뉴, 외계인이라 불렸던 선수였다. 그와 처음 함께 했을 때, 메시는 유망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새 호나우지뉴의 자리는 사라졌다. 스스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기량이 떨어진 이유도 있었으나 메시의 성장세가 상상 이상으로 빨랐기 때문이다.
"아, 그립네. 정말 멋진 사람이었지. 호나우지뉴로부터도 많은 걸 배웠어. 하지만 카를레스,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꼭 은퇴를 앞둔 퇴물처럼 느껴지잖아. 난 이제 시작이라고."
데이빗에 비해 나이가 3살 많을 뿐이지 메시도 지금 축구선수로서 한창 좋은 나이였다. 부상만 아니라면 최소 5년 이상은 전성기를 유지하는 데 무리가 없는 나이였으니 말이다.
"난 호나우지뉴처럼 녹록하게 자리를 넘기지 않을거야. 그 선수는 분명 위대했지만 조금 거만했어. 재능이야 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지만 말이야."
덤덤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모습에서 강한 자신감과 함께 상대에 대한 호승심을 옅볼 수 있었다. 푸욜과 사비는 그런 메시의 등을 두드려 주며 격려했다.
"우리야 널 믿지. 이제 다른 녀석들에게도 보여 주라고. 아직 데이빗 장이라는 녀석이 세계 최고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사실을 말이야."
"리버풀도 세미 파이널에 아직 어울리지 않다는 사실도 덤으로 알려주면 좋겠네."
"그게 덤이야...?"
"뭐 상관 없잖아? 이기는 건 우리야.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야."
[경기 전날임에도 이미 안필드 주변에는 팬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곳에서 밤을 새며 리버풀의 승리를 위해 노래할 거리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정말 리버풀 팬들의 열정은 대단합니다. 유럽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바로 콥 아니겠습니까? 최근 몇 년동안 챔피언스 리그, 아니 리그 상위권에서 멀어졌기에 쌓여 온 감정이 지금 폭발하고 있는 것이겠죠.]
[리그에서도 1위를 순항 중이고 지난 8강 1차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낸 리버풀이기에 팬들의 기대는 당연한 일입니다. 팬들은 그 어느때보다 지난 과거의 영광을 되 찾길 바라고 있죠.]
[그렇습니다. 홈에서 이번 시즌 극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리버풀이니...]
삑-
데이빗은 TV를 껐다. 경기 전날부터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 진을 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놀라웠지만 그뿐이었다. 내일 경기를 위해서 과도한 흥분은 금물이었다. 감동은 받았지만 지금은 조용히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내일이구나."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자신이 데뷔한 이래, 가장 힘든 경기를 꼽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지난 1차전을 꼽으리라. 홈에서 그들을 상대한다고 해서 쉬울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만 자야지."
두근 거리는 마음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번 경기만 잘 치러낸다면 4강, 챔피언스 리그 4강이다.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데이빗은 호흡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 작품 후기 ============================
-클로저스 저는 재미있어요 ㅎ
-현질 안하면 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던데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가볍게 즐기는데는 굳이 현질할 필요 없어 보여요
-무료 게임이니 한 번 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요 ㅎ
-제 닉네임은 'l이즈리얼l' 입니다. 하시는 분들은 친추 주셔요
-그리고 발컨 작가 쩔좀...
-...이 아니라 같이 게임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롤 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은데
-제가 롤을 계속하고 있었으면 독자님들과 팀 먹고 게임을 해도 재밌었을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