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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다 지쳤어..."
간단한 회복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데이빗은 피곤한 듯 소파에 몸을 던졌다. 뉴캐슬과의 리그 31라운드 경기가 내일로 다가왔기에 마냥 쉬고만 있을 수 없는 선수들이었다. 특히 시합을 앞두고는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는 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회복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컨디션 관리에 더 유리했으니 말이다.
훈련을 마친 데이빗은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 내에 준비되어 있는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지난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데이빗은 이번 시즌 40호 골을 달성하였던 것이다. 이 기록은 유럽 전체에서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었는데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보다 약 1주 정도 늦은 기록 달성이었다.
이것도 물론 대단한 기록이었다. 리오넬 메시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보다도 빠른 기록 달성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기간으로 치면 1주 정도 차이가 있었으나 경기 수로 따지면 거의 동일했기에 두 선수간 격차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당연히 기록에 관심이 많고 선수간 비교에 목을 매는 기자들이 놓칠리 없는 화제였다. 그들은 벌떼처럼 데이빗에게 달려 들었고 그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만약 구단에서 정해진 시간을 들먹이며 빠져 나오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그들에게 시달리고 있었으리라.
'40호 골 달성을 축하합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유럽에서 두 번째로 빠른 페이스로 40호 골 고지에 올랐습니다. 리오넬 메시 선수가 지난 주에 달성했으니 약 1주일의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시즌 해트트릭을 앞두고 교체된 적이 몇 번 있는데 이 부분이 아쉽진 않습니까? 좀 더 빨리 달성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역대 유럽 무대에서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자는 게르트 뮐러입니다. 67골이 바로 그 기록인데요, 데이빗 장 선수는 이 기록을 본인이 경신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십니까?'
등등.
무슨 말을 그리 많이도 가져다 붙이는지 생각하지도 못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난감한 질문은 대충 얼버무리고 무난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끈질긴 기자들은 계속해서 그의 인내심을 시험했고 데이빗은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어째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 수록 표정관리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며 내심 투덜거렸다.
"죽겠다. 어휴, 도대체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 거야."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다는 거야?"
"그거야 당연히 기자들이...응?"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데이빗이 자리에서 일어 난다. 고개를 돌리니 에리카가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언제 와 있었던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데이빗의 멍청한 반응에 에리카가 볼을 부풀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그의 기억을 일깨워 준다.
"어제 얘기했잖아. 니가 오늘도 점심 먹고 싶다고 해서 미리 와서 준비하겠다고 얘기했었잖아."
"아, 그랬지 맞다. 근데 학교는...?"
"...얘가 정말 제 정신이 아니네. 오늘 토요일이잖아 토요일. 정말..."
어처구니 없다는 듯 결국 픽 웃어 버리는 에리카였다. 데이빗은 그제서야 자신의 머리를 콩 쥐어 박으며 자신의 기억력을 자책했다.
"기억 났다. 미안. 지금 제 정신이 아닌 가봐."
"그런 거 같네. 일단 식사부터 해. 먹고 나며 좀 나아지지 않을까?"
"흐응...기자들도 참 장난 아니구나.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지만 참 대단하긴 하네."
식사를 마치고 소파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 식사를 하는 동안 이어진 데이빗의 기자에 대한 불만 토로는 자리를 옮긴 지금까지 이어졌고, 에리카는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였기에 큰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실은 이해했다.
"그러니까...정말이지 갈 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나도 영 적응이 안되네."
"뭐...프리미어 리그 선수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기운 내."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준다. 데이빗은 애 취급하지 말라며 고개를 돌렸지만 계속 따라오는 그녀의 손길에 못 이긴 척 머리를 내어 주었다.
"가끔 보면...너도 그렇고, 팀에 다른 선수들도 그렇고, 날 애 취급하는 것 같아."
"그거야 니가 애처럼 구니까 그런거 잖아. 다른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
"쳇..."
괜히 툴툴거렸다가 본전도 못 찾은 데이빗, 그리고 자세를 바꿔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올렸다. 무릎 베게를 해달라는 듯 머리를 부비적 거리는 데이빗의 모습에 에리카는 못말리겠다는듯 웃으며 받아 주었다.
"먹자 마자 누우면 안 좋아."
"괜찮아. 어차피 금방 나갈 거잖아."
"헤에, 내가 오기로 했던 건 까먹어 놓고 오늘 영화보기로 했던 건 기억하나 보네?"
"윽..."
깨갱하며 고개를 돌리는 데이빗, 그래봤자 에리카의 무릎 위에 있었으니 별 소용은 없었다.
"피곤하면 오늘 굳이 영화보러 가지 않아도 괜찮아. 다음에 좀 여유있을 때 가도 되니까."
데이빗의 머리를 쓸어 주며 에리카가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준다.
"괜찮아. 뭐, 영화보러 가는 게 힘든 일도 아니고. 집에 있어 봤자 지금부터 잘 것도 아니니까."
그러면서 그녀의 무릎이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에리카는 그 모습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눈을 감는 건 뭔데? 말하는 거랑 안 맞잖아?"
"잠깐이야 잠깐. 기분 좋아서 그래."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경기가 열리는 날, 맨체스터 시티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초조한 기색으로 TV를 통해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리그 초 중반까지는 리버풀과 승점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하지만 리버풀과 가진 두 차례의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리그 2위라는 성적도 나쁜 것은 아니었다. 다른 팀이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이라고 자평할 수도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한 맨체스터 시티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들은 스쿼드 전체를 A급 이상의 선수들로 채워 놓았고 지금도 부족한 포지션, 혹은 감독인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아낌없이 영입해 주고 있었다.
감독으로서 이 정도로 풍족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마저도 받지 못한 호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호화로운 지원이 지금 만치니 감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인풋(input)이 있으면 아웃풋(output)이 있어야 한다. 맨체스터 시티가 선수단에 투자하는 금액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고로 많다. 선수단을 포함한 구단 전반에 투자하는 금액까지 포함한다면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벌어진다. 이런 투자라면 우승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우승을 못했을 때에는 변명할 거리라도 있었다. 선수단이 급격히 변화하다보니 호흡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는 등의 이유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변명이 통하기 어려웠다. 만수르 구단주는 성적으로 압박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만치니 스스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자신의 커리어에 직결되는 문제였으니 말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리그 우승을 시키지 못한 감독이라는 꼬리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챔피언스 리그 성적마저 시원치 않았다.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으니 시원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얼굴을 들지 못할 부진이라고 보아야 했다. 남은 것은 리그 밖에 없었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리그 우승컵마저 점점 가능성이 희박해져 갔다.
"다행히 어제 우리는 이겼지만...오늘 리버풀이 승리를 거둔다면...카운트 다운 시작이라고 봐야겠지."
현재 리버풀과의 승점 차는 8점 차. 아직 포기하기에 이른 점수 차임에는 분명하나 쉽지 않은 차이라는 것도 부정하기 힘들었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연패가 없는 팀이었다. 지금 페이스대로라면 리버풀은 리그 종료 시점에 90점대 중반에 달하는 승점을 기록하게 된다.
"오늘 뉴캐슬이 반드시 리버풀을 잡아 주어야 한다. 최소한 무승부라도..."
리버풀의 잔여 일정에서 눈에 들어오는 팀은 오늘 경기를 포함해 단 두 경기 밖에 없었다. 오늘 상대인 6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37라운데 만나게 되는 첼시 전을 제외하면 딱히 리버풀을 잡아 줄 가능성이 보이는 팀이 없었다. 그나마 첼시는 이번 시즌 최근 몇 년 중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영 미덥지 못했다. 32라운드에 이번 시즌 리버풀에게 유이한 패배를 안긴 팀 중 하나인 아스톤 빌라가 리버풀과 만나게 되지만 그 경기는 리버풀의 홈이었다. 홈에서 전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리버풀이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또 질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잔여 일정 중에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뉴캐슬과의 경기가 남아 있었다. 승점을 잃을 가능성은 오히려 리버풀보다 훨씬 컸다. 오늘 리버풀이 승리를 거두게 되면 사실상 디 엔드라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힘 내라고 뉴캐슬 녀석들아."
기도하는 심정으로 뉴캐슬을 응원하는 만치니 감독, 다른 팀의 경기를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만치니 감독이다보니 평소에 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홈 팀 뉴캐슬이 경기 초반 경쾌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만치니 감독의 눈에 기대가 어리기 시작했다.
"좋아, 나쁘지 않아."
홈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괜찮은 경기력이었다. 그러고보니 리버풀에서 익숙한 선수 몇 몇이 보이지 않았다.
"달글리시 감독이 다음 챔피언스 리그를 대비하는 구먼."
실제로 3일, 4일 간격으로 4경기를 치러야 했기에 단기적인 체력관리가 병행되어야 했다. 지난 바르셀로나와의 1차전에서 엄청난 소모전을 치러야했던 리버풀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이는 뉴캐슬, 그리고 만치나 감독에게 있어 긍정적인 요소였다.
"...그래도 저 밉살맞은 녀석은 출전했군."
카메라가 잠시 리버풀의 10번, 데이빗 장을 비춰주자 쓰게 중얼거리는 만치니 감독이다. 겨울 이적 시장의 문이 닫힌 지 벌써 2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쉬웠다.
"저 녀석만 영입할 수 있었다면 지금 우승 경쟁이 문제가 아니었을텐데..."
지금 리버풀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양 쪽에서 모두 맨체스터 시티를 상회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었으나 실제 팀 전력 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공격진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확연한 우위를 보이고 잇다고 자부했다. 실제로 스쿼들 비교해 보아도 리버풀보다 맨체스터 시티의 그것이 훨씬 무게감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단 하나, 크랙의 유무. 그것이 지금 두 팀간의 격차를 만들어 냈다. 맨체스터 시티에도 에이스의 역할을 맡을 만한 자원은 많았다. 지금은 골머리를 썩히는 꼴통이 되어버렸지만 카를로스 테베즈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도 있었고, 다비드 실바, 세르히오 아게로는 어느 팀에서나 주전으로 뛸만한 클래스를 가진 선수였다.
하지만 리버풀에 메시에 못지 않은 파괴력을 지닌 선수가 있다는 사실이 이 모든 것을 뒤집어 버렸다. 만치니 감독은 그게 못내 속이 쓰렸다.
"정말 빌어먹을 생각이지만...부상이라도 당했으면 좋겠군."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구차하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랬다. 이번 경기에서 제발 그가 침묵해 주길 바라며 관전을 계속한 만치니 감독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좋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기뻐하는 만치니 감독,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전반 5분만에 선제골을 기록했다. 마치 자신의 팀이 골을 넣은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그가 얼마나 이 경기에 거는 기대가 큰지 보여주고 있었다.
"방심하지 말고 밀어 붙여! 빨리 한 골 더 넣어 버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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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울수는 없지
-23일에 다 같이 모여서 술 거하게 빨고
-26일에 일어나는 걸로...?
-연재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