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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16화 (216/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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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 먹었네."

하프 라인 부근에서 자신들의 골대 안을 굴러다니고 있는 공을 확인한 데이빗이 쓰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슬쩍 시선을 돌려 전광판을 확인한다. 조금 전까지 0 대 0이었던 스코어가 0 대 1로 바뀌며 원정팀 아스날이 득점을 했다는 사실을 표시해 주고 있었다. 시간은 전반 19분,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못해 넘쳤으나 영 입맛이 좋지 못했다. 어찌되었거나 상대방으로부터 선제골을 얻어 맞는다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저건 상대가 잘 한거야. 어쩔 수 없었어."

오늘 투 톱 파트너로 나선 마르코 로이스가 그런 감상을 입에 올렸다. 보통 투 톱을 이루어 나올 때는 루이스 수아레즈와 함께 호흡을 맞춰 왔던 데이빗이었는데 오늘 수아레즈가 가벼운 감기 증세로 인해 결장하게 되어 마르코 로이스와 함께 투 톱을 이루게 된 것이다.

마르코 로이스의 말대로 이번 골은 수비가 못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상대의 코너킥 찬스였다. 로빈 반 페르시가 올린 코너킥을 한 발 먼저 머리에 맞추는 데 성공한 마틴 스크르텔이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클리어 볼이 멀리가지 못했고 재차 거듭된 혼전 상황이 벌어졌다. 여러 선수의 머리를 거치며 오갔던 공은 스티븐 제라드가 발로 걷어 낼때만 해도 위기 상황의 종료로 보였다. 하지만 제라드의 클리어가 재수 없게 근처에 있던 아스날 선수의 다리에 맞고 굴절되었고 하필이면 그 공이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론 램지의 발 밑으로 굴러갔다. 페널티 박스 내에 두 팀의 선수들을 합쳐 10명 이상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상황이라 슈팅 코스도 매우 좁은 상황이었지만 아론 램지는 침착하면서도 강력한 슈팅을 성공시키며 골망을 흔들었다. 리버풀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 굳이 따지자면 코너킥을 준 것이 잘못이었겠지만 축구 경기에서 상대에게 코너킥 한 번 내주지 않고 막을 도리는 없었다.

"알아, 더럽게 잘 찼네."

상대를 칭찬하는 것 말고는 운이 없었다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아론 램지의 실력, 그리고 약간의 운이 따른 골이었다. 딱히 누구의 탓을 할 수도 없는, 시즌을 치르다 보면 몇 번씩 겪게되는 불가항력과도 같은 일이었을 뿐이다.

"그러게. 뭐 어쩔 수 없잖아. 그냥 빨리 동점골 넣고 역전해 버리자. 지난 경기에서도 선제골 먹고 역전했잖아."

지난 에버튼 전때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마르코 로이스, 데이빗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랬지? 생각해보니까 지난 경기에서도 대충 이 시간대에 골을 먹힌 것 같은데...?"

"...그러게."

실제로 지난 에버튼 전에서 실점한 시간은 전반 17분이었고 오늘은 19분이었다. 비슷한 시간대였기에 데이빗의 감상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보통 경기 시작 5분 전, 끝나기 5분 전을 제일 조심하라고 하지 않나? 우리 팀은 15분에서 20분 사이가 제일 위험한 건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리는 데이빗, 마르코 로이스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마냥 부정하기에는 두 게임 연속 실점한 시간대가 있다보니 꺼림직했다.

"설마 그렇진 않겠지만...다음 경기에서도 이렇게 되면 진짜 얘기를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 니 말대로 그럴 것 같진 않지만 말이야. 아 근데 빨리 좀 시작하지. 세레모니 더럽게 오래 하네."

원정 팬들 앞에서 긴 세레모니를 이어가고 있는 아스날 선수들을 마음에 들지 않는듯 노려보는 데이빗, 괜시리 잔디를 꾹꾹 밟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아직 1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뭐 짜증나긴 하지만 우리도 평소에 세레모니 많이 하잖아. 쟤들도 즐기라고 해야지."

대인배스러운 마르코 로이스의 말에 데이빗이 할 말이 없는 지 뺨을 긁적였다.

"끝냈나 보네. 이제 집중하자."

세레모니를 마치고 다시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 아스날 선수들을 보며 마르코 로이스가 씩 웃음을 지어 보였고 데이빗은 장갑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빨리 골 넣고 우리도 세레모니 제대로 해 보자."

정해 놓은 것도 없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동료의 모습에 마르코 로이스가 너털 웃음을 흘렸다. 간혹 이렇게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이는 동료였다. 방금 전 상대의 세레모니를 의식하는 듯한 모습에 웃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사소한 부분에서 의욕을 불태우기 시작한다는 점이 좀 웃기긴 했지만 어쨌거나 골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은 동일했기에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래 후딱 넣고 세레모니 하자. 우리 홈 구장이니까 마음껏 해도 괜찮겠지."

삐익-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그리고 리버풀의 프리킥 선언, 반칙을 가한 알렉스 송은 지체 없이 뒤로 물러서며 판정에 수긍한다. 그에게 태클을 당해 넘어진 데이빗은 혀를 차며 일어섰다.

"괜찮나?"

제라드가 다가와 상태를 확인한다.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제 없음을 이야기한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나저나, 오늘 아스날 친구들이 지난 번보다 확실히 거칠게 나오는데요?"

많은 팀들이 리버풀을 상대로, 특히 데이빗 장이라는 공격수를 상대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 위험 지역이 아닌 위치에서는 파울도 불사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효과적이면서도 한 가지 위험성이 존재했는데 반칙을 가하는 선수가 자칫 잘못했다가는 카드를 수집하게 된다면 오히려 적극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팀들이 시도하곤 했으나 전반 혹은 후반 초반에 카드를 한 장 먹고 얌전해 지곤 했다.

"그만큼 네가 위협적이라는 거야. 자신들의 진영에서 니가 공을 잡는 건 두고 볼 수 없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반칙을 가한 알렉상드르 송을 바라보는 제라드, 공격 지역에서 만큼은 폭 넓게 움직이는 데이빗이 조금 아래로 내려와서 공을 받을 경우 지체 없이 파울로 끊어 내고 있는 송이었다. 그 파울의 방법이나 강도가 지금까지는 적절하여 아직 카드는 커녕 주의도 받지 않고 있었다.

"직접 노리기도 그렇고, 크로스로 이어가기에도 그다지 좋은 위치는 아니네요."

각도나 거리나 골을 노리기에 좋은 위치가 아니었기에 데이빗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 위치였으니 상대가 주저 없이 파울로 끊어낸 것일테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차근차근 만들어 가자. 아직 시간은 충분해."

힐끗 전광판을 확인하자 전반 30분이 막 지나고 있었다. 전반 종료까지 15분 가량, 후반전까지 포함한다면 60분 이상 경기가 남아 있었다.

"그렇네요. 조급해할 필요 없겠어요."

너무 느긋해서도 곤란했지만 굳이 시간에 쫓기듯 경기를 치를 필요는 없었다.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짜증과 함께 조급함이 들 뻔했던 데이빗은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리는데 성공했다. 제라드는 오랜만에 그에게 공격 방법에 대한 지시를 내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봐 데이빗."

"네?"

킥을 다른 이에게 맡기고 전선으로 합류하려는 데이빗을 붙잡는 제라드의 목소리, 눈을 동그랗게 뜨는 데이빗을 향해 제라드가 차분히 말을 시작했다.

똑똑-

"들어 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감독님. 아, 경기를 보는 중이셨습니까?"

"아 티토, 무슨 일인가요?"

숱이 적은 스킨헤드에 턱수염을 기른 남자가 TV에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티토라 불린 남자는 웃으며 용건을 이야기한다.

"선수단의 현재 체력 상태 및 부상 선수의 현황에 대한 보고가 올라 왔습니다. 일단 제가 먼저 체크를 하긴 했지만 감독님께 보고 드리고자 찾아 왔는데..."

슬쩍 시선을 돌리며 말을 덧붙인다.

"바쁘시면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아니에요. 바쁜 것은 아니지만...아, 그래요. 이왕 오신거 같이 경기를 보지 않겠어요? 혹시 바쁘신가요?"

되려 권하는 남자의 모습에 티토는 씩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바쁜 일은 이제 끝났죠. 그럼 저도 같이 좀 볼까요? 어느 팀의 경기입니까? 다음 상대인 발렌시아인가요?"

질문을 던지며 TV 화면을 확인하는 티토, 그가 확인하기 전에 먼저 대답하는 남자,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

"아뇨. 우리의 챔피언스 리그 8강 상대인 리버풀의 경기입니다."

'오늘은 조금 활동 반경을 좁혀 보도록 해봐. 아니, 일단 전반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좋아. 연계는 나에게 맡기도록 해. 너는 전방에서 골만 노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 주겠어.'

오랜만에 듣는 캡틴의 지시였다. 데이빗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익숙했던 말이었다. 자신이 리저브에 있던 시절, 제라드가 부상에서 회복한 뒤 퍼스트 팀으로 올라가기 전에 리저브 경기를 몇 게임 소화했을 때였다. 처음으로 동경하던 캡틴과 호흡을 맞춰 본 날, 그때 캡틴은 자신에게 그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해 주지.'

실제로 그날 자신은 월드 클래스의 패스를 처음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패스를 받을 때 자신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말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 리버풀의 약진을 이끌었던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데이빗 장과 스티븐 제라드의 라인이 리그 최고 수준의 파괴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것이 수아레즈의 기량 향상과 새로 들어온 마르코 로이스의 뛰어난 재능으로 인해 점점 지분이 줄어든 것이다. 제라드는 이제 공격의 지휘자라기 보다는 그보다 한 발 뒤에서 전반적인 플레이를 조율하는 역할에 가까웠다. 실제로 이번 시즌, 리버풀은 데이빗 장에게 프리롤을 부여하며 나머지 선수들이 그에 맞춰 움직이게 하는 전술을 취하고 있었으니까.

"하하, 뭔가 그리운데."

사실 이번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서 자신은 그야말로 마음 먹은대로 활개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팀들은 자신의 움직임을 막아내지 못했고 동료들은 언제나 충실히 자신에게 맞추어 플레이를 해 주었다. 마음대로 플레이하면서 성적도 잘 나왔으니 데이빗으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캡틴으로부터 지시를 들으니 기분이 묘하게 즐거웠다. 지금도 경력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과 비슷한 지시를 듣고 있으니 딱 데뷔했을때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아마 10년이 지나도 난 저 사람 앞에서는 애송이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어.'

제라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니었고 본인 스스로 그렇게 느낄 것 같았다. 실력과 무관하게 말이다.

'나쁘지 않아.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아.'

자신이 존경하는 위대한 캡틴은 분명 자신보다 먼저 피치를 떠날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그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많은 성공을 거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일단 지금 이 순간부터 말이다. 데이빗은 상대의 최종 라인 부근에서 깔짝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조금 처진 위치, 혹은 사이드 쪽에서 시작했던 데이빗이었기에 아스날 수비수들이 의외라는 눈빛을 보내 온다. 데이빗은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며 한 번의 찬스를 기다렸다.

'온다...!'

타이밍 좋게 캡틴에게 패스가 연결되는 장면이다. 아마 자신이 아는 캡틴이라면, 지체없이 공을 찔러 올 것이다. 자신이 해야할 일은 단 하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뒷 공간을 파고드는 것 뿐이다. 타이밍이 중요했다. 빨라서도 안되지만 늦어서도 곤란했다. 평소에 수백번을 보아왔던 캡틴의 킥을 상상한다. 패스의 강도, 코스가 머리속에 그려진다. 그리고 계산을 마치기 전에 먼저 반응하는 몸, 순식간에 박차고 움직이는 데이빗, 그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제라드의 패스, 둘의 하모니는 아름답게 어울리며 순식간에 아스날의 수비진을 관통했다.

"뭐야!?!!"

슈제츠니 골키퍼는 갑자기 수비 라인 뒤쪽에 출현한 데이빗을 보고 기함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다. 제라드의 패스는 차라리 슈팅에 가까울 정도로 강렬했고 데이빗의 쇄도는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달려 나가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라는 걸 예감하면서도 이를 악 물고 조금이라도 각도를 좁히기 위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이 두 발자국 째를 디뎓을 때, 이미 슈팅 동작을 취하고 있는 데이빗을 보고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오른쪽이다!'

그나마 코스를 읽기는 쉬웠다. 문제는 오른쪽이라고 해도 공간이 뻥 뚫린 상황이라 자신이 커버하기 힘들었다는 것. 이제는 낮은 확률에 기대야 했다. 상대가 실축해 주길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슈제츠니는 전력을 다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고 곧바로 황당함을 느껴야 했다.

'외...왼쪽이라고?!'

마지막 임팩트 순간에 발목을 꺾어 각도를 바꾸는 데이빗의 슈팅, 슈제츠니 골키퍼는 자신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공을,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해야 했다.

============================ 작품 후기 ============================

-약속된 연참의 검

-어휴 후기쓰는 것도 일이네요

-3연참이라고 해서 마지막 편에만 코멘 추천을 남기시면 아니되옵니다

-전 독자 분들을 믿어요♡

-아직 한 발, 아니 한 편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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