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12화 (21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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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선수가 과연 전반에 부상을 당할 뻔 했던 선수가 맞습니까? 믿을 수가 없네요!]

호들갑스러운 캐스터의 말을 해설자가 웃으며 받는다.

[많은 분들이 전반전에 데이빗 장 선수가 쓰러졌을 때 걱정하셨겠습니다만 그럴 필요가 없었네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입니다. 완벽히 평소와 같은 모습이네요.]

그들의 말처럼 경기장으로 돌아온 데이빗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아무렇지도 않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전반 9분 경, 돌파를 시도하다 위험한 백 태클을 당해 잠시 경기장을 벗어나 있었던 데이빗은 금새 털고 일어나 복귀했다. 그가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오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열렬히 노래 부르며 그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어찌보면 퇴장당한 멕세스로서는 다행이었다. 만약 데이빗이 큰 부상을 당했다면 그는 성난 팬들로부터 테러를 당했을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만큼 리버풀 팬들의 데이빗에 대한 사랑은 지극했고 열성적이었다.

[후반전도 어느새 15분이 흐르고 있지만 데이빗의 몸놀림은 가볍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오른쪽 사이드의 무사 시소코에게 크게 패스를 열어 주는 데이빗!]

전반에 리버풀은 데이빗의 아름다운 터닝슛과 스티븐 제라드의 페널티 킥 골을 묶어 2 대 0으로 앞서나갔다. 더구나 상대는 한 명이 퇴장 당하며 수적 열세에 처한 상황. AC 밀란으로서는 설상가상으로 여기는 그들에게 있어 원정지였고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에 무작정 잠그기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공격을 해야하는 밀란, 그렇다고해도 추가 실점은 위험했기에 한정된 자원을 쥐어 짜내는 수밖에 없었다. 미드필더를 한 명 빼며 수비수 한 명을 투입, 포백 라인을 다시 완성시켰다. 이는 현재 양 쪽 풀백으로 나서고 있는 선수들인 잠브로타와 오도가 센터백에 가까운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쓰리백의 좌-우측 수비수 역할에는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4-3-2의 전형으로 시합을 치를 수 밖에 없게 된 밀란이었고 이는 중앙 지역에서의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3명의 미드필더가 수비력이 뛰어나고 활동량이 풍부한 편이긴 했으나 공격 전개에 있어서 강점을 가진 선수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 한들 수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공격 전개는 꿈도 꾸기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공격 방식은 수비 이후에 전방으로 한 번에 공을 때려 넣는, 전형적인 롱 볼 축구로 갈 수 밖에 없었다. 투 톱으로 나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스테판 엘 샤라위의 개인 전술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밀란이었고 당연히 그들은 전반 동안 별다른 찬스를 잡기 힘들었다.

[무사 시소코! 마시모 오도와 대치합니다. 아, 욕심 내지 않는 군요! 공격에 가담한 글렌 존슨에게 공을 밀어 줍니다! 오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죠!]

[현재 미드필더가 3명밖에 되지 않는 AC 밀란으로서는 미드필더들의 사이드 지원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반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커버가 되는 모습이었지만 이제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시간대가 왔거든요.]

[10명이서 뛰다 보니 체력 소모가 평소보다 더 클 수 밖에 없겠죠. 글렌 존슨의 크로스! 아! 루이스 수아레즈보다 한 발 먼저 걷어 내는 티아구 실바! 오늘 정말 수비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전반 내내, 그리고 후반전의 초반까지 밀란의 미드필더들은 그야말로 헌신이라는 두 글자에 어울릴만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수적 열세로 인해 미드필드에서의 주도권을 내준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리버풀이 마음대로 활개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방어는 해 주었다. 거기에 피치를 넓게 쓰기 시작하는 리버풀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드의 커버도 해야 했다.

하지만 안토니오 노체리노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 젠나로 가투소와 마시모 암브로시니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었다. 20대의 쌩쌩한 선수들이라고 해도 지치는 것이 당연한 페이스로 뛰어 다녔으니 체력이 방전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조짐이 바로 이번 공격, 비록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사이드를 흔드는 리버풀의 플레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밀란으로서는 위험 신호입니다! 사실, 경기가 이대로 끝난다고 해도 떨어지는 것은 AC 밀란이거든요. 어떻게 해서든 동점골까지 노려야 합니다만 이대로 간다면 동점골보다는 쐐기골을 얻어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으로서는 교체 카드의 사용에 골머리가 아플 겁니다. 2장 밖에 남지 않았고 두 골 뒤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공격을 강화하는 카드를 사용해야 하겠죠. 하지만 추가 실점을 하는 순간 사실상 게임 오버입니다. 그리고 추가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나마 미드필더들이 버텨 주어야 하는데 지금 한계가 가까이 온 것 같군요.]

해설자의 말대로 숨이 턱까지 차오른 모습이 카메라에도 여실히 잡히는 밀란의 미드필더들이었다. 누가봐도 더 뛰는 것은 무리에 가까웠고 지금 당장 그라운드 위에 쓰러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결국 여기에서 교체 카드를 활용하는 알레그리 감독입니다. 마시모 암브로시니와 젠나로 가투소를 빼고 마티유 플라미니와 알베르토 아퀼라니를 투입하는 군요.]

[어느 정도 공격도 염두에 둔 교체로 보입니다. 플라미니 선수의 활동량은 정평이 나 있는 선수죠. 중반 지역에 활기를 불어 넣을 거라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아퀼라니 선수는 창의적인 패스를 전개할 줄 아는 선수입니다. 반면 수비력이 그리 뛰어난 선수는 아니긴 합니다만 수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밀란의 입장이니 충분히 납득이 가는 교체입니다.]

[그러고보니 아퀼라니 선수는 자신의 원 소속팀과 경기를 치르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게 되었네요.]

[그렇군요. 어쨌거느 아퀼라니 선수는 현재 리버풀에서 AC 밀란으로 임대를 온 상황이니 말이죠. 아퀼라니 선수로서는 자신의 원 소속팀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 줄 필요성이 있겠습니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나면 리버풀로 복귀를 해야하니까요.]

"좋아 보이네 알베르토."

"덕분에 스티비."

"잘하라고."

"고마워. 넌 좀 적당히 해줘."

데이빗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제라드와 아퀼라니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물론 경기가 곧 재개 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더 이상 말을 나누지 않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큰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아마 제라드는 아직 저 아퀼라니라는 선수가 우리 팀으로 돌아 온다면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경기 끝나면 한 번 물어봐야지.'

자신과는 큰 인연이 없던 선수였다. 그는 리버풀에서 보낸 대부분의 시간을 부상에 신음하며 지내야 했고 그가 몇 차례 경기에 뛰었던 시절에 자신은 리저브에 처박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는 임대 생활을 시작했으니 말이다. 기억에 남는 거라고는 그가 리버풀에 입성할 때 기록한 이적료가 2천만 파운드 정도였다는 기사 뿐이었다.

'뭔 쓸데 없는 생각을 하는 거지. 집중하자 집중.'

아직 경기는 30분 가까이 남아 있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고 해도 8강에 진출하는 것은 리버풀이지만 10명이 뛰고 있는 팀을 상대로 추가골을 기록하지 못한다면 기분이 찜찜할 것 같았다. 사실 굳이 그런 기분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골을 원하긴 했지만 말이다.

미드필더 두 명이 교체되긴 했지만 흐름에 큰 영향은 없었다. 체력이 쌩쌩한 두 명의 선수가 추가되긴 했지만 그들이 경기 흐름을 뒤집을 만큼 간단한 상황이 아니었다. 열정적으로 경기장 이곳 저곳을 누비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다.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뛴다고 해도 경기장 전역을 커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리버풀은 집요하리만치 느긋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공격을 전개해 왔다.

수비만 하다 보면 체력 소모도 공격하는 측에 비해 커지긴 하지만 그 이전에 정신적으로 맛이 가기 쉽다. 수비만 죽어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도 지금처럼 똥개 훈련 시키는 것 마냥 이쪽 저쪽으로 흔들어 댄다면 말할 것도 없다. 약 10분간, 리버풀은 그들의 집중력을 계속해서 시험했고 조금씩 커지는 균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패스!!"

좌우로 흔들어 댄 덕분에 되려 중앙 지역에 공간이 넓어져 버렸다. 최전방보다 약간 아래에 쳐져 있던 데이빗은 좀 더 내려가며 패스를 요구했다. 자신의 마크맨 루카 안토니니가 따라오긴 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가 움직임으로 해서 페널티 박스 내 공간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제라드가 놓치지 않고 자신에게 패스를 찔러 주었다. 언제나 마음에 쏙 드는 패스를 보내 주는 제라드답게 이번 패스도 입맛에 딱 들어 맞는 것이었다. 속도를 죽이며 패스를 킵할 것처럼 움직이는 데이빗, 마찬가지로 속도를 떨어 뜨리며 데이빗의 움직임에 대응하고자 했던 루카 안토니니는 곧 닭 쫓던 개의 꼴이 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머리 위를 넘어가는 공에 반응하지 못했고 데이빗은 어느새 자신을 지나쳐 달려가기 시작했다.

제라드의 패스를 발 뒤꿈치를 이용해 뒤로 넘겨버리며 순식간에 마크맨을 제압한 데이빗, 자신의 앞은 텅 비어 있었다. 공격할 수 있는 루트가 너무 많아 고민이 될 지경. 수아레즈에게 찔러 주어도 좋았고 자신이 수비를 끌고 나오며 생긴 공간으로 쇄도를 시작한 마르코 로이스에게 주어도 좋았다. 물론 직접해결할 수도 있었다.

'때리자!'

동료들의 찬스가 자신보다 완벽하다면 모를까 지금은 자신이 노마크였다. 거리가 아주 가깝지는 않았으나 충분히 슈팅을 때릴 수 있는 거리. 데이빗은 자신이 띄워 올린 공이 땅으로 떨어 지기 전에 강하게 발등으로 마치 밀어 올리듯 슈팅을 시도했다.

완벽한 탑 스핀이 걸린 공이 높이 치솟았다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약간 앞으로 나와 있었던 골키퍼가 온 힘을 다해 점프해 보았지만 닿지 못한 공은 키퍼의 손을 지나 골포스트를 스치듯 떨어지며 골망을 흔들었다.

[데이빗 장! 원더풀 골입니다! 오 마이 갓!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흥분한 캐스터가 소리를 질러댔다. 해설자도 흥분하긴 마찬가지였고 자신의 놀라움을 여과 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30m에 가까운 거리에서 믿을 수 없는 롱 슛을 성공시킵니다! 도대체 저 공에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요? 엄청난 무브먼트를 보인 마법과도 같은 슈팅이었습니다!]

[저 선수는 평범하게 골을 넣는 것을 거부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 경기 환상적인 골을 만들어 냅니다! 오 갓! 지금 이 경기를 보고 계신 분들은 운이 좋은 게 분명합니다! 이번 시즌 최고의 골을 직접 볼 수 있었으니까요!]

한 골을 더 실점한 AC 밀란은 완벽하게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그래도 명문의 자존심을 걸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경기는 그들의 손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 오히려 후반 40분, 왼쪽 사이드에서 화려한 돌파를 선보인 마르코 로이스를 막아내지 못하고 크로스를 허용하고 말았고 순간적으로 공간을 잘라 들어오는 데이빗을 놓치고 말았다. 완벽한 크로스에 이은 간단한 마무리, 데이빗은 오랜만에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지난 경기의 부진을 완벽하게 씻어 냈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10호골을 달성했다.

"이번 시즌 해트트릭만 3차례인가?"

기쁨에 겨워 날뛰던 달글리시 감독이 만면에 미소를 띄운채 질문을 던진다. 클록 수석 코치 또한 입이 귀에 걸린 채 대답한다.

"그렇네요, 지난 아스날 전, 그리고 올림피아코스 전에서 각각 기록했으니까요."

"해트트릭한 경기만 따져도 거의 10골이구만?"

"그렇게 되네요. 참, 한 시즌에 두 자리수 득점을 못하는 선수도 많은 판국에..."

실제로 마이클 오웬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후, 리버풀이 챔피언스 리그 왕좌에 등극했던 2004-2005 시즌에 리버풀은 10골을 넣은 공격수가 없었다. 그런만큼 지금 데이빗의 득점 페이스가 가끔은 인간미가 없게 느껴졌다.

"벌써 챔피언스 리그에서만 10번 째 골이군."

"그렇네요. 메시도 지금 10골 째 입니다."

"현실감각 없는 두 녀석이구만."

메시나 데이빗이나 지금 기껏해야 7~8경기 남짓을 소화했을 뿐이다. 그런데 벌써 10골이라니, 그것도 별들의 무대라 불리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말이다.

"그래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벌써 메시와 비견될 정도로 성장했다는 거 아닙니까?"

퍼스트 팀 데뷔가 2010년 5월이었으니 아직 만으로 2시즌을 채우지 못한 데이빗이다. 그런데 벌써 세계 최고 레벨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판국이니 클락이 놀라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그 메시를 말이야. 다음 라운드에서 만나게 되는 구먼?"

자신들보다 하루 먼저 16강 일정을 마친 바르셀로나였다. 그들은 독일의 강호 레버쿠젠을 1, 2차전 합계 10 대 2라는 무지막지한 차이로 따돌리고 8강에 안착한 상태였다. 두 경기에서 메시는 무려 4골을 때려 넣으며 순식간에 10호 골 고지를 밟았던 것.

"...그렇네요. 그래도 우리 팀이라면 잘해낼 수 있을겁니다."

선수들을 믿는다며 강하게 외치는 클락, 달글리시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되길 바라네."

============================ 작품 후기 ============================

-예약입니다

-한 4일 쉬었다고 몸이 늘어지긴 늘어졌네요

-아재라서 그래

-???

-30대는 아재라던데?

-마음은 20대입니다

-그런걸 두고 지랄..아니 주책이라고 하던데

-ㅠㅠ

-아직 그래도 30대 초반임

-자랑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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