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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04화 (20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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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다 시원하네."

제임스는 껄껄 웃으며 신문을 덮었다. 지난 토트넘 핫스퍼 전, 그리고 어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에서 각각 2골을 기록하며 2경기에서 4골을 때려 넣은 데이빗 장에 대한 기사였다.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제임스, 티티는 혀를 차며 살짝 핀잔을 주었다.

"그렇게 좋냐?"

"그럼 좋지, 넌 안 좋냐? 지난 번...언제냐? 아무튼 한 경기 골 못 넣었다고 까대던 자식들이 꼬리를 말았잖아. 얼마나 통쾌해? 안 그래?"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하는 친구의 모습에 티티는 못말리겠다며 웃고 만다.

"나도 기분 좋았지. 그래도 언론이 설레발 치는 거 한 두번도 아니고. 너무 신경쓰지 마. 아마 이렇게 잘하다가도 또 한 번 부진하면 미친듯이 까댈 놈들이니까."

"하여간 마음에 안드는 족속들이야."

킁 하고 콧바람을 뿜으며 고개를 흔드는 제임스.

"그 마음에 안드는 족속들하고 우리는 이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해. 알고 있지?"

"그거야 알지. 날 어린애로 아는 거야?"

"그럼 됐어. 그리고 이제 슬슬 할 일를 해야하지 않겠어?"

시계를 가리키며 미소 짓는 티티, 어느새 출근한 지 한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물론 제임스는 아직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고 말이다.

"알겠다고. 그래도 내 일은 펑크내지 않는단 말이야. 너무 독촉하지 말라고."

"일을 펑크냈다면 월급 봉투에도 구멍이 뚫렸겠지. 그러니까 빨리 일하라고."

"젠장."

툴툴거리며 일을 시작하는 제임스, 티티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데이빗의 재계약을 이끌어 내며 받은 커미션으로 임대한 업무용 사무실이었다. 에이전트가 되어서 번듯한 사무실 하나 두지 않고 있다면 선수까지 얕잡아 보일 수 있었기 때문에 필수였다. 언론, 구단, 일반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만나야 하는 에이전트니 만큼 업무 처리와 함께 손님 접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관리하는 선수가 단 한 명뿐인지라 사무실에 근무하는 인원도 티티와 제임스, 둘 뿐이었고 그렇다 보니 사무실의 사이즈도 그리 큰 편은 아니었다.

"일단 오늘 스케줄이...오전에 광고 요청건 검토하고, 오후에는 아디다스 쪽하고 미팅이 있군."

한때 몰려든 광고 요청 러시로 몸살을 앓았던 티티와 제임스였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난 상태였다. 물론 지금도 드문드문 요청이 들어오곤 했지만 충분히 여유롭게 검토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헬로우? RS 코퍼레이션입니다."

사무실에 비치된 전화기가 울리자 재빠르게 전화를 받는 제임스였다. 새뮤얼 로이와 제임스 스튜어트의 성을 따서 정한 그들의 회사 이름, 처음 전화를 받을때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했던 제임스였지만 이제는 꽤 익숙한 모습이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시라고요? 네?"

통화를 하며 간단히 메모를 하는 제임스, 누구와 통화를 하길래 저렇게 놀란 표정을 짓는 지 궁금해지는 티티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에이전트에게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손을 놀려 전화를 자신에게 돌려주는 모습이다. 입 모양으로 누구냐고 물어 보는 티티, 하지만 제임스는 일단 받아 보라는 제스처를 취할 뿐이었다.

"안녕하십니까. RS 코퍼레이션의 새뮤얼 로이입니다."

-반갑습니다. 데이빗 장 선수의 에이전트 본인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신지요?"

처음 듣는 목소리였기에 새로운 광고 요청건인가 싶었던 티티였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그도 제임스처럼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저는 영국 올림픽 남자 대표팀의 기술 위원을 맡고 있는 네이트 존스(*주. 가상의 인물입니다)라고 합니다. 이번 올림픽과 관련하여 데이빗 장 선수, 그리고 데이빗 장 선수의 에이전트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전화로 연락 드렸던 네이트 존스입니다. 이쪽은 올림픽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고 계신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님 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스튜어트 피어스입니다."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미는 중년 남성, 티티는 정중히 손을 맞잡으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RS 코퍼레이션의 새뮤얼 로이입니다. 아시다시피 데이빗 장 선수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급하게 만날 생각은 없었다. 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만날 생각이었는데 상대쪽에서 한시라도 빠르게 보길 간청해 왔다. 그래서 아디다스와의 미팅을 끝내고 저녁 시간이 가까워진 지금 만나게 된 것이다.

"먼저, 급하게 약속을 잡는 무례함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전하고 싶네요."

"괜찮습니다.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중요한 일이라면 그럴 수도 있는 법이죠."

사실 불쾌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의 태도가 시종일관 정중한 것도 있었고, 이렇게 사과까지 하자 작은 볼쾌함도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까지 급하게 만남을 잡고자 한 의도가 궁금해졌다.

"서로 바쁜 처지이니 말을 돌려하지 않겠습니다. 그게 낫겠지요?"

감독을 돌아보며 말을 꺼내는 네이트 존스, 티티로서는 환영이었고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올 해, 우리 나라에서 올림픽이 개최되는 것은 아시지요?"

"모를 리 있겠습니까?"

가볍게 웃으며 대답하는 티티, 잉글랜드 국민이라면 모를리가 없는 부분이다.

"그렇죠. 그리고 이번에 우리 잉글랜드, 그리고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북 아일랜드까지 합쳐서 단일 팀으로 나가는 부분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티티, 역사상 첫 단일 팀의 출범이라며 말이 많았던 부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본론이 나오지 않고 있어 좀 답답하기도 했다. 대충 예상이야 되는 화제였지만 자신이 먼저 꺼내기도 뭐한 부분이었다.

"우리 잉글랜드, 아니 유나이티드 킹덤 오브 브리튼은 그동안 올림픽 축구에서 100년 동안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올해로 딱 100년 째네요. 축구 종주국이라 자부하는 우리 나라로서는 치욕적이라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진중한 어조로 말을 늘어 놓는 네이트 존스, 티티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올림픽 뿐만 그런 건 아니지만...마지막 월드컵 우승도 50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고, 유로 대회는 아예 우승한 적이 없으니...'

국가 대항전 레벨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잉글랜드였으니, 사실 새삼스레 말할 일도 아니라 생각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 그리고 고귀하신 여왕께서도 이번 올림픽에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십니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야말로 금메달을 따 내기 가장 좋은 기회라고 말이죠."

여왕까지 언급되자 티티는 내심 놀랐다. 기껏해야 국민들의 기대, 나라를 대표하여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명예를 거론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100년 만의 금메달, 사상 첫 단일 팀. 많은 이슈가 걸려 있는 대회입니다. 많은 젊은 선수들에게 영웅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티티의 모습, 네이트 존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럴 것입니다. 이번에 여왕께서는 축구 대표팀에서 금메달을 따낸다면 선수단 전원에게 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정말 명예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확실히 말만 들으면 그렇다고 생각되지만 티티의 생각은 달랐다.

"멋진 일이기는 합니다만...원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에게는 스포츠 공로를 인정하여 4등급, 혹은 5등급의 훈장을 수여하지 않습니까?"

원래 주는 부분을 가지고 특별한 듯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살짝 태클을 거는 티티, 하지만 네이트 존스는 여유만만해 보였다.

"그렇죠.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다릅니다. 우승한다면 선수단 전원에게 4등급의 OBE (Officer of Order of the British Empire) 훈장을 수여할 것이고 메달 획득에 기여한 바가 큰 일부 선수에게는 3등급의 CBE (Commander of Order of the British Empire)를 수여할 것입니다. 3등급은 일반 훈장 중 최고 등급입니다."

어떻습니까, 라고 하며 미소를 짓는다. 티티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확실히 평소보다 파격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결국 데이빗 장 선수를 올림픽 대표로 발탁하고 싶다는 뜻이겠지요?"

겉돌듯 진행되던 대화의 핵심을 찌르는 티티의 말, 네이트 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려던 때, 피어스 감독이 먼저 나섰다.

"그렇습니다. 현재 23세 이하, 아니, 전 연령대를 통 틀어도 데이빗 장 선수만한 선수가 없습니다. 데이빗 장 선수가 합류한다면 금메달은 반쯤 우리 것이 된 거나 다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반드시 데이빗 장 선수가 필요합니다."

노골적인 구애, 티티는 대답하기 참 난감한 부분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선수가 없는 자리가 아닙니까? 제가 뭐라고 확답하기 어렵겠군요."

발을 빼는 티티, 그가 확답을 줄 수 없다는 건 사실이었기에 피어스와 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데이빗 장 선수도 함께 보고 싶었지만 지금 밀라노 원정을 떠난 상태더군요. 그럼에도 먼저 찾아 온 것은 그만큼 우리가 데이빗 선수를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데이빗을 설득해 주길 바라시는 겁니까?"

날카로운 티티의 지적, 피어스 감독은 굳이 말을 돌리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선수의 의향이 어떠한지도 듣고 싶지만, 그것은 다음에 선수와 함께하는 자리에서 들어도 될 것 같군요. 그 전에 일단 에이전트께서 좋은 이야기를 해 준다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밝히는 속내에 티티는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생각이 완벽히 정리가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해야할 말은 해야했다.

"일단, 저는 선수의 뜻을 바꾸는 사람이 아닙니다. 선수가 원하는 일을 대신해서 해주는 일을 할 뿐이죠."

자신의 행동 반경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는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해주기 어렵다고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고 이에 피어스와 존스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진다.

"그렇다고 해도 오늘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빠짐없이 선수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다만 그것에 저의 개인적인 판단은 들어가지 않겠지요. 선수가 저에게 묻는다면 모르겠지만 저는 제 생각이 선수의 행동에 지나치게 영향을 주는 것이 달갑지 않습니다."

어쨌든 전달은 하겠다는 말에 그나마 안색이 풀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조금 불안한 느낌인지 질문하는 네이트 존스.

"로이 씨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데이빗 장 선수가 올림픽 대표에 합류하게 되는 것에 긍정적이신지 여쭤보고 싶네요."

티티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사실 자신의 입장이야 명확했다. 하지만 말을 할때 있는 그대로 말해버린다면 예의 없는 멘트가 섞일 수도 있었으니 잠시 텀을 두었다.

"저는 사실 데이빗 장 선수의 차출이 그리 달갑지는 않습니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유로 대회가 있다는 건 잘 알고 계실겁니다."

역시 유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안색이 눈에 띄게 침울해지는 두 사람, 티티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시즌을 마치고 제대로 된 휴식기도 없이 유로 대회에 나가야 합니다. 사실 출전이 99%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는 선수입니다. 한 달간 진행되는 유로 대회로 인해 평소보다 휴식기가 더 짧은 상태에서 시즌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올림픽까지 출전하게 된다면 선수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너무 커집니다. 그래서 저는 두 대회에 동시에 출전하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은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물론 '선수의 의견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피어스와 존스는 그나마 선수 본인의 의견이 아니라는 점에 안도하며 대답했다.

"걱정하시는 부분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수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해 관리를 할 생각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자신들의 계획을 설명하려는 네이트 존스를 막는 피어스 감독,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기술 위원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선수들의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자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데이빗 장 선수가 동석한 자리에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저희도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자리가 마무리 되는 분위기, 티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피어스 감독, 그리고 존스 기술 위원과 함께 악수를 나누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선수와 함께 자리할 때는 미리 일정을 정하고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오늘 여러가지로 결례가 많았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올림픽에 나오면 훈장을 주겠어

-원래 주는 거잖아 임마

-나와주세요나와주세요나와주세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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