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81화 (18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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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필드 내 홈 팀의 라커룸, 리버풀 선수들은 편안한 자세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편안한 자세라기 보다는 축 늘어져 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한 설명이리라. 전반적으로 그들의 표정은 퀭하다고 해야 할까, 생기가 부족했고 그들의 몸은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 보였다.

"...왜 사람들이 박싱 데이라고 하면 치를 떠는지 이제야 알 것 같네."

데이빗은 맥이 빠진 어조로 중얼 거렸다. 확고한 주전으로 발돋움한 이후에도 그는 언제나 더 많은 출전을 원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지옥 같은 일정을 치르다 보니 자연스레 몸이 휴식을 원했다. 74~75kg 사이를 유지하던 체중은 어느새 72kg 밑으로 떨어 졌다. 경기를 뛰고 나면 70kg 이하로 떨어질 때도 있었으니 현재 그의 체력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처음으로 겪는 박싱 데이 일정에 데이빗은 왜 시즌 중에 베테랑 선수들이 미리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놓으라며 경고를 해 두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말도 마. 요즘 식욕도 떨어질 지경이니까. 체중때문에 억지로 우겨 넣고는 있는데 진짜 먹는 것도 고역이야. 왜 EPL이 지옥 같다고 하는 지 몸소 체험해 보니 확실히 알겠네."

자신과 체격 조건이 비슷한 마르코 로이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동의했다. 원래 자신보다 몸무게가 덜 나갔던 그는 이미 몸무게가 60kg대로 떨어졌다며 울상이었다. 체중 관리는 선수들에게 있어 생각보다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나는 식욕이 없는 건 아닌데, 평소 먹는 양보다 많이 먹는 건 힘들어. 소화도 안되는 것 같고."

운동 선수다 보니 원래 식사량이 많은 편이다. 소화 능력 또한 일반인들에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평소와 달리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이 짧은 시간이었기에 억지로라도 식사량을 늘려야 했다. 선수들에게 적정한 체중은 곧 체력이다. 경기에 뛰다 병원으로 실려가고 싶지 않다면 어쨌거나 비슷한 수준까지 맞춰야 했다.

"크리스마스에 독일에 있는 친구들이 놀러 온다고 했는데, 오지 말라고 했어. 난 휴식이 필요했다고. 애초에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 시합이었는데 제대로 놀 수도 없잖아."

그래도 시합에는 이겨서 다행이라며 덧 붙인다. 그 말대로 리버풀은 지난 라운드에서 블랙번을 맞아 2 대 0으로 깔끔한 승리를 거두며 아스톤 빌라에게 당한 패배를 털어 버리며 2연승을 달렸다.

"나도 여자 친구하고 제대로 놀지 못했어요. 집에 와서 잠깐 지내다 밥만 같이 먹고 갔다구요."

우울하게 중얼거리는 데이빗, 지난 시즌 크리스 마스 무렵에는 부상에서 회복하는 단계였기에 제대로 놀기 힘들었다. 그리고 올해는 미친 것 같은 일정때문에 놀러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마르코는 혀를 차며 말했다.

"여자 친구도 기분 별로 안 좋았겠는데. 뭐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제대로 된 연애도 힘들겠다며 안쓰럽다는 듯 말을 건네는 로이스의 모습에 데이빗은 맥빠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이해해 주더라구요. 자기도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공부해야 한다고 해주니 정말 고맙더라구요. 언젠가는 크리스마스에 정말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아쉽다는 듯 푸념하는 데이빗에게 로이스는 그건 힘들지 않겠냐며 말한다.

"여기 EPL에서 뛰면 크리스마스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건 힘들지 않을까? 은퇴한 뒤에나 가능하겠지. 다른 리그로 이적하거나 말이야."

"알아요. 그래도 이런 부분이 리그를 옮길 정도로 큰 부분은 아닌 거 같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야. 뭐 나도 힘들긴 하지만 지금 팀은 충분히 마음에 들거든."

그러면서도 아쉽다는 듯 한 마디를 덧 붙인다.

"그래도 독일에 있었다면 지금 쯤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친구들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텐데. 그건 조금 아쉬워."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달글리시 감독이 코치들을 이끌고 들어 왔다. 그는 늘어져 있는 선수들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 보다 입을 열었다.

"다들 힘들지?"

"지금 여기에 드러 누워서 한 3일은 그대로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매년 겪는 일이지만 진짜 이건 미친 짓이에요. 감독님이 현역으로 뛸 때도 이런 미친 일정이 있었나요?"

선수단의 푸념이 쏟아 진다. 달글리시 감독은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없었겠나? 애초에 유래 자체가 훨씬 과거부터 시작된 관습인걸. 지금에야 중계권을 뽑아 먹기 위한 수작때문이긴 하지만 말이야."

"우리들이 전부 다 드러 누우면 일정이 좀 바뀔 까요?"

캐러거가 장난 스럽게 질문한다. 실제로 그런 일을 바란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장난이었다.

"음...다른 건 몰라도 우릴 상대하는 팀이 좋아할 거란 건 확실하겠군."

"오 지져스."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리는 캐러거, 라커룸에 가벼운 웃음이 맴돈다. 달글리시 감독도 한 차례 웃음을 터뜨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힘든 일정을 치를 때 일수록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언제나 유쾌하게 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캐러거의 존재가 고맙다고 느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말이야, 우리만 힘든건 아니라고. 오늘 상대하는 녀석들은 칼링컵까지 뛰고 왔다고. 아마 거의 워킹 데드 수준이겠지. 숨 쉬는 것도 힘들어할 녀석들이란 말이야. 안 그래?"

"저기 좀비라면 좀 무섭겠는데요."

"야 이 멍청아. 그런 말이 아니 잖아."

오늘 그들이 상대할 팀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였다. 그들은 바로 2일 전에 칼링컵 경기를 치르고 이곳 안필드에 온 것이다. 지금 늘어져 있는 리버풀 선수들보다 상태가 더 안좋을 거란 것은 명약관화였다.

"불쌍한 녀석들..."

리그 일정만 치르고 있음에도 죽을 것 같은데 칼링컵까지 소화하고 왔다니 절로 측은지심이 드는지 디르크 카윗이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그로서도 요즘에는 절로 곡소리가 나올 것 같은 날들이었다.

"그래 불쌍한 녀석들이지. 서 있기도 힘들어할 녀석들을 상대로, 조금 힘들다고 징징댈 선수는 없겠지?"

"저기 조금 힘든 건 아닌데요."

살짝 들어오는 태클, 달글리시 감독은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좀 닥쳐 주겠나? 자꾸 징징거리면 이번 시즌 내내 쉬게 해주겠어."

"네..."

본전도 못 찾은 캐러거가 침울하게 구석에서 찌그러 진다. 그리고 괜히 옆에서 웃고 있던 데이빗의 뒤통수를 쳤다. 달글리시 감독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저 녀석들이 빨리 쉴 수 있게 얼른 경기를 결정 지어 버리라고. 너희들이 몸이 무겁다면 상대도 마찬가지야. 그렇다면 조건은 같다는 거야."

"오늘 경기가 끝나고 또 2일 뒤에 경기가 있는 것은 다 알거야. 상대는 우리와 지금 승점이 같은 맨체스터 시티지. 우리가 박싱 데이 기간을 치르며 승점을 잃는 동안 그 녀석들은 어느새 은근 슬쩍 기어 올라서 우리 바로 옆에 섰다."

우승컵을 놓고 다툴 최대의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의 이야기가 나오자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직 시즌은 절반이 남아 있었지만 현재 리그의 진행 상황을 보았을 때, 가장 우승컵에 근접한 두 팀으로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가 유력하다는 평이 많았다.

1위  리버풀  13승 3무 2패  42점

2위  맨시티  13승 3무 2패  42점 (골득실)

3위  맨유    10승 5무 3패  35점

4위  아스날   9승 5무 4패  32점

5위  토트넘   8승 4무 6패  28점

슬로우 스타터로 유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언제 치고 올라올 지는 모르는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가장 두드러지는 두 팀은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가 확실했다. 선수들의 눈빛이 변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오늘 경기를 잡고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승점 차이를 벌려 주는거다. 이번 시즌, 우승컵은 우리 거야. 절대 양보할 수 없어. 그렇지 않나?"

대답은 없었다. 선수들은 대답대신 강한 눈빛으로 그들의 대답을 대신했다. 달글리시 감독은 박수를 치며 출전 시간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좋아. 이제 나가지. 나가서 저 검은 양말 녀석들을 어서 쉬게 만들어 주자고."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리버풀과 뉴캐슬의 2011년 마지막 경기, 프리미어 리그 18라운드 경기를 이곳 안필드에서 전해 드립니다.]

[2011년도 이틀 밖에 남지 않았네요. 다음 중계로 찾아올 때는 해피 뉴이어~를 외쳐야 겠어요.]

[각 팀들은 진심으로 새해가 빨리 오길 바랄 겁니다. 1월 초가 지나면 이 살인적인 일정에도 여유가 좀 생길테니 까요.]

[그렇습니다. 지켜보는 팬들은 즐겁겠지만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정말 죽을 맛이죠. 실제로도 매년 많은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 바로 프리미어 리그의 박싱데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다른 리그에서 이 기간에 휴식기를 가질 때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일정을 치르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말이 많죠. 경기력에도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많은데다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너무 커진다는 의견입니다."

[네. 실제로 양 팀 모두, 이 기간 동안 부상자가 속출하지 않았습니까?]

[리버풀에서는 글렌 존슨 선수와 다니엘 아게르 선수가 부상을 당했죠. 수비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두 선수가 빠진 만큼 가뜩이나 스쿼드가 두텁다고 할 수 없는 리버풀로서는 울고 싶은 소식이었죠. 그나마 다니엘 아게르 선수의 경우에는 제이미 캐러거나 마틴 스크르텔이라는 완벽한 대안이 존재하지만 글렌 존슨의 빈 자리는 대니 윌슨으로 메워야 하는데, 글쎄요. 대니 윌슨 선수는 기대 받은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거든요.]

[수비진에서 전력 누수가 생긴 리버풀과 달리,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는 공격진에 누수가 있었습니다. 뉴캐슬의 주전 스트라이커 앤디 캐롤 선수를 부상으로 잃게 되었죠.]

[지난 시즌의 활약에 비해 올 시즌의 활약은 미비한 앤디 캐롤 선수지만 그대로 뉴캐슬에서는 대체하기 힘든 자원입니다.]

[그렇습니다. 양 팀의 라인업이 나오는 군요. 먼저 리버풀의 라인업 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리버풀 라인업 (4-4-2)

-----------------루이스 수아레즈------------

-----------데이빗 장------------------------

마르코 로이스---------------------디크크 카윗

--------------------스티븐 제라드------------

----------루카스 레이바----------------------

마틴 켈리-제이미 케러거-마틴 스크르텔-대니 윌슨

---------------알렉산더 도니------------------

[3경기를 연속으로 거의 풀타임 출전한 호세 엔리케 대신 마틴 켈리가 출전하는 군요. 리버풀은 4-3-3 대신 4-4-2를 들고 나왔고 사용 가능한 모든 공격 자원을 투입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요?]

[아무래도 빠른 시간에 승부를 보겠다는 의미겠죠. 상대적으로 뉴캐슬 쪽이 체력적인 부담이 더 큽니다. 칼링컵 경기를 치르지 않은 리버풀에 비하여 그들은 이틀 전에도 경기를 치르고 왔으니 말이죠.]

[현재 리그에서만 19호 골을 기록 중인 데이빗 장이 이번 경기에서 20호 골을 기록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 20호 골을 기록한다면 정확히 일정의 전반을 치르며 20호 골을 기록하게 되는 데요.]

[정말 엄청난 선수입니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18경기를 뛰며 19골을 넣었거든요? 이것도 정말 말도 안되는 기록인데, 이번 시즌에는 심지어 페이스가 더 좋습니다. 16경기에서 19골입니다. 사실상 득점왕은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죠.]

[리그 득점 2위인 아스날의 로빈 반 페르시가 14골을 넣으며 엄청난 골 결정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만, 5골 차이는 적은 차이가 아니거든요.]

[데이빗 장 선수에게 가려지긴 했습니다만 루이스 수아레즈의 결정력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16경기 출장에 8골을 기록하면서 두 경기에 한 골이라는 아주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죠. 사실 같은 팀 동료 데이빗 장 선수가 워낙 인간같지 않은 페이스로 득점을 쌓아 나가서 그렇지 루이스 수아레즈의 페이스도 절대 나쁜게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마르코 로이스 선수 또한 6골을 기록하고 있으니 말이죠. 뉴캐슬로서는 리버풀이 자랑하는 이 공격진의 화력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이번 경기의 관건이 되겠습니다. 이어서 원정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라인업입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라인업 (4-2-3-1)

-------------------------뎀바 바------------------------

--호나스 구티에레스----요앙 카바예--------벤 아르파------

---------------체익 티오테-----앨런 스미스---------------

다비데 산톤-파브리시오 콜로치니--마이크 윌리엄슨-대니 심슨

-------------------------팀 크룰-------------------------

[앤디 캐롤 선수의 부상으로 포메이션을 4-2-3-1 로 전환한 모습이죠?]

[그렇네요. 뉴캐슬의 약점은 주전 투 톱인 앤디 캐롤과 뎀바 바 선수를 제외하면 다른 공격수들이 너무 약하다는 거에요. 그래서 어설프게 투 톱 체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원 톱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네요. 일리가 있습니다.]

[키 플레이어는 역시 뎀바 바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리그 전 경기 출장에 13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앤디 캐롤 선수가 지난 시즌에 비해 조금은 모자란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을 이 선수가 완벽히 메꿔주고 있네요.]

[데이빗 장, 그리고 로빈 반 페르시에 이어 득점 랭킹 3위에 올라 있죠. 이 선수가 이 정도의 활약을 보일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과연 2011년의 마지막을 웃으며 마무리 하게 될 팀은 어느 팀이 될까요? 양 팀의 경기, 지금 시작합니다!]

============================ 작품 후기 ============================

-지금이라매?

-죄송...내일요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제가 해냈어요

-레스Res님의 연중을 제가 깼습니다!

-사실 바로 연재 재개하실지 몰라서

-오늘 후기 내용에 어떻게 독촉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쓸모가 없게 되었어요!

-음...?

-하라는 본편 구상은 안하고

-죄송합니다

-그래도 연재 재개해 주셔서 정말 기뻐여

-난 나중에 연중하면 다른 글에 코멘 달지 말아야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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