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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172화 (17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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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고 베이비!"

공중으로 날아 오는 공을 먼저 걷어 내며 리차즈가 의기양양하게 소리 쳤다. 데이빗은 확실히 자신이 만나 본 수비수 중, 아니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도 신체 능력 하나만큼은 최고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3cm 차이로 비벼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구나.'

자신도 파워에 있어서 어느 정도 발전을 이루었다고 자부하지만, 지금 눈 앞에 수비수에 견줄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의 키가 조금 더 크다고 해서 제공권 싸움을 유도하는 것은 방금 전의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리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

"근데 그 망할 호칭은 좀 치워줄 수 없어요?"

남자가 남자에게 베이비가 뭐냐며 데이빗이 인상을 찌푸렸다. 리차즈는 뭐 어떠냐며 미소를 지우지 않은채 어깨를 으쓱였다.

"오늘 만큼은 내 파트너잖아? 그러니까 너도 한눈 팔지 말라고."

윙크까지 날려 오며 이야기 하는 모습에 데이빗은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큼 상대의 캐릭터는 독특했고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이거 일종의 견제 방법인가?

'농담 같지도 않은 소리지만...어째 진짜 아니라고 하기에도 웃기고...'

실제로 자신은 상당히 거북했으니 말이다. 처음에야 재밌다고 넘기지만 저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남자가 윙크를 날리며 베이비라고 하는 것은 정말 듣기 괴로웠다.

'하지만 저 인간의 실력은 진짜야. 굳이 정면 승부를 하는 건 바보 짓이 될 것 같아.'

스피드는 호각, 파워에서는 열세, 테크닉에서는 자신의 우위였다.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다른 수비수 해치우듯 스피드를 살린 돌파로는 그다지 재미를 보기 힘들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의 수비수는 또 처음이네. 그냥 한 마리의 짐승같아.'

지금까지 어떤 수비수도 일 대 일로 자신을 막아 내진 못했다.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수비수는 그 어떤 이들보다 자신의 움직임에 잘 따라오고 있었다. 데이빗은 노선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멧돼지가 돌진해 오는데 굳이 정면에서 맞상대 해줄 필요는 없잖아?'

호승심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어려운 상대를 일 대 일에서 뚫어 낸다면 정말 기분이 좋을 것이다. 조금만 더 시도하면 감을 잡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팀 대 팀으로 붙는 공식전이었다. 자신의 쇼 케이스 무대가 아니었기에 데이빗은 승부욕을 잠시 접어 두고 좀 더 효율적인 움직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삑삐익-

결국 전반전 동안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0 대 0, 점수에 변동 없이 양 팀은 후반전을 기약하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생각 이상으로 잘 따라 붙네요. 데이빗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걸까요?"

걱정스럽게 데이빗 쪽을 바라보는 클락 수석 코치, 그는 경기장에 나서기 전부터 데이빗의 표정이 평소보다 조금 어두웠던 것을 떠올렸다.

"그런가?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듣는 달글리시 감독은 어째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에 클락은 의아한 눈빛으로 돌아 본다.

"누가봐도 고전하고 있는 모양 아닙니까? 지금 벌써 후반 10분이 넘어가는데 제대로 된 돌파 한번 해내지 못했다구요. 데이빗이 막히는 건 우리 팀으로서는 큰 일 아닙니까?"

답답하다는 듯 심경을 토로한다. 달글리시 감독은 그러거나 말거나 여유 만만이다.

"그래서 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전반이 끝나고 나서도 별 다른 전술 지시가 없으셨잖습니까? 포지션 체인지나 전술 설정을 다시 해야하지 않을까요? 오늘 데이빗은 조금 다릅니다. 평소와 달리 일 대 일에서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잖아요. 누군가가 백업을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이러는 모습은 정말 처음 보는 것 같네요."

감독의 결단을 촉구하는 모습, 달글리시 감독은 그제서야 클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런 부분을 포함해서 저 녀석에게 프리롤을 맡겼던 것은 기억 나지 않는가 보군.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뭐 고전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말이야, 저기 보라고. 슬슬 방법을 바꾸는 것 같은데."

손가락을 들어 전방을 가리킨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서 데이빗이 수아레즈와 자리를 바꾸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기대되지 않나? 무책임하다고 말해도 좋아.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축구와 함께 인생을 보내면서 느낀게 하나 있는데 그게 뭔지 아나?"

"아뇨, 무얼 말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걸 알면 아마 자신도 이렇게 불안해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클락이 대답했다. 달글리시 감독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현역 시절, 그리고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선수들을 만나 보았다네. 정말 환상적인 선수들을 여럿 보아 왔지. 어느쪽이 옳다고는 말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말이야. 나는 그들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네."

기대감 어린 시선을 필드위에 둔채 한 템포 말을 쉰다. 그리고 클락을 돌아 보며 미소 짓는다.

"저런 친구들은 말이야, 팀 전술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해줄때 가장 강하다는 거야. 어쩌다 1~2경기를 실패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보다 저들이 완벽하게 자유로울 때, 팀에도 더 이득이 많이 된다고 나는 생각하네. 전술? 저런 친구들이야 말로 전술을 뒤집는 크랙 그 자체 아닌가?"

찬양에 가까운 달글리시 감독의 말, 클락 수석 코치는 불안감이 전부 가신것은 아니었으나 수긍할만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리고 저 친구는, 내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선수보다도 재능이 뛰어난 편이지. 저런 친구들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게 올바른 전술이야. 무능한 감독이라 생각해도 좋네. 하지만 공연히 감독의 고집으로 선수의 능력을 제한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그리고 단언하듯 말을 마무리했다.

"수비는 잘 해주고 있고 미드필더들도 헌신적으로 움직여 주고 있지. 공격은 있는 그대로 풀어 주는 것이 가장 강하다고 믿고 있네. 그런데 내가 굳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내릴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루이스, 포지션 체인지 좀 해줘요."

"응? 포지션 체인지? 내가 왼쪽으로 가달라는 거지?"

"맞아요.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게 더 효율적일 거 같네요."

데이빗의 대답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수아레즈, 애초에 리버풀 공격진의 기본 원칙은 데이빗의 움직임에 맞춰 연동하는 것이라 못박혀 있었다. 평소에도 꽤 스위치를 자주하는 편이었다. 조금 의아했던 것은 아예 포지션 체인지를 하자고 이야기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수아레즈로서는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상관 없지. 생각보다 상대의 견제가 강한가 보네. 근데 중앙 지역으로 온다고 해결이 되겠어?"

단순한 포지션 체인지로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살짝 의문을 표현하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인다.

"설명하긴 힘든데요, 일단 지금은 같은 방법으로 공격해 봤자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될 것 같지는 않아요.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 거 같네요."

"좋아, 그럼 나는 왼쪽에서 평소에 니가 하던 역할을 맡으면 되는 건가?"

씨익 웃으며 기대감 어린 목소리로 물어 온다. 데이빗 또한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게 제가 원하는 거에요. 루이스라면 당연히 할 수 있겠죠?"

"당연하지."

가슴을 두드리며 자신감을 표현한다. 데이빗은 씩 웃으며 기대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뀐 자리로 돌아갔다.

"뭐야, 중앙으로 오면 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줄 알았던 거야? 실망이야 베이비. 날 두고 가지 말라고."

중앙 수비를 맡고 있던 콜로 투레와 포지션 체인지를 하며 따라 오는 마이카 리차즈의 모습에 데이빗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무 끈질긴 남자는 인기가 없는 거 몰라요?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모두 다 도망가버릴 걸요."

"상관없어. 그나저니 진짜 레이디 같은 말을 하는데? 응?"

헤헤 웃으며 자신에게 붙어 온다. 원래 센터백 출신인 만큼 중앙 지역으로 이동했음에도 크게 구애받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와 위치를 바꾼 콜로 투레 역시 풀백 소화가 가능한 자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다를 거라 생각했다.

'어쨌거나 숙련도는 떨어지는 포지션이라는 거지. 뭐, 우리쪽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원래 스위칭을 자주하는 팀이고!'

그리고 자신이 중앙 지역으로 온다고 해서 왼쪽에서와 같이 일 대 일 대결을 고수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중앙 지역에서는 애초에 일 대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했고 말이다.

'루이스가 잘 해 주겠지.'

수아레즈는 의욕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팀 포메이션 상, 자신은 중앙 공격수를 맡았다. 가장 골과 가까운 위치였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리버풀에서 자신에게 맡긴 역할은 사실상 보조적인 역할이 강했다. 골을 강하게 노리는 포처의 역할 보다는 어드밴스 포워드의 역할에서 연계에 비중이 큰 유형으로 조금 나쁘게 말한다면 데이빗이 자유롭게 날뛰기 위한 미끼에 가까운 롤이었다.

'저 녀석이 잘 하긴 하지만 나도 더 잘할 수 있다고!'

솔직한 마음이었다. 데이빗이 잘하는 것은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그로서도 인정할만했다. 가끔 자신이라도 하기 힘들만한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자신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었다.

'중앙 지역에서야 덩치 두 명을 달고 살아야 하니 돋보이기 힘들었지만, 나도 이런 장면에서 충분히 강하다고!'

실제로 그는 아직 완벽히 개화했다는 평은 받지 못했지만, 모든 것을 잘하는 만능형 공격수에 가까웠다. 그중에서도 개인기로 유명한 남미 선수 답게 테크닉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데이빗 수준은 아니었지만 발도 빨랐다. 돌파로 상대 수비를 찢어 발기는 역할 또한 잘 수행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패스를 확인했다.

발 밑으로 굴러오는 공, 공을 빼앗기 위해 다가오는 콜로 투레, 수아레즈는 그대로 크로스를 시도하려는 것처럼 강하게 오른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콜로 투레는 이를 막기 위해 몸을 날렸다. 속임 동작이라고 보기 어려운 강한 모션이었지만 이 판단은 성급했다. 수아레즈는 휘두르던 오른발의 기세를 죽이며 발바닥을 이용해 공의 위쪽을 살짝 터치 & 드래그하며 공을 제자리로 돌아 왔다. 그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꼬 콜로 투레만 자신을 지나갔다. 앞은 텅텅 빈 것이나 다름 없었다. 오른발 발바닥으로 움직였던 공을 다시 앞으로 차내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왼쪽 사이드, 맨체스터 시티의 입장에서는 오른쪽 사이드가 뚫려 버렸기에 순간적으로 커버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이는 원래 정규 센터백 조합이 아닌, 콤파니와 마이카 리차즈의 조합이었던 탓도 컸다. 마이카 리차즈가 특유의 피지컬을 살린 대인 마크에는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만, 소위 머리가 중요한 수비, 팀 단위의 움직임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던 이유도 컸다. 원래대로 였다면 수비진의 핵심이자 커맨드를 맡고 있는 콤파니 대신 다른 센터백이 커버를 나가야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리차즈가 데이빗의 대인 마크를 맡기로 한 상황이었고 콤파니는 조금 늦게 커버를 나가기 시작했다. 최대한 슈팅 코스를 봉쇄하기 위해 대각선으로 달려가는 콤파니, 수아레즈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골에 탐욕스러운 선수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의 골 욕심으로 경기를 망치는 선수는 아니었다.

수아레즈의 땅볼 크로스가 자유롭게 펼쳐진다. 애초에 타이밍이 조금 늦어 슈팅 코스 봉쇄만을 목적으로 달려온 콤파니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는 이제 동료가 막아주길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안 된다니까!"

공을 향해 맹렬히 쇄도하는 데이빗을 따라가며 리차즈가 몸을 날렸다. 날아 오는 공에 데이빗의 왼발이 맞춰 지기 직전, 슈팅 각도를 향해 발을 뻗었다. 혹여 키핑으로 이어 가도 상관 없었다. 자신이라면 충분히 따라갈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어진 데이빗의 플레이는 그의 예상을 벗어나 버렸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속삭이는 상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너무 끈질기면 문제가 생길거라니까 그러네."

미련 없이 휘두르던 왼발 사이로 공을 통과 시켜 버리는 데이빗이었다. 완벽한 미끼 역할, 리차즈는 자신을 포함하여 맨체스터 시티의 모든 선수들이 여기에 낚여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발 상대가 이 플레이에 반응하지 못하길 바랄 수 밖에 없었지만 현실은 그의 바람과 달랐다.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공에 달려드는 선수를 발견하고 1초 뒤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나이스."

큰 감흥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달려드는 이는 리버풀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였다. 그는 수아레즈가 올려주고, 데이빗이 흘려 준 공을 향해 전력으로 오른발을 휘둘렀다. 30이 넘어 슬슬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그의 슈팅 파워는 전성기 그대로였다. 발등에 제대로 얹혀 날아간 공은 기괴한 움직임을 보이며 날아갔다. 골키퍼에게 막으라고 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할 만한 슈팅은 조 하트 골키퍼의 손을 피해 그물을 강하게 흔들었다.

============================ 작품 후기 ============================

-나만 바라봐♡

-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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