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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조단 핸더슨의 리버풀 데뷔골까지 나왔네요. 오늘 기사 거리 풍성해지는데요?"
마이클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전반 데이빗 장의 선제골 이후 완벽하게 상대를 자신들의 진영에 가두어 놓고 신나게 공격을 이어나간 리버풀이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조금 슈팅을 아끼는 모습이랄까, 너무 완벽한 찬스를 만드려고 하는 듯한 리버풀이었고 생각보다 득점은 저조한 상황으로 흘러 갔다.
하지만 후반 20분, 수아레즈가 욕심을 내지 않고 뒤쪽의 조단 핸더슨에게 패스를 내 줬고 조단 핸더슨은 간결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 팀의 두번 째 골이자 본인의 리버풀 데뷔골을 기록했다.
"데이빗 장은 오늘 경기로 시즌 20번 째 골을 기록했고, 조단 핸더슨은 리버풀 데뷔 득점, 그리고 오늘 경기를 이긴다면 리버풀은 조 1위 확정! 이야, 정말 기사를 몇 개나 뽑아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데요?"
조단 핸더슨이 골 세레모니를 하는 장면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이 담당하는 클럽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을 싫어할 기자는 없었다. 그렇게 말하며 키보드를 바쁘게 두드리던 마이클은 뭔가 좀 심심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말을 걸었는데 들려오는 대답이 없으니 그럴 법도 했다.
"많이 바쁘신 건가요? 에드윈 씨? 응?"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일 거리를 맡긴 선임을 찾아 본다. 하지만 언제 나갔는 지 자신의 옆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뭐야? 어디 가신 거지?"
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살피는 마이클, 그리고 에드윈의 PC가 꺼져 있지 않음을 확인했다.
"잠깐 화장실이라도 가신 건가? 모니터도 켜져 있고."
사내 규정 상 각자의 업무용 PC의 경우 10분이 지나면 화면 보호가 활성화 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자리를 비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 마이클은 자신이 업무에 집중하느라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라 여겼다.
"그러고 보니...도대체 무슨 기사를 쓰는지 말 안해 주셨지."
에드윈의 모니터에는 그가 작성하던 기사로 보이는 텍스트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호기심이 생긴 마이클은 의자를 끌어 옆으로 이동했다.
"어차피 기밀 서류도 아니고 말이야."
에드윈 또한 아까 시간이 없어서 말해주지 않았을 뿐이지 보안이 필요한 내용이라는 언급은 없었다. 그래서 마이클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호기심을 해소하기로 마음 먹었고 마우스를 잡고 스크롤을 올렸다.
"......"
자신도 기사를 써야 했기에 빠르게 눈으로 훝어나간다. 그리고 곧 마이클은 눈을 휘둥그래 뜨며 외쳤다.
"이...이게 뭐야?"
조셉 그랜트는 라임 스트리트 인근에서 작은 PUB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다. 그는 보통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 출근을 하여 느긋하게 영업 준비를 한다. 집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출근하여 매장 청소 및 식재료 정리 등의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슬슬 손님이 찾아 오기 시작한다.
"읏차, 슬슬 나가 볼까."
어제 매장에서 가져온 유통 기한이 슬슬 위험해진 식재료를 이용하여 점심을 해결했다. 아직 며칠의 여유는 있었으나 어제 출근 전에 장을 봐 놓는 다는 것을 깜박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양치를 마치고 옷을 챙겨 입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붉은색 바람 막이를 걸치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미리 장을 보고 가야 겠네."
어제는 잊어 버리고 말았기에 오늘은 절대 잊지 않겠다며 그랜트는 계속 중얼거리며 마트로 향했다. 매장 오픈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천천히 장을 보고 가도 정상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으리라.
"어제는 너무 늦게 퇴근했어."
입을 가리며 하품을 늘어지게 한다. 어제는 평상시보다 늦은 시간까지 손님이 남아 있었던 지라 조금 피곤했다. 하지만 그만큼 매출에는 도움이 되었기에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그리고 그랜트는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게 된 원인을 거리에 비치된 화면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만의 16강 진출인지. 다들 난리도 아니었지."
그랜트가 운영하는 PUB은 레스토랑에 가깝다기 보다는 술집에 가까운 느낌의 매장이었다. 그리고 그의 매장은 라임 스트리트 내의 각종 PUB에서도 리버풀 FC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알려져 있었다. 애초에 주인인 자신 또한 열성적인 리버풀 FC의 지지자였으니 말이다. 그는 언제나 리버풀의 저지를 입고 손님을 맞이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지금 입고 있는 붉은 색의 바람막이 또한 리버풀의 공식 바람막이였다.
어제는 리버풀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있었던 만큼, 평소 리버풀의 경기가 없는 날에 비하여 단연 손님이 많이 찾아 왔다. 그리고 리버풀이 요즘 늘 그렇듯 뛰어난 경기력으로 2 대 0 깔끔한 승리를 거두자 자신의 매장을 찾은 손님들도 기쁨에 겨워 날뛰었고 그랜트는 미친듯이 몰려드는 주문 -대부분 맥주였다- 을 감당하느라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이렇게 잘하는 게 낫지. 지기라도 하면 미친 짓을 하는 꼴통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과거 몇차례 있었던 사고가 생각이 났다. 본인도 축구팬이었지만, 축구팬 중에서는 다혈질이랄까, 인내심이 조금 부족한 인물들이 조금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술에 취하면 더욱 거칠어 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리버풀이 패배라도 한다면 골치가 아파진다. 그런 날에는 일단 술 잔 한 두개는 깨질 것을 각오 해야 했다. 재수가 없다면 의자, 혹은 테이블이 박살날 수도 있다. 물론 전부 손해 배상 청구로 처리하긴 하지만, 애초에 그런 상황 자체가 가게 주인으로서 기분이 좋을리 만무했다.
"햐, 저 첫 골. 진짜 기가 막혔지."
흐뭇하게 웃으며 재생되는 장면을 바라본다. 화면에서는 검은 머리의 선수의 뒷모습, 등 번호 10번의 선수가 상대 수비를 앞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마치 카메라의 앵글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처럼 옆으로 튕겨져 나간 10번, 데이빗은 뻗어 오는 상대의 발을 재치 있게 뛰어 넘으며 약 세 발자국을 전진했다. 그리고 지체 없이 반대 쪽 골대로 감아 차는 슈팅, 유려하게 감기며 떨어지는 슈팅 앞에 상대 골키퍼는 무기력했고 리버풀의 선제 결승골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며 그랜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우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골 들어가고 나서 맥주 주문이 3분만에 20잔은 넘게 들어 왔을거야."
자신의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저때였다며 그랜트는 웃음을 흘렸다. 딱히 자신의 매출을 올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본인 또한 리버풀의 팬이었기에 골을 넣은 선수에 대해 열렬한 팬이 되어 버린 그랜트였다.
"진짜 어디서 저런 녀석이 튀어 나와서. 우리 팀은 정말 운도 좋지."
대체로 유망주는 갑자기 이름을 날리는 경우가 드물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보통 유망주들은 퍼스트 팀에 데뷔하기 이전부터 이름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 세계 축구계를 지배하고 있는 선수 중 하나인 리오넬 메시가 그랬고 스페인 국가 대표로 이름을 날리는 세스크 파브레가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웨인 루니는 데뷔 시점도 무지막지하게 빨랐지만 이름을 날린 시점은 그보다 더 빨랐다.
이렇게 퍼스트 팀에서 각광 받기까지는 선수마다 차이는 있다고 해도, 보통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는데 자신들의 보물, 데이빗 장은 그런 것이 없었다. 애초에 10대 후반에 들어서야 첫 계약을 하는 케이스도 드물었는데 계약을 하자 마자 한 시즌만에 리저브 리그를 그야 말로 초토화 시켜버리고 퍼스트 팀에 진입했다. 그리고 잠깐 감독과의 불화였는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주 보지는 못했으나, 몇 개월 뒤 주전 자리를 꿰차자 마자 자신에게 리그 수준은 의미가 없다는 듯, 리저브 리그를 박살낸 것처럼 프리미어 리그 또한 시원하게 씹어먹고 있었다.
"이 녀석 유니폼 구하느라 진짜 힘들었으니까. 어휴..."
자신이 입고 있는 바람막이 안에는 데이빗 장의 저지가 있었다. 그는 이 유니폼을 구하기 위해 한 달을 기다렸던 것을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도 못 구해서 안달이라고 하던데, 얘는 진짜 못해도 연봉의 수십배는 유니폼 판매량만으로 벌어다 주겠네."
그렇게 중얼거리다 보니 최근 구단과 데이빗의 에이전트가 재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기사를 본 사실이 떠올랐다.
"당연히 재계약해야지. 3만 파운드? 그걸로는 얘 축구화도 못 사겠네."
재계약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들 데이빗의 계약 기간이 2013년 6월까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나면 단 한 시즌 밖에 남지 않는다. 절대로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볼 것도 없지. 무조건 최고 대우 아니겠어?"
조 콜 같은 녀석들에게 10만 파운드를 떠다 바친 멍청한 구단이었지만, 최소한 진정으로 돈을 줘야할 가치가 있는 선수를 못알아 보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한동안 화면을 보고 있던 그랜트는 어느새 시간이 꽤 흐른 것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더 여유를 부렸다가는 오늘 영업 시간을 맞추기 힘들지도 몰랐다. 그때 자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바빠 죽겠는데 누구야?"
한숨을 쉬며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는다. 액정에는 자신의 친한 친구의 이름이 떠 있었고 그랜트는 편하게 전화를 받았다.
"아 존? 무슨 일이야? 급한 일이 아니라면 좀 나중에 통화 가능하겠어?"
아직 장도 보지 못했기에 그랜트는 나중에 통화할 것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는 딱히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헤이 그랜트! 혹시 지금 뉴스를 확인했어?
"뉴스? 지금 내가 뉴스를 보기는 힘든데 말이야, 왜? 캐머런이 팬티를 벗고 춤이라도 췄어? 아니면 폭동이라도 일어 난거야?"
-캐머런이 팬티를 벗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근데 어쩌면 폭동이 일어날 지도 모르긴 하겠다. 내가 본 기사의 내용이 현실로 이루어 진다면 말이야. 그렇게 되면 너도 폭동에 참가할 걸?
"하? 무슨 소리야. 헤이 존, 나 지금 굉장히 바빠. 더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난 내일 먹을 점심 거리를 사지 못할 수도 있다고. 거기에 빨리 가서 매장 오픈 준비를 해야 해. 좀 알아 듣게 이야기해 주지 않겠어?"
빨리 본론을 이야기하라고 채근한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이미 그랜트는 호기심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그의 친구는 더 뜸들이지 않았고 본론을 이야기 했다.
-지금 데이빗하고 구단 측하고 재계약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
"당연하지. 왜? 혹시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기사가 뜬거야?"
갑자기 불안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 왔다. 그리고 그는 친구로부터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을 들어야 했다. 자연스레 바삐 움직이던 발걸음도 멈췄다.
-어. 그렇다고 하네. 제기랄. 지금 리버풀에코에 기사가 떴는데, 아무래도 재계약 협상이 결렬될 것 같다고 하네. 이게 무슨 일이야 X발.
친구의 말에 그랜트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며 다시 말을 걸었다.
"확실한 거야? 찌라시...는 아닐 확률이 높겠네. 다른 곳도 아니고 리버풀에코에서 떴으면..."
-그래, 그쪽 기자가 데이빗의 에이전트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하더라고. 지금 인터넷은 난리가 났어. 내가 왜 좀 전에 폭동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했던 것 기억나지? 지금 분위기가 딱 그래.
"갓 뎀. 그게 사실이라면 그럴만 하네. X발 어제 경기를 이겨서 기분 좋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아무튼 너도 한번 확인해 봐. 나는 지금 서포터즈에서 긴급 미팅이 잡혀서 가봐야 할 것같아. 그럼 수고해.
통화가 끝났지만 그랜트는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들은 소식이 농담이길 바라며 인터넷을 실행시켰다. 그리고 찾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었다. 리버풀에코의 공식 사이트 메인을 장식한 것은 그의 친구가 말해준 기사가 확실해 보였다.
[데이빗 장의 에이전트, "리버풀과 입장 차이를 좁히기 어려워"]
"......"
굳게 입을 다물고 곧바로 기사를 클릭한다. 그리고 빠르게 내용을 확인하는 그랜트, 얼마지나지 않아 시뻘개진 얼굴로, 이곳이 길거리라는 사실도 잊은 채 소리를 질렀다.
"X발! 이게 무슨 개 같은 일이야!"
============================ 작품 후기 ============================
-오늘 맨 VS 와일드 다시 보느라 늦을 뻔 했네요
-오랜만에 생존왕 형님 보니 꿀꿀잼
-근데 코끼리 똥으로 수분 섭취하는 장면은 진짜....
-제라드가 리버풀 훈련장에 합류했다고 하네요
-임대 좀 안되나...
-살다살다 리버풀에서 다른 선수도 아니고 제라드를 임대하네 마네 이런 소리가 나올 줄이야...
-진짜 우승 여부에 관계 없이 끝까지 원클럽 맨으로 남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FSG 사바나 밀림에 처 넣고 싶다
-FSG에 코끼리 똥 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