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64화 (16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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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오늘 리버풀은 그들이 왜 프리미어 리그 우승컵에 도전할 자격이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것 같군요! 벌써 3번 째 골입니다!]

[데이빗 장이 오늘 두번 째 골을 기록하는 군요! 이 선수는 도대체 몇 골을 넣어야 만족하려느 걸까요?]

[디르크 카윗의 완벽한 크로스를 오른발로 그대로 골대에 꽂아 버리는 군요! 정말 스마트한 마무리였습니다.]

[데이빗 장의 2골, 그리고 마르코 로이스의 골을 묶어 세골 차로 앞서 나가는 리버풀입니다! 벌써 후반 25분이 지나고 있는 상황! 첼시는 점점 더 어려움에 빠지고 있습니다.]

"수고 많았다. 이왕이면 해트트릭을 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미안하네."

데이빗이 두 골을 넣고 5분 뒤,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교체를 지시했다. 데이빗은 소수의 원정 팬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으며 조단 핸더슨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며 교체 되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해트트릭은 굳이 아쉽지 않아요. 그래도 끝까지 뛰고 싶었는데, 그건 좀 아쉽네요."

웃으며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한다. 2주간 경기 없이 푹 쉬었기에 몸 상태는 시즌을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완벽에 가까웠다. 그래서 오늘 경기는 충분히 끝까지 소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교체 사인이 나와 버렸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고 굳이 속 마음을 숨길 필요를 느끼지도 못했다. 감독에게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준이라면 선수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그랬겠지. 이해하네. 나도 그렇게 해 주고 싶었지만 말이야, 이번 경기는 이제 다 이긴거나 다름 없다네. 굳이 자네를 계속 쓰는 건 감독된 입장에서 과소비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씩 웃으며 데이빗의 등을 두드려 준다. 닭 잡는데 소잡는 칼 쓰지 않는다는 뜻, 데이빗은 약간의 아쉬움도 조금씩 가시는 것을 느꼈다. 별거 아닌 말 한 마디로 선수와 감독의 사이는 천지 차이가 될 수 있었다. 데이빗은 그런 면에서 달글리시 감독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 챔피언스 리그 경기 이후에, 맨체스터 시티 전이 있지 않나. 그 경기에서는 싫어도 풀 타임을 뛰게 될거야."

"알겠습니다. 그래도 만족해요. 제 목표는 달성했거든요."

씩 웃으며 코치가 건네는 바람막이 점퍼를 받아 든다. 어느새 11월이었기에 땀이 빠르게 식어 가는 것을 느끼고 점퍼를 두른다. 그런 데이빗을 보며 달글리시 감독이 고개를 갸웃한다.

"목표? 이번 경기에 개인적인 목표가 있었나? 혹시 두 골을 넣는 것이 목표였나? 그 정도는 늘 하는 수준인데 목표라고 할 것까지 있는지 모르겠군."

그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는 듯 달글리시 감독이 궁금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의 말마따나 현재 데이빗의 득점 페이스는 오늘 경기 이전까지 14경기에서 17골을 기록하고 있었다. 경기 당 1.2골이 조금 넘는 페이스인 만큼 달글리시 감독의 말은 약간의 과장은 있을 지언정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가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몇 경기를 뺀다면 대부분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뇨, 몇 골을 넣겠다고 목표를 잡지는 않았어요. 다만..."

씩 웃으며 옆을 바라 본다. 첼시의 벤치를 살펴보는 데이빗, 그리고 자신이 찾던 인물이 보이지 않자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전담 마크맨을 전반전만 뛰고 벤치로 보내는 것이 목표였거든요. 그런데 벤치가 아니라 라커룸으로 보내 버린 것 같네요. 뭐 이것도 충분히 만족스럽네요."

그 말에 잠깐 이해를 못했는지 살짝 머리에 손가락을 몇번 두드리는 달글리시 감독, 곧 이해했는지 박수까지 치며 큰 웃음을 터뜨린다.

"그게 목표였나? 이야, 정말 상상도 못했군 그래. 하긴, 전반 내내 자네를 전혀 막아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어쩔수 없는 부분이었지. 그래도 그게 목표일 줄은, 허 참."

달글리시 감독의 반응에 데이빗은 어깨를 으쓱하며 천연덕스레 말을 잇는다.

"저도 딱히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요, 그 망할 자식이 보자마자 시비를 걸어 오더라구요. 지난 시즌에 등을 걷어 차여서 안그래도 마음에 안드는 놈이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오늘 그 녀석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네요. 다행히 제가 원하는 대로 되었고, 그래서 오늘 경기는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골을 넣은 것보다 그 사실에 더 기뻐하는 모습인지라 달글리시 감독은 배가 아플 정도로 웃어 댔다. 이 재기 넘치는 플레이어는 가끔 플레이에서도 자신의 허를 찌르곤 하는데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언동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런가, 어휴, 너무 웃었더니 배가 아프군 그래. 그래도 자네의 목표 덕분에 첼시는 헛되이 교체카드 한 장을 이른 시간에 소모할 수 밖에 없었지. 골을 넣은 것 만큼이나 팀에 큰 도움이 된거야. 수고 많았네."

달글리시 감독의 치하, 데이빗은 딱히 그런 의도로 한 것이 아니었기에 멋적은 듯 뺨을 긁는다.

"팀에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쁘네요."

"그래, 그럼 이제 편히 앉아서 동료들이 이 시합을 마무리 하는 것을 지켜 보자고."

[달글리시 감독과 데이빗 장 선수가 정말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있나 보네요.]

TV 화면을 통해서도 데이빗과 달글리시 감독이 대화가 나누는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교체되어 나온 선수와 몇 마디를 주고 받더니 대 폭소를 일으키는 감독의 모습은 흔한 일이 아니었고 자연히 카메라에 담기게 되었던 것이다.

[데이빗 장 선수가 무슨 말을 했길래 저렇게 쓰러질 듯이 웃는 걸까요? 아무튼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네요.]

[이례적인 일인가요? 저렇게 웃는 건 어지간히도 재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뜻이긴 하네요.]

캐스터의 말에 해설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보통 선수들은 중간에 교체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불만을 표시하긴 힘들죠. 카메라에 그대로 잡힐테니까요. 특히 이렇게 기록을 앞두고 있는 선수, 해트트릭을 노려 볼만한 상황에서의 교체는 잘 하지 않는 편이긴 하죠. 그럼에도 저렇게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는 것은 감독과 선수 사이의 신뢰관계가 대단히 두텁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그러고 보니, 사실 데이빗 장 선수가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케니 달글리시 감독의 부임 이후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데이빗 장 선수를 가장 먼저 발탁한 이는 지금은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라파 베니테즈 거든요. 하지만 라파는 데이빗을 발굴한 지 얼마되지 않아 팀을 떠났고 후임으로 로이 호지슨 현 웨스트 브로미치의 감독이 리버풀을 맡았죠. 그때 데이빗은 철저하게 로테이션, 후보 취급을 받았습니다.]

[네 저도 기억이 나네요. 지금 첼시에서 뛰고 있는 페르난도 토레스 선수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볼턴으로 이적한 다비드 은고그 선수에 이어 세번 째 옵션 취급을 받았죠. 아직도 회자되곤 하는 호지슨 전 감독의 가장 큰 실책으로 꼽히는 부분입니다.]

[그렇죠. 그리고 로이 호지슨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되고 온 사람이 바로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케니 달글리시 감독입니다. 그리고 데이빗의 입지도 달라졌죠. 토레스가 이적하긴 했으나 그가 이적하기 전 몇 경기에서 달글리시 감독은 데이빗을 우선적으로 기용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죠. 이것은 정말 현명한 행동이었습니다. 현재 콥들이 달글리시 감독이 부임한 이후 가장 잘한 행동으로 이것을 꼽고 있으니 말이죠.]

[그런 만큼 킹 케니와 데이빗의 사이는 좋을 수 밖에 없겠네요. 감독과 선수가 서로 신뢰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죠. 아무리 좋은 선수들, 그리고 명장이 있는 팀이라고 해도 그들간에 서로 신뢰가 없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감독의 전술과 지시를 선수들이 믿지 못한다면 그 팀의 조직력이 제대로 갖춰지기 힘들겠죠. 지금 리버풀이 상대하고 있는 첼시가 이번 시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런 부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죠. 그는 젊은 감독이지만 상당히 엄격하게 선수단을 통제하는 것으로 유명하기에 첼시 선수단과 맞지 않고 있다고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빌라스 보아스 감독이 선수단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연한 비밀이 되어가고 있죠. FC 포르투를 이끌며 상당히 뛰어난 업적을 세운 감독이지만 빅 클럽에서 슈퍼 스타들을 제어하는 것은 아무래도 다른 레벨의 이야기라는 걸까요?]

[글쎄요, 당사가가 아닌 이상 확언하기는 힘든 부분이네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보아스 감독과 선수들이 계속 마찰을 일으킨 다면 첼시는 남은 시즌 역시 힘든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존 테리가 길게 걷어 낸 공이 디디에 드로그바에게 연결이 됩니다. 와우! 정말 엄청난 피지컬이군요! 제이미 캐러거와의 경합에서 완벽히 이겨 내며 공을 지켜 냅니다! 어깨로 제이미 캐러거를 밀어 내고 전진하는 디디에 드로그바! 어느새 페널티 박스까지 접근합니다!]

[마틴 스크르텔까지 붙어 보지만 그대로 달립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 생각이죠?! 아 디디에 드로그바 슈팅!! 골!!! 골입니다! 첼시가 후반 39분, 만회골을 터뜨립니다!]

[와우! 시간 상으로 그래도 어렵긴 하지만 정말 대단한 골이 나왔습니다! 디디에 드로그바! 첼시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멋진 골입니다!]

[이건 디디에 선수가 혼자 만들어 낸 골이나 다름 없어요! 존 테리 선수의 킥은 패스라기 보다는 클리어에 가까운 의도였어요. 하지만 우연찮게 디디에 드로그바 선수로 향했고 디디에 선수가 혼자의 힘으로 공을 지켜 냅니다. 그리고 리버풀의 중앙 수비 두 명을 혼자서 이겨낸 뒤 골까지 기록했어요.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골이네요.]

[드로그바 선수, 골 세레모니 할 시간도 부족하죠. 재빨리 공을 들고 하프 라인을 향해 달립니다. 첼시로서는 이 골이 조금만 더 빨리 나왔다면 좋을 뻔했네요.]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로스 타임을 포함한다면 약 8분의 시간은 남아 있거든요. 리버풀로서는 방심은 절대 금물입니다. 첼시가 최근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저력은 충분한 팀이니까요.]

"...저게 사람이냐?"

벤치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던 데이빗은 바람 빠진 소리와 함께 그런 감상을 입에 올렸다. 수비수가 대충 걷어낸 롱킥을 제이미 캐러거와 경합하면서도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 낸다. 그리고 혼자서 골대를 향해 직진, 그 와중에 마틴 스크르텔마저 달고 뛰었음에도 혼자의 힘으로 슈팅까지 연결, 마침내 골까지 만들어 냈다.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하기 힘든 플레이를 펼쳐낸 상대의 모습에 데이빗은 질릴 수 밖에 없었다.

"어휴, 우리 팀에서 몸싸움이 제일 강한 두 명인데, 그 두명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골을 넣고 나오네.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몸이야?"

오늘은 벤치에서 대기하는 신세인 다니엘 아게르가 고개를 저으며 동감을 표한다. 리버풀의 주전 센터백 3명 중, 상대적으로 몸싸움 능력이 떨어지는 그였기에 오늘은 출전하지 못했다. 자신보다 강한 피지컬을 보유한 두 선수가 제어하지 못하는 상대를 보자 절로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저건 그냥 재앙이야. 솔직히 제이미나 마틴이 못한게 절대 아니라고. 저걸 막는 법은 그냥 파울로 끊어 내는 수 밖에 없는데 저 황소같은 녀석은 넘어지지도 않잖아."

다른 선수들도 그런 류의 감상을 입에 올린다. 하지만 크게 동요하진 않는 모습이다. 그들도 이번 골은 다시 나오기 힘든, 슈퍼 플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버풀의 조직력이 무너져서 나온 골이 아니었다. 그저 한 명의 월드 클래스 플레이어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장면일 뿐.

"다니엘, 준비하게나."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그대로 잠그기에 들어갈 생각인지 달글리시 감독이 수비 자원인 다니엘 아게르에게 교체를 지시한다. 그는 이 경기에서 더 이상 변수가 발생하길 원하지 않았다.

"잘하고 와요."

데이빗과 주변 동료들이 출전하는 아게르에게 덕담을 건넨다. 아게르는 자신감 어린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두드렸다.

"나만 믿으라고. 이대로 깔끔히 셔터를 내리고 올 테니까."

============================ 작품 후기 ============================

-드록신 진짜 장난 아니었는데

-글을 쓰다 보면 예전 EPL을 주름잡던 선수들이 떠오르네요

-리버풀도 그렇고 다른 클럽에서도 베테랑 플레이어들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걸 보면 좀 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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