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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158화 (158/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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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반 이후로 리버풀은 한동안 여유로운 일정을 치를 수 있었다. 11월 초까지 챔피언스 리그 경기가 없는 덕분이었다. 비록 10월 25일에 열린 칼링컵 16강전에서 아스톤 빌라에게 1 대 2로 패배하긴 했지만 프리미어 리그 9라운드, 10라운에서 노리치 시티와 웨스트 브로미치를 만나 각각 2 대 0, 3 대 1로 승리를 거두며 리그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게 되었다. 그리고 11월 1일에 펼쳐진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에서 도르트문트 원정을 떠나 2 대 1로 신승을 거두며 조별 리그 통과를 확정 지었다.

4연승으로 승점 12점을 기록하여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최소 조 2위를 확보한 리버풀이었다. 2위 마르세유가 2승 2패로 승점 6점을 획득하고 있었고 3위 도르트문트가 1승 1무 2패였는데, 리버풀은 마르세유와 골득실 차를 무려 7골이나 벌려 놓은 상황이었기에 사실상 조 1위 확정이나 다름 없었다. 남은 2경기에서 마르세유가 전승, 리버풀이 전패를 하며 골 득실차까지 따라 잡아야 하니 말이다.

이 경기에서 수아레즈는 리버풀 소속으로 본인의 챔피언스 리그 데뷔골을 기록하였다. 현재 챔피언스 리그에서 6골로 득점 단독 선두에 올라 있던 데이빗은 전날 가벼운 감기 증세로 결장하여 빅토리아 플젠을 상대로 2골을 터뜨린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동률을 이루게 되었다.

6라운드 울버햄튼 울브즈 전부터 8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까지 3경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오던 데이빗은 9라운드 노리치 시티 전에서 아쉽게 득점 기록은 이어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루이스 수아레즈의 선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공격 포인트 기록에 성공했고, 10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 전에서 멀티골을 폭발 시키며 본인의 시즌 16호 골이자 리그 10호 골 달성에 성공했다. 8경기만에 10골을 달성한 데이빗은 11라운드 스완지 시티 전에서 지난 챔피언스 리그 결장에 대한 속죄라도 하듯 데이빗은 다시 한번 득점 포를 가동했다. 비록 멀티골을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완벽히 컨디션이 살아난 모습을 보이며 리그 11번 째 골을 기록, 이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득점 페이스로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웨인 루니, 그리고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5골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프리미어 리그 득점 순위(11라운드 결과)

1. 데이빗 장     리버풀 11골

2. 웨인 루니     맨유   6골

2. S.아구에로    맨시티 6골

4. R.반 페르시   아스날 5골

5. L.수아레즈    리버풀 4골

5. C.뎀프시      풀럼  4골

5. E.아데바요르  토트넘 4골

8. 뎀바 바       뉴캐슬 3골

8. S.제라드      리버풀 3골

8. 에딘 제코     맨시티 3골

8. M.발로텔리    맨시티 3골

8. 애슐리 영     맨유   3골

리버풀은 득점 랭킹 10위에 3명이 포함되며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막강한 공격력을 뽐내고 있는 팀임을 입증했다. 도움 순위에서도 데이빗은 맨체스터 시티의 다비드 실바와 함께 공동 1위 (4개)에 오르며 통합 공격 포인트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지간한 팀의 공격수들이 한 시즌을 풀로 소화한 뒤 기록할 만한 공격 포인트를 리그 일정의 1/3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달성한 데이빗이었다.

또한 루이스 수아레즈와 마르코 로이스 또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리버풀의 새로운 삼각 편대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수아레즈는 이번 시즌 총 15경기에 나서며 5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었고, 마르코 로이스는 12경기에서 3골 4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 14경기 출장에 17골 7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데이빗이 현실감 없는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다 뿐이지 이들 또한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이들 셋이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총 25골 13어시스트, 이번 시즌 총 18경기를 치른 리버풀이었는데 팀 공격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데이빗의 지분이 비 정상적으로 크긴 했지만 말이다.

"헤이, 마르코. 어때 오늘도 클ㄹ..."

"오우 노우! 절대 안가."

실실 웃으며 말을 걸어오는 엔리케의 모습에 마르코 로이스가 질색을 하며 손사래를 치자 선수들 사이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 번 무면허, 음주 운전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던 마르코는 그 이후 클럽 이야기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수준이었고 짖궂은 동료들은 별로 갈 생각이 없어도 그에게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왜? 운전만 안하면 되지. 너 근데 면허나 따지 그래? 요즘 한가하잖아?"

11월 5일에 있었던 스완지 시티 전 이후 19일 첼시 전까지 무려 2주 동안 일정이 빈 리버풀이었다. 이는 그들이 칼링컵 16강에서 떨어져서 잔여 리그 컵 일정이 사라진 것과, 11월 11일, 그리고 11월 15일에 열리는 유로 2012 플레이 오프 경기로 인한 결과 였다. 플레이 오프를 치르는 팀은 크로아티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체코, 터키, 에스토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총 8개국이었고 리버풀의 퍼스트 팀에는 해당 국가의 국가 대표 선수가 없었기에 오랜만에 휴가에 가까운 일정을 치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준비 중입니다. 그래도 클럽은 한 동안 쳐다 보기도 싫어요."

단호한 그의 모습에 다시 한번 가벼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무래도 이번 시즌, 저 친구는 클럽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다음 달 부터는 진짜 곡 소리 좀 나올 거야. 다들 미리 즐겨 놓으라고."

캐러거가 씨익 불길한 웃음을 지으며 반 협박하듯 말한다. 험상궂은 그의 인상과 맞물려 상당히 으스스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래, 꼬맹이들아. 니들은 아직 왜 EPL을 세상에서 제일 X같은 리그라고 하는 지 아직 겪어 보지 못했잖아? 다들 그때쯤이면 볼만 할거야."

역시 인상으로는 그에 뒤쳐지지 않는 디르크 카윗도 합세하자 타 리그에서 이적해 온 선수들이나 신인 급 선수들의 표정이 영 떨떠름해 진다.

"겁주지 마요 캐라.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지."

별거 있겠냐는 듯, 꺼림직한 기분을 털어내듯 수아레즈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뭐 그렇지. 올해는 칼링컵이 없으니까. 이런 말하면 선수 실격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그때쯤 되면 칼링컵이 없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녀석들도 분명 있을거야."

"...내일 훈련이 없어서 놀러갈 생각이었는데 꼭 그런 말을 해야 되요?"

얄밉다는 듯 수아레즈가 째려 보자 캐러거가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오, 무슨 소리야? 그래서 미리미리 즐겁게 지내 놓으라고 했잖아? 내 배려를 무시하지 말라고."

"데이빗, 넌 내일 훈련이 없는데, 뭐 따로 일정 없어?"

함께 주차장으로 이동하며 디르크 카윗이 넌지시 물어 온다.

"오늘은 나중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어요. 제 에이전트가 되었다는 친구 예전에 말했죠? 그 친구하고 만나기로 했어요."

"아, 그 친구? 얼굴은 못 봤지만 얘기는 들었지. 어때? 그 친구 일 잘 하는 것 같아?"

카윗의 질문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오늘 구단 쪽 사람을 만난다고 들었어요."

그 말에 휘파람을 부는 카윗.

"휘유, 바로 일을 시작 하는구만. 보나마나 재계약 문제겠지. 너 지금 주급을 얼마 받고 있더라? 3~4만 정도 아니었나?"

"맞아요. 그 정도에요."

"그래, 에이전트가 됐으면 후딱 후딱 제대로 받아 내야지. 넌 더 받아도 돼. 그 맨체스터 시티의 아르헨티나 녀석이 얼마를 받고 있더라? 아무튼 그 녀석 정도로 받아도 되지 뭘."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마운데요?"

"사실인데 뭘. 그리고 내 돈 주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

카윗의 털털한 모습에 데이빗은 기분 좋게 웃었다. 동료의 인정은 언제 받아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카윗은 잠깐 이야기가 샜다는 사실을 알아 채고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말야, 별 일 없으면 내일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을래? 내 와이프가 어제 네덜란드에서 돌아 왔는데 간단히 식사나 함께 하자고 말이야. 파티 수준으로 거창하게 할 건 아니고 너랑 페페 정도에게만 이야기 해 보려고 하는데."

"아 그래요? 내일 여자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혹시 여자 친구와 함께 가도 되나요? 물론 여자 친구에게도 물어 봐야 겠지만요."

"상관 없지. 나도 니 여자 친구를 뉴스에서나 봤지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까 좋은 기회가 되겠네. 한번 물어 보고, 가능하다고 하면 이따 저녁까지 알려줘. 그정도면 충분하지?"

"그럼요. 페페도 온다고 했어요?"

"아직 안 물어 봤는데? 뭐 그렇게 거창한 모임이 아니라서 말야. 된다고 하면 같이 보는 거고, 안된다고 하면 나는 와이프하고 시간을 보내는 거고."

"알겠어요. 여자 친구한테 물어보고 최대한 빨리 알려 줄게요."

"그래. 오늘도 수고했다. 푹 쉬라고."

"만나서 반갑습니다. 데이빗 장 선수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새뮤얼 로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리버풀에서 선수 계약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제이 스미스라고 합니다."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 제이 스미스는 새뮤얼에게 자리를 권하고 간단히 차를 대접했다.

"이야, 처음에 데이빗 장 선수의 에이전트가 생겼다고 했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프로 계약 이후 2년 동안 에이전트가 없이 지냈던 선수였으니까요. 그동안 많은 에이전트들이 데이빗 장 선수와 계약을 하자고 어마어마하게 러브콜을 보내 왔다고 하던데 전부 거절했다고 해서 말이죠. 저는 이 선수가 에이전트를 굳이 두지 않을 생각인가 라고 까지 생각했지 뭡니까?"

"그럴수도 있겠군요."

첨언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 새뮤얼, 제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혹은 정말 공룡 급의 슈퍼 에이전트와 계약할 것이다 라는 예상도 많았죠. 그만큼 데이빗 선수의 에이전트에 관한 내용은 우리 리버풀 프런트의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그리고 새뮤얼 로이 씨가 에이전트가 되었다고 하니 다들 새뮤얼 로이 씨의 능력이 대단할 것이 분명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자신을 대놓고 띄워주는 모습에 새뮤얼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원래 침착한 성격인 탓도 있었으나 지금 자리는 친구를 대신해서 선 자리였다. 미소를 짓되 냉정함을 유지해야 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데이빗과의 친분 만으로 에이전트를 맡았을 뿐입니다. 아직 능력이라고 평가 받을만한 커리어를 남기지 못했죠."

자신의 약점이라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을 거리낌없이 말하는 모습에 제이가 순간 흠칫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숱하게 많은 테이블을 경험해 본 그는 곧바로 표정을 회복했다.

"겸손하시군요. 새뮤얼 로이 씨야말로 사실 우리 구단에서 유명 인사 중 하나인데요. 대외적으로는 개리 매칼리스터 스카우트 부장이 데이빗 장 선수를 발굴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실제로 데이빗 장 선수를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이 새뮤얼 로이 씨라고 하더군요. 그런 안목이라면 에이전트 업무도 아주 잘 해내실 거라 생각합니다."

"운이 좋았을 뿐이죠. 데이빗은 누가봐도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게 제 안목의 뛰어남을 증명하긴 어렵겠네요."

몇 차례의 칭찬과 겸양이 오간다. 본 게임을 시작하기 전 워밍업과도 같은 단계, 슬슬 인사치례를 마친 그들이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 제가 맡고 있는 선수로부터 구단 측에서 재계약 협상을 진행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면담을 요청했구요."

"맞습니다. 우리는 데이빗 장 선수와 좀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하길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진행 중인 계약과는 조금 다른 계약을 준비하고 있었고 데이빗 선수와 그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었죠."

제이 스미스의 대답에 새뮤얼 로이는 내심 쓴 웃음을 흘렸다.

'아쉽겠지. 쉽게 재계약을 진행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할테니까.'

전문 에이전트가 없는, 계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선수를 상대로 한다면, 그리고 그 선수가 자신들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면 편하게 계약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게 쉽게 되진 않을 것이다.'

자신이 경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는 애송이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 정도 급의 선수라고 한다면 굳이 자신이 어렵사리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리버풀과는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물론 조건이 중요하겠지만요."

"그렇죠. 좋은 관계라고 하는 것은 그를 증명할 만한 계약이 필요한 법이죠."

자신감을 보이는 제이, 그리고 종이를 꺼내 책상위에 올려 놓는다.

"현재 데이빗 장 선수는 2013년 6월까지 계약이 되어 있죠. 알고 계시겠지만 주급으로 3만 파운드를 수령하는 계약입니다. 우리는 데이빗 장 선수 정도의 재능을 가진 선수가 프리미어 리그 평균 주급 수준을 받고 있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종이를 새뮤얼에게 건네 주며 말을 잇는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준비한 계약의 초안입니다. 세부적인 내용은...아,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낫겠죠. 일단 읽어 보시고 논의를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잠자코 계약 내용이 적힌 종이를 받아 드는 새뮤얼, 그리고 차분히 살펴 보기 시작했다.

"......"

접견실에는 한동안 침묵이 맴돌았다. 새뮤얼은 꼼꼼히 내용을 확인했고 제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런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이정도 계약이라면 받아 들이지 않고 못 배길 거라는 듯.

"믿을 수 없군요."

세부적인 내용 확인을 마친 새뮤얼이 온화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에 제이는 역시나 하며 재빠르게 말을 잇는다.

"파격적인 계약 내용이지만, 그것은 그만큼 우리 구단에서 데이빗 장 선수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만하면 우리 리버풀이 얼마나 데이빗 장 선수를 원하는 지 알 수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21살 선수에게 주는 계약으로는 최상급이지.'

자신만만하게 어떻습니까 하고 이야기하는 제이 스미스의 모습에서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뮤얼은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군요."

"네?"

자신이 무언가 잘못들은 것 같은지 제이의 눈이 살짝 커진다. 그리고 곧 입이 벌어질 만큼 놀라게 되었다.

"제 말은, 이 계약 내용이 정말 데이빗 장 선수에 어울리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계약서를 잘못 꺼내셨다고 믿고 싶었습니다만, 그게 아닌 것 같네요. 네, 믿을 수가 없군요. 이런 헐값에 계약하라는 겁니까?"

============================ 작품 후기 ============================

티티: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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