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47화 (147/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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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없다."

"......"

데이빗은 옆에서 불평을 늘어 놓는 저메인 데포를 모른척 하며 경기장을 바라 보았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 손으로 쿡쿡 찌르며 자신을 보라고 이야기하는 데포.

"재미 없다니깐."

"젠장, 나보고 뭘 어쩌라구요."

어린애처럼 보채는 모습에 데이빗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메인 데포는 계속 심심하다고 투덜댄다.

"벤치에 앉아 있는 것도 마음에 안드는데 경기는 더럽게 재미 없잖아. 이게 뭐하자는 거야?"

"그러니까 지금 나도 저메인하고 같이 벤치에 앉아서 똑같이 경기를 보고 있잖아요. 왜 나한테 그러는 건데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쏘아 붙이는 데이빗, 이제는 숫제 머리를 들이 밀고 있는 저메인을 밀어 내기 위해 힘을 쓴다.

"매정한 자식, 같이 심심한 처지니까 얘기나 하자는 거 아냐."

"저기 감독님한테 가서 얘기해요. 지금 엄청 심심해서 죽을 것 같다고 말하란 말이에요."

귀찮아 하는 데이빗, 손을 들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열심히 소리를 지르고 있는 파비오 카펠로 감독을 가리켰다. 저메인은 엑 하는 탄성을 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 피도 눈물도 없는 영감탱이한테 말하라고? 너 지금 제 정신이야?"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느냐는 듯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하는 저메인 데포, 데이빗은 못볼 것을 본 표정으로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옆자리에 앉은 스티븐 제라드를 향해 하소연을 한다.

"저 캡틴, 자꾸 저메인이 귀찮게 구는데 저것 좀 어떻게 해주세요."

옆에서 '저것이라니! 그게 뭐야!'라며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리고 스티븐 제라드를 향해 말을 계속한다.

"그러니까 자꾸 저렇게 귀찮게 하는데 어떻게 좀 안될까요?"

칭얼거리는 모습에 제라드가 한숨을 쉰다. 그리고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모습.

"여기서 난 캡틴이 아니야. 캡틴은 존이니까 주의하도록 하고, 잡담은 적당히 하지. 경기 중이잖아. 벤치 멤버라도 경기에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

"네, 캡틴. 저도 그러고 싶은데 자꾸 저메인이 장난을 치잖아요."

억울한 듯 항변하는 데이빗, 제라드는 한층 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캡틴이 아니라니까. 거참. 못 말리겠군.'

그러고보니, 기억을 돌이켜 봐도 저 녀석이 자신을 부를때는 언제나 캡틴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조금 친해진 이후로는 편하게 이름을 부르거나 애칭으로 부르는 반면, 데이빗은 어느덧 알고 지낸지가 2년이 넘어가는 데 여전히 캡틴이라고 불렀다. 자신의 유니폼에 적힌 제라드라는 글자도 저녀석이라면 캡틴이라고 읽을 것 같아 웃음이 피식 나왔다.

'애도 아니고 나 원.'

친구가 괴롭힌다고 쪼르르 달려와 일러 바치는 꼬마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참 어리숙한 녀석이었다. 요즘에는 그야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가끔 자신을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거라든가, 선망어린 시선을 보내온다던가 하는 등이다. 신인때나 본인이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참 어린애 같지만 순수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념이 길어진 건가.'

옆을 보니 자신의 요청이 묵살당했다고 느꼈는 지 데이빗이 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 보고 있었다. 제라드는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저메인, 그쯤 해둬."

제라드의 말에 데포는 상처 받았다는 듯 시선을 제라드 쪽으로 돌렸다.

"우와, 같은 팀이라고 편 들어 주는거야?"

'이 녀석은 언제 철이 들건지.'

주변에 철 없는 녀석들이 많다며 나지막히 혀를 차고 계속 말을 이어간다.

"딱히 그런건 아니다. 다만 경기를 지켜보는 동료들에게 방해가 갈 수 있으니 조금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논리 정연한 설득, 이정도면 알아 듣겠지 라고 생각하는 제라드, 하지만 이어지는 데포의 반론.

"그렇지만, 딱히 관심있게 보이는 녀석도 안보이는데 말야, 이런 경기를 진지하게 볼 수 있는 녀석이 있을리 없잖아."

'틀린 말은 아니군...'

본인도 그저 보고 있을 뿐인 수준이었기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만큼 지금 경기는 지루했다. 필승의 의지로 나서겠다는 인터뷰가 무색할 정도로 몬테네그로의 경기력은 형편 없었다. 잉글랜드 또한 사정이 그렇게 좋지 못했는데 A 대표팀 데뷔전을 치르는 어린 선수들은 의욕만 앞세우고 있었고 몇 몇 베테랑들은 오히려 큰 의욕이 없어 보였다. 자연스레 지루하게 공이 오가는, 소위 말하는 눈이 썩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으니 벤치에 있는 선수들의 반응이 시큰둥 한 것은 당연할지도 몰랐다. 이런 것도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기에 나올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적당히 하라고. 저기 슬슬 감독이 이쪽을 보는 것 같으니 말이야."

벤치가 좀 어수선해 진 것을 느꼈는 지 카펠로 감독의 고개가 돌려지는 것을 보고 제라드가 조용히 말했다. 그 모습에 저메인 데포도 깨갱하며 입을 다문다.

"제길..."

조용히 욕설을 읊조리며 침묵한다. 데이빗은 그런 그를 고소하다는 듯 바라보고 다시 경기를 관전하기 시작했다.

'근데 진짜 지루하긴 하네.'

데포가 왜 그렇게 징징거렸는지 이해할 수 는 있었다. 벤치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형편없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으니 말이다.

"와우, 저 녀석, 도대체 공을 어디로 차는 거지?"

주변에서도 성의 없는 관전 평이 하나 둘 나오고 있었다. 대부분 냉소적인, 별 감정 없는 표현들.

"아무리 별로 동기 부여가 없는 시합이라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네."

"야, 너무 그러지 마라. 너도 별로 의욕 없어 보이는데 뭘."

"그거야 벤치에 앉아 있으니까 그런거고."

시답지 않은 소리를 나누는 이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어떻게 하면 골을 못 넣을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두고 경쟁하는 것처럼 양 팀은 계속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이는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이어졌고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은 앉아 있느라 굳은 몸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데이빗 또한 스트레칭을 하며 간단히 공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후반전에는 제발 경기에 뛸 수 있기를 바라며 꼼꼼히 준비했다.

"이럴거면 도대체 왜 차출 요구를 한거야?"

불퉁한 어조로 중얼거리는 달글리시 감독, 읽던 신문을 책상 위에 짜증스럽게 던져 버렸다. 그리고 화가 난다는 듯 계속해서 불만을 쏟아 낸다.

"망할 놈 같으니, 기껏 보내 놨더니 말이야, 쓰지도 않을 거면 뽑지를 말란 말이야. 그냥 팀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면 될 걸."

똑똑-

"들어 오세요."

들려오는 노크 소리, 달글리시 감독은 흥분된 목소리를 가라 앉히고 대답했다. 문이 열리고 방으로 들어오는 이를 확인하고는 놀란 눈을 치켜 뜨는 달글리시 감독.

"아니, 이렇게 이른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실례가 된 것 같습니다. 혹시 바쁜 일이라도 있으신 가요?"

"아뇨, 설령 있다고 해도 단장님의 방문에 비할 만큼 급한 일은 없는 것 같군요."

달글리시 감독의 말에 데미안 코믈리, 리버풀의 단장은 웃으며 달글리시에게 다가 왔다. 그리고 책상 위에 내팽겨쳐 져있는 신문을 보고는 웃으며 입을 연다.

"어제 경기 결과가 실린 신문이군요."

"부끄럽습니다.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아닙니다. 저도 어제 경기를 봤지만 조금 화가 나더군요. 뭐 카펠로 감독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만."

씩 웃으며 이야기하는 코믈리, 달글리시 감독은 이 젊은 단장과 대화하다 보면 참 눈치가 빠른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도 차출되서 부상당하지 않았다는 것은 희소식이네요. 이동 시간이 있긴 하지만 경기에 뛰지 않았으니 체력적인 부담도 크진 않겠구요."

좋게 생각해야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달글리시 감독, 코믈리 단장 또한 동의했다.

"그렇네요. 이번에 차출된 선수들이 다쳤다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되었을 겁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리버풀의 핵심 중의 핵심들이니까요."

이번에 차출된 인원은 총 네 명, 데이빗 장, 스티븐 제라드, 글렌 존슨, 마틴 켈리였다. 이 중, 마틴 켈리를 제외한다면 팀 내에서 대체 불가 자원들이었기에 한 명이라도 부상 당했다면 앞으로의 시즌이 정말 난감해졌을 리버풀이었다. 가뜩이나 막시 로드리게스의 부상 이탈, 마르코 로이스의 징계가 끝나지 않은 시점이니 말이다.

"그렇죠.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방문하신 것인지?"

본론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달글리시 감독, 코믈리 단장도 그게 더 바람직하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벌써 10월 아닙니까. 아직 겨울 이적 시장까지 3개월 가량 남았습니다만, 원래 선수 이적은 미리 준비해야 하는 법이죠.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찾아 왔습니다."

"그렇죠. 확실히 겨울 이적 시장은 금방 지나 가니까요. 미리 준비해 두지 않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겠죠."

'혹은 터무니 없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거나.'

속으로 첨언을 한 코믈리 단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렇게 상의를 드리러 온 겁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조금 제한적입니다."

"어느 정도 규모인지 알 수 있을까요?"

당연한 질문, 구단에서 승인해 준 자금 규모에 맞추어 영입할 수밖에 없었으니 먼저 사용 가능한 이적료부터 알아야 했다. 원하는 선수가 스티븐 제라드, 웨인 루니 등과 같은 슈퍼 스타 급인데 이적료 규모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다시 플랜을 짜야 하니 말이다.

"약 600만 파운드 정도 사용 가능할 것 같습니다. 쓸만한 선수 1명을 영입할 만한 금액이죠."

"...그렇군요."

원하는 수준의 금액이 아닌 지 달글리시 감독이 그리 밝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코믈리 단장은 그런 달글리시 감독을 달래듯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구단주는 이미 리버풀이라는 클럽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루이스 수아레즈, 마르코 로이스, 호세 엔리케, 조단 핸더슨, 찰리 아담...그래서 더 큰 금액을 넣는 데 조금은 난색을 표하는 것 같습니다."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따지고 보면 토레스를 팔면서 얻은 이적료로 대부분 충당된 것 아닙니까. 실질적으로는 투자한 것이 거의 없는 것 아닌가요?"

'그래, 나도 알고 있다고. 하지만 지갑을 열어야 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문제지.'

쓴 웃음을 짓는 코믈리 단장, 한숨을 쉬며 다시 입을 연다.

"감독님의 말이 맞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저도 최선을 다해 설득했습니다만 이정도 밖에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다 제 능력이 부족한 탓이죠."

저자세를 보이는 단장의 모습에 달글리시 감독이 손사래를 쳤다. 어찌 이것이 단장의 책임일까, 그 또한 구단주에게 고용된 사람일 뿐인데 말이다.

"아닙니다. 단장님에게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휴, 어쨌든 알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 금액으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 봐야 겠죠."

"네, 그게 저희가 해야할 일이죠."

대충 상황 정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코믈리는 일단 감독의 의향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먼저 감독님께서 원하는 선수가 있습니까? 혹은 특정 포지션이라도 좋습니다. 말씀해 주시면 대화가 빨리 진행될 것 같군요."

"공격수죠. 지금 공격 자원이 너무 제한적입니다. 이왕이면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자원이면 좋겠습니다."

현재 리버풀의 사정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루이스 수아레즈, 데이빗 장, 마르코 로이스, 디르크 카윗으로 공격진을 꾸리고 있는 리버풀인데 이중 마르코 로이스나 디르크 카윗은 미드필더로 나설 때도 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구단주 님께도 말씀을 드렸는데..."

자신이 먼저 점찍어 놓았던 선수, 클린트 뎀프시와 혼다 케이스케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코믈리, 달글리시 감독은 묵묵히 그의 말에 경청했다.

"클린트 뎀프시는 저도 잘 아는 선수입니다. 확실히 괜찮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혼다 케이스케 선수도 지난 월드컵 때 꽤 괜찮은 활약을 펼친 선수로 기억합니다. 두 선수 모두 괜찮은 선택지가 되겠네요."

실제로 혼다 케이스케의 경우,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으로부터 세계 정상급 레벨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제가 이 두 선수를 꼽은 이유는 구단이 승인한 이적료 내에서 영입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팀이 원하는 포지션에 적합하기도 하고 말이죠. 이외에 감독님께서 따로 생각하고 있던 선수가 있습니까?"

"저는 맨체스터 시티의 크레이그 벨라미 선수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겠죠."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달글리시 감독, 맨체스터 시티 소속의 크레이그 벨라미는 약 1천만 파운드 정도의 이적료 지출이 예상되는 선수였다. 코믈리 단장은 미안한 듯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 선수라면 아주 괜찮은 영입이 될거라 동의합니다만, 아무래도 승인된 이적료 내에서 해결하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할 수 없죠. 어느 정도 검증이 되어 있는 즉시 전력감의 선수 중에서 그 정도 금액으로 영입할 수 있는 선수는 흔하지 않으니까요. 단장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렇게 대화가 어느 정도 일단락 되었다. 리그를 치르다 보면 영입 리스트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굳이 확정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일단 두 선수를 유의깊게 살펴보는 것으로 하고, 더 중요한 문제를 논의해 볼까요?"

씩 웃으며 이야기하는 단장의 모습에 달글리시 감독은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 중요한 문제라구요?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코믈리 단장은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 팀의 에이스, 데이빗 장의 계약 갱신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 팀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선수가 있을까요? 그러니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겠죠?"

============================ 작품 후기 ============================

-저 두 선수를 여기에서 영입할지는 아직 비밀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인건 확실하네요

-혼다는 좀 불쌍하기도 해요.

-언론이 망친 선수로 꼽으면 꽤나 상위권에 들어갈듯...

-꿈에서 여자 골키퍼를 상대로 PK를 차는 꿈을 꿨는데

-왠지는 모르겠는데 울려 버렸어요

-물론 꿈에서

-축생 취급을 받았어요

-이것도 꿈에서

-사실 꿈인건 알고 있었어요

-여자와 시간을 보내다니 현실이 아니라는 거죠

-응...?

-그래요 이번에도 독자분들은 웃겠죠

-흥

-그럼 어서 추천이나 남기고 가버리세요

-날씨 추우니까 이불 단디 덮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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