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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134화 (13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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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편안하게 관전하게 되었네요."

평소 리버풀의 최전방을 책임지는 두 남자, 데이빗과 수아레즈는 나란히 벤치도 아닌, 벤치 뒤쪽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오늘 열리는 경기는 칼링컵 32강전, 리버풀의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그동안 대부분의 경기에 선발 출장했던 두 핵심 공격수를 완전히 빼버리며 휴식을 주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거기에 스티븐 제라드, 루카스 레이바, 글렌 존슨, 호세 레이나 등 주전 선수 대부분을 벤치 대기 명단에 올려 놓거나 아예 데이빗과 수아레즈처럼 빼버리며 칼링컵은 애초에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난 너처럼 국가 대표 경기에 참여한 것도 아니라 뛰어도 괜찮은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감독님이 말했잖아요. 우리는 이번에 칼링컵에는 큰 미련을 두지 않겠다고요. 이럴 때 빼주는 건 오히려 우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수아레즈는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듯 이야기하는 모습.

"그거야 나도 알고 있지. 근데 경기에 빠지는 건 정말 뭐랄까, 나를 아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근질근질해 진다고 해야 하나? 넌 안 그래?"

"나라고 왜 안 그렇겠어요. 당연히 뛰고 싶죠."

"그렇지? 아무리 힘들어도 막상 경기하는 거 보고 있으면 뛰고 싶잖아."

완벽하게 동감할 만한 이야기였기에 데이빗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축구 선수는 역시 그라운드에 서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법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그런데 왜, 경기 중에서 내가 못하고 있는 걸 스스로 알 때 있잖아요."

"있지,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그럴 때 사실, 내가 교체되어도 할 말이 없는 거 알긴 아는데, 막상 교체 사인이 떨어지면 뭔가 아쉽기도 하고, 더 뛰고 싶고..."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수아레즈가 손을 내저으며 끼어 들었다.

"야, 솔직히 얘기해. 그냥 X같은거 아냐? 난 이거보다 더 잘 할 수 있는데 왜 빼냐 이 망할 영감탱이야! 뭐 이렇단 말이잖아."

"...그 정도는 아니에요."

낄낄거리며 대놓고 이야기해버리는 수아레즈의 모습에 데이빗이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수아레즈는 뭐 문제가 있느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잇는다.

"뭐 어때서 그래. 당연히 교체되면 기분 더러운 거 당연한거 아냐? 내가 60분, 혹은 70분 동안 별로 좋지 못한 경기를 할 수도 있어. 그건 당연한 거야. 근데 난 남은 시간 동안 내 실력을 보여줄 자신이 언제나 있다고. 그걸 이해받지 못했다고 느끼면 당연히 화가 나. 신뢰받지 못했다고 느낀다고."

"그거야 그렇죠."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 토트넘 핫스퍼 원정에서 평소와 달리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던 자신이었다. 그래서 후반 25분이 지났을 무렵 교체되고 말았는데, 그때 교체되어 걸어 나올 때의 기분은 정말로 유쾌하지 못했다. 자신이 못했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잘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과 자책, 그리고 끝까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섞여 형언하기 힘든 기분을 느껴야 했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그런 종류의 감정.

"난 예전에 네덜란드에 있을때 말야, 그땐 사실 난 그렇게 못하지 않았어. 엄청 활약하진 못했지만 나쁘지 않았다고. 근데 망할 감독이 말야, 갑자기 날 빼버리는 거야. 그때 너무 열 받아서 교체되어 나오면서 물병을 걷어 차 버렸어."

입으로 뻥 하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일화를 이야기해 주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비슷한 일을 겪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시즌 초, 자신이 달고 있는 등번호의 원 주인이 퇴장을 당했던가, 아무튼 경기장을 나오며 물병을 걷어 찼고 그 물병에 맞을 뻔했던 적이 있었음을 떠올렸다. 고개를 저으며 데이빗이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됐냐고? 당연히 감독한테 엄청 까였지. 벌금도 냈나? 아마 그랬을 걸. 언론에서도 막 떠들어 댔고 말야."

낄낄거리며 그땐 그랬지 하고 이야기하는 모습, 그리고 웃음기를 지우고 말을 이었다.

"사실 나도 성숙하지 못했지. 그런 행동이 잘했다는 건 아냐. 그런 점은 나도 반성했고, 앞으로도 하지 않으려고 생각해. 그래도, 선수라면 자신의 자리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돼. 같은 팀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단 말이야. 물론 동료들과 사이는 좋아야지. 내 말이 무슨 뜻인 지 알지?"

"당연하죠. 저야 말로 주전이 된지 얼마 안 됐단 말이죠."

자신의 자리에 대한 갈망은 자신도 못지 않다. 토레스에게 밀렸고 그가 컨디션을 잃은 상황에서는 전임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해 은고그에게 밀렸다. 그러다가 당한 부상, 오래 전의 일도 아니다. 고작해야 일년 남짓한 시간, 그때는 정말 지옥같았다. 경기에 나가서 결과를 만들어 내도 감독은 자신을 신뢰하지 않았고 꼼짝없이 부상을 당하고 재활을 마쳤을 때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를 괴롭혔다. 다행히 호지슨 감독이 경질되고 새로 부임한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자신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여주었다. 그는 달글리시 감독의 비호 아래 자신의 기량을 만개시켰다. 컨디션이 떨어진 토레스 대신 기용되기 시작했고 은고그를 완전히 벤치로 밀어내 버렸다. 토레스가 첼시로 이적한 이후에는 의심의 여지 없는 리버풀의 에이스로 거듭났고 지금에 이르렀다.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이 아니었기에 출전 기회에 대한 욕심은 확실히 자리를 잡은 지금도 강했고 그랬기에 수아레즈의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래도 나은거야. 너나, 나나, 마르코 그 친구나, 그리고 디르크도 마찬가지지. 우리 팀은 선수층이 두껍지가 않잖아. 그래서 각자 역할을 분배받을 수 있는데, 여기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공격수 한 명만 더 들어온다고 하면 아마 장난 아닐걸?"

그럴수도 있겠다며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쓰리 톱으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고 카윗이나 로이스는 미드필더도 소화하곤 했다. 그래서 서로 큰 불만 없이 출전 시간을 보장 받을 수 있었는데 여기에서 더 선수가 늘어 난다면? 그것도 백업 수준이 아니라 주전으로 뛸 만한 레벨의 선수가 들어온다면 서로에 대한 견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느꼈다.

"뭐, 그런 문제는 감독님이 알아서 하겠죠. 우리는 우리만 잘하면 되요."

결국 실력이 있다면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프로 세계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 수아레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누가 영입되든 간에 내가 잘하면 되는 거야. 아, 경기 시작하네. 우리 리저브 친구들이 얼마나 잘하는 지 볼까?"

리저브에서 벗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이빗은 참 많은 것이 변한 것 같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처음 퍼스트 팀으로 올라 왔을 때, 운 좋게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면 지금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묘한 기분으로 데이빗은 경기를 관전했다.

약 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데이빗과 수아레즈는 별 대화 없이 묵묵히 경기를 관전했다. 경기가 긴박하여 말 조차 잊었다기 보다는, 딱히 이야기를 나눌 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침묵이 길어진 것이 답답했는지 수아레즈가 한 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 올린다.

"마르코 저 친구가 갑자기 정말 안 되보이네."

리저브에서 올라 온 공격수와 짝을 이뤄 투 톱으로 나선 마르코 로이스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수아레즈, 아무래도 본인이 공격수다 보니 경기에 뛰는 공격수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보는 듯 했다.

"답답해 보이긴 하네요. 공이 마르코에게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아요."

그 결정적인 원인을 보며, 데이빗은 쓰게 중얼 거렸다. 자신이 입단하고 나서 가장 먼저 친해졌던 친구,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이었던 제이 스피어링은 스티븐 제라드가 평소에 뛰던 위치를 배정 받았으나 지금까지 전혀 인상적이지 못했다. 챔피언 쉽 레벨의 팀에게 고전을 할 실력이 아니었기에 데이빗의 시선은 더욱 안타까웠다.

"저기 우리 캡틴의 자리에서 뛰는 선수 말야, 니 친구라고 했지?"

"...맞아요. 오늘 영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네요."

데이빗의 말에 수아레즈는 고개를 흔들었다. 친구라고 해도 사실은 정확히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냉정한 어조로 수아레즈가 입을 열었다.

"저 친구는 나도 예전에 한 두번 경기를 같이 뛴 적이 있는데 말야,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저게 실력인거야. 긴장? 긴장 안하는 선수 따윈 없잖아. 컨디션이 안좋다는 것도 변명이지. 세상의 어떤 팀이 리저브 선수 컨디션에 맞춰서 시간을 배정해 주겠어?"

"...알고 있어요...그만 해요."

본인도 알고 있는 이야기, 하지만 친구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를 직접 듣고 있기는 괴롭다고, 데이빗은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수아레즈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위로했다.

"널 기분 나쁘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어. 기분 상했다면 사과할게. 하지만 너도, 분명히 알아야 해. 우리는 프로 선수고, 언제라도 만나고 헤어질 수 있다는 거야. 친구라서 잘해 줬으면 하는 생각은 이해해. 하지만 저 친구가 실력을 못 발휘 하는 걸 동정하지마. 그건 온전히 저 친구의 몫이라고."

수아레즈의 말은 일견 냉정해 보였으나 타당한 말이었다. 데이빗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 선수를 끝까지 기다려 주는 곳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라이언 바벨이 결국 다른 팀으로 이적해야 했고, 그외 조 콜, 메이렐레스, 폴센 등 많은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 입어야 했다. 정들었던 동료와 이별하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었고 프로 선수라면 이를 받아 들일 줄 알아야 했다. 설령 같은 팀에서 뛰던 형제가 다른 팀으로 간다고 해도 말이다.

"알고 있어요. 저 친구는 잘 할거에요."

데이빗은 끝까지 응원하겠다며 굳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수아레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시선을 경기장으로 돌렸고 다시 관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이빗의 바람과 달리, 스피어링은 그 이후로도 크게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특유의 활발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고 장기였던 패싱력도 무뎌진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경기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 현재 스피어링의 모습은 딱 그랬다.

'좋지 않아...좋지 않다고 이 친구야...'

데이빗도 눈치가 있어 알고 있었다. 자신보다 두 살 더 많은 친구는 이제 23살이었다. 올해가 가면 24살, 이제 마냥

포텐셜이 터지길 기대할만한 어린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게 찾아오는 기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와 같은 팀에서 뛰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런 미래를 원하지 않았다. 어떤 선수와 함께 한다고 해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프로 선수였지만 이왕이면 친한 사람과 같은 팀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 인지 상정이었으니 말이다.

"이거 씹을래?"

"아 고마워요."

껌통을 들어 건네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손을 벌려 그가 주는 껌을 받았다. 수아레즈는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마르코 로이스를 가리켰다.

"난 지금 마르코 저 친구의 마음을 진짜 잘 알거 같아."

조금 뜬금 없는 얘기라 느꼈는지 데이빗은 고개를 갸웃했다.

"올해 초쯤인가, 너 훈련하다가 그때 누구냐, 그 이적한 사람 있잖아. 아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아 조 콜이요."

"그래 그 사람하고 부딪혀서 너 결장했을 때 있잖아. 그래서 너 대신에...아 그 누구지?"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이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어색하게 웃으며 받아 주었다.

"은고그 말하는 거죠?"

그제야 손뼉을 치며 탄성을 지르는 수아레즈. 자신의 머리를 톡톡치며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 그 제 2의 앙리라고 했던가 하는 그 친구.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친구라 이름도 잊어버렸나 보네. 제 2의 앙리는 무슨. 내가 그 놈이랑 경기하다가 진짜 성질이 나서...와..."

"......"

지금 생각해도 열이 받는 지 탄식을 흘리는 수아레즈의 모습에 애매한 웃음을 흘리는 데이빗, 그렇지 않아도 그 경기에서 수아레즈가 답답해 하는 모습은 기억에 남아 있었다. 양 손을 흔들며 패스를 요구했다가 소리도 지르고 고개를 젓기도 하는 모습이 말이다.

"공간도 만들지 못하고, 패스는 거지 같지, 거기에 위치 선정도 애매하니까 뭘 할 수가 없겠더라고. 와 그때 진짜 성질 같았으면 그 자식 한 대 패 버리는 건데 말이야. 그때 그래서 결국 졌잖아!"

안 그래도 자신의 표정이 '은고그 한대 맞기 전의 표정'이라는 짤방화 되어 돌아다니는 것은 알지 모르겠다. 데이빗은 마치 어제의 일처럼 화를 내는 수아레즈를 다독였다.

"이제 없는 사람 얘기해서 뭐해요. 지금은 뭐 딱히 불만 없어요?"

데이빗의 물음에 흥분을 가라 앉히고 잠시 생각을 하는 수아레즈, 그리고 손뼉을 치며 데이빗을 가리켰다.

"다 좋은데 요새 너 나한테 패스 주는게 예전같지 않더라? 나도 골 좀 넣고 싶다고!"

============================ 작품 후기 ============================

-인터넷 중계로 보면서 글을 쓰는데

-수아레즈하고 데이빗이 현실에 있었으면

-제가 글을 안썼겠죠

-응..??

-본격 리버풀 성적 안나와서 쓰는 소설

-리버풀 우승하면 완결할 기세

-평생 쓰겠다는 건가요

-재수 없는 소리 ㄴㄴ염

-그럼 즐감하세요. 추천, 선작, 코멘, 쿠폰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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