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28화 (128/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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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데이빗, 얼굴 좋아 보이는 걸?"

"그럼요. 오늘 아주 기분이 좋네요!"

평소에도 밝은 표정을 짓고 다니는 녀석이긴 했으나 오늘따라 유달리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의 모습에 동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훈련이 끝나서 좋아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애초에 오늘은 회복 훈련이라 별로 뛰지도 않았다. 그리고 훈련 중에도 저렇게 헤헤 거리면서 뛰어 다녔던 것 같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어제 여자 친구가 끝내 주게 서비스라도 해 줬어?"

음흉하게 웃으며 디르크 카윗이 손을 꼼지락 거리며 농담을 건네 온다. 데이빗은 씩 웃으며 디르크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 당연히 으르렁거리며 달려드는 카윗.

"얌마! 뭐하는 거야?"

"이 음란한 노인네 같으니, 저리 가요. 저리 꺼져 버려."

장난스럽게 카윗을 밀어내는 데이빗, 카윗은 짐짓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데이빗의 목에 팔을 걸었다. 한동안 으갸거리며 장난치는 둘, 동료들은 늘상 있는 일인지라 가볍게 웃으며 둘 사이의 희극을 즐겼다.

"근데 진짜 오늘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이야?"

둘 사이의 실랑이가 대충 마무리되자 스크르텔이 다시 질문한다. 데이빗은 카윗을 밀어 내며 대답했다.

"어제 차를 뽑으러 갔거든요."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데이빗, 많은 동료들이 차를 뽑는다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주급이 오른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구단 직원의 차를 이용해 출 퇴근하는 데이빗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오, 드디어 뽑는 구나. 이야 축하해."

"무슨 차로 샀어? 언제 출고 되는 거야?"

쏟아지는 질문, 데이빗은 웃음을 지우지 않은채 대답했다.

"벤틀리요, 벤틀리 뮬산 2011년 형으로 주문했어요. 물론 저에게 맞춘 특별 제작 차량이라는 말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의기양양하게 대답하는 데이빗, 어지간히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데이빗은 어제의 일을 회상했다.

'제가 데이빗 장 선수의 몸에 맞는, 주문 제작을 추천드리는 이유는 방금 전에 여자 친구분이 걱정하셨던 안전, 건강에 대한 문제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데이빗 선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이언 긱스 선수를 알고 계시죠?'

모를리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세상에서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팀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을 모를 수 있으랴?

'라이언 긱스 선수가 예전에 승용차를 새로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우리 벤틀리의 모델은 아니었어요. 물론 우리의 모델을 구입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그는 애스턴마틴에서 괜찮아 보이는 차량을 한 대 구입했고 한 동안 타고 다녔어요. 근데 갑자기 훈련 도중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왼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한 겁니다. 왼발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그의 왼발이 아프다니 그쪽 팀에서도 완전히 난리가 났죠. 모든 메디컬 팀 직원들이 나서 다각도로 조사해 보았어도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무려 2주 동안이나요. 2주가 지나서야 원인을 알게 되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설마 차 때문이었나요?'

말하는 뉘앙스가 그런 느낌이었기에 데이빗은 자신 없는 태도로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차 때문에 부상이 온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 들이기 힘들었다.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커닝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완벽하게 차 때문에 일어난 부상이었습니다. 긱스가 구입한 차량은 수동 변속기를 사용하는 차량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전까지 수동 변속기 차량을 몰아 본 적이 없었다고 하네요. 클러치를 계속 밟으며 변속을 해야 하는 차량의 특성 상 익숙하지 않아 무리가 왔고 결국 왼쪽 허벅지에 근육통이 찾아온 겁니다. 그를 2주 동안 괴롭혔던 원인 모를 통증은 차의 문제였죠. 물론 자동 변속기로 교체한 뒤에는 금방 통증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놀랍네요. 그런 사소한 부분으로 부상을 당하다니. 그걸 찾아 낸 사람들도 대단하구요.'

커닝튼의 설명을 듣고나니 상당히 끌렸다. 자신만을 위한 맞춤 자동차라는 것도 로망이 있었으나 실용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겠다 싶었다. 이왕 차를 산다면 좀 더 완벽한 차를 사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럼 맞춤 주문 제작을 하면 비용이나 기간이 얼마나 더 소요가 될까요?'

데이빗의 질문에 커닝튼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기간은 아무래도 조금 걸립니다. 음...넉넉잡아 한 달 정도면 될까요? 그리고 비용이라면, 조금 더 추가 비용이 들지만 데이빗 선수 정도라면 큰 무리는 아닐겁니다.'

해맑게 웃는 그의 눈에서 $가 보이는 것 같았다. SHOW ME THE MONEY. 데이빗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에리카는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쪽 직원과 함께 자신의 몸에 맞는 차를 맞추기 위해 이것 저것 측정하고 테스트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키, 몸무게, 팔 길이와 다리 길이는 물론이고 실제 모의로 만들어 진 좌석에 앉아서 엑셀을 밟고 핸들을 움직이는 등의 모션을 취했다. 이 작업은 생각보다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고 결국 예상한 시간보다 긴 시간이 지나서야 벤틀리 모터스의 방문을 마칠 수 있었다.

'아침에 차를 타고 올때, 매번 차를 태워 주던 드루 씨도 정말 좋아했지.'

오늘 아침, 늘 그렇듯 피곤에 절은 얼굴로 자신을 태워 주러 온 직원, 데이빗은 그에게 복음을 전파했고 그는 기적을 영접한 신자와 같았다. 그리고 데이빗 또한 기적을 보았다. 꺼멓게 죽은 얼굴에 꽃이 피어나는 듯 했고 졸음기 가득한 눈에 순식간에 총기가 돌았다. 다 죽어가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게 차 안을 울리게 되었다. 이것이 죽은 자가 부활하는 장면인가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변화.

'오 세상에? 정말이죠? 믿을 수가 없어요! 와우!'

그는 자신이 어떤 차를 샀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 차를 샀다는 사실에 열광했고 매일 새벽같이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상상이상으로 기뻐하는 모습에 데이빗은 다시 한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근데 주문이 들어가서요, 아마 한 달쯤은 더 부탁드려야 할 것 같은데.'

그 말에 조금은 실망한 기색을 보인 드루였으나 그래도 그게 어디냐며 기뻐했다. 기약없는 이른 시간 출근의 끝이 한 달이라는 기간으로 고정된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워 보였다.

"와우! 벤틀리! 좋은 차로 선택했네. 뮬산이면 그쪽의 플래그 쉽 모델아냐? 중후하고 멋진 녀석이지."

캐러거가 휘파람을 불며 감탄했다. 돈이 많은 선수들 답게 비용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어느 정도 주급을 받는 지 알고 있었고, 애초에 리버풀 정도의 클럽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이 돈이 없어서 차를 못산다는 건 농담으로도 하기 힘든 얘기였다. 아무리 비싼 차라도 한 두달 주급이면 거진 다 커버가 되었으니 말이다.

"연봉이 오르면 역시 다들 좋은 차를 먼저 뽑는 구나. 축하해."

동료들은 기분이 좋을 만하다며 축하해 주었다. 데이빗은 감사히 그런 축하를 받았다. 카윗은 조금 불퉁거렸지만 말이다.

"애늙은이 같은 녀석, 아직 어린 녀석이 무슨 나이 든 노땅이나 타고 다닐 만한 차를 고른거야?"

남자는 스포츠 카라며 궁시렁거리는 카윗.

"디르크는 차를 영 볼 줄 모르는 것 같네요. 나중에 내가 타고 오면 한번 보라고요, 얼마나 완벽한 녀석인지 알게 될테니."

데이빗은 손가락을 흔들며 여유있게 반박했다. 물론 카윗은 코웃음을 치며 넘겨 버렸다. 그러면서 애늙은이네, 차 볼 줄 모르네 투닥거리던 둘 사이에 한 명이 끼어 들었다.

"현명한 선택이야. 역시 차는 우아하고 기품이 있어야 하지."

반면 제라드는 완벽한 선택이었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그러면서 카윗을 힐끔 보며 미소를 흘리는 모습. 뭔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모습이다.

"스포츠 카보다는 우아한 세단이 낫지. 안전하기도 하고 세련된 멋은 따라갈 수가 없다니까."

"......"

데이빗은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는 데자뷰를 느꼈다. 다행히 카윗은 크게 반응하지 않고 '제길 두고보자'라는 말을 남기고 걸음을 옮겼지만 말이다.

"벤틀리로 선택했나? 난 네가 내 차를 몰아보고 좋아하길래 롤스로이스를 선택할 줄 알았는데."

제라드의 말에 데이빗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때 몰았던 차는 최고였어요. 그래도 남들하고는 조금 다른 차를 몰고 싶었거든요. 찾아 보니 벤틀리 쪽도 상당히 멋진 녀석들이 많더라구요."

"그렇지. 나도 벤틀리를 좋아해. 집에 차가 한 대 더 있는데 그게 벤틀리야. 나는 뮬산이 아니라 컨티넨탈로 구입했지만."

"그것도 정말 멋지더라구요. 둘 중에 고민하다가 뮬산으로 선택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원래 그런거야. 아무튼 축하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그들을 호출하는 감독의 소리가 들려 왔다. 선수들은 잡담을 멈추고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피로는 없는 것 같군?"

"죽겠는데요 감독님."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마주한 감독, 레이나가 능청스럽게 앓는 시늉을 했고 달글리시 감독은 씨익 웃었다.

"오 그래? 마침 잘 됐군."

"...잠깐만요. 갑자기 뭐가 잘 되었단 거죠?"

갑자기 잘 되었다고 하니 불안해진 레이나가 조심스럽게 질문했고 달글리시 감독은 그가 원하지 않았을 대답을 해 주었다.

"이번 마르세유 전에서는 우리 도니를 선발 출장 시킬 예정이라서 말이야. 자네 컨디션이 별로라니 이거 타이밍도 괜찮은 걸?"

아주 만족한 듯 웃는 감독의 모습에 레이나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읍소했다.

"생각해보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네요."

10초만에 깨갱. 달글리시 감독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이번에 빠지는 걸 너무 서운해 하지 말라고. 자네는 이번 시즌 치른 6경기를 모두 뛰지 않았나? 도니에게도 출전 시간은 필요해. 우리에겐 앞으로 정말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고."

"쩝, 어쩔 수 없죠. 알겠습니다."

달글리시 감독의 말에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나 골키퍼, 아쉽긴 하지만 감독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고 아직까지 팀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확고하다고 여겼기에 별 불만 없이 수긍했다. 반면 이제나 저제나 언제 기회가 올까 하고 기다리던 알렉산더 도니 골키퍼는 의욕을 불태우는 모습이다. 이번 한 경기를 잘한다고 해서 아직까지 부동의 No.1 골키퍼 호세 레이나의 자리를 빼앗긴 힘들겠지만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경기를 망친다면 아마 이번 시즌 끝날 때까지 제대로 된 기회를 잡기 힘들 수도 있었다.

"좋아, 그 외에 스티비, 데이빗. 자네 둘은 지난 경기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했으니 이번에는 선발로 나간다. 문제 없지?"

지난 프리미어 리그 4라운드, 스토크 시티 전에서 나란히 결장한 데이빗과 제라드였다. 이전의 리그 전과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 그리고 국가대표 2경기까지 연달아 소화한 데이빗과 제라드였기 때문에 체력 안배 차원에서 벤치에 앉혀 놓았던 달글리시 감독이다. 다행히 리버풀은 스토크 시티를 맞아 루이스 수아레즈의 결승골로 1 대 0 승리를 거두며 리그에서 4연승을 달렸다. 이전 경기처럼 무지막지한 다득점 경기는 아니었으나 핵심 플레이어 둘, 그것도 리버풀의 플레이 전반을 지휘하는 캡틴 제라드와 공격의 첨병이자 최강의 크랙 데이빗을 빼고 거둔 승리였으니 리버풀로서는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문제 없습니다."

늘 그렇듯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제라드였고,

"물론이죠. 몸 상태는 지금 최고입니다."

데이빗이 자신감을 보이며 외쳤다. 지난 경기에 뛰고 싶다고 말했으나 시즌을 길게 보라는 감독의 조언에 벤치에 있었던 그였다. 경기를 앉아서 가만히 보고 있자니 다리가 근질거렸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흥분한 경주마 같은 데이빗의 모습에 달글리시 감독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흥분하지 말라고. 자네가 날 뛸 시간은 아직 좀 남았다는 말일세. 그리고 로이스, 자네는 이번에 좀 쉬는 게 좋을 것 같네."

유로 2012 예선의 독일 국가 대표로 선발된 로이스였으나 대표팀에서 경기를 거의 뛰지 않았기에 지난 스토크 시티 전에서 선발 풀타임을 소화한 로이스였다. 그 경기를 치르던 중 발목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어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달글리시 감독은 그를 무리 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어쩔 수 없죠. 알겠습니다."

아쉬운 표정, 하지만 큰 불만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감독은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그들의 출장 여부와 역할에 대해 알려 주었다. 전반적으로 납득이 가는 기용이었기에 아쉬워하는 선수들은 있었을 망정 크게 불만을 표하는 선수는 없었다. 달글리시 감독은 만족한 듯 이야기를 마쳤다.

"좋아, 다들 표정이 괜찮아 보여. 며칠 뒤 마르세유 녀석들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군. 내일 오전 10시 비행기로 이동할 예정이니 늦지 말고 집합하도록. 오늘 일정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지."

============================ 작품 후기 ============================

-8일 연속 2연참

-캬 취한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난 지금입니다

-이제 내겐 추천 밖에 보이지 않아!

-추천 선작 코멘 쿠폰, 모두 감사드립니다 (_ _) 그럼 즐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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