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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126화 (126/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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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의 스카우트 개리 매칼리스터는 요즘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개 스카우트였던 그의 인생은 2009년 여름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매칼리스터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주인공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신문을 펼쳐 들었다. 하루 지난 신문이었으나 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선수가 활약하면 활약할 수록 자신의 입지는 더 단단해지는 셈이었으니 말이다.

[데이빗 장, 웨일즈에게 지옥을 선사하다]

잉글랜드의 신예 공격수 데이빗 장(21)이 어제(6일)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즈와의 유로 2012 예선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5 대 0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 불가리아 전의 결승골에 이어 A 매치 2경기 연속골이자 2경기에서 4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선발로 나선 데이빗 장의 발은 가벼웠다. 전반 7분만에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애슐리 영의 크로스를 슬라이딩하며 골로 연결한 데이빗은 전반 25분에는 완벽한 개인기를 뽐내며 루니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주며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전반 28분, 제임스 밀너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본인의 두 번째 골이자 팀의 세 번째 골을 기록한 그는 전반 35분,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데이빗 장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전반에만 네골을 허용한 웨일즈는 후반 26분, 저메인 데포의 추가골까지 헌납하며 대패하고 말았다.

흐뭇하게 하루 지난 신문을 들여다 보는 매칼리스터의 표정은,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가족이냐고 물어볼 만큼 밝아 보였다. 그는 몇번이고 읽었던 신문을 드디어 책상에서 치우며 중얼거렸다.

"그때 이 친구를 보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달랐을 거야."

아직도 그날의 일이 생생히 떠올랐따. 자신은 분명 허름한 옷차림으로 테스트를 받으러 온 어리숙해 보이는 부두 노동자가 처음에는 탐탁치 않았다. 지인의 부탁이라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했다. 자신이 왜 이런 일까지 해야하는 지 짜증이 났고 시간 낭비라 느껴졌다. 그래서 얼른 떨어 뜨리고 볼일이나 보자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 자신이 매몰차지 못했던 것을 이후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 여기게 되었다.

자신이 발탁한 부두 노동자는 어느새 리버풀, 아니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월드 클래스의 공격수로 성장했다. 다른 곳에서라면 몰라도 이곳 리버풀에서 데이빗의 입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현재 리버풀의 심장, 캡틴 제라드를 제치고 유니폼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얼마전 다른 구단에서 그를 영입하겠다고 나섰을 때 팬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마치 중세 시대의 기사들이 아름다운 레이디를 두고 결투를 벌이는 모양새와 비슷했다고나 할까. 이미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런 데이빗을 발굴해 낸 공로를 인정받아 개리 매칼리스터는 일개 스카우트에서 잉글랜드 전역을 관리하는 스카우트 팀장으로 승진했다. 연봉도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무엇보다 앞으로는 일체 실적이 없어도 잘릴 걱정이 없는 철밥통이 되었다. 그는 스카우트란 직종에서 선배들이 이야기한 전설이 사실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단 슈퍼스타를 한번 발굴하잖아? 그럼 인생 제대로 펴는거야. 그 다음부터는 눈에 불을 켜고 선수들을 관찰할 필요도 없어. 시골 동네 유스팀을 쥐잡듯 뒤지고 선수 한명 보러 수백마일을 달려갈 필요도 없지. 밤새 비디오를 보면서 눈이 빨개질 필요도 없다고! 승진은 기본이고 정년까지 무조건 보장이야. 하드 게이 포르노 비디오 스캔들 정도 터뜨리지 않고서는 절대 짤릴 일이 없어. 끝내주는 일이지!'

그 말은 사실이었다. 누구도 자신에게 터치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데이빗을 발굴했으니 평생 받을 연봉의 값어치를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으나 지금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런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업무 시간 도중에 밖으로 나와 산책을 즐길 정도로 말이다. 꿈의 직장이 있다면 매칼리스터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슈퍼 스타를 발굴해 낸 스카우트의 남은 직장 생활이 꿈의 직장이라고 말이다.

"새뮤얼 그 친구는 요즘 에이전트 공부가 한창이라지."

그는 데이빗으로 인해 여러 사람의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했다. 사려 깊고 인간 관계가 좋은 새뮤얼 로이는 자신이 생각해도 부두 노동자와 같은 험한 일을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에이전트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놀라지 않았다.

"그 친구는 잘 하겠지. 사례도 했지만 모든 건 그 친구 덕분이니까, 잘 됐으면 좋겠군."

데이빗을 발굴한 공로로 받은 또 한 가지, 두둑한 성과금이었다. 그는 이 기분 좋은 보너스를 혼자 독식하는 몰염치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 매칼리스터는 이런 행운이 현명한 새뮤얼 덕분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고 그에게 일정 부분 사례로 주었다. 이것은 그가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 그의 생활을 책임 질 자금이 되고 있었고 매칼리스터도 만족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그 친구가 에이전트가 되면 데이빗도 좀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겠고 말이야."

계약 뿐만이 아니라 선수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에이전트였다. 매칼리스터는 새뮤얼 로이라면 데이빗에게 괜찮은 스카우트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둘 사이의 친분은 차치하더라도 그는 괜찮은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어?"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를 둘러보던 매칼리스터의 눈에 자신의 인생 역전의 계기가 눈에 들어 왔다. 매칼리스터는 기분 좋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굳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주었다는 고마움 때문이 아니라도 데이빗은 겸손하고 예의바른 이였기에 친하게 지낼만한 이였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데이빗 씨."

"아, 매칼리스터 씨.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네요."

한 눈에 자신을 알아보고 반갑게 마주 인사를 건네 온다. 매칼리스터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물게 선수들 중에서는 스타 플레이어가 되면 콧대가 무지막지하게 높아지는 이들이 있었으나 이 청년은 그러한 것이 없었다.

"지금 돌아가는 길입니까?"

시계를 확인하며 조금 의아한 듯 묻는 매칼리스터,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대표팀에 다녀왔다고 해서 가벼운 회복 훈련만 진행했거든요. 일찍 들어가서 쉬라는 지시를 받아서 오늘은 조기 퇴근하게 되네요."

"아 그랬군요. 한참 훈련이 진행될 시간이라 의아했습니다. 혹시나 어디 다친 건 아닌지 잠깐이지만 걱정했다구요."

과장된 동작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매칼리스터, 데이빗은 씩 웃으며 아주 건강하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다행이네요. 아 늦었지만 이번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 축하드립니다. 역시 데이빗 선수에요."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어요."

씩 웃으며 겸양한다. 매칼리스터는 손을 저으며 운 따위가 아니라 이야기했다.

"운이라고 하기엔 그동안 데이빗 씨가 보여준 게 너무 많네요. 모든 선수가 운이 따른다고 해서 데이빗처럼 플레이하진 못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대답하기엔 좀 낯이 붉어지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데이빗은 그저 웃으며 뺨을 긁었고 매칼리스터는 기분 좋게 웃으며 작별을 고했다.

"이런, 피곤한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를 너무 늘어 놓은 것 같네요. 데이빗, 고생했어요. 들어가서 푹 쉬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주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칼리스터 씨도 수고하세요."

데이빗과 일별한 개리 매칼리스터는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은 자신의 팀원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날이었다. 자신의 책상에 놓인 서류 한 철을 손에 든 매칼리스터는 꼼꼼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펜을 돌리며 주요 체크라고 생각되는 곳은 동그라미를 치기도 하고 밑줄도 그으면서 읽어 가던 매칼리스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그는 서류 제출자를 확인한 뒤 곧바로 그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팀장님."

헐레벌떡 뛰어 온 직원을 노려보는 매칼리스터, 직원으 몸이 눈에 띄게 움찔했다.

"이게 뭔가요?"

읽던 서류철을 흔들며 직원을 압박하듯 응시한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신출내기 스카우트는 팀장의 시선에 몸둘바를 모른다. 전전긍긍하고 있는 그를 보며 매칼리스터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다.

"도대체 여긴 왜 간겁니까?"

서류를 들어 손으로 신입 스카우트가 방문한 곳을 쿡쿡 찌르며 가리킨다. 그가 가리킨 곳은 잉글랜드 북동부 지역의 한 공단이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 리버풀에서 직물산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나요? 도대체 여기서 누굴 스카우트하러 간 겁니까? 우리 팀의 유니폼을 만들 노동자라도 구하러 갔나요?"

황당하다는 듯 쏘아 붙이는 매칼리스터의 모습에 신입 스카우트가 점점 쪼그라든다. 우물쭈물하던 그의 모습이 더 마음에 들지 않는지 매칼리스터의 질책이 이어진다.

"우리는 축구 선수를 찾아 내는 것이 일입니다. 아시겠어요?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요. 당신이 자동차를 구매하러 가는데 누군가가 당신을 신발 가게로 데려간다면 당신은 뭐라고 할 겁니까? 너 제 정신이냐고 하지 않겠어요? 내 말이 틀려요?"

"...죄송합니다. 그쪽 지역의 유스 팀 선수들을 관찰하러 간 김에 혹시나 하고..."

생략된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에 더 질책할 마음이 들지 않는 매칼리스터였다. 그는 되었다는 듯 손을 저으며 가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앞으로는 좀 더 관찰해야 할 장소를 고민해 주기 바랍니다."

허겁지겁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도망치듯 돌아가는 직원이었다. 매칼리스터는 오늘 참 한숨을 많이 쉬게 된다고 느꼈다. 서류를 책상에 던져 놓고 얼굴을 감싸 쥐며 중얼거렸다.

"...미치겠군. 한동안 일반 아마추어들의 입단 테스트 지원이 미친듯이 몰린다 싶더니..."

이게 다 자신이 이루어 낸 업적(?) 때문이었다. 그가 찾아 낸 데이빗 장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그의 과거가 부각되었고 리버풀에 입단하게 된 계기가 조명되었다. 부두 노동자 출신의 선수, 그리고 그런 그를 알아본 스카우트의 일화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인지, 리버풀의 입단테스트를 신청하는 목수, 공장 근로자, 일반 회사원, 자영업자 등 아마추어들이 엄청나게 급증했고 주변인들로부터 청탁을 받는 횟수도 폭증했다.

'내 주변에 파트 타임 워커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말야, 진짜 대박이라고. 제 2의 데이빗은 이 친구가 될게 확실해.'

라던가

'혹시 이 사람의 입단 테스트를 부탁 드려도 될까요? 우리 동네에서 최고로 잘하는 친구인데 정말 빨라요! 공도 완벽하게 다룬다니까요?'

등등.

자신뿐만 아니라 리버풀의 스카우트에게 이러한 문의가 쏟아졌다. 그리고 자신의 대박 신화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다른 스카우트들은 복권을 긁는 심정으로 그런 문의를 받아 들였다. 한동안 상당한 숫자의 인물이 입단 테스트를 치르게 되었고 입단 테스트를 담당하는 코치가 'X발! 그만 좀 데려와! 아니면 최소한 니들하고 축구해보고 잘하는 지는 알아보고 데려오라고!'라고 소리친 뒤에야 뜸해졌다. 스카우트들도 대박 신화는 쉽게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대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평정을 되찾게 되었다.

"좀 조용해 지나 싶었더니 어디서 저런 꼴통 같은 놈이 들어와서..."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도 아니고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신입이라 선배의 전설적인 대박 신화를 듣고 자신도 그런 드라마틱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이 지나쳤던 게 분명했다.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매칼리스터는 머리를 흔들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

"헤이 잭, 커피나 한잔 하러 갈래?"

팀장에게 깨지고 온 동료에게 다가오는 남자, 기운 없이 앉아 있던 잭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 났고 둘은 밖으로 나갔다. 커피를 사 들고 건물 밖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날씨 괜찮네. 그렇지?"

선선하게 불어 오는 바람이 기분 좋은 지 기지개를 켜며 말하는 남자,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그러게 이 친구야. 거기 가지 말라고 했잖아. 선배들이 한 말 못들었어? 그런 케이스는 진짜 특별한 행운이 있어야 되는 거라니까?"

"......"

침울한 모습이 안되보였는 지 슬슬 달래준다. 황당하긴 했지만 그 마음이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상심하지 마. 그냥 앞으로 잘하면 되는거야."

"...행운은 직접 찾아야 하는거야."

조그맣게 이야기하는 잭, 동료는 아직도 그 얘기냐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하고 답답하다는 듯 설득했다.

"...이봐 잭, 행운이 왜 행운인지 알아? 운명처럼,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에 행운인거야. 누구나, 아무때나 노력한다고 찾아진다면 행운이 아니지. 니가 왜 그런 확률 낮은 드라마를 꿈꾸는 지 알 것 같아. 팀장님의 그 신화 때문이지?"

딱히 부인하지 않고 묵묵히 듣고 있는 잭, 동료는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현실과 드라마의 차이를 이 친구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현실에서 드라마를 보았다고 그 드라마가 자신에게도 찾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을 모르는 것이 답답했다.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팀장님이 찾은 게 아니잖아. 그가 직접 찾아 온거지. 알겠어? 너에게 행운이 있다면 언젠가 그런 마법같은 일이 찾아 올거야. 일부러 욕 먹으면서 찾아 다니지 말라고."

"......"

"머리나 좀 식히고 들어가. 나도 그런 대박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너뿐만 아니라 모두 그래. 그래도 일은 제대로 해야지. 만약 계속 현실감 없이 지낸다면 해고 당할지도 몰라."

손으로 권총 모양을 만든 남자가 빵-하는 소리를 내며 쏘는 시늉을 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잭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들어간다. 적당히 정리하고 들어 오라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하는 남자, 이제 현실에 집중하자고 이야기했다. 잭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 작품 후기 ============================

-드라마가 사람을 망쳤어요

-왜 팀장님은 되고 전 안된다는 거죠?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 명이기 때문이란다

-Aㅏ...

-추천, 선작, 코멘, 쿠폰 모두 감사드립니다 (_ _) 그럼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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