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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만 완벽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흥분을 가라 앉히고 휴식 시간 동안 차분히 몸을 푼 데이빗, 그리고 이제 센터 써클에 서서 킥 오프를 기다리고 있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유니폼이라면 역시 상의는 흰색이 이미지 컬러였다. 하지만 오늘은 어웨이였고, 홈팀 불가리아의 상의 색상이 흰색이었기에 검정색과 하늘색이 조합된 잉글랜드의 어웨이 유니폼을 착용한 상태였다.
'색깔이야 뭐 어떤 색이면 어때. 쓸데 없는 생각 집어 치우고 집중하자.'
잡념을 지우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자신과 함께 파트너로 나설 웨인 루니를 살펴본다.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이 아무래도 라커룸에서 감독으로부터 한 소리 듣고 나온 것 같다.
"루니 씨, 잘해 봐요."
"아, 그래."
슬쩍 주먹을 맞 부딪히고 전방을 응시했다. 루니가 조금 굳어 있는 것은 신경쓰였지만, 지금은 스스로의 집중력을 가다 듬기에도 바빴다. 데이빗은 다시 한번 감독이 자신에게 요구한 역할을 떠 올렸다.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연계에 신경쓰기 보다는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라고 했지.'
자신의 빠른 발을 살려 뒷공간 공략에 힘쓰라고 했다. 하지만.
'저렇게 라인을 아래로 당겨 놓고 있는데 뒷공간 공략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공략할 공간이 있어야 파고들든 말든 할 것인데, 최종 라인을 저렇게 깊숙히 내려 놓은 상대에게 뒷 공간 공략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예 공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으나 정말 어려운 방법이다. 최종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의 불과 몇 미터, 그 공간에서 승부를 보려면 패스도 완벽해야했고 쇄도하는 타이밍 극단적으로 중요해진다. 데이빗은 뒷 공간에 집착하기 보단 골을 만들어 내는 역할 그 자체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쨋든 2선으로 내려가지만 않으면 지시를 어기는 건 아니니까. 투 톱간의 호흡은 중시하셨으니 루니 씨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흔드는 게 낫겠어.'
감독이 정해준 반경안에서 움직이되 그가 정해 준 대전제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후반전 개시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고 데이빗은 루니에게 공을 밀어준 뒤 앞으로 달려 나갔다.
'저녀석은 저런 위치에 박아 놓는 것보다 다른 방법으로 쓰는 게 더 효율적인데...'
오늘 잉글랜드 대표팀의 플레이 메이커는 스티븐 제라드였다. 그는 리버풀에서 함께 뛰고 있는 동료의 위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데이빗은 뒷공간 침투에도 능하지만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맡았을 때 더 위력이 발휘되는 스타일이다. 애초에 연계 능력도 정말 뛰어난 녀석인데 저렇게 최전방에 박아 놓으면 저 녀석의 힘은 반감되는 거나 다름없어.'
빠른 주력, 뛰어난 개인 기술을 주 무기로 삼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몇몇 있었다. 대표적으로 맨체스터 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있었고 바르셀로나의 다비드 비야도 있었다. 하지만 데이빗은 이러한 원톱 스트라이커의 스타일이라기 보다 섀도우 스트라이커, 윙 포워드에 어울리는 자원이었고, 크랙에 걸맞는 플레이 스타일과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자신만 해도 공을 잡고 습관적으로 평소 데이빗이 있던 위치를 살펴보고 있으니 말이다. 왼쪽 사이드와 중앙 지역의 사이 쯤에서 깔작깔작 움직였을 그를 버릇처럼 찾고 있었다. 제라드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공을 옆으로 돌렸다.
'나도 완전히 저녀석의 움직임에 길들여져 버렸군.'
데이빗은 손을 크게 흔들며 공을 요구했다. 상대 수비 라인을 파고 드는 움직임, 데이빗은 자신의 움직임의 의미를 지금 공을 가지고 있는 스튜어트 다우닝이 알아채 주길 바랬다.
내가 수비를 끌고 움직일 테니 다른 쪽을 봐라
몸싸움 능력은 예전보다 일취월장했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명의 수비를 상대한다면 몰라도 이렇게 떡대 두명 사이에서 공을 따낼만큼의 경쟁력은 언감생심이었고 크로스가 올라온다면 십중팔구 따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데이빗은 다우닝이 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 루니 쪽으로 공을 연결시켜줬으면 하고 바랐다.
"아..."
하지만 다우닝은 그런 데이빗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의 정교한 크로스 실력을 뽐내려는 듯 전반전과 마찬가지로 크로스를 시도했다. 데이빗은 온 힘을 다해 자리를 잡으며 점프했으나 머리에 공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
'애초에 손발을 맞춰볼 시간도 부족하긴 했지만, 이건 너무 원 패턴의 반복이잖아.'
방금 루니에게 연결이 되었다면 좀 더 괜찮은 장면을 만들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데이빗은 먼저 루니에게 다가가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로 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루니 씨, 지금 계속 사이드에서 크로스만 올라오는 패턴인데, 이 상태로는 힘들 것 같아요. 루니 씨하고 제가 빠르게 원 투 리턴을 주고 받으면서 돌파를 시도해 보는게 어떨까요?"
데이빗의 제안에 웨인 루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 자신도 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 원 투 패스에 일가견이 있었기에 데이빗의 제안이 쓸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렇지 않아도 나도 답답한 참이었어. 내가 다른 친구들한테 말할게."
그리고 곧장 공격의 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제라드에게 신호를 보낸다. 제라드가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선수들에게 신호를 전파했다.
'큭...!'
데이빗은 자신에게 이어진 공을 휘청이며 지켜냈다. 최전방에 위치하다보니 아무래도 상대 수비를 등지고 공을 받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등 뒤에서 강하게 부딪혀 오는 상대 수비의 압박에 등골이 울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켜야 했다. 여기서 픽 쓰러져 버린다면 아마 동료들은 자신에게 패스를 하고 싶어지지 않으리라.
자세를 가다 듬고 아군의 움직임을 살폈다. 살짝 처진 위치에서 타이밍 좋게 루니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데이빗은 루니와 약속했던 플레이를 떠올리고 이를 실현할 타이밍이 왔음을 알았다. 단단히 지켜낸 공을 달려오는 루니의 발 아래로 보내 준다. 그리고 곧장 반전하여 쇄도를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 했다.
덜컥-
'뭐야 제기랄!'
상대 수비가 자신의 발을 거는 것이 느껴졌다. 반전할 때 이미 루니가 공을 찍어서 넘겨준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균형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실히 발이 걸려 버렸고 데이빗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졌다.
"페널티 킥! 반칙이야!"
웨인 루니가 두 팔을 번쩍 들고 달려오며 어필한다. 바로 코앞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분명 상대가 뒤로 파고드는 데이빗의 발을 거는 모습을 말이다.
"심판! 뭘 보는거야? 반칙이라고!"
하지만 심판은 요지부동, 고개를 가로저으며 경기를 그대로 속행 시켰다. 데이빗은 주저 앉은 상태에서 황당하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심판에게 어필하던 루니가 결국 포기하고 씩씩거리며 데이빗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데이빗은 루니의 손을 잡으며 일어났다.
"이게 페널티 킥이 아니라니, 정말 미친거 같네요."
"진짜 저 심판 미친거야. 아니 홈 어드밴티지도 정도껏 해야지. 이게 뭐하자는 거야. 아 진짜 마음에 안드네 저 빌어먹을 자식 같으니."
성격 화끈하기로 유명한 루니였기에 제대로 열이 받은 모습이다. 데이빗은 본인도 화가나긴 했지만 일단 루니의 흥분을 가라앉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어쩌겠어요. 그래도 이번에 공격 괜찮았네요. 패스 정말 좋았는데 아깝게 됐어요. 걸려 넘어지지만 않았으면 완벽한 찬스였을텐데. 제가 버텼으면 한 골 넣었을 텐데 미안해요."
데이빗의 말에 루니가 표정을 풀며 어깨를 두드려 준다. 자신보다 어린 선수가 툭툭 털고 앞을 보려는데 자신이 계속 지난 일에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야, 대놓고 발을 걸어 버리는데 어떻게 안 넘어지고 배겨. 넌 잘했어. 심판이 장님이었을 뿐이야. 움직이는 타이밍이 괜찮더라. 이렇게 맞춰보면 괜찮은 장면 또 만들 수 있을 것 같네."
"잘 하네."
페널티 킥이 선언되지 않자 잉글랜드의 벤치에서도 난리가 났다. 모든 선수들이 벌떡 일어났다가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움을 표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조금 흥분이 가라 앉자 방금 전의 장면을 복기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게, 내주는 패스도 좋았고 루니도 진짜 멋지게 잘 찍어 넘겼는데. 쇄도 타이밍이랑 딱 맞아서 거의 골이나 다름 없었어. 모든게 완벽했는데 심판이 불완전했네. 망할 놈 같으니라고."
"아무리 어웨이라지만 이건 진짜 너무하네. 더럽다 더러워."
주로 심판의 거지같은 판정에 대한 불만이 대화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프랭크 램파드는 그런 동료들 사이에서 호오 하는 탄성을 흘리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헤이 프랭키."
"...?"
슬쩍 말을 걸어오는 글렌 존슨, 램파드는 왜 부르냐는 듯 고개를 돌려 쳐다 본다.
"탐 내지 말라고."
"내가 무슨 말이라도 했어?"
"그렇게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면 누구나 알 수 있어. 우리 팀의 소중한 에이스야. 처음으로 우리 팀에 프리미어 리그 우승 컵을 가져다 줄 동료라고. 니넨 우승 많이 했잖아."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램파드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며 그런 의도가 아니었음을 항변한다.
"스티븐에게 했던 얘기 때문에 그래? 그건 농담이었다니까? 내가 구단주도 아닌데 선수 영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어?"
"하지만 너 정도 되는 위치라면 말을 꺼내 볼수는 있겠지. 그리고 돈 많은 너희 구단주는 언제나 그랬듯 현실감각 없는 금액을 투자할 거고 말이야. 우리에게서 엘 니뇨를 빼앗아 갔을 때처럼 말이야."
그러면서 '데이빗은 아무리 봐도 니네 구단주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야.'라고 덧붙인다. 램파드는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토레스를 영입할 때에는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를 영입한 건 우리 구단주가 정말로 그의 팬이라서 그랬다고. 심지어 우리 감독도 원하지 않았었어."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거야."
"......"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기에 침묵하는 램파드, 자신이 봐도 그들의 구단주는 자신이 반한 선수는 반드시 영입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예전 AC 밀란에서 셰브첸코를 영입할 때도 그랬고 얼마전 토레스의 영입도 그랬다.
"그럼 엘 니뇨를 돌려 줄테니 저기 저 친구하고 바꾸는 건..."
"절대 안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호히 잘라버리는 글렌 존슨, 램파드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농담이었어."
자신을 두고 벤치에서 만담에 가까운 대화가 오고간 것을 모르는 데이빗은 여전히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페널티 킥이 선언되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길게 끌어서는 안되었다.
'경계가 심해진 것 같네.'
데이빗은 굳은 표정으로 좀 더 타이트하게 붙어 오는 수비를 보며 생각했다. 아마 자신의 이름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금 전의 원 플레이가 페널티 킥으로 선언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장면이라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경기가 시작된 이래 가장 그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 장면이었기에 이름값 이상의 경계가 붙는 것은 당연했다.
'집중하자 집중.'
프리미어 리그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이후, 자신은 언제나 상대 수비의 표적이자 경계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수비들의 견제를 이겨내고 언제나 팀의 승리를 견인해 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평소와 조금은 다른 롤, 완전히 숙련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포지션이 그에게 조금 부담을 주었다.
'그래서 뭐가 어쨌단 거야?'
자신에게 핸디캡이 있다고 인정해도, 그가 상대하는 수비수는 프리미어 리그 레벨이 아니었다. 데이빗은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이제 팀 내에서 훈련할때도 다니엘 씨와의 경합에서는 예전처럼 픽픽 자빠지지 않잖아? 캐라를 상대해서는 아직 무리지만.'
떡대들 사이에서 제공권 싸움은 아직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 밑에 공을 둔 상태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이들이 다니엘 아게르나 제이미 캐러거 수준은 절대 아니라고 느꼈고 데이빗은 좀 더 과감하게 움직이기로 마음 먹었다.
"패스!"
한발 짝 내려오며 상대 수비를 등진다. 그리고 공을 소유하고 있던 제라드를 향해 크게 외치며 손을 번쩍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이 요구하면 완벽히 부응해주는 캡틴의 패스, 한치의 오차 없이 자신의 발 아래에 안착한다.
그리고 등 뒤에서 강하게 부딪혀 오는 상대의 몸.
휘청이려는 몸을 억제한다. 강하게 버티며 공을 킵했다. 팔과 가슴으로 자신의 등을 밀며 발을 뻗어 공을 건드리려는 척 하며 은근 슬쩍 자신의 발과 다리를 걷어 차고 지나간다. 평소였다면 굳이 버티지 않고 파울을 유도했겠으나 지금 심판은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버텨야 했다. 루니가 패스를 받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좀 전에 만들었던 찬스와 거의 동일한 상황, 데이빗은 불가리아의 수비수들도 완전 바보가 아닐 거라 생각했다. 몇 분전에 겪었던 상황과 동일하게 가져간 다면 분명 대응할 거라 생각했고 그들이 예상하지 못할 만한 플레이를 찾았다. 그리고 루니가 달려오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루니 씨라면, 분명 대응해 줄거야.'
사전에 나눈 교감이라고는 원 투 패스의 활용을 좀 더 늘리자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웨인 루니 정도의 클래스라면, 자신이 일방적으로 시도하는 플레이에 분명 대응해 줄거라 믿었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두 선수, 루니는 데이빗을 보지도 않고 그를 스쳐 지나갔고 데이빗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오는 수비수의 보폭이 느껴졌을 때 오른발 뒤꿈치로 공을 가볍게 흘렸다.
'이게 무슨...!'
데이빗을 집중 마크하던 상대 수비는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보지도 않고 자신의 보폭에 맞춰 패스를 보냈다는 사실이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후의 상황은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나이스 패스!'
달리는 속도 그대로 패스를 받은 루니는 전율이 끓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패스를 받아냈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패스가 자신에게 찾아 왔다는 말이 어울렸다. 자신은 그저 달렸을 뿐이다. 데이빗이 자신을 향해 움직였을 때는 원 투 리턴 대신 크로스 플레이로 혼선을 주고 본인이 돌아서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패스의 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고 상상하기 힘든 플레이였다.
'반드시 넣는다.'
옆에서 달라 붙는 수비의 존재가 느껴졌지만 슈팅을 때리는 데 문제는 없었다. 이로써 그동안 대표팀에서 이어진 지긋지긋한 골 가뭄도 끝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마지막 슈팅을 때리는 루니의 동작에 불필요한 힘이 실렸고 그만큼 강하게 쏘아진 공은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튕겨져 나왔다.
"제기랄!"
루니는 자신의 실수를 자책했다. 예술적인 패스를, 완벽한 찬스를 스스로 날려 버렸다. 세컨드 볼을 잡으러 가기에는 늦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또 한번의 찬스가 무위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데이빗이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목격했다.
언젠가 글렌 존슨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데이빗은 신기할 정도로 세컨드 볼을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는 설명되지 않는 그 어떤 것, 육감 등으로 표현되는 능력이 뛰어 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1차적으로는 데이빗은 골이 들어가기 전까지 절대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이번에도 루니에게 힐 패스를 찔러 준 데이빗은 자신을 마크하던 수비의 몸이 굳어버린 사이 재빠르게 마크에서 벗어나 박스 안으로 쇄도했다. 그리고 루니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튕겨져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공이 너무 빠르고 높아...!'
직선적인 슈팅이 정면으로 강타한 만큼 튕겨져 나오는 기세도 강렬했다. 헤딩이나 트래핑으로 처리할 만한 공이 아니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0.1초라도 망설인다면 찬스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데이빗은 앞을 향했던 몸을 살짝 틀고 뛰어 오르며 머리를 거꾸로 떨어 뜨리기 시작했다. 그럼으로써 하늘로 솟구치는 오른발, 우아하게 휘둘러진 오른발에 강렬한 기세로 날아오던 공이 제대로 걸렸다. 데이빗은 공의 향방을 확인하지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곧 커다란 함성과 함께 자신의 위를 덮치는 동료들을 느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흔한 빅리거의 양민 학살
-코리안 버전으로는 박지성 기성용 손흥민
-제라드: 카펠로 감독, 데이빗 사용 설명서 몰라
-제라드가 부릅니다. 네가 있던 자리
-이 와중에 반품 요청하는 램파드
-글렌 존슨이 '뻐큐'를 시전하였습니다.
-오늘도 역시 두 편입니다.
-자 어서 칭찬해 주시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