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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잘하고 있어! 더 밀어 붙여!"
만 60세임에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벤치에서 일어나 선수들을 독려하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전반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원하는 장면이 연출되자 기쁨에 겨워 벌떡 일어났다. 마르코 로이스라는 선수를 영입하며 가장 기대했던 장면을 첫 경기부터 보게 되었으니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으랴. 자신이 의도한 장면이 경기 중에 그대로 구현되는 것, 그 이상의 기쁨은 감독에게 없었다.
"완벽했네요 정말!"
스티브 수석 코치도 크게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움직임, 뛰어난 능력을 지닌 3인의 공격수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조화 앞에 감탄하지 않을 사람은 없으리라.
"감독님의 지시대로 완벽히 움직여줬네요. 정말 멋졌습니다!"
건네지는 공치사, 하지만 달글리시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겸양한다.
"아마 비디오 게임으로 축구를 즐기는 친구들도 저 세 선수가 있다면 똑같은 것을 요구했겠지. 누구나 알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했다고 내가 칭찬 받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지."
자신은 한게 없노라며 겸양을 보이는 모습, 달글리시 감독은 그리고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경기는 감독이 하는게 아니야. 저들의 능력이 아름다울 만큼 뛰어난 것 뿐이지. 그리고 지금 그런 말을 듣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 많군."
결코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미, 달글리시 감독은 자신이 공언한 대로 오늘 가능한 많은 골을 넣겠다는 각오로 선수를 지휘하고 있었고, 그것은 이렇게 일어서서 큰 소리로 선수를 독려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코치는 씩 웃으며 수긍했다.
"물론입니다. 경기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저들에겐 그것이 더 불운한 일이 되겠지만 말이죠."
앞으로의 80여분, 남은 시간은 선덜랜드에게 있어 잊고 싶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 되리라. 스티브 수석 코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감독님이 더 밀어 붙이라고 소리를 지르시는데?"
골 세레모니를 마치고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오는 선수들, 데이빗은 어느새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나와 크게 소리치고 있는 감독을 가리켰다.
"와우, 정정하기도 하시지. 이 시끄러운 경기장에서도 들릴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크게 소리 지르고 있는거야?"
수아레즈가 휘파람을 불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고해서 감독의 지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환영할 만한 지시였다.
"경기 시작 전에 말했잖아요. 오늘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이기자고 말이에요."
"내가 가장 잘하는 거지. 또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야."
부르르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도 같은 눈빛으로 수아레즈가 씨익하고 고른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고 데이빗은 오랜만에 다시 묘한 오싹함을 느껴야 했다. 이상하게 수아레즈가 저렇게 이를 드러내고 웃을 때면 묘하게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기분 탓이겠지.'
실제로 수아레즈의 치아는 상당히 고르고 관리가 잘 되어 있어 누렇게 변색되었다거나 그런 것도 없었다.
"나도 오늘 이번 시즌 개시 골을 넣었으면 하는 데 말이야."
드러내지 않고 골 욕심을 나타내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그런 모습이 싫지 않았다. 승부욕이 누구보다도 강한 공격수, 하지만 무리하게 자신의 골만 노리지 않고 동료와의 공생을 아는 친구였다.
"나도 프리미어 리그 입성 기념 골을 빨리 넣었으면 좋겠는데...그게 오늘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네."
방금 멋진 킬 패스를 선보였던 금발의 미남자까지 은근히 동참했다. 마수걸이 어시스트는 기록했으니 이제 골 욕심을 낼 차례인가보다. 스티븐 제라드는 골에 의욕을 보이는 공격수들을 보며 기쁘게 웃을 수 있었다.
'혈기왕성한 망아지들을 보는 것 같군.'
공격수에게 있어 골 욕심은 당연한 것. 이기심이 되어서는 곤란했지만 이들은 그런 이기적인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리버풀의 캡틴은 이들이 더욱 많은 골을 바라고 있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 마음껏 넣어. 뒤에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도록 해줄테니 지칠때까지 골을 넣어 보라고."
자신의 역할은 이 재기발랄한 젊은 공격수들이 마음껏 자신들의 공격본능을 뽐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아마 꾸준히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이번 시즌 그토록 원하는 우승컵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데이빗은 기분이 좋았다. 개막전에서 골을, 그것도 이번 시즌 그 누구보다도 먼저 골을 기록했으니 특별히 더 기쁠 법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마르코하고도 정말 잘 맞을 것 같아.'
오랜만에 패스를 받으며 짜릿한 감각을 느꼈다. 루이스 수아레즈는 꽤 괜찮은 연계 플레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정도의 패싱력을 가지진 못했다. 캡틴 제라드로부터나 가끔 이런 완벽하고 아름다운 패스를 받을 수 있었는데 종종 제라드가 미드필드에서의 주도권 싸움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 조금은 고립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그랬기에 새로운 동료가 자신과 잘 맞을 것 같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기브 앤 테이크. 받는 게 있으면 당연히 주는 것도 있어야지. 이런 패스를 받고도 모른 척한다면 스크루지 같은 녀석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거야.'
억지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라면 자연스럽게 그의 완벽한 프리미어 데뷔를 도울 수 있으리라. 오늘은 자신만의 날이 아닌, 모두의 날이 되길 원했다. 그렇게 생각한 데이빗은 서서히 신호를 보내며 움직였다. 방금 전, 미드필드 지역에서 루카스 레이바가 상대의 패스 경로를 읽고 완벽하게 차단에 성공했다. 루카스가 제라드에게 패스했고 데이빗은 슬슬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데이빗!"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이미 그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있던 스티븐 제라드로부터 낮은 탄도의 패스가 뿜어졌다. 빠른 발과 정교한 드리블이 주무기인 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그에게 향하는 패스는 낮으면서도 그가 움직이며 받을 수 있도록 조금 앞을 향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의 패스처럼 말이다.
"굿!"
기분이 좋은 만큼 절로 목소리가 나온다. 앞을 막는 수비수가 보였다. 하지만 별다른 부담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다른 곳도 아닌 이곳 안필드에서 전반 시작하자마자 골을 허용했기에 평정을 잃었으리라. 애초에 그보다 더 뛰어난, 리그에서 날고 긴다는 수비수들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게 바로 자신임에야.
"패스!"
등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왔고 데이빗은 내심 고마웠다. 일을 더 쉽게 해치울 수 있음을 알았고 원래의 계획을 수정했다.
'땡큐 엔리케!'
특유의 폭발적인 주력을 살려 오버래핑에 나선 게임을 좋아하는 친한 동료에게 마음속으로 감사를 전한 데이빗은 오른발을 들어 패스를 내어줄 것 같은 모션을 취했다. 아니 실제로 오른발이 휘둘러졌고 데이빗의 앞을 막은 수비수의 시선이 순간 분산되었다. 도저히 킥 페인트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션이었기에 당연한 일, 그리고 데이빗의 오른발이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
오른발 인사이드로 공을 밀다가 아웃사이드로 공의 진행을 캔슬한다. 그리고 그대로 아웃사이드로 공을 밀어 방향 전환, 소위 말하는 일반적인 플리플랩이 역방향으로 펼쳐졌다. 이미 완전히 몸이 쏠린 수비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이 그대로 대각선으로 중앙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헤이!"
중앙으로 쇄도하는 데이빗의 움직임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수아레즈가 공간을 만들어 내며 움직인다. 크게 손을 들며 패스를 요구하는 움직임, 첫 번째 골처럼 미끼일까? 하지만 대놓고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공격수를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 선덜랜드의 수비진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고 데이빗은 자신의 오른쪽에서 달려드는 상대 미드필더를 속도 경쟁에서 떨쳐버리며 페널티 박스로 진입했다.
'제기랄!'
톱 스피드 상태에서도 완벽한 볼 컨트롤을 해낸다는 평을 받는 데이빗이지만, 그도 사람인 만큼 실수를 하곤 한다. 지금도 마지막 볼터치가 조금 길었고 공이 수비수의 발에 걸릴 것이라 직감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수비수의 발에 공이 맞는 것을 본 데이빗은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수비의 발에 맞고 튕긴 공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고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음을 깨달았고 온 힘을 다해 박차 올랐다. 그리고 상대 수비수 보다 먼저 공에 머리를 갖다 대는 데 성공했을 때, 성공을 예감했다.
[데이빗의 돌파! 빠릅니다. 선덜랜드 선수들이 전혀 따라 붙지 못하고 있습니다!]
데이빗의 번개같은 질주에 해설자들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졌다. 숱한 중계 경험이 이번 장면은 골 냄새가 난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빨라요! 너무 빠릅니다! 아무도 따라 붙지 못합니다. 어느새 골문 앞까지 접근한 데이빗! 아...! 수비수의 발에 공이 걸립니다.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공...와우! 데이빗이 포기하지 않고 뛰어 오릅니다. 그리고 헤더! 반대쪽 공간을 봤습니다! 쇄도하는 마르코 로이스!]
[골! 원더풀 골입니다! 선취골을 넣은 지 2분만에 추가골을 만들어 냅니다! 다이렉트로 가볍게 파 포스트에 적중 시킵니다! 마르코 로이스! 프리미어 리그 데뷔전에서 어시스트에 이어 데뷔골을 기록합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인 데뷔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엄청난 공격력입니다! 전반 10분만에 두 골을 넣으며 앞서가는 리버풀! 환상적인 개막전을 팬들에게 선사하고 있습니다.]
[첫 골과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득점합니다! 윙포워드의 중앙 쇄도와 수비를 이끌어 내는 센터 포워드의 움직임! 그리고 반대편 윙에게 연결하는 패턴! 이번 시즌 리버풀의 최고의 공격 패턴이 될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온 슈퍼카 롤스 로이스(마르코 로이스의 별명)의 아름다운 데뷔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채널을 고정하세요!]
"끝났군요."
결국 마이크 펠란 수석 코치는 퍼거슨과 함께 리버풀과 선덜랜드의 경기를 전부 다 보았다. 라이벌 팀의 경기만 아니었다면 정말 대단한 경기력이라고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오늘 리버풀의 경기력은 놀라웠다.
"그래."
무뚝뚝하게 짧은 대답을 남기는 퍼거슨 경, TV에서는 해설자들의 요란한 멘트와 함께 리버풀 5 : 선덜랜드 0 이라는 스코어가 표시되고 있었다.
"전반 20분만에 3골을 넣는 거 보고 역사에 남을만한 골 잔치가 펼쳐질 것 같았는데 그 정도는 안나와서 다행이라 해야 하나."
말 그대로 오늘 리버풀은 무자비하고 난폭한 폭군 같았다. 아마 골대의 가호와 미뇰렛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이 없었다면 도대체 몇골이 들어갔을 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슈팅들이 쏟아졌다. 즉, 퍼거슨이 보기에 5:0이라는 처참한 스코어도 운이 따라 주었다는 이야기였다. 아마 조금만 더 재수가 없었다면 선덜랜드는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남겼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최악의 형태로.
"윙어의 중앙 돌파에 이은 반대 사이드 활용, 잦은 스위칭, 미드필더의 중거리 슛 지원, 사이드 돌파...확실히 패턴이 다양해졌습니다. 오른쪽 사이드에 마르코 로이스가 합류한 것이 정말 크게 작용하는 군요."
마이크 펠란 코치가 혀를 내두를 만큼, 이번 선덜랜드 전에서 다양한 공격 패턴을 선보인 리버풀이다. 좌, 우, 중앙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서 다양한 공격 방법으로 상대를 유린하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인 것이었다.
"그래, 꽤나 괜찮은 무력시위였어."
살짝 상기된 얼굴로 툭 내뱉는 한 마디, 그 모습에서 마이크 펠란 수석 코치는 이 노회한 명장이 자극을 받았음을 알아챘다.
'하긴, 저런 경기를 보고도 자극 받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
본인 또한 리버풀의 경기력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강한 호승심을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상대가 누구라도 피해서는 안된다. 상대를 가리는 챔피언이라면 비웃음을 살 뿐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프리미어 리그의 패자(覇者)였고 그간 숱한 도전을 이겨 냈기에 챔피언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여느 때 처럼 강한 도전자가 나타났을 뿐이다.
"내일 상대가 어디였지?"
알고도 묻는 질문, 저 늙은 여우라 불리는 퍼거슨 경의 버릇과도 같았다. 알고도 모르는 척, 뻔한 질문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의도를 전하는 것은 선수들을 상대로도 종종 써먹는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다.
"아스날입니다."
마이크 펠란의 대답에 퍼거슨 감독의 얼굴에 그제서야 미소가 지어진다. 그 모습은 마치 개구진 어린아이가 즐거운 장난을 저지르기 전의 표정과 흡사한 면이 있었다.
"재미있겠군."
간단한 한 마디, 그 속에 들어 있는 많은 뜻을 알아 챈 마이크 펠란은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그렇게 될 겁니다."
[이번 경기에서 리버풀은 총 4명의 득점자가 나왔습니다. 데이빗 장이 두 골을 몰아쳤고 마르코 로이스, 루이스 수아레즈, 그리고 수비수 마틴 스크르텔이 한 골을 기록하였습니다. 골을 기록하는 루트도 다양했...]
삑-
더 이상 볼 것이 없었는 지 TV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퍼거슨 경과 마이크 펠란이다. 이제 잠정적인 라이벌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 둘 때였다. 오늘 최고의 하루를 보냈던 리버풀에게 내일,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힘을 보여줘야 했다.
-경기 요약
리버풀 : 선덜랜드
스코어 5 : 0
점유율 60.2 : 39.8
슈팅 24 : 4
유효슈팅 14 : 0
패스성공률 83.7 : 72.5
태클성공 16 : 11
경고 1 : 2
퇴장 0 : 0
득점: 데이빗 장('8, '56), 마르코 로이스('10), 마틴 스크르텔('19), 루이스 수아레즈('71)
도움: 마르코 로이스('8), 데이빗 장('10), 스티븐 제라드('19)
경고: 조단 핸더슨('42), 키어런 리차드슨('18)
MOM: 마르코 로이스
============================ 작품 후기 ============================
-아스날 최악의 그날...
-달글리시 감독의 말은 하루만에 깨지게 생겼...
-여러분들은 지금 음란 마귀가 씌었어요
-하지만 추천 감사합니다
-전 아직 배가 고파요
-추천은 좋은 단백질, 아니 연재 공급원이죠.
-그럼 즐감해주세요. 추천 선작 코멘 쿠폰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