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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불문하고 빠른 속공, 역습은 상당히 좋은 득점 찬스를 만들기 마련이다. 상대의 수비가 정돈되지 않은 틈을 찌른 다는 점이 첫번째 이유였고 두번째는 빠른 역습의 경우 수비의 숫자보다 공격하는 숫자가 많은, 즉 아웃 넘버가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공이라고 할 지라도 부분적인 아웃넘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효과적인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한 템포 빠른 패스, 예기치 못한(위기를 감수하는) 후방에서의 오버랩, 그리고 개인 능력으로 1:1 상황을 제압하는 것 등이 그런 전술에 속했다. 특히 공격 전문 자원이라면 어떤 방법이 되었든 간에-스피드, 기술, 혹은 파워- 수비수 한명의 압박 정도는 이겨낼 수 있어야 했다. 패스를 하는 입장에서도 그런 믿음이 있어야 안심하고 공을 넘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후반 리버풀의 공격이 왼쪽 사이드로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현재 리버풀에서 1:1 상황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보여주는 선수가 데이빗이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에게 공이 가면 어처구니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높은 확률로 상대를 압도하거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공을 안전하게 지키고 뒤로 돌려주었기에 믿을 수 있었다.
우와아아아-
데이빗에게 공이 투입되자 안필드가 기대감으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전반, 답답한 경기 속에서도 한줄기 빛이 있었다면 그건 분명 데이빗의 번뜩이는 플레이였다. 그랬기에 전반과 달리, 자신의 본연의 위치에서 공을 잡은 그의 플레이가 더욱 기대되었다.
[......]
웨인 브릿지는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상대는 이미 일반적인 루키의 수준이 아니었다. 초심자의 운(Beginner's Luck) 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친 수준이었다. 리그 13경기 출장에 14골 5어시스트, 이정도의 기록을 풀타임 출전을 하고 기록했다고 해도 충분히 좋은 기록이었다. 그러기는 힘들겠지만 만약 풀타임을 뛰었다면 산술적으로는 30골은 우습게 넘길만한 페이스였다. 그것도 약팀들을 상대로 몰아친 것도 아니었다.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 저녀석을 메시나 호날두라고 생각하고 막겠어!'
지난 맨유전의 영상을 모니터가 뚫어지도록 돌려 봤다. 하파엘이 비록 공격에 강점을 가진 풀백이라고 하지만 수비가 아예 엉터리는 아닌 선수였다. 그랬다면 프리미어 리그, 그것도 그중 최고의 팀으로 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풀백으로 뛸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하파엘을, 눈앞의 검은 머리를 가진 친구는 너무도 쉽게, 마치 어린애를 데리고 놀듯 조롱했다.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웨인 브릿지는 그 시초를 첫 골을 기록한 장면에서 찾았다. 하파엘이 보인 잠깐의 방심, 마치 수비의 심리라도 읽는 것 처럼 데이빗은 놓치지 않고 그 부분을 찔러왔다.
0.1초의 방심은 치명적인 세계에서 뛰고 있는 것이다. 눈 한번 깜빡이는 순간 상대를 놓칠 수도 있다. 웨인 브릿지는 영상을 보며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런 마인드로 지금 데이빗을 상대하고 있었다.
데이빗은 웨인 브릿지의 집중력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심리에 대해 민감한 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따돌림,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일까, 데이빗은 눈치가 빨랐꼬 다른 이의 심리를 민감하게 느끼는 편이었다.
'그러니까...나를 처음 본 수비수들은 보통은 그러니까....그래, 존나 재수 없는 눈빛이었지.'
깔보고 무시하는 눈빛, 그런 시선을 지겹도록 받아 보았기에 척하면 착하고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 녀석들은 아주 요리하기 쉬웠다. 데이빗은 그런 멍청이들을 제치고 골을 넣은 뒤 일그러지는 그들의 표정을 보며 상당히 상쾌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이 사람은 집중하고 있어.'
절대 자신을 경시하지 않았다. 옆에서 데 용이 협력 수비를 들어오고 있음에도 일말의 미동도 없다. 그 사실에서 데이빗은 오히려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이런 상대를 이기면 정말 기분이 좋잖아, 안그래?'
자기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 말한다. 그가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기뻤다. 잉글랜드 국가대표까지 지낸 수비수가 자신을 인정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데이빗은 그런 웨인 브릿지에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드리블을 시작했다.
'큭...이자식! 정말 빠르네.'
웨인 브릿지는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방심하고 있지 않았음에도 순간 움직임을 놓칠뻔 했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반응이 느린 사람은 눈 앞에서 그가 사라진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놓치지 않았고 사이드 라인을 타고 움직이는 그를 쫓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데이빗 장, 돌파시도합니다! 하지만 웨인 브릿지가 잘 따라 붙고 있어요.
-웨인 브릿지, 오늘 좋은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데이빗, 골라인에서 발이 묶였어요. 아! 데 용까지 데이빗의 마크에 가담합니다. 구석에 몰린 데이빗 장!
-에워 쌓였군요. 여기서는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해서는 안되겠죠.
-그렇습니다. 아마 수비의 발에 공을 맞춰 내보내는 것이 가장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계진의 말대로 골라인 근처까지 오면서 웨인 브릿지를 떼어 내는데 실패한 데이빗이었다. 거기에 데 용이 합류하여 그를 완벽히 코너로 몰아 넣었다. 빼앗기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뒤로 공을 돌리기도 힘든 상황, 관중들은 데이빗이 코너킥이라도 만들어 주길 희망했다.
[무리하지 마 데이빗!]
끈질기게 공을 킵하면서 밖으로 내보낼 생각을 않는 데이빗의 모습에 제라드가 크게 소리쳤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도 좋지만 그게 지나쳐 무리가 되는 순간 팀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 말이 들리는 것인지 들리지 않는 것인지 데이빗은 계속 공을 지켜내고 있었다. 경기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무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날 수록 감탄으로 바뀌고 있을 정도였다.
-아 정말 엄청난 키핑 능력이군요. 라인쪽에서 절묘하게 컨트롤하며 공을 지켜 냅니다.
-둘러 싸인 상황이지만 전혀 위기라고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정도의 테크닉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었던 가요?
빈말로라도 공격자에게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 사이드 라인으로 몰리고 두 명의 수비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계진들의 말대로 데이빗의 움직임은 전혀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절묘하게 볼을 컨트롤하며 키핑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웨인 브릿지와 데 용이 점점 조급해지는 상황이라고 할 수있었다. 그리고 짜증이 치밀어 오른듯 데 용이 거칠게 발을 뻗었고 데이빗은 순간 오른발이 걸려 넘어지는 듯했다.
'아직이야...!'
휘청거리는 몸을 억지로 잡아 세운다. 무리하게 발을 뻗은 데 용의 움직임, 그리고 휘청거리는 자신으로 인해 포위망에 틈이 생겼고 데이빗은 걸리지 않은 왼발로 공을 끌어 왔고 발을 뻗느라 벌어진 데 용의 다리 사이로 공을 빼냈다. 그리고 거의 넘어진 상태의 몸을 손으로 땅을 짚으며 박차고 일어나 앞으로 튀어나갔다. 순식간에 두명의 포위망을 뚫어 내는데 성공한 데이빗, 안필드가 열광하기 시작했다.
[제기랄! 막아! 어디까지 오게 할 셈이야?]
셰이 기븐 골키퍼가 크게 소리 질렀다. 완벽히 사이드로 몰아 놨다고 생각했기에 안심하고 있던 수비진들이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한다. 설마 저 상황에서 공을 빼내는 데 성공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비의 움직임은 한 템포 늦었고 데이빗의 킥 모션을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
콰앙-
완벽한 노마크, 데이빗은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슈팅을 날릴 수 있었다. 목표는 파 포스트 상단, 데이빗의 슈팅은 맹렬한 기세로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갔고 곧 셰이 기븐 골키퍼가 이를 악물고 몸을 날렸다.
퍼엉-
타이밍도, 파워도 완벽했다. 하지만 슈팅 각도가 부족했고 그로 인해 셰이 기븐 골키퍼의 수비 범위가 좁혀질 수 밖에 없었다. 온몸을 날리며 뛰어오른 기븐 골키퍼는 가까스로 데이빗의 슈팅을 쳐내는데 성공했고 골을 예감한 안필드의 관중들이 탄식을 흘렸다. 하지만 아직 공은 살아 있었고 플레이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이 볼!]
수아레즈는 전반, 찬스를 놓친 이후 자책했다. 만약 자신이 데이빗이 만들어 준 찬스를 성공시켰다면, 그래서 1:1 동점 상황으로 이끌고 갔다면 흐름은 분명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넣어야 하는 찬스에서 득점하지 못했고 경기 흐름은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그리고 전반 막바지에 오히려 상대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죽어도 넣는다.'
운 좋게도 기븐 골키퍼가 쳐낸 공은 자신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대로 공에 발을 맞추면 된다. 하지만 공이 약간 자신의 뒤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수아레즈는 왼발을 단단히 고정하고 몸을 살짝 뒤틀었다. 그리고 오른발에 공을 맞춤과 동시에 몸을 회전시켰다. 골을 향한 수아레즈의 집념이 엿보이는 완벽한 터닝 슛, 데이빗의 슈팅을 막기 위해 몸을 날렸던 셰이 기븐 골키퍼로서는 전혀 손을 쓸 수가 없었고 뒤늦게 골문을 향해 콤파니가 몸을 날려보지만 역부족이었다. 1:2, 리버풀의 추격하는 점수가 터져나왔다.
수아레즈는 쌓였던 응어리를 떨쳐내는 듯 포효하며 골 세레모니를 시작했다. 안필드를 가득 메운 팬들은 그런 수아레즈를 향해 아낌없는 환호와 갈채를 보내주었고 다른 선수들도 그런 수아레즈에게 달려가 그의 골을 축하해 주었다.
-수아레즈의 추격골이 터져나오면서 경기는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후반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입니다. 리버풀은 기세를 타면 막을 수 없는 팀이에요. 수아레즈의 골이 아주 중요한 타이밍에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수아레즈 선수가 골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 이전의 과정에서 데이빗 선수의 움직임이 돋보이지 않았습니까?
-물론입니다. 사실 사이드 라인으로 완전히 몰린 상태였기에 모두가 코너킥 내지는 쓰로인을 예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놀라운 선수는 전혀 포기하지 않았고 상대 수비의 거친 플레이를 이겨내며 찬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기븐 골키퍼도 정말 멋진 선방을 보여주었습니다만 세컨 볼이 하필이면 수아레즈 선수에게 떨어지는 바람에 어쩔수 없었습니다.
[고마워 데이빗! 네 덕분이야!]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수아레즈의 모습에 데이빗은 환하게 웃으며 그와 어깨 동무를 하고 말했다.
[루이스가 잘 때린것 뿐이에요. 어려운 슈팅이었는데 정말 멋지게 넣었어요.]
데이빗의 진심이었다. 사실 각도가 부족했기에 크로스를 올릴까 고민도 했었지만 너무나도 프리한 찬스라 슈팅 욕심을 냈다. 제대로 때린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자신의 슈팅은 그에 근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 골키퍼가 놀라운 움직임으로 막아 냈고 안타까운 마음에 탄성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튕겨 나온 공을 수아레즈가 놀라운 집중력으로 재차 슈팅으로 연결할 때는 자신이 골을 넣을때와는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내가 어시스트 패스를 연결하지 않아도, 골을 넣지 않아도 팀이 골을 넣는다면 충분한 것을...'
인터뷰때는 자신의 골보다 팀의 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예 립 서비스, 혹은 겸손을 떠는 발언은 아니었으나 그것은 데이빗이 그동안 계속 골을 넣어 왔고 팀이 잘 나가고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팀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동료가 찬스를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고나니 그 사실이 정말 마음에 와닿고 있었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
공격수로서 골 욕심, 자신감은 필수 덕목이지만 그것이 지나쳐 독선과 고집으로 흘러서는 곤란했다. 결국 공격수의 골 결정력, 돌파 능력, 혹은 패싱력 등은 팀의 골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데이빗은 이제 진정으로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좋아. 이대로 동점골, 역전골까지 가자고. 시간은 충분해. 가자.]
[오우! 좋아. 이제 우리 시간이라고!]
제라드의 말에 기세를 올리며 대답하는 선수들, 경기의 흐름은 이제 리버풀쪽으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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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이상하게 계속 노곤하다고 해야할까요...하루 종일 졸리고 피곤하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