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72화 (7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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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어떻게 보면 참 희한한 팀이었다. 타국 리그를 주름 잡는 강 팀들에 비해, 아니 자국 내에서도 다른 경쟁팀들보다 스쿼드 면에서 질적, 양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팀이냐고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할 지도 몰랐다. 수비진이야 튼튼했지만 미드필드의 핵심 긱스와 스콜스는 이미 노쇠했고(그럭저럭 준수한 경기력은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루니를 제외하면 월드 클래스 급의 공격자원이 사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야 했다. 다른 선수들도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몫은 하는 선수라고 볼 수 있었지만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이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느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하는 것이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성공을 거두어 왔고 이번 시즌도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무너질듯 하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깔끔한 대승보다는 꾸역 꾸역 어떻게든 승점을 챙길 줄 아는, 어떤 면에서는 진정한 강팀이라고 할 만한 팀이 맨유였다.

-이기고 있어도 언제 뒤집힐 지 모른다

이런 압박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하는 모든 팀들이 갖는 불안감이었다.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후반 40분까지 이기고 있어도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는 팀이 맨유였기 때문이다. 지지않는 팀, 어떻게 해서든 승점을 따내는 팀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누가 뭐라해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었다.

하파엘은 자신에게 주어지 임무를 다시 한번 상기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자신의 보스 퍼거슨 경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의 32번(데이빗)을 틀어 막을 것을 지시했다.

'사이드 라인 쪽에서 1:1 상황을 두려워하지 마라. 굳이 빼앗으려 들 것 없다. 시간을 끌어. 요즘 리버풀이 제법 잘나간다고 하지만 팀 파워는 우리가 우위다. 아군이 지원올때까지 시간을 끌도록. 절대 중앙쪽으로 공간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상념을 끊어 내듯 중앙 지역에서 자신이 있는 오른쪽 사이드(리버풀의 왼쪽)로 사이드 체인지가 이루어 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막아야 할 리버풀의 32번, 데이빗 장이 공을 안정적으로 받아내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알겠나? 절대로 먼저 달려들지 마라. 네 임무는 공을 빼앗는 것이 아냐.'

수비수의 역할은 공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공격을 방해하는 데 있다-고도 덧붙였다. 예전부터 들어온 말이었기에 당연히 수긍했고 하파엘은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공을 툭툭 치고 들어오는 데이빗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퍼거슨의 의도는 애초부터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 첫째로, 데이빗을 마크해야 하는 풀백 하파엘이 수비적인 역량보다는 공격적인 능력이 더 부각되는 풀백이라는 점, 두번째는 같이 협력수비를 펼쳐야 할 나니가 수비가담에 있어 크게 효율적인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미 애슐리 콜, 베인스, 웨인 브릿지 등 일류급 수비수들과 경쟁하며 이겨왔던 데이빗에게 하파엘이라는 상대는 쉽지만은 않지만 어려울 것도 없는 상대였던 것이다. 그리고 하파엘이 뚫릴 경우 커버를 해줘야 하는 중앙 수비 자원도 튼튼하지 못했다.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퍼디난드와 부상으로 결장한 비디치를 대신해 스몰링과 브라운이 나섰는데 안정감이 확실히 떨어졌다. 퍼거슨은 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데이빗에게 날린 도발의 빚과 함께.

'별로 압박이 없는데.'

공을 받은 데이빗은 자신을 마크하는 하파엘을 보며 움직이기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리그에서 경험을 쌓으며 여러 수비수들과 상대해 본 결과 가장 불편한 수비수는 거친 플레이를 하거나 몸싸움이 뛰어난, 혹은 발빠른 수비수가 아니었다.

'간격 유지가 별로 안좋은 것 같네.'

공격수와의 간격을 절묘하게 조절할 줄 아는 수비수가 가장 까다로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파엘에게서는 그런 껄끄러움을 전혀 느낄 수 가 없었다. 상대의 의도는 대충 짐작이 갔다. 대놓고 사이드로 몰아 넣으려는 의도, 데이빗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커버를 들어 오는 것 같네.'

옆에서 루이스 나니가 협력 수비를 위해 뛰어 들어오는 것을 느낀 데이빗, 순간 하파엘의 표정에서 만족감을 놓치지 않았다.

[...!!]

별다른 페인트를 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정면과 우측이 봉쇄되었기에 데이빗에게 남은 선택지는 왼쪽, 즉 사이드를 뚫는 것 밖에 없다고 하파엘은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과 나니가 힘을 합쳐 그를 고립시키고 공을 탈취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는 데이빗을 너무 쉽게 보았고 일찍 긴장을 풀어버렸다.

데이빗은 나니가 자신에게 완전히 붙어오기 전, 마치 나니와 크로스되듯 움직였다. 나니와 하파엘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 그것이 데이빗의 목표였고 하파엘이 순간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는 순발력이 빛났다. 허를 찔린 하파엘은 그가 그물망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전혀 견제하지 못했고 데이빗의 눈 앞에 중앙쪽으로의 공간이 열렸다.

[제기랄...!]

비디오 분석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빨라도 너무 빠르다고 느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간 데이빗을 보며 이를 으득 깨문 하파엘, 하지만 그를 잡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다. 중앙 수비수 웨스 브라운이 허겁지겁 커버를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보다 한발 먼저, 데이빗이 슈팅을 날리는 것이 먼저였다.

콰앙-

데이빗은 스티븐 제라드와 같은 파워풀한 슈팅을 날리는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파워가 수준 이하인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가 이전에 그가 슈팅을 때리는 상황에서는 직선적인 파워 슈팅 보다는 곡선을 그리는 슈팅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그의 슈팅 파워는 생각보다 나쁜 편은 아니었고 지금 그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베테랑 골키퍼 반 데 사르가 몸을 날려 보았지만 미치지 못했고 데이빗의 슈팅은 맨유의 골문을 꿰뚫는 데 성공했다.

이예에에에에!!!!!!!!!!!!!!!!!!!!!!!!!!!!!!!!

안필드는 그야말로 광기에 가까운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전반 5분만에, 얄미운 맨유를 상대로 선취골을 기록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더구나 상대 감독 퍼거슨이 콕 찝어 도발했던 어린 루키가 마치 시위라도 하듯 골을 넣었으니 기쁨은 배가 되었다.

보았느냐! 이것이 우리 리버풀이 자랑하는 선수다!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리버풀 팬들은 소리 높여 데이빗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동료들과 얼싸 안거나 크게 주먹을 들어올리며 팬들에게 골 세레모니를 했을 데이빗이 골을 넣은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데이빗의 오른손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하자 경기장은 더욱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찼다. 오른손 검지만을 편 채 오른손을 들어올린 데이빗, 그 세레모니가 의미하는 것을 모를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한골이라는 이야기

자신을 도발한 댓가를 치르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온 몸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어린 선수의 모습에 팬들은 전율마저 느낄 수 있었고 뱃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호기와 감동을 더욱 더 큰 환호로 승화시켜 패기 넘치는 어린 선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사족 1.

예를 들어주신 에이전트들이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 많다 뿐이지 변호사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제가 알고 싶었던 것은 변호사+회계사의 자격이 있어야 자격요건을 채운다는 부분이었고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아무래도 댓글을 다시면서 착오가 있으셨던 것 같네요.

사족 2.

제가 알기로 유명 선수들의 에이전트를 가족들이 하는 경우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전부 법학을 전공하거나 그런 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전문적인 협상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그 부분은 법을 전공했다고 무조건 뛰어날 거라는 생각보다는 실무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거절하는게 옳다는 말에는 수긍하기 어렵네요. 그리고 6개월 공부해서 통과했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죠;

사족 3.

리버풀 무승부에 빡쳐서 지금까지 잠을 못잤습니다. 시소코 너 임마..ㅠㅠ좀 잘하자..ㅠㅠ

사족 4.

더 빡치는 건 원래 이렇게 짧은 편이 아니었는데 복사+붙여넣기 하다 실수해서 짤렸어요!ㅋㅋㅋㅋ나머지는 자고 일어나서 다시 쓸겁니다.

사족 5.

오타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했어요~그럼 전 이만 좀 자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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