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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쉽다는 거야?]
데이빗의 설득에 넘어간 티티는 결국 에이전트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다. 잘나가는 친구에게 붙는다는 미안한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 데이빗의 설득은 진지했고 정말 자신을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더 좋은 에이전트를 구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 네가 나를 배려해서 그런 거라면 괜찮으니까.' 라고 빙 돌려 이야기를 했을때 그는 데이빗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티티는 내 좋은 친구지만 단지 그런 것만 가지고 이야기를 한건 아니야. 난 언제나 티티 네가 부두에서 일하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했어!]
화를 내는 데이빗의 모습에 기분이 오히려 좋아진 티티는 알겠다고 이야기하고 그럼 제임스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너는 선수고, 내가 에이전트가 되면 그 친구 혼자 부두에 남게 되잖아. 진짜 우리끼리 얘기지만 이 녀석이 시험같은 걸 볼 수 있을리 없잖아?]
자신의 말에 문제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던 데이빗.
[내 개인 매니저로 써도 괜찮을 것 같고 그게 아니라면 티티 옆에서 일을 보조해주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티티도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 그리고 제임스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고 희희낙락하며 좋아할 줄 알았던 제임스가 의외로 신중한 모습을 보여 놀랐다.
'좋은 얘기지만...티티 너야 똑똑하고 머리가 좋으니 그런 시험에 딱 하고 붙겠지만 나한테는 무리야. 나는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조금 풀이 죽어 이야기하는 제임스의 모습에 데이빗은 열의를 다해 설득했고(조건보다는 우정에 호소하는 방식이 그에게는 잘 먹혔다) 한참이 지나서야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제임스를 볼 수 있었다.
[크하하. 좋아, 앞으로 네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파파라치 놈들의 허리를 접어버리겠어!]
[...아니 딱히 경호원으로 쓸 생각은 아니라니까...]
난감한 듯 중얼거리는 데이빗이었지만 어쨌든 제임스도 설득이 끝났으니 좋은게 좋을거라고 넘어가기로 했다. 일정을 알아보니 FIFA가 주관하는 공인 에이전트의 시험은 3월과 9월, 1년에 2번 있었다. 시험 과목을 살펴 본 데이빗은 '티티라면 문제 없을 거야!' 라고 말했고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티티는 부두 노동자를 그만 두고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제임스도 일을 그만두고 나름대로의 소양을 쌓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그동안의 생활비는 일을 하며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충당하기로 했고 데이빗이 넌지시 자신이 도와줄 의사를 비쳤으나 티티가 단호히 거절했다. 의외로 제임스도 고지식하게 그건 안될 말이라며 손을 내저었고 말이다.
[네가 그런 마음이 아니라는 건 알아. 하지만 우리는 네 덕분에 좋은 기회를 잡은 거나 다름 없어. 친구지만 우리도 성인이고 우리 앞가림은 우리가 해야 맞아.]
티티의 말에 데이빗은 자신의 생각이 짧았노라며 너희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사과했고 둘은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네가 사라.' 고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게 넘겼다.
[...그랬는데...데이빗 이녀석...]
분명 시험이 쉬울거라 했다. 자신도 시험 과목을 보고는 '생각보다 할 만 하겠는데?' 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시험 과목은 크게 두가지 파트로 나뉘었다. FIFA에서 전세계 공통으로 출제하는 FIFA규정에 관한 문제가 15문제, 그리고 해당 국가의 프로리그에 대한 규정과 법규에 대한 문제로 5문제, 총 20문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FIFA의 규정이야 달달 외우면 될거라 생각했고 국내 규정도 마찬가지, 문제는 국내법, 그중에서도 계약과 대리에 관한 법학 문제가 주로 출제되는 부분이었다.
[거기에 규정을 무식하게 그냥 외우기도 힘들고...하아...]
도대체 어디가 규정 문제라는 건지 알수가 없을 만큼 복합적이고 다방면에 걸친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았다. 특히 선수를 법적으로 대리해서 움직이는 신분이니 만큼 법적인 지식과 연관되는 부분이 많았고 전문적인 법 공부를 한 적이 없었던 티티는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무서운 점은 한번 시험에 실패하고 나면 한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지만 두번째 시험마저 실패하면 만 1년동안 다시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1년이 지나면 한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는데, 이때는 해당협회, 혹은 FIFA를 선택하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시험들과 달리 응시 횟수에 제한이 있어서 어설프게 시도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었다.
[어쩌겠어. 벌써하기로 마음먹었고...3월에 시험을 보는 것은 무리고 9월에 있을 시험을 준비하는 게 낫겠네.]
티티가 에이전트를 준비한다고 해도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어쨌거나 데이빗은 재계약 협상에 임해야 했고 구단 측에서는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유망주인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적절한 대우를 해줘야 했다.
FSG, 그리고 코믈리의 경우 머니볼 이론에 입각한 운영을 중시하기에 큰 돈을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체적인 룰을 통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출' 이라면 전혀 아끼지 않는 과감함을 보여주기도 한다.(현실에서 전설의 주급 도둑 5인방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고루 갖춘-나이가 어리고(재판매가치 증가 및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 자신들의 팜(유스/리저브)에서 키워 냈다는 점-그에게 당연히 끌릴 수 밖에 없었고 이는 당연히 파격적인 대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리버풀, 데이빗 붙잡기 위해 3만 파운드의 주급 제시
리버풀이 본격적인 데이빗 붙잡기에 나섰다. 리버풀은 현재 4000파운드의 주급을 받고 있는 데이빗에게 3만 파운드로 인상된 주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7월 리버풀에 입단한 데이빗은 당시 3년 계약을 맺었고 올해 2년째의 계약기간을 보내고 있다. 아직 1년 이상 계약기간이 남았으나 리버풀로서는 절대로 그가 자유 계약의 신분이 되길 원치 않았음이 분명하다.
리버풀은 "데이빗 장은 놀라운 재능을 가진 선수고 우리는 앞으로도 그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길 원한다." 고 이야기하며 그를 반드시 붙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데이빗, 리버풀과 재계약 완료
리버풀의 데이빗 장(20)이 리버풀과의 재계약에 합의하는데 성공했다. 데이빗 장은 "나의 가치를 알아준 구단에 감사한다. 나는 리버풀에서 정말 행복하며 이곳에서 쭉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 고 이야기 했다. 또 "우리는 점점 좋아지고 있으며 리그가 끝났을 때 우리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를 것." 이라며 지금의 기세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Re: 이예에스! 그럴리는 없겠지만 진짜 조마조마 했다. 이제 마음 편히 볼 수 있겠어! 재계약을 환영한다 데이빗!
Re: 벌써 프리미어 리그 평균 주급을 넘어 섰구나! 축하한다!
Re: 그래봤자 조 콜의 1/3도 안되긴 하다만...
Re: 이녀석은 충분히 이런 계약을 체결할 가치가 있어! 앞으로는 더 호화로운 계약을 체결할 만한 능력도 있고. 나이가 어리니 이정도 규모의 계약이 적당하다고 생각해.
Re: 데이빗을 만약에 다른 구단에 빼앗겼다면 나는 구단 사무실에 불을 질러버렸을 거야. 아마 그랬다면 그들은 데이빗에게 아낀 돈을 건물 보수 작업으로 날렸어야 했을걸!
Re: 니 옆에는 내가 있었겠지.
Re: 다행이야! X발 봤냐? 첼시랑 시티 놈들아, 데이빗은 우리 선수라고!
Re: 짠돌이 맞네. 우리 같았으면 최소한 5~6만은 줬을거다.
Re: 니들은 오입쟁이나 배신자나 더 챙겨주라고!
Re: 나 시티팬이다 망할 놈아! 우리 팀에 오입쟁이는 없어! 배신자도 마찬가지!
Re: 그건 미안하네. 아무튼 데이빗에게는 얼씬도 대지 말라고!
호화로운(?) 주급 계약을 체결하자 데이빗은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려 7배 이상 상승한 금액이다. 사실 4000파운드를 수령할 때도(물론 세금을 떼면 그 이하이지만) 별로 돈 쓸데가 없었는데 이제는 매주 3만 파운드를 받게 되니 실감이 잘 안났다.
[이정도면 슬슬 집을 구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 그보다 차를 먼저 살까.]
행복한 고민이 줄을 이었다. 기숙사 생활은 나쁘지 않았지만 불편한 점이 분명 있었기에 여유가 된다면 자택을 구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차도 마찬가지, 현재 퍼스트 팀에서 매일 출퇴근을 도보로 하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었다. 그전까지야 별 상관이 없었지만 요즘은 거리에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넘쳐났기에 예전처럼 그냥 걸어다니기 좀 난감했다. 그래서 데이빗은 얼마전부터 구단에 그런 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구단에서는 그의 출퇴근을 픽업해주는 직원을 붙여주었다.
'데이빗 씨! 나는 정말 당신을 좋아하고 당신과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워요! 하지만 당신은 꼭 차가 필요하다구요!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야 하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나요? 여기 눈 밑에 기미가 낀 것이 안보이시나요?'
덕분에 자신의 이른 출근으로 울상을 짓는 이가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의 직원 드루 씨 말고도 한명이 더 생겼지만 말이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과 이야기하며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좋아했지만 너무 빠른 데이빗의 출근 시간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빨리 차를 사라고 종용했다.
[음...차부터 사는 게 낫겠네.]
면허도 따야 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면허는 전혀 어렵지 않게 딸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매일 같이 꾀죄죄한 몰골로 기숙사를 찾아야 하는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말이다. 그래서 서점에서 대충 골라온 자동차 관련 잡지를 꺼내 펼쳤다.
눈이 휘둥그래지는 멋진 디자인의 차들이 자신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현실감각 없어보이는 금액(데이빗은 아직도 소시민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자신을 놀라게 했다. 한참을 들여다 보던 데이빗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잡지를 덮었다.
[잡지만 봐서는 뭐 다 멋져 보이는데...]
차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 무엇을 사야할 지도 난감했다. 벤츠니 페라리니 롤스로이스니 들어본 거야 많다만 말 그대로 그냥 들어보고 스쳐지나가며 본 것 뿐이었다. 리버풀에 입단하고 퍼스트 팀에 올라오면서 다른 선수들이 타고 다니는 멋진 차를 보면서 부러운 감정을 가졌지만 아직도 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이라고 해야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한번 물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 나보다는 훨씬 차에 대해서 잘 알테니 말이야.]
그렇게 마음 먹고 침대위로 몸을 던지는 데이빗,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잡지로 손을 뻗어 멋진 자태를 뽐내는 기계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역시 자동차는 남자의 로망이었다.
============================ 작품 후기 ============================
사족 1.
전 편의 댓글 중에 피파 공인 에이전트의 자격으로 변호사와 회계사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하신 글을 봤는데 찾아봐도 그런 규정은 못찾겠더라구요. 혹시 정확한 출처를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족 2.
우리나라의 에이전트는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이 상당히 적다고 하네요. 죄다 추천, 연줄로 해먹다 보니 준비하는 사람들로서도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거겠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족 3.
작가의 엉덩이를 노리는 무서운 분들이 많군요.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 겠어! (작가는 엉덩이를 가리고 도망쳤다!)
사족 4.
추천은 글에다가 하는 겁니다. 작가의 거기(?)에 하는게 아니라구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