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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시즌을 마치고 꿀맛같은 휴가를 즐기고 있을 때, 리버풀 프론트는 정신 없이 바빴다. 이번 시즌 근 몇년 사이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분위기 쇄신이 필요해 보였고 변화가 필요했다. 리그 6위의 성적, 나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는 성적이었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 빅 4로 꼽히는 리버풀에게는 수치스러운 성적에 가까웠다.( 04-05 시즌 리버풀은 리그 5위를 하며 체면을 구겼으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부진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리그 뿐만 아니라 여타 컵 대회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유로파 리그 세미 파이널까지 진출하긴 했다)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낸 만큼 리버풀은 이번 여름을 통해 변화를 꾀해야 했다.
팀 성적이 부진한 경우, 가장 먼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마 감독일 것이다. 특히 외국인 감독이라면 좀 더 가혹한 잣대가 들이대질 것이다. 리버풀은 먼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 라파 베니테즈 감독과 결별을 준비했고 새로운 감독 후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언론은 매일같이 리버풀과 베니테즈 감독의 거취를 두고 기사를 쏟아냈고 선수들의 이적과 영입에 관련한 루머, 혹은 오피셜을 다루고 있었다.
[미스터 베니테즈도 계약 해지에 합의를 했습니다. 다만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수가 없군요.]
[어느 정도로 나갈 것 같습니까?]
[300만 파운드 정도 발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쩔수 없는 부분이죠.]
직원의 보고에 리버풀의 구단주 조지 질레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경질은 어쩔수 없는 수순이었다. 팬들은 성적 부진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고 이를 달래기 위해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이 필요했다. 당연히 제 1순위로 지목된 것이 라파 베니테즈 감독이었던것이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으니 당연히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구단주 입장에서는 큰 돈은 아니라고 해도 괜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습니다. 어쩔수 없는 부분이죠. 그 문제는 그럼 그렇게 정리하는 것으로 하고 이번 시즌 이적 시장 말인데요.]
손톱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꺼내는 구단주, 사실 이적 시장에서 큰 돈을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최소한 지갑을 푸는 모습은 보여줘야한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을 경질한 뒤 아무런 선수 보강이 없다면 팬들의 비난은 구단을 향할 것이 분명했다. 안그래도 매일같이 구단주에서 물러나라는 팬들의 시위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최소한 제값을 받고 팔아 넘길때까지는 모양새를 좋게 만들어야 했다.
[내가 보고 받은 리포트에 의하면 이번 첼시에서 조 콜이 재계약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있더군요.]
조 콜, 어린 시절부터 축구 신동으로 유명했던 그는 웨스트햄이 키워낸 최고의 테크니션 중 한명이다. 부드럽고 정교한 볼 터치와 창조성 넘치는 그의 플레이는 '잉글랜드를 이끌어갈 재능' 이라고 극찬을 받으며 많은 이들이 그에게 기대를 걸게 만들었다. 2003년 당시 웨스트햄의 감독이었던 글렌 로에더는 21살 밖에 되지 않았던 그를 주장으로 임명하며 다른 팀에게 절대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으나 그 시즌을 강등당하게 되며 결국 첼시로 떠나보내게 되었다.
첼시에서 조 콜의 입지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라니에리 감독에게 있어 그는 유망주에 지나지 않았고 그 이후 스탬포드브릿지에 부임한 무리뉴도 그를 후보로 분류하였다. 이는 수비적인 능력이 결여된 플레이어를 지극히도 싫어하는 무리뉴의 성향 탓이기도 했는데 무리뉴는 언론을 통해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조 콜이 골을 넣자, 조 콜의 경기는 끝나버렸다. 그는 뛰지 않고 플레이하지도 않았기에 이후 10명을 가지고 플레이 할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조 콜의 뛰어난 공격 능력과 창조성 넘치는 플레이는 그를 쓰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들었다. 자신의 입지를 점차 강화해나간 그는 당시 왼쪽 미드필더의 부재로 고민에 빠져 있던 잉글랜드 대표팀의 구원자처럼 나타났다.
하지만 2007년부터 잦은 부상으로 부진이 시작되었다. 그 전 시즌에 비해 출전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면서 점점 실전 감각도 하락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 수록 팀 내에서의 입지가 줄어들었고 새로이 스탬포드브릿지에 입성한 선수들에 의해 주전에서 완전히 밀려버리게 되었다.
결국 시즌을 마치고 첼시에서 곧 계약이 만료가 되는 그를 차기 시즌의 구상에 넣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가 곧 자유 계약 신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만.]
[이 선수 영입을 한번 고려해봐도 괜찮을 것 같군요. 잉글랜드 국가대표를 지낸 경력도 있고 인지도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팬들도 이 정도 급의 선수라면 만족하겠죠.]
그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태, 그리고 잠재력과 같은 것이 아니라, '싸게 데려 올수 있으면서 팬들이 어느정도 만족할 만한 영입이었다. 그런 그에게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이름값이 높은 조 콜은 최선의 대안처럼 보였다.
[일단 베니테즈 감독과의 문제를 완전히 마무리 지읍시다. 이번 이적 시장이 아주 중유하니 변동 사항을 놓치지 말고 주시하길 바랍니다.]
-리버풀을 떠나는 라파 베니테즈.
리버풀 구단은 오늘 라파 베니테즈 감독과 상호 계약해지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스터 베니테즈는 감독으로 계약된 남은 기간에 대하여 포기하였고 구단측에서는 그의 훌륭한 업적과 헌신에 대하여 감사하며 그가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베니테즈 감독의 위약금 3백만 파운드로 추산
리버풀 보드진은 오늘 저녁 스페인 출신의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며 3백만 파운드의 위약금 지출에 대하여 승인이 이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04-05 시즌부터 팀을 맡았던 베니테즈 감독과 완전히 결별한 리버풀은 후임 감독을 물색하고 있다. 구체적인 후보군으로는...
베니테즈의 해임 소식은 큰 이슈가 되었다. 많은 언론에서 베니테즈의 경질을 메인에 다루었고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많은 팬들은 리버풀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라파의 경질보다는 구단주의 경질이 급선무이며 현재의 구단주가 없어지지 않는 한 리버풀의 미래는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자신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베니테즈가 입을 열었다.
-베니테즈 감독, 구단주 힉스-질레트가 리버풀 망쳐
6년 간 리버풀을 이끌었던 라파 베니테즈가 리버풀의 현 구단주 톰 힉스와 조지 질레트를 거세게 비난했다. 베니테즈는 힉스와 질레트가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 정상에 오를 수도 있었던 리버풀을 망쳤다고 주장했다. 베니테즈는 "5년 동안 나는 리버풀의 축구 감독이었다. 내 여섯 번째 시즌이 시작됐을 때, 분명 뭔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갑자기 은행 관리자가 되어야만 했다." 고 주장했다.
2009년 여름, 베니테즈의 지휘 아래 2008-09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2위를 차지했던 리버풀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의 꿈을 키우던 시기였다. 그러나 베니테즈는 "팬들이 아닌 은행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결정이 내려졌다." 며 "톰 힉스와 조지 질레트, 두 구단주와 함께 하면서 상황이 그렇게 심각해졌다." 고 비판했다.
베니테즈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자신이 점찍어 놓은 선수만 영입했다면 그 전해의 우승 경쟁에서 필요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리버풀은 더 이상 축구 클럽이 아니라 단지 사업이었다. 리버풀을 다음 단계로 이끌기 위해 쓰고 싶었던 돈은 모두 사라졌다." 고 설명했다.
베니테즈 감독의 인터뷰가 기사로 나오자 팬들의 구단주에 대한 불만은 더욱 더 커져갔다. 이전부터 미국인 구단주를 몰아내자는 시위를 벌이던 팬들이었기에 이번 베니테즈의 인터뷰는 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과 같았다. 물론 일각에서는 베니테즈 감독의 변명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가 6년간 리버풀에서 쓴 돈은 적지 않았고 그럼에도 매번 우승을 못한 핑계를 자금 부족으로 돌리고 있다며 꼬집기도 했다.
-베니테즈, 그가 5년간 영입한 선수는?
리버풀에서 경질된 베니테즈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구단주가 모든 것을 망쳐 놓았다." 고 밝히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부터 두 미국인 구단주를 맘에 들어하지 않던 리버풀 팬들은 베니테즈 감독의 인터뷰가 기사로 나간 뒤 지난 2009년 10월 25일, 맨유와의 경기에 앞서 있었던 대규모의 구단주 퇴진 시위보다 더 큰 규모의 시위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연 리버풀의 부진이 온전히 구단주만의 책임인지는 의문이다.
기록을 찾아보니 베니테즈는 지난 5년간 총 68명의 선수를 영입하며 적지 않은 이적 자금을 사용했다. 저 68명이 모두 거대한 영입은 아니었으나 그의 요구를 구단이 무조건 묵살했다고 보기 힘든 부분임은 분명하다. 많은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리버풀은 여전히 '토레스와 제라드, 그리고 평범한 아이들' 의 집단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선수들을 영입하고도, 맨유, 첼시 등에 비해서 영입 자금이 적었다고 주장하는 베니테즈 감독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핑계를 대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이러다 리버풀 정말 망하는거 아니야?]
휴식 시간에 신문을 펼쳐놓고 베니테즈와 구단과의 갈등에 관한 기사를 보던 제임스와 티티는 한숨을 쉬며 신문을 덮었다.
[분위기 정말 개판이네. 사실 라파가 무조건 잘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두 양키가 마음에 안드는 것은 사실이니까.]
[킁, 그 대가리에 똥만 찬 양키들을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할텐데 말이지.]
그러면서 '나도 이번 시위에 참가할까-' 라고 중얼거렸고 티티는 픽 웃고 말았다.
[지난 번 시위때 1만명이 넘게 몰렸다고 하는데. 그 작자는 아마 10만 명이 모여서 시위를 한다고 해도 자기가 원하는 액수를 받지 못한다면 절대 내놓지 않을 걸?]
[그 염병할 놈들이 얼마에 판다고 했었지?]
[6억 파운드, 참고로 그가 예전에 우리 팀을 인수할때 쓴 비용은 2억 파운드가 좀 넘는 정도였어.]
[순 도둑놈들 아냐! 팀을 망쳐놓은 주제에 뻔뻔하게...]
이를 으드득 갈아대는 제임스의 어깨를 토닥이며 흥분을 가라앉히는 티티였다. 제임스는 콧김을 씩씩 내뿜으며 신문을 구겨버렸다. 눈 앞에 두 구단주가 있다면 바로 바다에 던져버릴 기세였다.
[그나저나, 데이빗도 다음 시즌에 영 어수선한 상태에서 시즌을 준비해야겠네.]
[아 데이빗, 그렇지. 데이빗이 뭐라고 말한 건 없어?]
[걔라고 뭘 알겠어? 일개 신인 선수가 구단 사정에 대해서 알기는 힘들거 아냐.]
[그런가?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데이빗은 요즘 뭐하고 지내지? 연락이 안된지가 며칠 된거 같네.]
제임스의 질문에 티티가 '아-'하는 탄성과 함께 손으로 이마를 가볍게 쳤다.
[말하는 걸 깜빡했네. 데이빗, 지금 여행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