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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54화 (5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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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0분, 리버풀의 추가골이 터졌다. 데이빗이 때린 슈팅이 수비수의 손에 맞았고 심판이 이를 두고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해당 수비수에게 레드카드를 줌과 동시에 페널티 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것은 스티븐 제라드였고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팀의 세번째 골, 이 골로 리버풀은 3: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실망한 헐 시티 홈 팬들의 일부는 먼저 경기장을 빠져나가기도 할 만큼 일방적인 경기였다.

[데이빗, 교체다.]

골을 넣고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던 리버풀 선수들, 스티븐이 벤치에서 교체 사인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데이빗에게 말해주었다.

[아, 그렇네요.]

살짝 아쉽다는 감정이 데이빗의 눈에 비쳤다 사라졌다. 이왕이면 풀타임을 모두 소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풀타임, 이번 경기에서도 70분 가량 소화했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데이빗은 벤치로 달려가며 사이드 라인에서 대기하고 있던 라이언 바벨과 손을 마주쳤다.

[잘하세요.]

[오케이, 보고 있으라고.]

데이빗은 벤치로 들어가기 전에 원정 팬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그들의 응원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원정 팬들은 오늘도 한 골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친 루키에 대한 환호를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수고 많았어요. 오늘 괜찮은 퍼포먼스였습니다.]

감독의 칭찬, 데이빗은 씩 웃으며 감사를 표하고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에 앉자 흥분이 조금은 가라 앉는 것을 느꼈다. 경기에 몰입하여 뛰어다닐때 몰랐던 피로가 몰려오는 기분도 들었다. 옆에 앉아 있던 제이미 캐러거가 어깨를 툭툭 쳐주며 말을 걸어왔다.

[오늘도 멋졌어. 두 경기 연속골이지? 대단한데?]

부주장의 칭찬에 데이빗은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베나윤 씨의 크로스가 워낙 좋았으니까요. 발만 갖다 대면 들어가는 상황이었는데요 뭘.]

데이빗의 말에 캐러거는 웃으며 '그건 그래' 라고 맞장구쳤다.

[그래도 니가 올라온 다음부터 우리 팀 공격이 좀 풀리는 느낌이야. 네가 말한 요시의 크로스도 그래. 누구나 넣을 수 있다는 건 결과론일 뿐이야. 기회가 왔을때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지.]

[그래도 아직 멀었어요. 후반전 시작하고 나서 캡틴의 패스에 타이밍을 못맞춘게 너무 아쉽네요. 정말 멋진 패스였는데 제가 출발이 늦었어요.]

그 말에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데이빗의 머리를 헤집는 캐러거였다. 공격수들이 골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나 이제 막 데뷔한 루키가 골을 기록했음에도 더 많은 골에 목말라 하는 모습이 보기에 흐뭇했던 것이다.

[그래, 알겠어. 앞으로 내가 스티븐에게 패스를 좀 살살해 주라고 얘기해주지. 우리 귀여운 루키가 받기 편하게 말이야.]

[절대 그런말 하지 말아요 캐러거 씨. 나도 자존심이 있지, 두고 보세요. 다음 경기에서는 표범처럼 낚아 채서 골을 넣을 테니까요.]

강한 승부욕을 보이는 데이빗의 말에 만족한 웃음을 짓는 캐러거,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 앞으로 3달 뒤에 볼 수 있겠네. 이번 시즌은 오늘로 끝이니까.]

경기는 그 이후로 별 반전 없이 그대로 마무리 되었다. 3:0 이란 큰 점수차로 승리를 거둔 리버풀 선수들은 원정까지 따라와 응원을 해준 팬들에게 인사를 하며 감사를 표했다. 이로써 최소 7위는 확보한 상황, 같은 시각 열린 아스톤 빌라와 블랙번 로버스의 경기 결과에 따라 6위까지 노려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경기력은 인상적인 것이 많았습니다. 이번 시즌 분명 우리는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우리를 지지해주는 이들을 실망시켰습니다. 하지만 오늘 여러분도 스스로 느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팀은 강하고 상대가 누가 되었든 우리 스스로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다들 한 시즌 동안 수고가 많았습니다.]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가볍게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베니테즈 감독은 선수들과 가볍게 악수를 나누며 한 시즌 고생한 노고를 치하했다.

[그리고 나쁘지 않은 소식이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시간에 열린 아스톤 빌라와 블랙번 로버스가 무승부를 거두었다는 군요. 이로써 승점은 동률이지만 우리가 골득실에서 앞서 6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약간은 겸언쩍어 하는 웃음을 흘렸다. 나쁘지 않은, 좋은 소식임에는 분명했으나 6위를 했다고 좋아하기도 뭣했기 때문이다. 감독은 그런 선수들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가볍게 웃고 넘겼다.

[힘든 시즌이었지만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그럼 이만.]

말을 마치고 코치진들과 함께 먼저 자리를 떠나는 베니테즈 감독, 남은 선수들은 서로 수고했다고 말하며 아쉬웠던 시즌을 마무리했다. 땀에 젖은 유니폼을 갈아 입고 짐을 정리한 선수들은 구단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안은 조용했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들로 시끌벅적했으나 얼마 지나지않아 피곤함을 느낀 선수들이 하나 둘 잠에 빠져들었기 때문이었다. 데이빗은 피곤했지만 딱히 잠이 오지는 않았기에 이어폰을 꽂고 창밖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때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느껴졌고 이어폰을 빼며 고개를 돌려보니 카윗이 씩 웃음을 지으며 옆에 다가와 있었다.

[데이빗, 혹시 오늘 저녁에 따로 스케쥴이라도 있어?]

[아뇨. 아직은 별 다른 예정이 없네요.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시즌이 끝났잖아. 어찌되었든 다들 고생했으니까 선수들끼리 모여서 파티라도 하자는 거지. 아마 다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참석할 거야. 너도 괜찮으면 참석했으면 좋겠네. 뭐 파티라고 해봐야 우리끼리 술 한잔 마시면서 노는거지만 말이야.]

올거지?-라는 눈빛을 보내는 카윗의 모습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빗이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사람들인데 이런 기회에 좀 더 친분을 쌓는다면 괜찮은 일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럼요. 별일이 있었다고 해도 가고 싶네요. 어디로 가면 되죠?]

[장소? 잠시만. 스티븐! 우리 어디서 모이기로 했지?]

[니네 집, 멍청한 디르크.]

[아 맞다. 깜빡했어. 멍청하다니 너무하잖아.]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제라드의 모습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데이빗을 보는 카윗, 데이빗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디르크 씨의 집에서 보는 군요. 그런데 디르크 씨가 사는 곳이 어디죠?]

[그러니까...말로 하는 것보다는 적어주는게 낫겠지? 핸드폰 줘봐.]

데이빗이 핸드폰을 건네자 손으로 꾹꾹 주소를 찍어주는 카윗이다.

[기숙사에서는 거리가 좀 되니까 그냥 택시를 타고 오는게 좋을거야. 아, 그리고 파트너는 데려올 필요 없어. 우리 와이프도 지금 고향에 가 있거든. 오늘은 그냥 선수들끼리만 술 마시고 노는거야. 오케이?]

[아, 옷은 그냥 편하게 입고 와. 격식을 갖춘 자리가 아니니까 드레스 코드 같은거 없어. 그렇다고 트레이닝 복은 입고 오지 말라고.]

말을 마치고 '그럼 저녁때 보자-' 라며 손을 흔들고는 다른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카윗이었다. 데이빗은 마주 손을 흔들어 주며 다시 이어폰을 귀에 가져갔다.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네.]

기숙사에서 외출 준비를 하니 생각보다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다고 느꼈다. 씻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갈아 입었을 뿐인데 생각보다 시간이 빡빡했다. 데이빗은 진지하게 차를 한 대 뽑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 면허도 없지...]

고개를 저으며 후다닥 방문을 나서는 데이빗, 이내 고민 거리가 떠올랐다.

[그런데 디르크 씨네 집에서 하는거면 디르크 씨가 파티를 준비하는 건가? 뭐 선물이라도 사가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늦었잖아 데이빗!]

도착하니 이미 대부분의 선수들이 와 있었다. 카윗은 장난스럽게 데이빗의 머리를 헤집으며 반겨주었다.

[아 미안해요. 디르크 씨 집에 가는데 선물을 준비 안했다는 생각에 급히 준비하느라 좀 늦었어요.]

데이빗의 말에 감격한 표정을 짓는 카윗, 상당히 오버스러운 표정이라 데이빗은 흠칫하며 한발 물러섰다. 이내 카윗이 그의 목을 끌어 안으며 외쳤다.

[다들 봤어? 젠장, 우리 귀여운 루키는 이렇게 선물도 사오는데, 네놈들은 왜 죄다 빈손으로 털레털레 오는거냐?]

[이봐 디르크, 네가 주최하는 파티라면 당연히 선물을 들고 왔겠지만 오늘은 그게 아니잖아. 너 우리 데이빗한테 니가 주최하는 파티라고 뻥친거 아냐?]

[맞아, 우리 순진한 루키를 등쳐먹다니, 네놈 주급을 생각해라 이 양심도 없는 놈아.]

낄낄거리며 대꾸하는 동료들의 반응에 과장스러운 동작으로 머리를 짚으며 슬퍼하는 시늉을 하는 카윗, 데이빗은 난감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였다.

[아무튼 고마워 데이빗, 아까 내가 설명이 부족했구나. 오늘은 내가 주최하는 파티가 아니야. 그냥 나는 장소만 제공했을 뿐이지.]

[아 괜찮아요, 그래도 디르크 씨의 집을 방문하는 건 마찬가지니까요.]

데이빗의 대답에 다시 한번 크게 '들었냐 너희들!'이라며 다른 이들에게 어필하는 디르크였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우우-하는 야유소리였다.

[아무튼 선물 고마워. 이쪽으로 앉아.]

마당에는 여러 개의 테이블과 다양한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데이빗은 루카스 레이바, 글렌 존슨, 마틴 스크르텔과 함께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아니 앉을 뻔 했다.

[이 테이블은 말하자면, 지각한 사람들의 테이블이지. 아, 잠깐, 데이빗은 선물을 사느라 늦었잖아? 어이, 라이언, 너 데이빗하고 자리 바꿔.]

[왜? 귀찮아.]

[그냥 바꿔. 선물도 안사온 놈에게 좋은 자리를 줄 수는 없지.]

낄낄거리며 장난스럽게 라이언 바벨을 끌어내는 카윗, 라이언은 오버스러운 동작으로 끌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쳤고 선수들은 둘의 모습에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자, 여기가 네 자리야. 특등석이지!]

[...다 똑같은 자리 아닌가요?]

[무슨 소리야. 아까 얘기했잖아. 저쪽은 지각한 얼간이들의 테이블이라고. 아, 그러고 보니 못생긴 바벨이 저쪽으로 가서 이쪽은 잘생긴 테이블이 되었군?]

그 말과 동시에 데이빗의 옆자리를 당당히 차지하는 카윗, 주변에서 야유소리가 다시 한번 터져나왔다. 물론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호세 레이나와 스티븐 제라드는 즐거워하며 박수를 쳤다. 그렇게 어수선한 자리 배정(?)이 끝나자 캡틴이 일어서서 간단히 한마디 시작했다. 이번 시즌 고생이 많았고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컵을 들자는 취지의 이야기였고 선수들은 박수를 치며 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 함께 건배를 외치며 잔을 부딪히는 선수들이다.

데이빗은 이 자리가 아주 즐겁다고 느꼈다. 레이나는 아주 유쾌한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레이나 씨' 라고 부르는 데이빗의 어깨를 팡팡 두들기며 '호세라고 부르라고!' 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고는 어쩌면 그렇게 말 재주가 좋은 지 테이블에 앉은 모든 이들을 계속 웃음 바다로 만들곤 했다. 평소에 진중하고 무뚝뚝한 편이었던 캡틴도 상당히 편안한 모습이었고 종종 썰렁한 농담(하지만 진지한 모습이라 더 웃긴)을 시도하며 좌중을 뒤집어지게 만들었다. 카윗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자리가 길어지면서 선수들은 테이블을 옮겨가며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데이빗은 약간 술이 취하는 것을 느끼고는 잠시 자리에서 벗어나 마당 한편에 마련되어 있던 의자에 앉았다.

[후우-]

숨을 길게 내쉬며 기지개를 펴본다. 기분 좋은 취기에 데이빗은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꼈다. 테이블 쪽에서 갑자기 와-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라이언 바벨이 웃긴 춤을 추며 모두를 뒤집어 놓고 있었다. 킥 하고 웃음을 흘린 데이빗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 보았다.

[기분 좋다.]

이렇게 저들과 웃고 떠드는 시간이 정말 즐겁다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 있던 데이빗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봐 데이빗! 혼자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빨리 오라고! 와서 너도 뭔가 보여줘!]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잘 몰랐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선 데이빗은 다시 동료들이 즐기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즐거운 시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오 좋아 데이빗! 이정도면 라이언과 막상막하인데?]

[웃기지마 디르크! 내가 저거보단 잘 추지!]

동료들의 강권에 마당에서 되도 않는 춤을 추기 시작한 데이빗, 좌중은 배를 잡고 죽는다며 웃어댔고 데이빗은 얼굴이 화끈 거리는 것을 느꼈으나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년에는 우승컵을 들고 파티를 하자. 정말 끝내주는 시간이 될거야.'

============================ 작품 후기 ============================

CJ프로스트의 부진을 보며 갑자기 리버풀이 생각이 났습니다. 명문+왕년에 잘나갔었던 팀+갈수록 부진한 팀...뭔가 비슷한게 많아?!;;

이번 시즌은 리버풀 제발...챔스만이라도 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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