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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40화 (4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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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에 입단한 이후 데이빗의 생활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훈련과 경기를 치르고 여가 시간에 에리카와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들 혹은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는 정도였다.

평범한 일상, 특별한 일 없는 생활이었지만 하루하루가 데이빗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침대 옆에 걸어놓은 허름한 작업복을 볼때마다 지금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지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트레이닝 센터로 들어서며 직원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한다.

[아, 데이빗. 언제나 일찍 오는군?]

[드루씨도요.]

구단 직원들과도 조금씩 친해졌기에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오늘도 제가 1등인가요?]

[아니, 오늘은 자네가 2등이야. 뭐 들어가 보라고.]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직원을 뒤로 하고 데이빗은 발걸음을 옮겼다. 내심 누가 자신보다 일찍 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라커룸 앞에 도착한 데이빗은 문을 가볍게 밀었다.

[아, 제라드씨. 안녕하세요.]

문을 열자 제라드가 옷을 갈아 입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데이빗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제라드는 힐끔 고개를 돌렸다.

[안녕. 일찍 오는 편이군?]

[캡틴이야 말로요. 사실 매번 1등으로 출근했기에 오늘 2등이라고 드루씨가 말해서 누가 먼저 왓나 궁금했거든요.]

자신의 라커로 향하며 데이빗이 대답했다.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꺼내며 갈아 입기 시작하는 데이빗, 제라드는 그새 옷을 다 입었는지 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었다.

[궁금한게 있는데.]

거울 앞에 선 채로 말하는 제라드, 데이빗은 상의를 벗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갈아 입으면서 얘기해도 괜찮아. 사실 나는 리저브에 언제나 관심이 많아. 우리 팀 스쿼드가 그리 두꺼운 편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지. 예전에 간단히 듣기는 했는데 올해 입단한 루키라고?]

[네 맞아요.]

[그래. 그런데 프로필을 찾아보니까 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더라고. 어떤 클럽에서 축구를 했는지 같은 것들이 말이야. 너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전까지 완전히 무명이기도 쉽지 않거든.]

덤덤히 말하는 제라드의 말에 데이빗은 기분이 들뜨는 것을 느꼈다. 자주 들어왔었던 이야기였지만 말하는 사람이 사람이다 보니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달랐다.

[그게 사실이거든요. 사실 클럽같은 곳에서 축구를 배운적이 없어요. 리버풀이 제 인생의 첫 클럽인 셈이죠. 운이 좋았어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표하는 제라드, 조그맣게 '그럴수도 있나?' 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좀 납득이 가지 않는 것 같았다. 데이빗은 부연 설명을 할 필요성을 느꼈다.

[뭐 어쨌든 좋아. 중요한 건 니가 예전에 어디서 축구를 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여기에서 뛴다는 사실이니까. 나중에 시간이 있을때 천천히 듣도록 하지.]

그러면서 옷을 다 갈아 입었으면 그라운드로 나가자고 덧붙였다. 데이빗은 후다닥 옷을 정리하고 라커를 닫으려 했다. 그러다 문득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고 제라드를 불렀다.

[왜?]

특유의 딱딱한 표정으로 데이빗을 돌아보는 제라드, 데이빗은 헤헤 웃음을 흘리며 종이를 꺼내 제라드에게 내밀었다.

[사인 좀 해주세요 캡틴. 세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름은 제임스, 샘, 데이빗 이렇게 적어주시면 될거 같아요.]

[......]

제라드와 함께 그라운드로 나온 데이빗은 가볍게 러닝을 시작했다. 아무런 대화 없이 몸을 푸는데 주력하는 둘은 러닝을 마치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데이빗은 제라드와 스트레칭을 하며 혀를 내둘렀다. 자신도 꼼꼼히 몸을 푸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라드가 몸을 푸는 모습을 보니 비교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캡틴, 원래 그렇게 스트레칭을 오래 하는 편이에요?]

[......]

데이빗의 질문을 듣지 못한 것인지 꼼꼼히 정성들여 스트레칭 동작을 반복하는 제라드, 동작을 마친 뒤에야 입을 열었다.

[네 나이가 몇이지?]

뜬금없는 질문에 살짝 당황한 데이빗이지만 곧 다음 달이면 20세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좋은 나이야. 몸 상태가 최고조를 향해 달려가는 시기지. 엉망으로 관리를 하지만 않으면 부상 위험도 크지 않고 회복도 빠를 때니까.]

나도 그랬으니까-하고 덧붙이고 짧게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데이빗은 입을 열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사실 내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은 시작은 별거 아니었어. 경기 중에 다친 것도 아니고 훈련 중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평소보다 좀 과하게 한 것 뿐이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큰 문제가 있는것도 아니었지.]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부상 복귀 이후에 빠르게 경기에 뛰기 위해 조금씩 무리를 하면서 어느새 고질적인 부상이 되어 버린거지. 뭐, 이미 엎질러버린 물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관리를 꼼꼼히 해야하니까 말이지.]

그러면서 너도 미리미리 관리를 하는게 좋을거야- 라고 덧붙였다. 데이빗은 제라드의 조언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고보니, 너 움직임이 상당히 역동적이던데, 몸에 걸리는 부담이 꽤 클거야. 큰 문제는 없어?]

[네 괜찮은데요.]

무리 없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데이빗, 제라드는 그런 데이빗의 자신감에 살짝 제동을 걸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릎이나 발목에 꽤 무리가 가는 동작들이 많아 보이더라.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중에 고생할 수도 있어. 미리미리 조심해.]

[그렇게 할게요. 조언 감사합니다 제라드씨.]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데이빗의 태도에 짧게 감사는 됐어-라고 중얼거리는 제라드, 그리고 다시 몸을 푸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데이빗도 느낀바가 많았기에 평소보다도 정성을 들여 몸을 다시 풀기 시작했다.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에서 간단히 훈련을 마친 리저브 선수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저브 팀과의 리그 경기를 위해 할리웰 존스 스타디움으로 이동했다. 리저브 경기였지만 최대의 라이벌 맨유와의 경기였고 거기에 스티븐 제라드의 출전이 겹치자 경기장은 많은 관중들로 북적였다.

[끝내준다. 진짜.]

[원래 맨유하고 붙으면 관중이 많이 오긴 했지만 이건 정말.]

[이게 바로 제라드 클라스?]

[클라스지. 근데 그런 말 어디서 들었냐? 발음이 뭔가 좀 이상한걸?]

[몰라. 냅둬.]

선수들도 상당히 들뜬 기색이었다. 그런 선수들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맥마흔 감독이 선수단을 향해 밝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러게 후딱후딱 퍼스트 팀으로 올라가라니까. 거기 가면 매번 이것보다 더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할 수 있다고.]

[아 감독님, 누가 그걸 몰라서 안올라갑니까. 불러줘야 올라가죠.]

[감독님이 퍼스트 팀 감독하시면 안됩니까? 우리 단체로 다 올려주고 말이야.]

[그거 괜찮네.]

낄낄거리며 농담따먹기를 하는 선수들과 감독이다. 선수들은 수다를 떨며 만원관중 앞에서 생기는 긴장을 풀고 있었다.

[아무튼 너희들,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그것도 맨유 놈들한테 지면 몸 성히 못돌아갈지도 모른다? 잘하라고.]

아닌게 아니라 어느새 경기장을 대부분 메운 콥들이 소리 높여 You'll never walk alone 을 부르며 기세를 드높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안필드를 옮겨 온 듯한 모습, 선수들은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지기는 누가 진다고 그럽니까 감독님. 재수없는 소리는 하지도 마세요.]

[경기가 끝나면 저녀석들 질질 짜면서 경기장을 나갈겁니다. 내가 그렇게 만들거에요.]

파체코가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했다. 그런 파체코의 모습을 훈훈한 시선으로 지켜보던 감독이 해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근데 말이지 다니엘, 자네는 오늘 벤치에서 시작해야겠는데?]

[이건 정말이지 엿같은 일이야.]

궁시렁거리며 괜히 옆에 있는 데이빗에게 심술을 부리는 파체코였다. 데이빗은 그래그래-라고 조금은 성의 없이 대꾸하며 신발끈을 조이고 있었다.

[망할 감독같으니, 지옥에나 가버려라 제기랄 빌어먹을.]

계속 궁시렁거리는 파체코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긴 그마음 이해 못할바도 아니었다. 이런 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데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한다니,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너 웃냐? 그래 너는 선발이라 이거지? 두고봐라. 내가 반드시 너하고 교체되서 투입될거니까.]

[그래, 내가 전반전에 후딱 해트트릭 하고 나올테니까 후반엔 니가 뛰던가.]

낄낄거리며 파체코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약올리는 데이빗, 파체코는 이를 갈며 데이빗의 손을 떨쳐냈다.

[원톱에 서본 경험이 좀 있나?]

킥오프 휘슬을 기다리며 센터 서클에 서 있는 데이빗과 제라드, 제라드는 툭 던지듯이 말을 붙여왔다.

[없지는 않아요. 몇번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다니엘과 투톱으로 나선 적이 많네요. 윙포워드로 뛴적도 있고.]

[그래.]

그러면서 한동안 말없이 발 아래 놓은 공을 응시하는 제라드, 곧 고개를 들고 데이빗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전술적으로는 다른 부분이 많아. 요구되는 움직임도 다르지. 하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너는 공격수야. 원톱이건 투톱이건 공격수는 골을 만들어 내야해. 그게 전부야.]

사실 원톱 포메이션,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4-2-3-1 포메이션의 핵심 키 플레이어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즉 3의 중심에 위치한 플레이어이다. 주로 플레이메이커 롤을 부여받는 이 위치의 플레이어가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의 집중적인 견제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나와 플레이 하게 될 경우 기본적인 플레이 메이킹에 어려움이 생김과 동시에 상대 2선과 3선의 공간을 공략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원톱 포메이션의 특성상 공격수는 고립되게 되고 공격루트가 양 날개를 이용한 사이드 돌파라는 단조로운 패턴 밖에 남지 않게 된다.

반대로 훌륭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있다면 포메이션의 장점이 더욱 더 잘 살아나기도 한다. 이번 시즌 리버풀의 여러가지 몰락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러한 키 플레이어인 제라드의 부상 이탈이 상당히 컸다.

[부담갖지 말고 할수 있는걸 하도록 해. 그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주지.]

[멋진 패스 기다릴게요. 캡틴.]

씩 웃으며 대답하는 데이빗을 보며 제라드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제라드의 마지막 리저브 경기가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롤챔스 보느라 조금 늦었네요.ㅎㅎ간만에 라이브로 롤챔스를 보니 시간가는줄 모르고 봤습니다.

그럼 재밌게 봐주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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