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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의 휴식은 귀중했다. 분명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잤음에도 테스트 다음날은 정말 지옥과도 같은 근육통에 시달렸던 것, 데이빗은 괜히 그 다음날까지 운동을 심하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루를 더 쉬고 나자 몸 상태가 거의 평소 레벨로 회복 되었다.
'데이빗씨의 나이 대, 그러니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은 회복력이 아주 높을 때에요. 보통 몸에 큰 부하를 걸고 이틀 내지 사흘 정도 지나면 몸이 풀려서 아주 가볍게 느껴지죠. 자신의 회복력이 어떤지 판단해서 컨디션을 만드는 법을 알아 두면 좋을 겁니다.'
귀중한 조언이었다. 그러면서 시즌 중에 프로들이 그 이상의 휴식일을 가지면서 시즌을 치르는데 체력관리가 안되는 부분에 대하여 질문했더니 웃으면서 대답해 주었다.
'한 경기를 치를 때와 근 10개월 가량 이어지는 시즌은 다를 수 밖에 없죠. 누적되는 피로를 회복력이 못따라가는 겁니다. 데이빗도 시즌을 치르다보면 느낄겁니다. 8월에 개막하고 대충 11월 정도까진 할만 할겁니다. 그리고 12월이 되면 슬슬 신호가 오기 시작하죠. 박싱데이 무렵을 쉬지 못하고 넘긴다면 1월만 되도 장난 아닐겁니다.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4월은 말할 것도 없겠죠? 그때는 아무리 타고난 체력이 좋아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사실상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말해도 크게 틀린말은 아닐겁니다.'
듣고보니 너무도 당연한 말이라 속으로 자신의 멍청함을 탓했다. 개리는 그러면서 데이빗이 체력적인 면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 귀띰해주었다.
'정말 어지간히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단에서 선수들의 몸상태를 체크하고 관리를 해 줍니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억지로 출장시켜봐야 결과가 좋기도 힘들 뿐더러 부상당할 위험이 너무 높죠. 하지만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려면 1년에 최소한 30경기 이상은 소화해야 합니다. 캐러거와 같은 핵심선수는 지금 매년 거의 40경기씩 소화해주고 있죠. 그러기에는 데이빗의 현재 체력은 너무 부족합니다. 데이빗의 스피드와 기술은 정말 놀라운 수준이지만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의미가 없죠. 만약 데이빗이 체력적인 부분만 보완하고 프리미어리그 레벨의 경기 경험을 조금만 쌓는다면 정말 엄청난 선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내심 항구시절에 체력에 있어서는 자신이 있었기에 조금은 실망스러운 테스트 결과였고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 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일단 목표는 셔틀런 120회, 한달 내에 달성하겠어.]
이틀의 휴식을 주며 이틀 뒤에는 아침 일찍 트레이닝 센터로 나오라는 통지를 받았기에 평소보다 일찍 트레이닝 센터에 도착했다. 두번 왔을 뿐이지만 조금은 익숙해졌기에 헤메지 않고 목적지를 찾을 수 있었다. 오늘은 개리는 없었고 메디컬 테스트를 담당하는 직원과 만나게 되었다.
[푹 쉬었습니까? 몸 상태는 어떤가요?]
[가뿐해요. 어제는 정말 엄청 힘들었는데 하루만에 거짓말처럼 몸이 회복되서 신기합니다.]
밝은 표정의 데이빗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모습, 그리고는 간단한 테스트를 하겠노라며 이것저것 지시를 시작했다. 데이빗은 별말 없이 시키는 대로 성실히 수행했다.
한시간 정도 테스트가 진행되고 데이빗은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정도 기다리면 결과가 나올거라고 했던 것 같다. 데이빗은 소파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응 신문이네?]
리버풀 에코(Liverpool echo), 리버풀에서 가장 대중적인 일간지였다. 1면이 리버풀 FC의 소식이었기에 눈길이 갔다.
[아퀼라니에 대한 우려인가. 음 확실히...]
그동안 리버풀 중원의 핵심 키 플레이어였던 사비 알론소가 떠나고 그 빈자리를 채워 줄 것이라 기대받는 선수가 아퀼라니였다. 당연히 시즌 개막을 앞둔 현재 아퀼라니에 대한 콥들의 기대는 대단할 수 밖에 없었다. 원 소속팀 AS 로마에서 보여주었던 퍼포먼스라면 충분히 기대를 가질만 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러한 기대를 받고 입단한 아퀼라니는 로마 시절 입었던 부상으로 시즌 시작 전부터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였다.
1면 기사를 훝어본 데이빗은 리버풀FC에 대한 소식을 기재한 면을 찾았다. 그러면서 본인이 리버풀 선수면서 신문에서 리버풀FC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으니 조금은 웃긴 상황이라 생각했다.
'어쩔 수 없잖아. 아직 입단 3일 밖에 안된 햇병아리인걸.'
누군가에게 변명하듯 중얼거린 데이빗은 리버풀FC의 근황에 대해 이것 저것 살폈다. 그러던 중 매우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내 이름이잖아?]
한 줄이지만 분명히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리저브팀 계약란에 영입부분에 이름 한줄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분명 David Chang 이라고 적혀 있었다. 신문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나오자 묘한 감흥이 일었다.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린 데이빗은 신문을 덮었다. 1면에는 여전히 리버풀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아퀼라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좋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어쨌든 이름만 한줄 달랑 적힌 자신과의 격차가 느껴졌다.
[조만간 그 1면자리, 내가 차지하겠어. 물론 내용은 바뀌어서 말이야.]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했다. 언론 매체가 이렇게 사람을 불타오르게 만들기도 하는구나 라고 느꼈다.
테스트 검사 결과를 받고 내일부터 팀 훈련에 참가해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리저브 팀 감독이 잠깐 면담을 갖자고 이야기했다는 말을 전해받았다. 살짝 긴장한 상태로 감독 업무실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허락이 떨어지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머리가 벗겨진 중년, 아니 노년에 가까운 남자가 책상 앞에 앉아 몇가지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는 데이빗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소파로 이끌어 자리를 권했다.
[일단 앉지. 만나서 반갑네. 리버풀 리저브 팀을 이끌고 있는 존 맥마흔(John McMahon) 이라고 하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손을 내미는 감독, 데이빗 또한 마주 웃어보이며 손을 마주 잡았다.
[데이빗 장 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리버풀에 입단하게 되었죠. 잘 부탁드립니다.]
[알고 있네.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리저브 팀도 슬슬 윤곽이 잡혀 가던 시점에 갑자기 등장한 친구를 내가 모를리 있겠나? 얼마나 대단한 친구길래 스카우트 부서와 계약 담당 부서가 철야까지 해가며 매달렸는 지 궁금했었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에 데이빗은 그저 웃을수 밖에 없었다.
[자네가 입단 테스트때 보여준 퍼포먼스가 담긴 영상을 보고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했지. 내가 자네 영상을 몇번이나 돌려봤는지 자네는 모를거야. 아마 예전처럼 테이프로 돌려 봤다면 이미 늘어져서 못쓰게 되었을 테지.]
그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데이빗에게 홍차를 마실건지 커피를 마실건지 물어보는 존 맥마흔 감독이었다. 데이빗은 그냥 물을 마시겠다고 답했고 감독은 그럼 자신의 차만 준비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서 자네가 입단하고 난 뒤에 받은 피지컬 테스트 결과를 오매불망 기다렸네. 사실 웃긴 일이야. 피지컬 테스트도 받지 않고 클럽팀에 입단한 것은 아마 자네 밖에 없을거야.]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며 찻잔을 달그락 거리며 이야기하는 감독이었다. 물은 금방 끓었고 감독은 자기 몫의 차를 타서 데이빗이 마실 물 한잔과 함께 자리로 돌아 왔다.
[그리고 이틀 전에 자네의 피지컬 테스트 기록을 받을 수 있었지. 그게 내가 좀 전까지 보고 있던 이 서류들이라네.]
서류뭉치를 들어 파라락 넘기며 데이빗에게 보여주었다. 종이가 워낙 빨리 넘어 간지라 대충 숫자가 많이 적혀 있었다는 것 밖에 인식하지 못한 데이빗이다. 아마 자신이 기록한 각종 수치들이 적혀 있으리라.
[기록을 보며 여러가지로 놀랐다네. 스피드, 민첩성 쪽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수준이야. 두가지만 놓고 보면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톱 클래스의 능력이라네. 하지만 지구력 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이는 감독, 그리고 다시 말을 잇는 모습이다.
[스카우트인 개리군에게 대충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축구를 학교나 유소년 클럽에서 배운적이 없다고 하더군. 선수가 아닌 일반인 레벨이라면 굉장히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있어. 하지만 선수 중에서는 평균 이하이지. 냉정히 말해 자네의 체력으로 한 시즌을 돌리려고 한다면 후반 20분 정도에 교체 투입하는 조커 정도로 밖에 쓸수가 없겠어. 아무리 빨라도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거야. 내 말 알겠나?]
비슷한 이야기를 개리에게 들었기에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빗이다. 약점을 알았으면 고치면 된다. 그리고 이 감독은 자신이 약점을 고칠 수 있게 도와줄 사람이다.
[좋아. 자네가 조금만 더 일찍 팀에 합류했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 리저브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이미 시즌을 앞두고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트레이닝을 대부분 소화한 상태라네. 자네는 다른 이들보다 조금 늦게 시즌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는게 좋을거야. 일단 몸을 만들고 보자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쉽게 말해 감독이 원하는 수준의 체력이 되지 않으면 경기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데이빗은 그렇게 알아들었고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 힘든 시간이 될거야. 하지만 조급해하면 안돼. 자네는 분명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지금은 그 재능을 활짝 피우기 위한 터를 다지는 작업을 하는 거지.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완성시켜나가 보자고.]
살짝 숨을 내쉬고 짖궂은 표정으로 데이빗을 바라보는 존 감독이었다.
[나는 자네가 내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네. 그리고 그때가서 이야기해 주라고. 존 맥마흔 감독은 내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말이야.]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린 데이빗, 그리고는 넉살 좋게 대꾸했다.
[자서전에도 써드리죠. 물론 제가 최고가 된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