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오 : 역시 못된 남자네, 당신은.
...그렇게나 많이 안에다 싸다니.
...5번을 넘기면서부터 세는 걸 그만뒀다.
오사무 : ...별로 나쁜짓했다고 생각 안 하니까요.
히메오 : 애 생겼을지도...
오사무 : 그게 어쨌다구요?
히메오 : 오, 세게 나오는데?
오사무 : 부양 가족 둘도 못 먹여살리는 게 무슨 남자예요.
히메오 : 오사무 씨...
오사무 : ...대신 좀 궁핍하겠지만.
히메오 : 상관없어.
나...별로 사치스럽지 않으니까.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 그래, 일단 지금 같은 수준의 집에서 살고,
지금 같은 수준의 차랑 운전 기사가 있고,
지금 같은 수준의 대학에 다니고, 지금 같은 수준의 예금이 있으면...
오사무 : 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 절대로 무리!
히메오 : 추하네, 내 남자인 주제에.
오사무 : 히메오씨가 부잣집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에요.
이쪽 생활 레벨에 좀 맞춰 보세요.
히메오 : 후후훗...뭐, 처음에는 봐줄게.
어차피 금방 좋아질 테니까.
오사무 : ...또 과대평가 하기에요?
당신의 직장 선배는 그렇게 대단한 녀석이 아니라구요?
히메오 : 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버지한테 맞서 망하지 않은 남자 처음 봤어.
오사무 : 히메오 씨 덕분이에요.
히메오 : 맞어...
문자 그대로, 딸을 덮쳐버렸으니까, 이렇게...
오사무 : 으...
히메오씨가 농담반으로 허리를 움직이자,
이어진 상태의 내 하반신이 기특하게도 반응한다.
...0시를 넘어,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어도,
아직 우리들은 한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사무 : 부, 분명 그것도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이긴 건,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당신 덕분이에요.
히메오 : 날 이용해 아저씨들을 차례대로 공략해...
당신, 완전 꽃뱀 남편이네.
오사무 : 부잣집 아가씨가 그런 천박한 말 쓰면 안되요.
히메오 : 부잣집 아가씨라고 해도, 건축 업자의 딸이라고?
30 이혼남이 딱 어울려.
오사무 : 29예요...
뭐, 확실히 내가 쓴 작전은,
사와시마 그룹에 대해 상당히 효과적이고, 지저분한 것이었다.
사와시마 준페이의 측근을,
그의 딸인 사와시마 히메오를 이용해 [미인계]로 공략한다.
...아니, 약간 어폐가 있지만.
십수년 전, 엄격하고도 과격한, 자신들의 보스 옆에는,
전혀 그 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깜찍하고 귀여운 소녀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히메오씨를 귀여워해줬던 노인들은
그녀의 업무에 대한 [조름]에,
저항 따윈 불가능했다.
오사무 : 하지만...지금도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건지...
히메오 : .........
오사무 : 설마, "그" 사와시마 준페이가,
그렇게까지 [남의 부모]노릇을 하다니,
아니, 그 이상으로,
친절함에도 정도가 있는 [이웃 아저씨]였다니.
그의 행동원리가 황당하게도 [미토코짱을 구한다]라는,
나나 히메오씨와 완전 똑같은 출발점이었다니.
이런 완전히 맹점이었던 진실은,
히메오씨가 간신히 알아낼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오사무 : 우린 좀 더 얘기할 필요가 있었지 않았나해요.
그분을 상처주지 않고, 미토코짱도 상처주지 않고.
...당신도 상처입지 않는 해결 방법, 있지 않았을까하는.
히메오 : 글쎄...?
그 아버지가, 그런 뜨뜻미지근한 대화에 응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리고...
오사무 : 그리고?
히메오 : 적어도 난, 전혀 상처받지 않았다고?
...이렇게 당신이 다 채워줬는 걸.
오사무 : ...그런식으로
여러 가지 의미로 들릴 수 있는 표현은 그만하세요.
히메오 : 앗, 아...잠깐...후훗
또 다시 장난스럽게 허리를 움직이는 히메오씨에게
살짝 올려치며 반론한다.
오사무 : 그리고, 무관계한 사람들까지 끌어들이고 말았어요.
히메오 : 오사무 씨...
오사무 : 또 다시 자기 회사를 끌어들이고,
게다가 이번엔 다른 회사의 운명까지 집어 삼키고,
그룹 전체에까지 파장을 일으켜...
히메오 : 그럼 당신은, 아버지의 생각이...
토코짱을 위해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를 없애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해?
오사무 : .........
히메오 : 내가 똑같은 짓을 하려고 했을 때,
내 콧대를 꺾어놓은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해?
오사무 : 그런 일도...있었죠.
그 무렵의 우리들이, 지금의 우리들을 본다면,
대체 뭐라고 생각할까...
히메오 : 저기 말야, 할 수 있는 만큼 했잖아, 우리.
상처받는 사람이 가장 적은 방법을 찾아,
며칠이고 철야로 일하고, 최선을 다해 속였잖아.
오사무 : 속였다는 게 문제지만요...
미치하마 상사의 누군가가...
시키조 코퍼레이션의 누군가가...
나와 히메오씨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되면 뭐라고 할까.
히메오 : 그래도 말야 오사무 씨...
당신이 자신이 한 일을 어떻게 평가하든,
난 당신을 전적으로 지지해.
오사무 : 히메오, 씨...
정말로...
그 무렵의 우리들이, 지금의 우리들을 본다면...
특히 히메오씨는 절규하겠지...
히메오 : 왜냐하면 당신은, 내 소중한 사람을 위해...
토코짱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리고...혹시라도, 조금은, 날 위해서.
오사무 : 그건...
나에게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거니까요.
히메오 : 응...
비중이, 그녀의 말과는 조금 다른 건
그냥 말 안 하겠지만.
히메오 : 난 사와시마 부동산 대표이사, 사와시마 준페이로부터,
나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습니다.
오사무 : 그 말은...
히메오 : 즉...
내가 인정한 건, 아버지도 인정한 게 돼.
당신은 내가 볼 때, 올바른 일을 했다고, 알았어?
오사무 : 그렇다는 건...
결국 난 사와시마 준페이씨한테 이기지 못했다는 건가.
히메오 : 맞어.
당신이 아버지의 진짜 적이었다면, 박살났을 거야.
오사무 : 아직 멀었구나, 난.
히메오 : 그야...아직 젊으니까요.
오사무 :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히메오 : 젊어젊어!
요기만 봐도 아직도 이렇게나...
오사무 : 으아아아앗!
자, 잠깐잠깐...그렇게 움직이면...
히메오 : 으...아, 아...저, 정말...젊다니까...
준페이 : 뭐야?
??? : ............으!?
ㅈ, 저기...여보세요...
준페이 : 날 비웃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내가 잘못됐다고 할 생각인가?
??? : 아, 아뇨...
준페이 : 말해두지만...
이번 일뿐만 아니라도 나한텐 아무 잘못 없어.
그러는 게 최선이었어.
??? : .........
준페이 : 너희들의 소꿉장난 같은 생활 따위,
언젠간 반드시 파탄날 거라는 게 훤히 보여.
??? : 저, 저기...
준페이 : 그 아이는 좀 더 크고
확실한 힘으로 지켜줘야 해.
그런 것도 모르는 피라미들이...
??? : 카, 카고시마 준이치로 씨...죠?
준페이 : .........뭐?
??? : ㅈ, 저, 저는...
히노사카 미토코, 입니다...
준페이 : .........
??? :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히노사카 호노카의 딸인...미토코, 입니다.
준페이 : .........
??? : 저, 저기...
준페이 : 어어라아아앗!?
??? : 꺄앗!?
ㅈ, 죄송합니닷
준페이 : 아...
미토코 : 어, 어떡하지, 어떡하지!?
엄청 화난 것 같은데.
히메오 : 뭐하는 거야...아버...카고시마씨.
오사무 : 아~, 으음...
카고시마 씨, 히메오씨랑 착각하신 걸거야.
그거 히메오씨 휴대폰이니까.
히메오 : 오, 오사무 씨!?
당황과 분노가 섞인 표정으로 날 노려보는 히메오씨에게,
한쪽눈을 깜빡거리며 애드립임을 전한다.
히메오 : 아...
오사무 : 첫대면부터 다퉜다나봐.
미토코짱한테 화내는 게 아냐.
미토코 : ...그래?
히메오 : ㅁ, 맞아맞아!
사람을 찾아낸 건 다행이었지만,
그 차용증서일로 좀 흥분을 해서.
오사무 : 상대방 사정은 전혀 듣지도 않고,
갑자기 흥분해서 막 소리질렀다나봐.
히메오 : 에, 에~!?
아...으음...
죄송합니다, 맞는 말이에요.
미토코 : 정말, 히메오 언니 또 실수했구나?
내 은인한테 그렇게 화내면 어떡해~
히메오 :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미토코짱의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한 거짓말은,
미토코짱 안에 있는 히메오씨의 포인트를 대폭 깎아 내렸다.
...계산대로♪
히메오 : 나~중~에~보~자~
...미토코짱의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한 거짓말은,
히메오씨 안에 있는 오사무씨의 포인트를 대폭 깎아 내렸다.
...이건 아닌데.
미토코 : 저, 저기, 실례합니다.
카고시마 준이치로 씨, 이신가요?
준페이 : ㅇ...어...맞어...
미토코 : 처, 처음 뵙겠습니다...
전,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준페이 : 미토코, 짱, 인가...
미토코 : ㄴ, 넷
준페이 : 그래...미토코짱이라고...
미토코 : 아저씨...
준페이 : 많이...컸구나
미토코 : 아...
히메오 : .........
오사무 : .........
숨을 죽이고 미토코장과 사와시마씨의 대화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귀를 귀울이고 있는 나와 히메오 씨.
이건 히메오씨가 계획한,
[골치덩어리 아버지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자신의 추억을 부수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이웃 여자애와의, 목소리만의 만남.
미토코 : ㅈ, 저기, 저기...
오늘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준페이 : ...뭐니?
미토코 : 제가 태어난 해...
아저씨가 빌려주셨던 돈...
준페이 : ......
미토코 : 마마가, 절 키우기 위해,
아저씨한테 무리하게 부탁해 빌린, 100만엔 얘기를.
준페이 : 그, 글쎄...무슨 소린지?
미토코 : 차용 증서도 분명히 남아 있었어요.
마마 글씨에, 우리집 실인까지 찍혀져 있었어요.
그러니까 틀림없이, 전 아저씨한테 빚이 있어요.
준페이 : 으...
미토코 : 죄송합니다...지금 당장은 갚을 수가 없어요.
사실은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갚아야 하지만...죄송합니다.
준페이 : 몰라!
난 그런 돈 몰라!
모르는 걸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미토코 : 모르시면 안돼요!
저, 아저씨한테 돈을 빌린 게 아니면 안돼요!
준페이 : 끈덕지기는!
빚 같은 건 없는 게 좋잖아!
왜 자기를 그렇게 궁지로 모는지 이해를 못 하겠군!
미토코 : 그야...아저씨의 돈으로...
전 지금, 이렇게 즐겁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준페이 : 아...
미토코 : 힘든 일도,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지금 이렇게 여기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거예요.
준페이 : 그러...냐
미토코 : 오늘도 너무 기쁜 일이 있었어요.
아저씨가 절 구해주시지 않았다면,
겪지 못 했을지도 모르는 하루였어요.
준페이 : 으...
미토코 : 고맙습니다...아저씨.
저 지금, 행복해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너무, 행복해요...
준페이 : 크...으, 으으...윽
히메오 : 분하네...
오사무 : 뭐가요?
히메오 :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볼런티어...
이렇게까지 진심어린 감사를 받은 적이 없어.
오사무 : 아하하...
히메오 : 그걸, 단지 돈만 빌려준 것뿐인 사람이 말야~.
왠~지 허무해지네.
오사무 : 단지 돈만 빌려준 것뿐인 사람...이라.
히메오 : ?
정말로 그런 걸까?
히메오씨가 가장 처음에 이르렀던 가설.
내가 깜빡 속아넘어간 거짓말.
100%부정할 근거, 있나...?
히메오 : 오사무 씨?
이웃집 아저씨가,
아픈 아이를 위해 100만엔을 빌려줬다.
예전에 옆집에 살던 아저씨가,
외톨이가 되어버린 아이를 거둬들이기 위해,
동네를 통째로 사려고 했다.
전자는 나름대로 이해가 가지만,
후자는...글쎄?
히메오 : 오사무 씨!
오사무 : 에? ㅇ, 아...왜요?
히메오 : 왜 그래?
[돈 빌려준 사람]이 뭐 어때서?
오사무 : 아, 그게 말이죠...
[돈 빌려준 사람]이 그렇게 부러우면,
대부업자 딸이나 하시죠, 라는.
히메오 : ...벌써 그렇게 됐어.
오사무 : 아하하하하...아하하하하하하
그게...어쨌다고?
미토코 : 저기, 아저씨?
준페이 : ㅇ, 왜 그러니...?
사실이 어떻든,
진실은 우리들과는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듯...
미토코 : 메리 크리스마스.
히메오&오사무 : 메리 크리스마스!
준페이 : 으...으으으으윽...!
흐윽, 흐, 으...으으으으윽~
지금 우리들이 행복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않은가.
히메오 : 아~, 추하다 아ㅂ...카고시마 씨.
오사무 : 거울로 자기 얼굴을 본 후에 말씀하시죠?
미토코 : 아하하하하, 정말이다.
오사무 군, 거울 보고 와.
오사무 : 설마!?
우린 이렇게,
언제까지나 셋이서, 함께 껴안고, 웃고.
따스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그렇지만 괴롭고, 힘들고, 슬픈 날도 있어.
하지만 마지막에는...반드시 마지막에는...
행복한 미래가 승리하리라고, 믿고 있으니까.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