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1화 (81/87)

카야 : 그래서 복도에서 뭘하나 했더니만,

       여기 방문 앞에서 안절부절...

미토코 : .........

카야 : 노크하려고 하다가 포기하고 한숨쉬고,

       그리고 또 노크하려다가...를 5연속.

미토코 : .........그게 뭐 어쨌다고?

카야 : 글쎄?

미토코 : 최근에 보이지 않길래,

         난 아예 옆집가서 사는 줄 알았지~

카야 : 진짜로 동거하면 삐뚤어질 거면서.

미토코 : ~으

카야 : 그리고 말야,

       옆집 사람은 그 사람대로 꽤 골치아픈가봐?

미토코 : 아, 그래

카야 : 전기도 가스도 수도도 다 끊겨,

       돈도 없어서 컵라면으로 살아간다든가.

미토코 : ...에?

카야 : 그 부잣집 아가씨가 편의점에서 뜨거운 물 받아

       컵라면 먹는 장면도 꽤 볼만할 것 같은데.

       사진 한장 찍어놨음 좋겠어.

미토코 : 자, 잠깐만 기다려봐...

         왜 그런 비참한 상황에 놓인거야?

카야 : 집이랑 뭔가 잘 안풀린다나봐.

       그 이상은 나도 자세히 듣지 못했어.

미토코 : ...만났어?

카야 : 뭐 그렇지.

       아까 이거 들고 옆집에 갔었으니까.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감사해하길래, 좀 복잡한 심정이 되더라.

미토코 : .........

카야 : 더 웃긴건 저 오사무군한테

       만단위의 빚을 지고 있는 것 같다니까.

미토코 : 그럼 얼마나 빈곤하다는 거야!?

카야 : 아니, 그게 사실인데...

미토코 : 고집 같은 거 부릴 때가 아니잖아...

         뭐하는 거야...

카야 : 그래...고집 같은 거 부릴 때가 아니지.

미토코 : 아...

카야 : 이웃이 도움을 요청해 온다든가...

       하면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어?

미토코 : .........

카야 : 고집 같은 거 부릴 때 아니잖아?

미토코 : 으!

카야 : 도저히, 용서 못 하겠어?

미토코 : 무슨 소리?

카야 : 어느샌가 자기도 모르게 너무나 좋아져, 필사적으로 다른 여자한테서

       떼어놨던 남자를, 황당하게도 친구로 여겼던 예쁜 언니한테 빼앗긴 얘긴데?

미토코 : 컥!?

         콜록, 콜록...

카야 : 코에서...는 안 나오네.

       다행이네, 이미지 다운은 피해서.

미토코 : 일일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카야 : 도저히...용서 못 하겠어?

미토코 : 아까도 똑같은 소리 했어.

카야 : 당연하지.

       대답을 못 들었으니까.

미토코 : .........

카야 : 미안해, 집주인 씨...

미토코 : 왜 사과하는데?

카야 : 나...히메사마를 도와줬어.

       집주인씨의 마음을 알면서도...미안해.

미토코 : 왜 사과하는데!

         나, 아직 대답 안 했는데...

카야 : 뭐랄까...

       남의 마음도 모르고, 자신의 마음조차 모르고,

       들떴다가 축 쳐졌다가하는 저 공주님이 재밌어서 말야.

미토코 : 얘기 안해도 되니까...

         안 듣고 있으니까...

카야 : 솔직히 확률은 반반이라고 생각했는데,

       겁없이 덥썩 물었네...제법이야 히메사마.

미토코 : .........

카야 : 그러니까, 그렇게 그녀를 원망하지마.

       절반은 날 원망해도 돼.

미토코 : 그런 거...가능할 리가 없어.

카야 : 가능하다고.

       난 미워하는데 별 고민할 필요 없잖아?

미토코 :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어.

         자꾸 같은 말 하게 하지마.

카야 : ...고마워.

       집주인 씨...너 괜찮은 애다, 정말로.

미토코 : 그럴 리...없잖아.

카야 : 그치만 말야...

       네가 좋은 아이기 때문에 더,

       난 너의 사랑을 응원해줄 수 없어.

미토코 : 그러니까...

         아까부터 뭘 자꾸 착각하는 거야...

카야 : 오사무군은 말야, 집주인씨를 좋아해.

       아마 지금도 히메사마보다 더 소중히 생각할거야.

미토코 : 뭔...소리야.

카야 : 하지만 집주인씨의 [사랑]이랑은 좀 다르지.

미토코 : 그러니까 말야...

         무슨 소리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카야 : [그럴 생각]으로 좋아한 게 아니라는 소리.

       아, [전혀 모르겠어]같은 뻔한 거짓말은 안해도 되니까.

미토코 : .........

카야 : 그러니까 말야,

       오사무군은 집주인씨의 진심을 알 수 없어.

카야 : 인간은 말야...[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설령 눈앞에 있어도 전혀 보이지 않는대.

카야 : 그런 오사무군이 말야...

       현재 집주인씨의, 너무나도 순수하고 불순한 마음을 알게 된다면 말야...

미토코 : 아니라고...몇 번 말해야 알아듣겠어...

         전혀...조금도...요만큼도...

카야 : 난 말야,

       오사무군이 더이상 괴로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생각이야.

미토코 : 그런 생각, 한 적...없...

카야 : 버림받은 여자의 몸부림일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그의 행복을 바라고 있으니까.

미토코 : .........으

카야 : 지금의 집주인 씨, [여자]니까 말야.

       점점 오사무군의 바라는 [여자애]와

       멀어져가고 있어...

미토코 : 거짓말이야...

카야 : 따라서 [집주인 씨의 투정]은 기뻐하지만,

       [미토코짱의 질투]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미토코 : 질투 같은 거 안 했어...

         안 했다고.

카야 : 앞으로 시간이 좀 더 지나,

       집주인씨의 몸이, 마음의 성장을 따라잡아,

       그래도 너희들이 계속해서 같은 마음으로 있을 수 있다면...

카야 : 오사무군은,

       그때야말로 널 온 힘을 다해 사랑해줄거야.

       그야말로 몸도 마음도, 구석구석.

미토코 : ~~~~~~으!

카야 :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집주인 씨.

       항상 곁에 있고, 같이 살고, 매일 사랑받고,

       하지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생활이 계속되는데 말야.

미토코 : 너무해...너무해.

         정말 너무해, 카야 씨.

카야 : 나라면 분명 머리가 어떻게 돼 버릴거야.

       뭐, 내가 근본적으로 음란한 걸지도 모르지만.

카야 : 하지만 말야...

       집주인 씨, 꽤 나랑 비슷한 냄사가 난단 말야.

미토코 : ㄴ, 나는...난 말야

카야 : 있잖아 집주인 씨...

       너는 말야, 태어나는 시대가,

       아주 미세한 오차 범위내에서 어긋난 거야.

미토코 : .........으, .........으, 으...

카야 : 미안해...말을 길게 하다보니 다 식었네.

미토코 : 으!

         으으으으으...으으...으으...

카야 : 오늘밤은...그만 자.

       그래, 괜찮으면 같이 잘래?

미토코 : 으으으...으으으으으...으, 흐흑, 으윽...

카야 : 히메사마 내쫓고서, 외로웠지?

       일단 떠들썩함에 물들면, 혼자 있는 게 괴롭다고...

미토코 : 으으아아...

         으아아아아아앙...으아아앙...

.........

히메오 : 흐...후아...으?

키노시타 : ...잠을 못 자셨나요?

히메오 : 에? 아, 아니야.

         ...왜 이러지, 꽃가루 날리는 시기도 아닌데.

키노시타 : 그런가요...

           아, 가끔은 같이 식사하러 가실래요?

           옆 건물에 이탈리안 가게가 오픈했다구요.

히메오 : 이탈리안...아 우리 비서가 좋아하겠네.

키노시타 : 그쵸? 그러니까 일단 먼저 시식해볼래요?

           맛있으면 그이를 꼬셔낼 구실을 만들 수 있잖아요.

히메오 : ...왜 내가 더 약한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 애당초 어째서 이렇게까지 다 알려진 거야...?

키노시타 : 자, 가자구요.

           빨리 안 가면 자리 없을지도.

히메오 : 아...미안해요.

         얘기는 고마운데,

         실은 도시락을 싸와서.

키노시타 : 아, 사와시마 씨 도시락도 만드세요?

           의외다~!

히메오 : 만든 건 비서인데...

키노시타 : .........

히메오 : 게다가 아무 재료도 안 들어간 소금밥이지만...

         덧붙여 이렇게 엉망이지만...

키노시타 : .........

히메오 : 그, 그치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그이, 밥짓는 냄새, 아직은 익숙치 않을 텐데도 무리해서...

키노시타 : 하아~, 잘 먹었습니다.

히메오 : 아, 안줄거라고!?

         나, 점심 딱 이것 뿐이니까!

키노시타 : 아뇨, 그게 말이죠...됐어요.

           하아~ 사랑이군요~

히메오 : ...으, 짜

키노시타 : 그건 그렇고, 겨우 그것 뿐이라니,

           다이어트라도 하시나요?

히메오 : 으으응(아니), 이번 달 좀 핀치라서.

         ...아니, 앞으로 계속 핀치라서.

키노시타 : 그게, 무슨 뜻인가요?

히메오 : 으음, 그게 말야.........아냐 됐어.

키노시타 : 왜 그러세요?

           그렇게 큰일인가요?

히메오 : 그것도 그렇지만...

         비서가, 키노시타씨한테는 되도록 사적인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해서.

키노시타 : 으, 으윽!?

히메오 : 나랑 당신 사이에 숨길 거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이, 좀 예민해서 말이지...

키노시타 : 그러게요!

           여자한테는 여자한테밖에 얘기할 수 없는 고민 같은 것도 있는데요!

           남자는 그걸 몰라!

히메오 : 나도 모르지 않지만...

         우리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중요한 일이라서.

키노시타 :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테니까요!

           절대 흥미 위주로 그러는 거 아니니까요!

히메오 : 그래...당신은 믿어.

키노시타 :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그치만 되도록 제 양심에 찔리는 말은 하지 마세요.

히메오 : 절대로 비밀이야?

         실은 말야...아버지가 내 계좌를 동결했어.

         지금 나한테는 동전 한푼도, 일말의 신용도 없어.

키노시타 : 에에에에에엣!?

히메오 : 전기도 가스도 수도도 전화도 끊겼어.

         방은 얼어붙을 정도로 추워서...너무 넓은 것도 안 좋아.

키노시타 : 그, 그럼...식사나 목욕은 어떡하나요?

히메오 : 집에 남은 파스타를 모닥불에 데쳐서 간장에 비벼...

         아, 정원에 있는 잡초도 넣어. 먹을 수 있는지 도감에서 확인하고.

키노시타 : ...네?

히메오 : 지난주까지는 컵라면이랑 편의점 도시락이 중심이었지만,

         실은 쌀이나 건면쪽이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는 걸 알았어.

         조미료는 잔뜩 있으니까.

키노시타 : .........

히메오 : 목욕하는데는 아무래도 돈 아낄 수 없으니까,

         비서한테 돈 빌려 대중 목욕탕에 가지만.

         그치만 요즘엔 돌아오는 길에 너무 추워서 힘들어.

키노시타 : 뭐라고 해야하나...

           상상을 불허하는 터프함이네요.

히메오 : 이렇게 된 것도, 전부 그 사람 탓...

키노시타 : 아...

히메오 : 저 아버지한테 그렇게까지 당당하게 대드는 남자가 있다니...

         진짜 믿기지가 않아.

키노시타 : 요시무라 씨, 말이죠?

히메오 : 항상 생활에 쪼들리고, 키밖에는 내세울 게 없는 한심한 남자,

         편식에다, 등은 굽고, 매일 굽실거리니기나하고, 나약해보여,

         하지만 나한테만은 드세게 나오고...가~끔 보여주는 상냥함이 거슬려...

키노시타 : ...뒷부분은 자랑인가요?

히메오 : 그런 오사무씨가, 저 사와시마 준페이 상대로 철저히 싸우려 하고 있어.

         말려야 하는데...이길 수 있을 리가 없는데...

키노시타 : 혹시,

           최근 요시무라씨가 계속 자리를 비우고 있는 건...

히메오 : 아버지한테 이기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어...

         정말 무모하고, 막무가내에...고집불통, 이야.

키노시타 : 대단하네요...

히메오 : 난, 아직도 고민하고 있어.

         그를 따라야 하는지,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는지.

키노시타 : 사와시마 씨...

히메오 : 우리들이 하려는 일은,

         실은 단순한 자기만족이 아닐까.

         정말 토코짱의 행복은, 우리들과 함께 있어야만 되는 걸까.

키노시타 : .........

히메오 : 토코짱한테 미움받아, 난 좌절해버렸어.

         그 아이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그랬어.

         그리고 그건 그이도 마찬가지일 거야.

히메오 : 그래도 그이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하지만 지금의 나는 따라갈 수가 없어.

         그이의, 예상치 못한 강한 의지에 단지 압도당하고 있을 뿐이야.

키노시타 : .........

히메오 : 난...믿어도 되는 걸까?

         오사무씨한테 모든 걸 걸고, 함께 싸워...

히메오 : 그 결과, 만약 아버지한테 진다면?

         이긴다고 해도, 토코짱의 얼어붙은 마음이

         풀어지지 않는다면?

히메오 : 난, 스스로 나아갈 수 없어...

         그이를 사랑하지만, 그이를...전적으로 믿지 못하고 있어.

키노시타 : .........

히메오 : 미안해요.

         나, 마음이 좀 약해졌나봐.

키노시타 : 아니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이건 운명의 선택이잖아요.

           고민되는 게 당연해요.

히메오 : 정말,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키노시타 : 하지만, 제 생각을 말할게요.

           ...반드시 그를 따라가야 해요.

히메오 : ...에?

키노시타 : 당신이 낯선 이곳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을 때,

           혼내고, 격려하고, 도와주고, 지켜주고,

           끝까지 함께 있어줬던 건, 아버지셨나요?

히메오 : 아...

키노시타 : 당신이 일을 배우고, 성장하고, 무언가를 해냈을 때,

           가장 먼저 보고 싶고, 웃어줬으면 했던 건 누구였나요?

히메오 : .........

키노시타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는데요,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을, 정말로 믿을 수 없나요?

히메오 : .........나, 나는

키노시타 : 부모의 방해가 뭐예요! 돈이 뭔가요! 신용이 다 뭐예요!

           그런 거 없어도, 지금의 당신은 잡초를 먹으면서까지

           살아가고 있잖아요!

히메오 : 난, 그 사람을...

키노시타 : 설령 단칸방에 산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반드시 사랑이 승리해요!

           용기 따위 필요 없어요, 그냥 믿기만 하면 돼요!

히메오 : 그 사람을...믿어도 될까?

키노시타 : 따님도 분명히 알아줄 거예요!

           사와시마 씨, 이렇게나 열심히

           엄마가 되려고 하고 있잖아요!

히메오 : 거긴 뭔가 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키노시타 : 힘내세요!

           저희들은 언제나 두분 편이에요!

히메오 : 키...키노시타 씨!

키노시타 : 그러니까 절대로, 꺽이지 말아요!

히메오 : 고, 고마워, 나, 나...

         마음속 깊이, 떨림이 멈추질 않아...

키노시타 : 사와시마 씨...

히메오 : 으..., 으..., 엣취!

키노시타 : 꺅?

히메오 : 어, 어라...?

         떨림이.........멈추지 않아...?

키노시타 : 에...?

오사무 : ...38도 9분

히메오 : 떠, 떨림이.........멈추질 않아...

오사무 : 최근에 갑자기 추워졌으니까요.

         난방도 안되는 방에 있으니, 무리도 아니죠.

히메오 : 그런, 그런...

         그, 그때의 열기는...이거였던 거야...?

오랜만에 히가시하기모리에 돌아온 나를 맞아준 건,

심한 고열 끝에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사이자 연인인 히메사마였다.

오사무 : 그때가 어느때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히메오 : 안돼~~~

         간신히 평생 같이할 거라 결심했는데~

         콜록, 콜록

오사무 : 아~자자, 누워 있으라니까요.

뭔가 엄청난 소리를 들은 것 같지만,

지금은 따지고들 상황이 아닌...것 같기도 하다.

히메오 : 흐, 흐에엥...

         역시 나...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오사무 : 지금은 쉬는게 먼저예요...

         몸이 안좋을 땐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 힘드니까요.

히메오 : 제대로 된 생각이 아니...라고?

오사무 : 아마도요.

         대부분 후회해요.

히메오 : ...으, 으, 흐에에...

         역시 오사무씨의 말을 믿으려면,

         오사무씨의 말을 믿으면 안되는 거네...

오사무 : 그렇게 곧바로 실례를 들지 말아요.

         자, 얌전히...약, 사왔으니까요.

히메오 : 됐어...그러기엔 돈이 아까워.

오사무 : 이미 사왔는데요.

히메오 : 그럼 환불해와.

         그 돈으로 오사무씨, 점심밥에다

         튀김이라도 얹어 먹어.

오사무 : 그러지 않아도 오징어 뎀뿌라 나오니까요.

히메오 : ㄱ, 그 무슨 사치스러운!

         힘들게 튀김 부스러기 공짜로 주는 가게를 찾아냈는데~

오사무 : 네네, 미안해요.

         자, 약 먹어요~

확실히 지금의 나에게 2인분의 식비를 요구하는 건 가혹하지만,

그렇게까지 절망적인 상황은...

애당초 히메오씨의 식비 정도는 낼 수 있는데,

단지 본인이 필요 이상으로 사양하고 있는 것뿐으로.

오사무 : 자, 입 열어요.

         우선은 물부터 마셔요.

히메오 : .........

오사무 : 얌전히 먹지 않으면,

         입으로 먹여줄 거예요?

히메오 : 그, 그건.........

         감기 옮으니까 하지마~

어째서 일순간 흥분하는거야 이 사람은.

오사무 : 자, 앙~

히메오 : 시럽 아니면 안 먹어.

(어디서 많이 본? ㅋㅋ)

오사무 : 그런 어린애 같은 투정...엄청 귀여워요.

히메오 : 흐아아아아아...~!?

         음~!?

오사무 : 자, 숨 참고.

         꿀꺽해요, 꿀꺽.

히메오 : 으으으으음, 음~!?

예상대로, 격하게 얼굴을 붉힘과 동시에 입을 뻐끔거리는 순간에,

컵의 물과 가루약을 넣고, 입을 막아버린다.

히메오 : 콜록, 콜록!

         ㅁ, ㅁ, ㅁ...뭐하는 거야!?

...최근 히메오씨를 다루는 방법을

좋지 않은 느낌으로 기억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사무 : 그럼 갔다 올게요.

         오늘은 얌전히 누워 있어요.

히메오 : 오후에 있는 임원 회의...

오사무 : 다음주로 연기할게요.

히메오 : 하지만, 그렇게까지 제안을 미루면,

         앞으로 오사무씨한테 더 많은 부담이...

오사무 : 어떻게든 될 거예요...

히메오 : 그치만, 올해안으로 결판을 내야만 하잖아?

         저쪽과의 교섭 기간은 최소한 한 달은 놓고 싶어.

         그렇담 지금, 사내에서 늑장부릴 상황이 아니야.

오사무 : ...잘 해낼 거예요.

         걱정마요, 날 믿어요.

그런 소리를 하면서도,

히메오씨의 정확한 상황 분석에,

어두운, 하지만 기쁘기도 한 모순된 기분이 용솟음친다.

그녀의 성장이 기뻐,

하지만 내 괴로운 상황이 간파됐다는 것이 기분좋지 않다.

히메오 : 당신의 의욕은 믿지만,

         몸이 따라갈지 걱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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