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0화 (80/87)

.........

최종화 : 우리들의 집안 싸움

아사미 : 정말로, 그만 둘거야?

미토코 : ...응

아사미 : 여름 방학 전이었다면 오히려 찬성했겠지만,

         지금은...좀 안타까운데.

미토코 : ......

아사미 : 1학기 때 내려갔던 성적은 거의 완벽하게 돌아왔고,

         슈우센대 부속고 장학생은 결코 무리가 아냐.

         ...뭐, 손쉬운 건 아니지만.

미토코 : 이제 됐어...그만둘래요.

아사미 : 정말로?

미토코 : .........응...네

아사미 : 알았어.

         그럼, 슈우센대 부속고에 대한 건 잠시 보류하는 걸로.

         ...근데, 그럼 어디로 갈거야?

미토코 : .........

아사미 : 너 설마...

         5월 무렵으로 되돌아가려는 건 아니지?

미토코 : 그건...

아사미 : 그건 용납 못해...

         네 주변 어른들이 필사적으로 힘을 모아,

         네 바람을 이루어주기 위해 고생해왔는데...

미토코 : 하지만...내 집은, 더이상.

아사미 : 아직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어.

         오사무도, 옆집 아가씨도, 물론 나도.

         ...그래, 너 이외에는 말야.

미토코 : .........

아사미 : 분명 큰일이긴 해.

         미토코짱의 능력밖의 일이라는 건 알아.

         하느님은 정말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말야?

미토코 : 선생님...?

아사미 :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말 공부가 하고 싶다면,

         이 정도 일로 진학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생각해.

미토코 : 이 정도?

         이 정도라니...이봐요!

아사미 : 왜냐하면 미토코짱,

         이번 일이랑은 전혀 관계없는 걸로 삐쳐있으니까.

미토코 : 삐, 삐쳐!?

아사미 : 자기만 쏙 빼놓았다든가, 소외감을 느낀다든가,

         괜한 짓을 했다든가, 나중에 나타나서는 빼앗아갔다든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미토코 : 아아아아아아앗!?

아사미 : 내가 들어보니,

         네가 그렇게 어린애처럼 어리광을 피우기 때문에,

         그 두 사람을 더욱 가깝게 만든 게 아닐까?

미토코 : 제멋대로 말하지마!

         내 마음은 하나도 모르면서!

아사미 : 그래...아무것도 몰랐어.

         약간 고집스럽지만, 성실하고 모범적인 우등생인줄 알았어.

미토코 : 에...

아사미 : ...이렇게 고집불통에다가,

         쉽게 좌절하는 [구제불능]인지는 몰랐어.

미토코 : 아, 아~, 아아아아아~!

아사미 : ...왜 오사무 주변에는,

         그런 여자들만 모여드는 걸까.

미토코 : 아, 아니야, 아니라고!

         나, 오사무군한테, 그런, 그런!

아사미 : 걱정마, 넌 혼자가 아니니까.

미토코 : 에, 에...?

아사미 : 카야씨라고 했나?

         그녀도 엄청난 구제불능이지.

         그리고...또 한 사람 있는 것 같으니까.

미토코 : 그건...

아사미 : 그러니까, 겉모양만이라도 좋으니까 기운내.

         넌 결코 외톨이가...

미토코 : 그렇다고 해서, 그런 한심한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긴 싫어...

아사미 : 아직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구나, 너...

.........

니시카와 : 조우사이 건설의 니시무라입니다...

준페이 : 될 수 있으면 여기로 전화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니시카와 : 넷, ㅈ,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준페이 : ...뭐야? 짧게 말해.

니시카와 : 실은, 그 히가시하기모리 땅 말씀입니다만...

           예,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 말입니다.

준페이 : 우리 사이에 그거 이외에 뭐가 있나?

         쓸데없는 두서는 치워.

니시카와 : 실은 아까,

           그곳 주민 중에 한 사람이 저한테 교섭을 걸어와서...

준페이 : 호오, 누가?

니시카와 : 화복 차림의 노인으로...우에사카 키헤라고 밝혔습니다.

           어느 대학의 교수를 하다가 몇년 전에 은퇴해서

           현재는 명예 교수로서...

준페이 : 그 노인 얘기는 들은 적이 있어.

         항상 방에 틀어박혀서 만담 연구나 하고 있다는 이상한 남자지.

         명예 교수라는 것도 다 헛소리일걸.

니시카와 : 하지만, 제가 조사해본 바로는...

준페이 : 됐어. 그 우에사카라는 노인은

         철거에 동의한 건가?

니시카와 : 그게...

           아무래도 주민 대표로 온 것 같습니다만...그게...

준페이 : 결론만 말해.

니시카와 : 어느 누구도, 나갈 생각은 없다고.

준페이 : 그래...

니시카와 : 이쪽에서 제시한 조건은 파격적이라고 할만한 것입니다만,

           여기서 더 뜯어내려고 하다니...정말 추잡한 인간들.

준페이 : 그런 게 아닐지도 몰라...

니시카와 :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그들이 그 낡아빠진 아파트에 집착하는 다른 이유라도?

준페이 : 아니...그런 건 없어.

니시카와 : 어떻게 할까요?

준페이 : 그냥 내버려 둬.

         어차피 별 문제 안 될거야.

니시카와 : 하지만 주민 5명 전원이 나가지 않고 버틴다고 하면,

           좀 골치아플 것 같습니다만.

준페이 : 자잘한 일이야. 문제 없어.

         녀석들은 반드시 끝에 가서는 굽힐거야.

         ...건드릴 필요 없어.

니시카와 : ...그렇습니까.

           그럼 그렇게.

준페이 : 그것보다 스케줄은 어떻게 됐어?

         착공은 좀 늦어져도 되지만, 계획만은 빨리 세워.

니시카와 : ...그런 이유로,

           새해가 되면 곧바로 모든 허가가 떨어질 예정입니다.

           이후로 업자 선정에 들어가, 착공은 내년 초부터...

준페이 : 늦는데...

니시카와 : 하지만, 사와시마 그룹의 비호가 없는 현 상황에선,

           저희들만의 힘으로는 이게 최대한이라서...

준페이 : ...무슨 말이 하고 싶은가?

니시카와 : 구체적인 약속을...

           슬슬 서면 교환을 하고 싶습니다만.

준페이 : 내 말을 못 믿는다고?

니시카와 : 믿고는 있습니다만...

           저희 회사의 운명을 걸은 대(大)프로젝트이기에...

준페이 : ...그렇게 될까

니시카와 : ...네?

준페이 : 약속하지.

         올해안으로 사와시마 그룹의 일원으로 받아주지.

니시카와 : 믿어도, 괜찮겠지요?

준페이 : 끈질기군.

         뭘 바라나?

니시카와 : 우선 먼저, 저쪽이랑 회합을 하고 싶습니다만.

준페이 : 누구를 만나고 싶나?

         말해봐.

니시카와 : 그러니까, 시키조 코퍼레이션...

           피차 급한 상황이니까요...

준페이 : ...알았어. 생각해보지.

니시카와 :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한테 직접 연락을 주시면,

           어떤 일이라도 처리하겠으니...

.........

부부장 : 끝이야 끝!

         자, 종료~!

오사무 : 부부장님...

         아직 얘기의 반도 안 끝났습니다만.

부부장 : 끝이라고!

         더이상은 듣고 싶지 않아~!

오사무 : 제가 정식채용됐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면 가능한 한 서포트하겠네]라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부부장 : 이건 불가능한 일!

         서포트 대상외(外)!

오사무 : 그러니까, 끝까지 들어보시고 판단해주세요.

         히라키 [부부장님]

부부장 : 이런 황당한 일을 하려고 출세한 게 아니라고!

         왜 자네는 항상 날 부려먹으려고 하는 건가...

오사무 : 그건...

밀어붙이는 것에 약한 나와 닮았다는 친근감이...

같은 소리를 하면 나처럼 목소리가 갈라질지도.

부부장 : 카마타가 자네를 자른 이유, 지금이라면 알 것 같아...

         자넨 독 아니면 약밖에 될 수 없는 존재야.

오사무 : 하지만 부부장님도 약에 의존하시지않습니까.

히라키 부부장은, 짜증난다는 듯이 위장약 병을 들고,

손바닥에 잔뜩 털어놓은 알약을 단숨에 삼킨다.

부부장 : 안 먹으면 버틸수가 없다고!

         이런 말도 안되는 얘기를 듣고는!

오사무 : ...그걸 물도 없이 잘 드시네요.

         쓰지 않으세요?

부부장 : 써!

         당연하잖은가!

부부장님이 먹은 건, 어악백초환(御岳百草丸).

전국적으로 유명한 우리 고향의 위장약이다.

(나가노현 제약의 약품)

그래, 온타케산(=어악산)은 기후에도 있으니까...

부부장 : 잘 듣게 요시무라 군...

         자넨 까맣게 잊어버렸을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아내와, 대학 수험을 앞둔 아들이 있다고.

오사무 : 기억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부부장님은 잊으셨을지 모르지만,

         저한테도 지킬 사람이 둘 있습니다.

부부장 : 처음 들어.

         한명 늘어났어.

오사무 : ...그랬나요?

부부장 : 참고로 지금은 여성 사원에게는 얘기하지 않는 게 좋아.

         정체불명의 메일링 리스트가 형성되어 있으니까.

개인 메일은 업무상 횡령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부부장 : 그런 이유로, 자꾸 내 수명을 단축시키지말게.

         지금은 차근차근히 그룹내에서의 위치를 다져야 할 시기가 아닌가?

오사무 : 저도 가능하면 그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수는 없어요.

부부장 : 이번에는 뭔가?

         이익공여인가? 탈세인가? 구조계산불비인가?

         아니면 성희롱 잔치인가?

오사무 : 지금이야말로 공세를 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부부장 : 방금 말 돌렸지?

오사무 : 지금까지 적이었던 사와시마의 밑으로 흡수되었는데,

         이대로 현실에 안주한채,

         천천히 썩으실 겁니까, 부부장님은?

부부장 : ...현재 이 회사에서 사와시마와 가장 관계가 깊은 건

         자네 같은데.

오사무 : 설령 회사를 팔지라도 영혼까지는 팔 수 없다...

         영업부 안에서는 그렇게 말하며 한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부장 : 또 말 돌렸지?

오사무 : 본사도 바라고 있는 바일 겁니다.

         경쟁 없는 곳에 발전도 없습니다.

부부장 : 이번 자네의 제안은 경쟁이라기보단 도발에 가까워...

         원래 있던 그룹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오사무 : [틈이 생기면 언제든 목을 베도 좋다]

         사와시마 준페이씨가 어느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금언(金言)입니다.

부부장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오사무 : 사내의 의견 통일을 이끌어내고 싶습니다.

         저번 계획에 참가했던 멤버들을 모아주시겠지요?

오사무 : 걱정 마십시오, 이 계획은 사와시마 이사의 허가도 받아 놨습니다.

         즉 [본사의 의사]와도 동일!

부부장 : 하극상이 아니라는 보증은?

오사무 : 왜 그러십니까 부부장님.

         절 믿어주세요.

         아하하, 아하하하하...

부부장 : 그거 웃는 게 아냐, 눈은 안 웃고 있다고, 요시무라 군!?

.........

미토코 : 다음 보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을 골라라...?

미토코 : 으음...1. 콘크리트, 2. 석회암, 3. 삼나무 꽃가루,

         4. ...지렁이 시체?

미토코 : ...다 안좋아보여.

미토코 : .........

미토코 : ...아

미토코 : 으음.........아무래도 생물이겠지.

         그렇다면...후아아아아~

미토코 : .........

미토코 : .........

미토코 : ...흐음

미토코 : 쿠울...으음...

미토코 : .........으음?

미토코 : 아...안돼 안돼.

         아직 오늘 목표치에 한참 모자른데.

미토코 : 페이스가 안 올라가네...

         지금 몇시지.

미토코 : 2신가...아직 멀었네.

미토코 : ...엇, 말도 안돼, 4시?

미토코 : 흐에?

카야 : 집주인 씨, 집주인 씨~

       이봐~, 불 켜놓고 자면 안돼~

미토코 : .........아

.........

카야 : 다 됐다.

       깔개 부탁해.

미토코 : ㅇ, 응...

카야 : 좋았어.

       뜨거우니까 조심해.

미토코 : ㅇ...응...

카야 : 자 먹어.

       집에서 보내온 건데,

       날거라서 오래 못 두니까.

미토코 : .........

카야 : 우리집 주변에 있는 가게건데,

       맛있어 정말.

미토코 : .........

카야 : ...[적에게 도움을 받을 정도로,

       난 망가지지 않았다]?

미토코 : 잘 먹겠습니다!

미토코 : ~~~~~~~으!!!

카야 : 그러니까 뜨겁다고 했잖아...

.........

미토코 : 후~, 후우우우우~

카야 : .........

미토코 : 후우, 후우...

카야 : 요즘, 맨날 이렇게 늦게까지 해?

미토코 : 지금 몇 시?

카야 : 2시...를 10분 정도 지났어.

미토코 : ...맞았구나, 아까.

카야 : 이거 먹고 어서 자.

       자라지는 않지만, 한창 자랄 나이의 애가 깨어있을 시간이 아냐.

미토코 : ...딱히 카야씨한테 피해되는 거 없는 걸.

카야 : 민폐라고 이거...

미토코 : 왜?

         별로 시끄럽게 하지 않잖아?

카야 : 자꾸 계속해서 오사무군이 방에서 나온다고.

       자꾸 신경쓰여서...

미토코 :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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