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8화 (78/87)

미토코 : 오사무 군...

다른 사람 모두 믿어주지 않아도 좋다.

아이만 믿어준다면, 그게 부모 자식간의 진실이니까.

오사무 : 저당 잡혔다는 건,

         돈만 갚으면 어떻게든 되돌릴 수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우선 돈 갚을 생각을 해보자.

이 땅에, 평가액 마이너스 500만을 주겠다는 건,

변제액은 많아봤자 500만이라는 소리.

그건 물론, 미토코짱이나 나에게 있어

쉽사리 갚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고정 자산세와 비교해봐도 단위수가 다르다.

히메오 : 걱정마, 괜찮아...

          토코짱은 반드시 내가...

          으으응(아니), 나랑 오사무씨가 지켜내겠어.

미토코 : .........

하지만 문제없다.

분명, 아마, 어쩌면...

오사무 : 맞어...셋이서 힘을 합치면...

미토코 : 됐어...

히메오 : 에...?

미토코 : 이제, 됐어...

오사무 : 미토코, 짱...?

분명히 처음에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봐 줬는데.

핏기없는 표정을, 약간 찡그리며,

마음의 동요를 보여줬는데.

미토코 : 나, 이 아파트 포기할래.

         그게 가장 현실적인 답안이야...

오사무 : 쭉 고생해왔잖아!

         열심히 현실을 견뎌내왔잖아!

         이제와서 그런 소릴 하다니 이해가 안돼!

미토코 : 으...미안해

아, 이럼 안돼...

미토코짱한테 소리를 지르다니...이 무슨 짓을.

히메오 : 오, 오사무 씨...

오사무 : 호노카씨와의, 두 사람의 추억의 장소를 포기할 거야?

         지금까지 해왔던 건 다 뭐야...

하지만, 마음속의 후회와 반성과 답답함과는 반대로,

미토코짱의 포기하려는 듯한 자세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호노카씨가 없어져,

보호자가 없어진 미토코짱은,

이곳에 계속 남아있는 것조차 힘들어져.

그래도 주변의 어른들을 이용해,

버티고, 버텨서...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여길 지키겠다고...

오사무 : 다들 너의 그 [어리광]을 좋아했기에,

         지금까지 도와줬던 거야! 그걸 배신하겠다는 거야!?

히메오 : 오사무 씨...진정해요!

오사무 : 으...

방금전까지 히메오씨에게 브레이크를 걸었던 나를,

이번에는 히메오씨가 조마조마하며 지켜본다.

난 작전도 격정도 아닌

자신을 움직이게하는 것을 간신히 참고,

다시 한번 미토코짱을 바라본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미토코짱은,

울듯한 시선을 내게서 돌려, 테이블 위로 떨구어...

미토코 : ......잖아

또 금이 간다.

미토코 : 어쩔 수 없잖아!

         더이상은 무리야..."혼자"선 노력할 수 없어.

오사무 : 혼자라니...무슨 소리야?

미토코짱의 옆에 누가 있어주느냐,

나와 히메오씨가 앞을 다퉈는데.

결국 가운데에 있는 그녀의 뜻대로,

오른쪽에 나, 왼쪽에 히메오씨라는,

그런 "세 사람"이 있어 왔는데.

히메오 : 토코짱은 절대 혼자가 아냐...

         내가 있잖아.

         그리고 오사무씨도.

미토코 : 됐다고 했잖아!

         두 사람한테 도움받고 싶지 않아!

오사무 : 에...

히메오 : 토...토코, 짱?

미토코 : 나만을 위해

         "완전 남"을 불행하게 만들 수는 없는 걸.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둬.

오사무 : 나는...

         미토코짱과 함께라면 불행해져도 상관없어...

미토코 : 시끄러워!

         오사무군 따위, 히메오 언니랑 행복하게 지내버려!

오사무 : 에...?

히메오 : 아...앗!

미토코 : 아아...

순간...

미토코짱은 완전히 실언을 인정하는 동작과 표정을 보였다.

미토코 : [거봐?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라고 한 거라고.

          두 사람 다, 그동안 쭉 서로를 의식해왔으니까]

미토코 : [앞으로는 나를 위해서 더 노력할거야.

          그렇게 두 사람의 부담을 줄여나갈 테니까...

          그러니까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서 노력해, 응?]

미토코짱은 웃어 주었다.

축복해줬다.

진수성찬을 차려 주었다.

그날의 식탁은, 최후의 만찬이라는 듯,

우리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테이블 가득 놓였고,

미토코짱의 웃음 소리로 가득했다.

그래...우리들이 좋아하는 것뿐이었다.

지금까지 미토코짱이 [건강을 위해]라든가

[영양 밸런스도 생각해야지]같은 소리를 하며

강제로 반찬으로 내놓았던 반찬은, 완전 배제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들은...

미토코짱의 [손님]으로 격하되었던 것이다.

미토코 : 어째서...어째서?

         나, 노력했잖아.

         열심히, 살아왔잖아...

오사무 : 미토코짱...

미토코 : 그런데...그런데 말야...왜 나한테만

         이렇게 계속해서 힘든 일만 생기는 거야?

히메오 : 으!?

미토코 : 공부도 잘 하고 있어. 엄청 노력하고 있어...

         그래 맞어, 자지 않고 있어, 아침까지 하고 있어...

지금의 미토코짱은 완전히 자기를 잃었다.

따라서 몇 시간 후에, 반드시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다.

미토코 : 진학한다는 목적도, 슈우센대 부속고를 노릴 이유도,

         전부 잃어버렸는데, 그래도 필사적으로 하고 있어...

왜냐하면, 이렇게까지 말해버리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절로 알게 되고 만다.

미토코 : 왜냐하면, 성적이 떨어지면 두 사람이 오는 걸.

         꼴도 보기 싫은데 열심히 걱정하는 걸!

그녀는...

나와 히메오씨가 서로 사랑하게 된 일로,

오랫동안 아주 깊게 상처입었다는 걸.

히메오 : 토코...짜앙...

미토코 : 으...으, 으으...

         미안, 미안...정말 미안해!

오사무 : 미토코짱...

착한 아이니까.

우등생이니까.

예의 바르고, 마음씨 좋고, 그리고...

피보호자니까.

오사무 : 우리들은...셋이선, 행복해질 수는 없는 걸까?

미토코 : 될 리가 있어!

따라서 나는, 눈앞의 미토코짱의 통곡을,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

...

키노시타 : 사와시마 씨.

히메오 : .........

키노시타 : 사와시마 씨?

           이사님?

히메오 : .........

키노시타 : ...히메오 씨?

히메오 : .........

키노시타 : 히메사마.

히메오 : 어떻게 그 호칭을 알고 있는 거야 당신이.

키노시타 : 요전에 요시무라씨한테 전화한 촐랑거리는 남자가

           30분도 넘게 잡담을 해서요...

히메오 : 업무중 사적인 전화는 정도껏 하도록.

         그리고 그 남자가 데이트 신청하면 거절하도록.

         근데, 무슨 일이야?

키노시타 : 오늘 아침부터 쌓인 결재 서류, 좀 처리해주세요.

           요시무라씨가 요약 설명 해놨으니까 문제 없을 거라고...

히메오 : 아...미안해요.

         5시 전까지는 해둘게요...

키노시타 : ...최근에 무슨 일 있으세요, 사와시마 씨?

           마치 상사병 걸린 사람 같다구요?

히메오 :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사무실 전체에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거네?

키노시타 : 그렇다구요.

           전 사내에서도 제일 늦게 정보 입수하니까요.

히메오 : 강력한 발신원이라는 의미였는데...뭐, 됐어.

         확실히 이 상태라면, 이전 이상으로 월급만 축내는 꼴이네.

키노시타 : 정신 바짝 차리세요?

           요시무라씨가 곁에 없는 것만으로

           이렇게 흐느적거리면 안된다구요.

히메오 : ...근데?

키노시타 : 상사병 얘긴가요?

히메오 : 아니에요.

         그 요시무라는 최근 어디 있어요?

         전혀 모습을 볼 수 없는데.

키노시타 : 에? 사와시마씨 지시 아니었나요?

           요시무라씨라면 지난주부터 출장이라구요?

히메오 : 그...그래?

키노시타 : 예, 그룹내 거래처를 돌아다니고 있나봐요.

           히라키 부부장님은, 드디어 다음 프로젝트를 가동한건가, 라며

           매일 확인하고 있어요.

히메오 : 어느새 그렇게...살아난 거야.

키노시타 : 근데 사와시마씨가 모르다니 이상하네요...

           출장에 관한 결재도 하셨을 텐데요...

히메오 : 출장 결제?

키노시타 : 예, 일주일간 출장이니까,

           직속 부장 이상의 결제가 필요하죠.

           그러니까 말이죠...

히메오 : .........?

         아앗...!

키노시타 : 사와시마 씨?

히메오 : 진짜네...어느새?

키노시타 : ...스스로 결재하신 내용 정도는 읽어보세요.

히메오 : 교묘하다고, 그 인간...

         남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은근슬쩍 끼어넣었어.

키노시타 : 그러고 보니...

           이사실에서 쫓겨났을 때도 이런 식이었죠.

오사무 : 네, 접니다.

         고생 많으십니다.

분타로 : 오~ 리스토라. 지금 어디?

         최근 못 봤는데 잘 있어?

오사무 : 으음...지금은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부지방 수도에서...

분타로 : ...나고야라고 하면 되잖아 그냥.

오사무 : 으아, 어젠 오랜만에 집에서 잤어요.

         기차로 한 시간도 안 걸리기에.

예상대로, 아무도 식사를 준비해주지 않았지만.

분타로 : 아, 그래서...

         이곳의 어제까지의 보고인데.

오사무 : 어떻게 됐나요?

         찾아냈나요?

분타로 : 그게...

야스나가군의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약간 침울하다.

분타로 : 3번가 뿐만 아니라,

         히가시하기모리 전역을 커버했는데 말야,

         역시 아무도 몰라. 카고시마 준이치로 같은 냥반은.

오사무 : 음...역시.

하지만 난, 그 대답을 확인한 시점에,

또 한 걸음 핵심에 다가설 수 있었다.

분타로 : 역시라니...그래,

         리스토라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 차용 증서가 가짜라는!

오사무 : 아뇨, 진짜예요.

         결코 위조 같은 게 아니에요,

         그건 틀림없이 호노카씨가 쓴 거예요.

분타로 : 어떻게 그걸 알어?

오사무 : 비교해봤어요.

         호노카씨의 필적을.

예전에 미토코짱한테서 받은 호노카씨의 편지.

영감님이 갖고 있던 임차 계약서 서명. 기타등등.

그 어떤것과 비교해도, 호노카씨 특유의 왼쪽을 치켜올리는 특징이

완전 똑같았다.

분타로 : 그치만 말야...그럼 카고시마 준이치로라는 인간은 어딨는 거야?   

         이웃도 아닌데 왜 집주인한테

         선뜻 100만이나 빌려줬지?

오사무 : 아뇨, 이웃이었을 거예요. 당시에는.

분타로 : 아 몰라.

         네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어.

오사무 : 아, 그것보다, 거기 쿠마자키 씨 있나요?

         부탁했던 조사가 있는데요.

분타로 : 어, 바꿔줄게.

         ...쿠마짱, 리스토라~

요시노리 : 나고야라고?

           아카후쿠모찌랑 우나기파이 부탁해.

(아카후쿠모찌는 미에현, 우나기파이는 시즈오카현의 명물)

오사무 : 그건 나고야 명물이...아, 됐어요.

         그래, 어떻게 됐어요?

요시노리 : 어떻게 되고 자시고...

           너, 단순히 보조 증거를 위해 날 이용한거지?

오사무 : 으음...무슨 뜻인가요?

요시노리 : ...흥, 됐다.

           오늘중으로 메일 보낼 테니까, 체크해봐.

오사무 : 감사합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아니 그것보다 이 사람,

성실하게 일하면 돈 엄청 벌 것 같은데.

아니, 나쁜쪽에 손을 대도 돈 벌것 같은 게 좀 그렇지만.

요시노리 : ...그래서?

           보수는 틀림없겠지?

오사무 : 걱정마세요.

         지방 출장에는 수당이 나오니까요.

         나고야 명물인 오후쿠모찌랑 우나파이 기대하세요.

요시노리 : 이렇게나 고생했는데 겨우 과자로?

           아니 그것보다, 그건 나고야 명물이 아닌데다 짜가잖아.

오사무 : 왜 그러세요, 우린 친구잖아요.

         상업적이 아닌 친구간의 원고 의뢰는 기본적으로 그냥 해주는 거잖아요?

요시노리 : 그 대신에 완성된 책은 받는다고!

오사무 : 그럼 그렇게.

         설명 자료가 완성되면 한 부 드릴게요.

         중요한 기밀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취급해주세요.

요시노리 : 너, 히메사마한테 듣기는 했지만...

           일이랑 관련되면 진짜 저질이다.

오사무 : 그야 월급 받는 만큼은 일해야 하니까요.

요시노리 : 그렇게 말하면서,

           지금 본업이랑은 아무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잖아.

오사무 : 무슨 말씀인가요, 깊은 관계가 있어요.

요시노리 : 그치만, 우리가 지금 조사하고 있는 건...

오사무 : 관계, 있다구요.

         틀림없이 성과를 내보이겠어요.

.........

히메오 : 후우...

히메오 : 오늘도...안 왔어.

히메오 : 대체 뭐야 이 자식...

         이럴 때, 왜 곁에 있어주지 않는 거야...

히메오 : 아...안돼.

         혼자 있으니까 계속해서 나쁜 생각만 들어.

         .........한잔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네.

히메오 : 다 잊어버리자...

         토코짱도,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도,

         그리고...그 자식도...꿀꺽!

오사무 : 저기...왜 이렇게 컴컴한가요?

히메오 : 으음!?

         으, 음~, 으으으으으음~!

오사무 : 히, 히메오 씨!?

         정신 차려요!

.........

히메오 : 콜록, 콜록, 콜록...

         주, 죽는 줄 알았다.

오사무 : ...위스키봉봉?

(술 들어간 초콜릿)

침대에 널부러진 작은 병은,

카카오와 양주가 섞인 달콤한 향기를 풍겼다.

히메오 : 술에 곯아 떨어질 때까지 마시고 싶었다고...

오사무 : 이거 한개로요?

겨우 이걸로 한없이 술 퍼먹는 건가.

이 무슨 리즈너블한...

오사무 : 근데,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겠는데요,

         왜 이렇게 컴컴한가요?

         방 뿐만 아니라 현관까지.

예비키를 갖고 있었기에 들어오긴 했지만,

발밑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이 방에까지 오는데 꽤 고생했다.

히메오 : 그냥 좀...생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오사무 : 근데, 스위치 눌러도 안 켜지는데요?

히메오 : 3일 전부터 이래.

         이젠 눈도 익숙해졌지만.

오사무 : 헛, 전기가 끊겼잖아요!?

         왜 안 냈어요, 전기세!

히메오 : 현재의 내가 전기세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오사무 : 아, 그러고 보니...

현금도 카드도 전부 사사키씨한테 맡겨뒀었지.

그리고 아마도,

내가 조사한 바로는...

히메오 : 근데 좀 이상해...

         이런 매달 내는 건 자동으로 나갈텐데.

오사무 : 그건...손전등 있나요?

히메오 :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몰라.

오사무 : ...찾아올게요.

         덤으로 양초도.

이 사람은 혹시...

생활 능력이 나 이상으로 떨어지는 건 아닐까?

.........

오사무 : 오케이...이걸로 겨우 히메오씨의 얼굴을 볼 수 있네요.

         ...다녀왔어요.

히메오 : ㅇ, 어서ㅇ......아

오사무 : ? 히메오 씨?

희미한 불빛에 비춰진 그 귀여운 얼굴은,

잠깐 확 밝아지는 것 같았지만,

곧바로 급격하게 시무룩해졌다.

히메오 : ...왜 온 거야? 여긴

오사무 : 출장 갔다가 온 건데요.

히메오 : 그, 그런 소리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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