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코 : 오사무 군...
다른 사람 모두 믿어주지 않아도 좋다.
아이만 믿어준다면, 그게 부모 자식간의 진실이니까.
오사무 : 저당 잡혔다는 건,
돈만 갚으면 어떻게든 되돌릴 수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우선 돈 갚을 생각을 해보자.
이 땅에, 평가액 마이너스 500만을 주겠다는 건,
변제액은 많아봤자 500만이라는 소리.
그건 물론, 미토코짱이나 나에게 있어
쉽사리 갚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고정 자산세와 비교해봐도 단위수가 다르다.
히메오 : 걱정마, 괜찮아...
토코짱은 반드시 내가...
으으응(아니), 나랑 오사무씨가 지켜내겠어.
미토코 : .........
하지만 문제없다.
분명, 아마, 어쩌면...
오사무 : 맞어...셋이서 힘을 합치면...
미토코 : 됐어...
히메오 : 에...?
미토코 : 이제, 됐어...
오사무 : 미토코, 짱...?
분명히 처음에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봐 줬는데.
핏기없는 표정을, 약간 찡그리며,
마음의 동요를 보여줬는데.
미토코 : 나, 이 아파트 포기할래.
그게 가장 현실적인 답안이야...
오사무 : 쭉 고생해왔잖아!
열심히 현실을 견뎌내왔잖아!
이제와서 그런 소릴 하다니 이해가 안돼!
미토코 : 으...미안해
아, 이럼 안돼...
미토코짱한테 소리를 지르다니...이 무슨 짓을.
히메오 : 오, 오사무 씨...
오사무 : 호노카씨와의, 두 사람의 추억의 장소를 포기할 거야?
지금까지 해왔던 건 다 뭐야...
하지만, 마음속의 후회와 반성과 답답함과는 반대로,
미토코짱의 포기하려는 듯한 자세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호노카씨가 없어져,
보호자가 없어진 미토코짱은,
이곳에 계속 남아있는 것조차 힘들어져.
그래도 주변의 어른들을 이용해,
버티고, 버텨서...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여길 지키겠다고...
오사무 : 다들 너의 그 [어리광]을 좋아했기에,
지금까지 도와줬던 거야! 그걸 배신하겠다는 거야!?
히메오 : 오사무 씨...진정해요!
오사무 : 으...
방금전까지 히메오씨에게 브레이크를 걸었던 나를,
이번에는 히메오씨가 조마조마하며 지켜본다.
난 작전도 격정도 아닌
자신을 움직이게하는 것을 간신히 참고,
다시 한번 미토코짱을 바라본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미토코짱은,
울듯한 시선을 내게서 돌려, 테이블 위로 떨구어...
미토코 : ......잖아
또 금이 간다.
미토코 : 어쩔 수 없잖아!
더이상은 무리야..."혼자"선 노력할 수 없어.
오사무 : 혼자라니...무슨 소리야?
미토코짱의 옆에 누가 있어주느냐,
나와 히메오씨가 앞을 다퉈는데.
결국 가운데에 있는 그녀의 뜻대로,
오른쪽에 나, 왼쪽에 히메오씨라는,
그런 "세 사람"이 있어 왔는데.
히메오 : 토코짱은 절대 혼자가 아냐...
내가 있잖아.
그리고 오사무씨도.
미토코 : 됐다고 했잖아!
두 사람한테 도움받고 싶지 않아!
오사무 : 에...
히메오 : 토...토코, 짱?
미토코 : 나만을 위해
"완전 남"을 불행하게 만들 수는 없는 걸.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둬.
오사무 : 나는...
미토코짱과 함께라면 불행해져도 상관없어...
미토코 : 시끄러워!
오사무군 따위, 히메오 언니랑 행복하게 지내버려!
오사무 : 에...?
히메오 : 아...앗!
미토코 : 아아...
순간...
미토코짱은 완전히 실언을 인정하는 동작과 표정을 보였다.
미토코 : [거봐?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라고 한 거라고.
두 사람 다, 그동안 쭉 서로를 의식해왔으니까]
미토코 : [앞으로는 나를 위해서 더 노력할거야.
그렇게 두 사람의 부담을 줄여나갈 테니까...
그러니까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서 노력해, 응?]
미토코짱은 웃어 주었다.
축복해줬다.
진수성찬을 차려 주었다.
그날의 식탁은, 최후의 만찬이라는 듯,
우리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테이블 가득 놓였고,
미토코짱의 웃음 소리로 가득했다.
그래...우리들이 좋아하는 것뿐이었다.
지금까지 미토코짱이 [건강을 위해]라든가
[영양 밸런스도 생각해야지]같은 소리를 하며
강제로 반찬으로 내놓았던 반찬은, 완전 배제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들은...
미토코짱의 [손님]으로 격하되었던 것이다.
미토코 : 어째서...어째서?
나, 노력했잖아.
열심히, 살아왔잖아...
오사무 : 미토코짱...
미토코 : 그런데...그런데 말야...왜 나한테만
이렇게 계속해서 힘든 일만 생기는 거야?
히메오 : 으!?
미토코 : 공부도 잘 하고 있어. 엄청 노력하고 있어...
그래 맞어, 자지 않고 있어, 아침까지 하고 있어...
지금의 미토코짱은 완전히 자기를 잃었다.
따라서 몇 시간 후에, 반드시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다.
미토코 : 진학한다는 목적도, 슈우센대 부속고를 노릴 이유도,
전부 잃어버렸는데, 그래도 필사적으로 하고 있어...
왜냐하면, 이렇게까지 말해버리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절로 알게 되고 만다.
미토코 : 왜냐하면, 성적이 떨어지면 두 사람이 오는 걸.
꼴도 보기 싫은데 열심히 걱정하는 걸!
그녀는...
나와 히메오씨가 서로 사랑하게 된 일로,
오랫동안 아주 깊게 상처입었다는 걸.
히메오 : 토코...짜앙...
미토코 : 으...으, 으으...
미안, 미안...정말 미안해!
오사무 : 미토코짱...
착한 아이니까.
우등생이니까.
예의 바르고, 마음씨 좋고, 그리고...
피보호자니까.
오사무 : 우리들은...셋이선, 행복해질 수는 없는 걸까?
미토코 : 될 리가 있어!
따라서 나는, 눈앞의 미토코짱의 통곡을,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
...
키노시타 : 사와시마 씨.
히메오 : .........
키노시타 : 사와시마 씨?
이사님?
히메오 : .........
키노시타 : ...히메오 씨?
히메오 : .........
키노시타 : 히메사마.
히메오 : 어떻게 그 호칭을 알고 있는 거야 당신이.
키노시타 : 요전에 요시무라씨한테 전화한 촐랑거리는 남자가
30분도 넘게 잡담을 해서요...
히메오 : 업무중 사적인 전화는 정도껏 하도록.
그리고 그 남자가 데이트 신청하면 거절하도록.
근데, 무슨 일이야?
키노시타 : 오늘 아침부터 쌓인 결재 서류, 좀 처리해주세요.
요시무라씨가 요약 설명 해놨으니까 문제 없을 거라고...
히메오 : 아...미안해요.
5시 전까지는 해둘게요...
키노시타 : ...최근에 무슨 일 있으세요, 사와시마 씨?
마치 상사병 걸린 사람 같다구요?
히메오 :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사무실 전체에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거네?
키노시타 : 그렇다구요.
전 사내에서도 제일 늦게 정보 입수하니까요.
히메오 : 강력한 발신원이라는 의미였는데...뭐, 됐어.
확실히 이 상태라면, 이전 이상으로 월급만 축내는 꼴이네.
키노시타 : 정신 바짝 차리세요?
요시무라씨가 곁에 없는 것만으로
이렇게 흐느적거리면 안된다구요.
히메오 : ...근데?
키노시타 : 상사병 얘긴가요?
히메오 : 아니에요.
그 요시무라는 최근 어디 있어요?
전혀 모습을 볼 수 없는데.
키노시타 : 에? 사와시마씨 지시 아니었나요?
요시무라씨라면 지난주부터 출장이라구요?
히메오 : 그...그래?
키노시타 : 예, 그룹내 거래처를 돌아다니고 있나봐요.
히라키 부부장님은, 드디어 다음 프로젝트를 가동한건가, 라며
매일 확인하고 있어요.
히메오 : 어느새 그렇게...살아난 거야.
키노시타 : 근데 사와시마씨가 모르다니 이상하네요...
출장에 관한 결재도 하셨을 텐데요...
히메오 : 출장 결제?
키노시타 : 예, 일주일간 출장이니까,
직속 부장 이상의 결제가 필요하죠.
그러니까 말이죠...
히메오 : .........?
아앗...!
키노시타 : 사와시마 씨?
히메오 : 진짜네...어느새?
키노시타 : ...스스로 결재하신 내용 정도는 읽어보세요.
히메오 : 교묘하다고, 그 인간...
남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은근슬쩍 끼어넣었어.
키노시타 : 그러고 보니...
이사실에서 쫓겨났을 때도 이런 식이었죠.
오사무 : 네, 접니다.
고생 많으십니다.
분타로 : 오~ 리스토라. 지금 어디?
최근 못 봤는데 잘 있어?
오사무 : 으음...지금은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부지방 수도에서...
분타로 : ...나고야라고 하면 되잖아 그냥.
오사무 : 으아, 어젠 오랜만에 집에서 잤어요.
기차로 한 시간도 안 걸리기에.
예상대로, 아무도 식사를 준비해주지 않았지만.
분타로 : 아, 그래서...
이곳의 어제까지의 보고인데.
오사무 : 어떻게 됐나요?
찾아냈나요?
분타로 : 그게...
야스나가군의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약간 침울하다.
분타로 : 3번가 뿐만 아니라,
히가시하기모리 전역을 커버했는데 말야,
역시 아무도 몰라. 카고시마 준이치로 같은 냥반은.
오사무 : 음...역시.
하지만 난, 그 대답을 확인한 시점에,
또 한 걸음 핵심에 다가설 수 있었다.
분타로 : 역시라니...그래,
리스토라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 차용 증서가 가짜라는!
오사무 : 아뇨, 진짜예요.
결코 위조 같은 게 아니에요,
그건 틀림없이 호노카씨가 쓴 거예요.
분타로 : 어떻게 그걸 알어?
오사무 : 비교해봤어요.
호노카씨의 필적을.
예전에 미토코짱한테서 받은 호노카씨의 편지.
영감님이 갖고 있던 임차 계약서 서명. 기타등등.
그 어떤것과 비교해도, 호노카씨 특유의 왼쪽을 치켜올리는 특징이
완전 똑같았다.
분타로 : 그치만 말야...그럼 카고시마 준이치로라는 인간은 어딨는 거야?
이웃도 아닌데 왜 집주인한테
선뜻 100만이나 빌려줬지?
오사무 : 아뇨, 이웃이었을 거예요. 당시에는.
분타로 : 아 몰라.
네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어.
오사무 : 아, 그것보다, 거기 쿠마자키 씨 있나요?
부탁했던 조사가 있는데요.
분타로 : 어, 바꿔줄게.
...쿠마짱, 리스토라~
요시노리 : 나고야라고?
아카후쿠모찌랑 우나기파이 부탁해.
(아카후쿠모찌는 미에현, 우나기파이는 시즈오카현의 명물)
오사무 : 그건 나고야 명물이...아, 됐어요.
그래, 어떻게 됐어요?
요시노리 : 어떻게 되고 자시고...
너, 단순히 보조 증거를 위해 날 이용한거지?
오사무 : 으음...무슨 뜻인가요?
요시노리 : ...흥, 됐다.
오늘중으로 메일 보낼 테니까, 체크해봐.
오사무 : 감사합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아니 그것보다 이 사람,
성실하게 일하면 돈 엄청 벌 것 같은데.
아니, 나쁜쪽에 손을 대도 돈 벌것 같은 게 좀 그렇지만.
요시노리 : ...그래서?
보수는 틀림없겠지?
오사무 : 걱정마세요.
지방 출장에는 수당이 나오니까요.
나고야 명물인 오후쿠모찌랑 우나파이 기대하세요.
요시노리 : 이렇게나 고생했는데 겨우 과자로?
아니 그것보다, 그건 나고야 명물이 아닌데다 짜가잖아.
오사무 : 왜 그러세요, 우린 친구잖아요.
상업적이 아닌 친구간의 원고 의뢰는 기본적으로 그냥 해주는 거잖아요?
요시노리 : 그 대신에 완성된 책은 받는다고!
오사무 : 그럼 그렇게.
설명 자료가 완성되면 한 부 드릴게요.
중요한 기밀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취급해주세요.
요시노리 : 너, 히메사마한테 듣기는 했지만...
일이랑 관련되면 진짜 저질이다.
오사무 : 그야 월급 받는 만큼은 일해야 하니까요.
요시노리 : 그렇게 말하면서,
지금 본업이랑은 아무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잖아.
오사무 : 무슨 말씀인가요, 깊은 관계가 있어요.
요시노리 : 그치만, 우리가 지금 조사하고 있는 건...
오사무 : 관계, 있다구요.
틀림없이 성과를 내보이겠어요.
.........
히메오 : 후우...
히메오 : 오늘도...안 왔어.
히메오 : 대체 뭐야 이 자식...
이럴 때, 왜 곁에 있어주지 않는 거야...
히메오 : 아...안돼.
혼자 있으니까 계속해서 나쁜 생각만 들어.
.........한잔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네.
히메오 : 다 잊어버리자...
토코짱도,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도,
그리고...그 자식도...꿀꺽!
오사무 : 저기...왜 이렇게 컴컴한가요?
히메오 : 으음!?
으, 음~, 으으으으으음~!
오사무 : 히, 히메오 씨!?
정신 차려요!
.........
히메오 : 콜록, 콜록, 콜록...
주, 죽는 줄 알았다.
오사무 : ...위스키봉봉?
(술 들어간 초콜릿)
침대에 널부러진 작은 병은,
카카오와 양주가 섞인 달콤한 향기를 풍겼다.
히메오 : 술에 곯아 떨어질 때까지 마시고 싶었다고...
오사무 : 이거 한개로요?
겨우 이걸로 한없이 술 퍼먹는 건가.
이 무슨 리즈너블한...
오사무 : 근데,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겠는데요,
왜 이렇게 컴컴한가요?
방 뿐만 아니라 현관까지.
예비키를 갖고 있었기에 들어오긴 했지만,
발밑조차 보이지 않았기에
이 방에까지 오는데 꽤 고생했다.
히메오 : 그냥 좀...생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오사무 : 근데, 스위치 눌러도 안 켜지는데요?
히메오 : 3일 전부터 이래.
이젠 눈도 익숙해졌지만.
오사무 : 헛, 전기가 끊겼잖아요!?
왜 안 냈어요, 전기세!
히메오 : 현재의 내가 전기세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오사무 : 아, 그러고 보니...
현금도 카드도 전부 사사키씨한테 맡겨뒀었지.
그리고 아마도,
내가 조사한 바로는...
히메오 : 근데 좀 이상해...
이런 매달 내는 건 자동으로 나갈텐데.
오사무 : 그건...손전등 있나요?
히메오 :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몰라.
오사무 : ...찾아올게요.
덤으로 양초도.
이 사람은 혹시...
생활 능력이 나 이상으로 떨어지는 건 아닐까?
.........
오사무 : 오케이...이걸로 겨우 히메오씨의 얼굴을 볼 수 있네요.
...다녀왔어요.
히메오 : ㅇ, 어서ㅇ......아
오사무 : ? 히메오 씨?
희미한 불빛에 비춰진 그 귀여운 얼굴은,
잠깐 확 밝아지는 것 같았지만,
곧바로 급격하게 시무룩해졌다.
히메오 : ...왜 온 거야? 여긴
오사무 : 출장 갔다가 온 건데요.
히메오 : 그, 그런 소리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