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7화 (67/87)

미토코 : ...그거 좋겠네.

오사무 : 으, 우욱...

히메오 : 벌써 그로기?

         생각보다 체력이 없네.

오사무 : 그 이전에 정신력과 담력이 한계예요...

히메오 : 그 정도로는 출세는 틀렸네.

         만년 계장이려나, 이러면.

오사무 : 그 소리 이전에 그런 소개 방법이 어딨어요!

히메오 : 으...

히메오 : 여긴, 요시무라 오사무 씨.

         미치하마에선, 주로 제 서포트를 해주고 있어요.

히메오 : 우수한 사람이라구요?

         저한테 사회인이 갖춰야 할 모습을 지도해주는,

         믿음직한 선생님 같은 사람이에요.

히메오 : 아시죠, 저는 아버지한테 갑자기 일을 떠맡게 돼서,

         하나부터 열까지 몰라서...그래서 이 사람을 의지하게 돼서.

히메오 : 에? 그와의 관계, 요?

히메오 : 그건 그...으음...그러니까 말이죠...

         오, 오사무 씨, 다른데 보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날 놀리는 건지 아닌지...

아무튼, 마지막 게 치명적이었다...

그 이후, 회장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엄청난 의심을 받았다...

오사무 : 내일부터 회사 못 간다...

내일이 문제가 아니라,

아까, 갑자기 사장님이 나한테 존댓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히메오 : ㅁ, 뭐, 봐.

         이걸로 그 누구도 당신을 못 자르게 됐잖아?

         긍정적으로 생각해.

단 하나 위로가 되는 게 있다면...

사와시마의 대(大)보스이자 히메오씨의 아버지이신,

사와시마 준페이씨가, 급한 일이 생겨 일찍 자리를 뜬 것 정도...

오사무 : 히메오씨는 괜찮나요, 이래도...

히메오 : 나? 내가 왜?

오사무 : 아뇨, 소문나는 건 나랑 세트라구요?

히메오 : .........

오사무 : .........

히메오 : 아 힘들다, 역시.

오사무 : 에...

노코멘트로 일관...?

히메오 : 뭐, 아무려면 어때, 이제 파티도 끝났는데.

         마음이 놓이니 목이 마르네.

오사무 : 아, 으음...

         그럼 우롱차 가져올까요?

히메오 : 됐어, 컴패니언 부를 테니까.

         죄송한데요, 음료 좀 주시겠어요?

방금 그 반응...

대체 무슨 뜻일까?

컴패니언 : 아, 네, 여깄습니다.

           맥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히메오 : 아, 여기 차로 할게요.

그녀는 나와 소문이 나는 것을,

적극적으로 부정할 생각이 없는 걸까?

컴패니언 : 에? 아뇨, 그건...

오사무 : 에...?

히메오 : 후우...땀난다.

         빨리 방에 가서 옷 갈아입고 싶다.

글래스에 얼음이 떠있는 갈색의 액체가,

히메오씨의 입에 닿고, 그리고...

오사무 : 히, 히메오 씨, 그거 위스키!

히메오 : 꿀꺽, 꿀꺽.........으음?

단숨에 들이켰다.

.........

(털썩~)

히메오 : 음~...으으으으으~

오사무 : 하아...

파티 종료시간인 게 다행이었다...

참석자 전원에게 방이 잡혀 있어 다행이었다...

...히메오씨가 가벼워서, 다행이었다.

히메오 : 흐으..음, 흐으, 하아, 하아...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씨?

히메오 : 음~...으음?

아무래도 의식은 있는 것 같다.

...조금.

오사무 : 파티 끝났다구요~?

         이제 옷 갈아입고 집에 가야죠~?

히메오 : 파아...티이?

         하, 하아아..흐으으으음...

오사무 : 좀 살려주세요~

시간은, 종료 시간인 21시에서 이미 20분이 지났다.

아까부터 사사키씨는 호텔 로터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

설마 마지막 순간에 이런 트랩에 걸리리라고는.

내가 마신 15잔의 술도 전부 헛일이 됐다.

오사무 : ...우욱

...생각하니 나까지 정신이 혼미해졌다.

오사무 : 자, 히메오씨 쫌,

         빨리 안 돌아가면 미토코짱이 걱정하잖아요?

흔들흔들흔들

히메오 : 음, 음~~~...우욱

오사무 : 우욱!?

흔드는 것도 불가능인가...

히메오 : 스으으으으...흐으으으...

오사무 : 엇, 와앗~, 자면 안돼, 자면 안돼~!

어떡하지 이 주정뱅이...?

그냥 내버려 둘수도 없고...

아니, 지금의 나에게

그녀를 내버려 둔다는 선택지따위가 있을 리 없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오사무 : 그렇담...어떡하지?

(어떻게든 해서 데리고 간다)

(여기서 히메오를 돌본다) ===

.........

오사무 : 그, 그런가요, 돌아왔나요!

         ...다행이다~

......

오사무 : 그래서, 미토코짱은 뭐라고?

         에? 공원에서 자고 있었다고?

         ...이 계절에?

...

히메오 : 으음?

오사무 : 가, 감기 걸리잖아요!

         당장 목욕탕에 데리고 가주세요!

         부탁해요, 카야 씨.

히메오 : 어라...?

오사무 : 네, 전 그녀가 깨어나면...

         에? 전할말이요? 아, 네, 하세요.

히메오 : 여긴...에?

오사무 : ...그거, 무슨 뜻인가요?

         에? ㄴ, 네...알았어요.

         아뇨,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히메오 : 오...오사무, 씨?

오사무 : 그럼, 부디 미토코짱 좀 부탁드려요.

         네, 네...

히메오 : .........

오사무 : ...다행이다~~~

먼저 아파트로 돌아간 사사키씨한테서

[히노사카님이 아직 귀가를 안 하신 것 같습니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이후로 아파트 사람들에게 부탁해 찾아다녀,

마침내 근처 공원에 있는 걸 발견한 게 지금, 11시 전.

내일 여러 가지로 얘길 들어봐야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미토코짱의 무사를 축하하자.

오사무 : 자 그럼...

히메오 : 으!

일단 큰 문제 하나는 잠정적이긴 하지만 해결한 지금,

이쪽의 문제도 어떻게 해야...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 .........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씨?

         이제 좀 일어나세요~?

히메오 : 스...스으...쿠우울

오사무 : 이럼, 아침까진 무린가.

히메오 : 음...크으~, 드르렁~

오사무 : ...꽤 호쾌하군.

히메오 : 으읍!?

         ...음, 크으으으~, 스으으으으~

오사무 : 자...그럼 어떡한다.

아무래도, 편안(?)히 잠든 것 같다.

이제 얼굴도 빨갛지 않고, 괴로워 보이지도 않는다.

급성 알콜 중독의 위험성은 사라졌다고 봐도 되나.

오사무 : ...좋아

히메오 : ...?

뭐, 고비를 넘겼다고는 하나,

혼자만 아파트로 돌아가는 건

너무 불성실하니.

상사니까, 이웃이니까, 젊은 여성이니까.

...그런 표면적인 이론 같은 거랑 관계없이,

그녀를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

오사무 : ...됐다

정말 다행이다...

참석자 전원의 방을 잡아놔서.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씨?

히메오 : 음...으으으으음...

오사무 : 저, 옆방에 가 있을 테니까요.

         깨어나면 내선으로 연락주세요.

히메오 : .........에?

오사무 : 그리고, 6시에 제가 한번 연락할 테니까요.

         알았죠? 내일은 월요일이에요? 출근해야되요?

히메오 : ..........으

호텔의 메모지에,

내 방 번호, 내일 모닝콜 시간을 적어놓고

침대 머리맡에 둔다.

그리고, 꽤나 흐트러져 자고 있는 히메오씨를 보지 않고,

그 몸에 이불을 덮고, 마지막으로 한숨.

오사무 : 그럼, 잘 자요.

라고 하며 문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

꾸욱

오사무 : 으앗?

...순간, 무릎이 확 꺾인다.

오사무 : ...?

돌아보니, 내 정장 소매를 꽉 붙든,

침대에서 삐져나온 가느다란 손가락.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 음...쿠울...

오사무 : 자는 거...맞지

그럼 이 손가락은?

...어렸을 적에 부모한테 떼쓰던 꿈이라도 꾸는 건가?

오사무 : 음...으.

         어, 잠깐...이건...

가볍게 당겨봤지만,

꽤 꽉 붙잡힌 것 같아 떨어지지 않는다.

히메오 : 음, 음, 으음~

잠든채인 히메오씨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미간이 찌푸려져, 필사적으로 소매를 붙잡는다.

혹시, 꿈은 꿈이지만 나이트메어...?

오사무 : 히메오 씨..괜찮아요?

히메오 : 음...으음...

다시 한번 침대 옆으로 돌아가,

살짝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을 들여다본다.

오사무 : 괜찮...죠?

히메오 : .........

오사무 : 그럼...갈게요, 전.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는 상의를 벗어,

이불 위에 덮어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문으로 돌아서,

천천히 걸으려 하는데...

꽈악

오사무 : .........

히메오 : .........

오사무 : 아니, 이건 깨어있는 거죠?

...순간, 곧바로 정장 소매를 벗어난 손이,

이번엔 와이셔츠 소매를 꽉 잡고 있다.

히메오 : 음~...으으으으음~

오사무 : 아무리 그래도 말도 안되요.

         왜 자는 척 해요?

히메오 : 크으으으...스으으...으음...

오사무 : 히메오 씨!

히메오 : 음...으음...?

아무래도 내 검막에 놀랐는지,

히메오씨는 귀찮다는 듯이,

하지만 이제서야 알아챘다는 듯이 눈을 뜨고...

히메오 :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오사무 : 내가 묻고 있잖아요, 내가.

예상대로 시치미를 뗐다.

.........

히메오 : 물 탄 위스키...?

오사무 : 그래요.

         우롱차랑 착각했다구요.

히메오 : 곡물을 발효시켜 증류시킨 후

         나무통에 넣어 숙성시킨 무서운 극약?

오사무 : ...마시지도 못하면서 만드는 법은 잘 아네요.

히메오 : 그래서?

오사무 : 갑자기 쓰러졌다구요.

         파티 도중에.

마침 끝 인사를 하는 도중이어서,

아무도 모르게 데려올 수 있었던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히메오 : 사사키는?

오사무 : 먼저 아파트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요.

히메오 : 그래서...오사무씨는 왜 여기에?

오사무 : 깨어날 때까지는

         급성 알콜중독의 우려도 있고,

         누군가 같이 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히메오 : 뭐...여성의 방에 멋대로 들어오다니!

         게다가 의식을 잃은 틈을 타!

오사무 :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요.

히메오 : ㅇ, 왜?

오사무 : 정상이 아닌 여성에게 무슨짓을 하는 취미는 없어요.

히메오 : 뭐...내가 취향이 아니라니 그 무슨 소리야!

오사무 : ...화내려면 좀 더 머리가

         멀쩡해지고선 하세요.

히메오 : 으...

내가 우려했던대로,

히메오씨는 취한 후의 기억을 완전히 잃었다.

오사무 : 아무튼 아무일도 없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안심하세요.

히메오 : 아무일도...없었어?

오사무 : 뭐, 술이 아니더라도, 오늘은 피곤했죠.

         조금 더 쉬세요.

         그럼 전, 옆방에 있을 테니...

히메오 : 기, 기다려!

         도망치려고!?

오사무 : ...제가 멋대로 들어온 게

         문제 아니었나요?

히메오 : 아, 그런가...으음, 으음...

         저, 정말로 아무일도 없었다고 한다면,

         지금부터 증명해봐!

오사무 : 증명이라뇨...어떻게 말이에요?

히메오 : 그, 그게...예를 들면 아침까지 여기 남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걸 실제로 보여준다든가.

오사무 : 아니, 그건...그런 말도 안되는.

다만 그 후의 리액션이 의미불명이다.

히메오 : 아, 안돼...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

         모처럼...이 아니라, 천재일우...가 아니라...

애당초 자는 척을 하고 있던 시점부터가 이상했다.

그렇게 뻔히 보이는 치졸한 공작, 히메오씨.........다운걸지도?

오사무 : 저...여기 있는 게 좋은가요?

히메오 : 아, 으음, 그...

말과는 반대로, 마치 나를

이 방에 잡아두려는 듯한 행동들.

혹시...

오사무 : 묶거나 하는 편인가요?

         호텔에선 자주 그런다고들 하니까요.

히메오 : 난 내가 아는 세계밖에 몰라!

오사무 : 아, 너무 흥분하지마요.

         머리에 안 좋아요.

뭐니해도 맥주 한잔으로 숙취를 겪는 사람이니,

내일은 분명 지옥이겠군.

히메오 : 다, 당신이야말로...흥분 안해?

오사무 : 에...무슨 뜻인가요?

히메오 : 그, 뭔가...떠오르는 거 없어?

         지금 이 상황을 돌이켜보면.

오사무 : 그 말은...

히메오 : .........

엇, 그렇게 진지한 눈동자로 바라보면 난처하다.

이쪽에겐 강력한 제약이 있는데.

[정상이 아닌 여성에게 무슨짓을 하는 취미는 없어요]

라는, 바로 1분 전에 자신에게 부여한 제약이...

히메오 : .........

오사무 : 으...

차가워졌을 히메오씨의 뺨에 붉은빛이 돈다.

한번 빠졌던 알콜이 다시 올라온 것...뿐만은 아니다.

슬슬 진짜로 돌아가는 게 좋다.

아무리 상대가 히메오씨라고 해도, 더이상은...

히메오 : 뭔가...말해봐.

오사무 : 에? 아...아

아니...[히메오씨라고 해도]라는 건 무슨 소리야?

그런 마이너스 보정, 어디에 있다는 거야?

완전...당혹스럽잖아, 이 상황.

지금까지 뭘 여유를 부렸던 거야, 나는?

히메오 : 당신, 날 어떻게...

오사무 : 으! 마, 맞다!

히메오 : ㄴ, 넷!

오사무 : 카야씨한테 전해들은 말이 있어요!

히메오 : 응...?

...위험했다.

나 치고는 꽤 훌륭하기까지 한 화제전환.

오사무 : 미안해요, 방금 통화했다가 들었어요.

         깜빡 잊고 있었어요.

히메오 : ..........

오사무 : 아마 핸드백 속에

         선물을 넣었다는 것 같아,

         일어나면 바로 확인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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