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43/87)

오사무 : 으...

카야 : 최근, 매일 한밤중에 돌아오고,

       이번에는 당분간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하니.

그러고 보니...이번에도, 3일동안 거기있을 예정이군.

불길하다.

카야 : 결정적으로, 이번에도 또 월급날 전이니.

오사무 : 아뇨, 그건 관계없어요...아마도.

이렇게 나를 아는 사람들에겐,

불길한 부호를 연상시키는 이번 사태이기에...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기에,

많은 걱정을 할 게 분명하기에,

그래서 말하지 못했던 이유로.

오사무 : 지금 좀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회사 경영 방침에까지 관련된 빅 프로젝트에요.

나도 참 그럴싸하게 말한다...

오사무 : 연휴 끝나자마자 각 부서를 다 불러 설명회를 해요.

         휴일 반납하고 일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해서.

카야 : 꼭 그런 걸로 해두고 싶어?

오사무 : 그런 거라니까요...

카야 : ..........

카야씨는 납득하지 못하는 듯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말하자면, 전혀 설득하지 못했다는 소리.

카야 : 자, 여기 짐.

오사무 : 감사합니다.

역에 도착할 때까지 해방되어 있던 오른손은,

다시 도시락과 선물과 상비약과

숨겨진 수트의 무게에 비명을 지른다.

카야 : 조심해.

       이쪽의 물은 정말로 조심하는 게 좋아.

(수돗물을 의미하는 듯)

오사무 : 안 마시니까요 그런 거.

앞으로 3일 동안은 편의점 도시락과 페트병에 든 차만.

카야 : 뭐, 열심히 해?

       지금의 나는 오사무 군을 도와줄 수 없지만.

       그게 좀 분하지만, 말야.

오사무 : 지금 그 말만으로도 충분해요...그럼.

카야 : 어라? 도쿄역 방면은 반대쪽 개찰군데?

오사무 : .........

가능하면 마지막에 그 장난은 안 해줬으면 했는데.

오사무 : 그럼, 잠시 실례할게요.

카야 : 응.

미치하마 상사에 입사했을 때,

의욕에 넘쳐 경비 절약을 위해 산 정기권을,

개찰구에 밀어 넣는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이 정기권, 기간 끝날 때까지 사용할 수 있겠지...?

카야 : .........

개찰구를 지나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카야 씨한테 고개를 숙인다.

그녀는 여전히 뭔가 애매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내 행동을 전혀 납득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개찰구 앞에 서서,

다른 이용객에게 불편을 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급히 그곳을 떠나고 싶은 듯 하면서도,

계속 여기에 있고 싶은 듯한 애매한 마음인채로,

플랫폼으로 이어진 계단으로 향한다.

카야 : 저기, 오사무 군!

오사무 : ㄴ, 네?

그런 애매한 카야씨의 페인트로,

갑자기 이름을 불린 나는

스스로도 예상했던대로, 목소리가 갈라지고 말았다...

카야 : 이번에 울 때는, 내 품안에서 해~!

오사무 : 뭐어어어어엇!?

그리고 그 갈라진 목소리는,

카야씨의 폭탄 발언 때문에 더욱 높게 울려 퍼진다.

카야 : 힘내~ 오사무 군!

       그럼 안녕~

오사무 : 아...

그렇지만, 그런 필요 사항만을 전하고는,

그녀는 평상시처럼 깨끗이 발걸음을 돌려...

깜짝 놀란 듯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속에서,

재빨리 거리속으로 묻힌다.

오사무 : 카야, 씨...

저러면서도,

물러가야 할 때는 잘 알고 있다니까...

.........

......

...

(드르르륵...)

미토코 : 어라...

요시노리 : 오늘도 정원 청소?

           밤에 태풍온다는데 쓸데없는 일 아닌가?

미토코 : .........

요시노리 : 왜 그래, 미토코짱?

미토코 : ...쿠마자키씨가 밖에 나온 거,

         얼마만인가해서.

요시노리 : 히키코모리로 안 보이지, 이 강인한 육체!

           뭐니해도 매일 방에서 단련을 거듭했으니까.

미토코 : 뭔가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뭐, 됐어.

         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어디 나간다고?

요시노리 : 응, 주말까지 말이지.

           오프라인 모임에서 대박 터트린 후,

           철야로 줄서고, 또 철야로 줄서서 티켓으로 들어가...

미토코 : 철야는 그만두는 게 좋아. 여러 가지 의미로.

요시노리 : 어디까지 진상을 파악하고 있는지는 굳이 묻지 않겠지만,

           마음깊이 담아둘게.

미토코 : 그냥 건강의 걱정만 한건데?

요시노리 : 자 그럼, 비오기 전에 빨리 가는 게 좋으니까.

           슬슬 갈게, 나중에 봐.

미토코 : 응, 조심해서 갔다와~

요시노리 : 아파트 보강할 거 있으면 하치(분타로)를 부려먹으라고.

           그 녀석 무대 설비도 담당하고 있어서 꽤 쓸만하다고?

미토코 : 우선은 태풍이 비껴가기를 바랄게~

.........

미토코 : ...자, 사람이 꽤 줄었네.

.........

(쏴아아아~~~)

오사무 : 아~아, 드디어 내리는군요.

과장 : 뉴스 안 봤는가?

       오늘밤에 이 주변을 강타할 거라고, 태풍 16호.

오사무 : 그랬나요?

         최근 계속해서 여기에만 있다 보니까 몰랐습니다.

유리창에 격한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커다란 물방울.

낮게 웅웅거리며, 가끔은 휘파람처럼 고주파를 연주하는 폭풍.

확실히, 이건 대형 태풍이다.

과장 : 서쪽 신간선이나 비행기는 전부 멈췄다는 것 같네.

       추석 마지막날이 이러니,

       귀성 러시하는 사람들은 패닉이겠지.

오사무 : 그거 큰일이군요...

그런 맞장구를 치면서도,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역이나 공항이 아니었다.

오사무 : 괜찮을까...다들.

아주 약한 바람이나 비에도

틈새 바람이나 누수를 걱정해야만 하는,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

오늘밤, 이 태풍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내가 돌아갔을 때, 지붕이 제대로 남아 있을까.

그런 걱정은 끝이 없지만...

과장 : 자 그럼, 시작해볼까.

       이 주변 전철도 언제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테니까.

오사무 : 아, 네.

하지만 지금은 이 승부가 먼저다.

아파트는 야스나가 군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거다.

항상 집에만 있기 때문에 이럴 때는 도움이 될 것이다.

...괜찮겠지, 그 사람?

갑자기 미성숙한 매력에 눈을 뜨거나하진 않겠지?

아, 그를 믿고는 있지만, 조금은 걱정이다.

걱정이지만...지금은 이쪽의 승부를 해야한다.

오사무 : 오늘은 죄송합니다.

         원래대로라면 휴일일 텐데, 무리하게 나오시게 해서.

과장 : 괜찮네. 난 우리집이 큰집이니까 말야.

       그리고, 여름 휴가를 전부 반납한 자네한테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좀 편치가 않네.

오사무 :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준비해놨던 프로젝터의 스위치를 키니,

스크린 화면에 파○포○트로 작성된 자료가 비춰진다.

오사무 : 미치하마 상사의 업무 개선에 의한,

         미쯔마루 부동산과의 관계 재고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겨우 3일만에, 조사, 뒷배경, 기획, 현실성 검토,

비용, 효과 측정까지 전부 포함한,

엄청난 날림 자료.

그래도 급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뭐니해도 승부는 앞으로 1주일 밖에 안 남았으니까.

파견나온 중역과 시노야마 부장 등이,

오늘부터 미쯔마루 본사의 해외 시찰 투어에 동행한다.

부재기간은 7일.

그 동안에 최대한 사람들을 이해시켜놔야 된다.

.........

(휘이이이잉~~~)

미토코 : 에...지금 어디 나가려고?

분타로 : 그게 말야, 죽겠어 진짜.

         극장에 비가 샌대...

미토코 : ...우리집도 아직 멀쩡한데?

분타로 : 뭐니해도 판자집 같은 거니까 말야.

         그 대신에 임대료 같은 게 상당히 싸지.

미토코 : 아~, 야스나가 군이 지불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액수가 상상이 간다.

         임차 계약을 맺은 내가 보기에.

분타로 : ...미안하지만 지금은 집세 인상으로 다툴 여유가 없어.

미토코 : 그럴 생각은 없어.

         다년간 쌓이고 쌓인 불만이 살짝 나왔을 뿐.

분타로 : 낼 테니까!

         지지난달분은 이번달 안으로 낼 테니까!

미토코 : 빨리 가봐야되는 거 아냐?

분타로 : 주인 언니, 전보다 더 강해졌어...

         리스토라 구박하는데 익숙해져서 그런가?

미토코 : 그거는...

         리스토라씨가 시간이 지나도 칠칠맞아서...

분타로 : ...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미안, 가볼게.

         추석끝나고 예정된 공연 세트를

         극장에 넣어둬서 말야.

미토코 : 아, 응, 잘 다녀와.

         그래서...오늘 돌아와?

분타로 : 아마, 무리겠지...

         이 상황이라면 이불 뒤집어 쓰고 계속 부릅뜨고 있어야.

미토코 : 그렇구나...안 오는구나.

분타로 : ? 아, 그런가...

         오늘은 나랑 주인 언니 말고는, 아무도...

미토코 : 아, 아냐, 응, 그건 괜찮아.

         여차하면 히메오 언니한테 가볼 테니까.

분타로 : 히메사마라.........뭐, 지금은 어쩔 수 없나.

         그냥 지금 옆집에 가는 게 좋을 거야, 주인 언니도.

미토코 : 응, 조금만 더 있다가.

         야스나가 군이 나가면, 문 좀 보강하려고.

분타로 : 아~, 그런가...미안, 도와주지 못해서.

미토코 : 으으응(아냐), 빨리 갔다와.

         야스나가 군에게서 연극을 빼면,

         살아있을 가치가 10프로 정도로 떨어지니.

분타로 : ...언제 한번 리스토라랑 주인 언니의 교육 방침에 대해서

         찬찬히 얘기해봐야 겠어.

         그럼, 미안~!

(드르르륵...)

.........

미토코 : ...좀, 곤란한데, 이건.

.........

(휘이이이이잉~)

과장 : 아, 조금전 페이지 좀 돌릴 수 없나?

       각 영업부서의 거래처 부분...그래, 그거.

오사무 : 뭐 발견하신 거라도?

과장 : 부동산부 말인데...

       미쯔마루 뿐만 아니라, 타사와도 이만큼의 실적이 있는 건가?

오사무 : 하나하나의 거래액은 적습니다만,

         확실히 거래처는 증가 추세입니다.

         02년에 1개사 였지만, 작년에는 17개사입니다.

과장 : 17...어느새.

오사무 : 사실 좀 크게 잡으면, 사와시마 계열 이외에는,

         대부분을 망라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과장 : 그건 몰랐군...

       부동산부 안에서도, 비슷한 위기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소린가?

오사무 : 거래액이 작은 것은, 중역 결제가 불필요한 액에

         맞추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3과가 가장 두드러지네요.

과장 : 카와카미네 말인가...그 녀석은 내 동기야.

       지금도 종종 같이 한잔하지.

오사무 : 아군이 되어줄 것 같습니까?

과장 : 이런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잖나.

       요걸 빌미로 협박하면 간단하겠지.

오사무 : ...가능하면 호의적으로 참가시키셨으면 합니다만.

과장 : 농담이야.

       그 떠들썩한 거 좋아하는 녀석이라면 당장 달려올걸세.

오사무 : 그렇다면 든든하군요.

         이 제안은 부동산부에서 내는 편이 효과적이니까요.

부동산부의 중역은, 미쯔마루에서 파견나온 테라카와 상무.

거기를 거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그 카와카미 과장님은, 뭔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그것보다, 그 움직임을 허용하고 있는 와시자키 부장님이야말로

상사인 테라카와 상무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생겼다.

미와 전무에게 충성을 다하는 시노야마 부장이 전담하는 경리부와는 대조적이다.

이것도 책상머리에만 앉아있는 부서보다 현장에 가깝기 때문일까.

...엇, 좀 자학적인 소리군.

과장 : 하지만 뭐랄까...

       이건 마치 쿠데타 같군.

오사무 : 저도 설마 이런 제안서를 작성하리라고는 꿈에도...

이번에야말로 평온무사하게 정년까지 일하고 싶었는데,

왜 항상 이런 살얼음판을 걷게 되는...

과장 : 과장하고 평사원이, 전무랑 상무를 제거하려고 하다니.

       뭐랄까, 전대미문이라고나 할까. 꿈 같은 얘기야.

       그것도 악몽에 꽤 가까운...

오사무 : 우리가 할 일은, 부장님을 아군으로 만들고, 중역을 아군으로 만들고,

         부사장님을 아군으로 만들고, 사장님의 결정을 받는 것 뿐입니다.

         일반적인 결제와 아무 다를 게 없습니다.

과장 : 자네는...무서운 남자야.

       그 카마타에서 시달릴만도 했군.

오사무 : 그런...

         저 같은 건 그냥 떨궈진 리스토라 사원입니다.

처음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사이즈의 옷을 입은 탓에,

아무래도 히라키 과장님은 나의 크기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