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87)

오사무 : .........

카야 : 항, 으으, 음...

오사무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카야 : 으음...?

오사무 : 카, 카, 카, 칵...카야 씨!

카야 : 뭐야, 오사무 군이야...

오사무 : 뭐야가 아니라구요!

         대체 이건...

카야 : 그렇게 큰 소리로 깨우지 않아도,

       그냥 먼저 시작하면 금방 일어날 텐데.

오사무 : 무슨 소리예요!?

카야 : ...무슨 소리?

오사무 : 나한테 물으면...

(부스럭...)

카야 : 으음~

아직 제대로 잠이 안 깬 카야씨는,

맨션에 있던 때와 같은 [잠옷 차림]으로, 으음~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 잠옷이란, 즉, 그걸로.

오사무 : 부탁이니까 밑에 뭐 좀 입으세요.

그래서 그런 꿈을 꿨구나...

카야 : 입고 있잖아. 자.

오사무 : 안 보여줘도 되니까요!

         그리고 입으라고 한 건 팬티가 아니라 팬츠(바지)!

카야 : 미묘한 뉘앙스네.

평상시의 와이셔츠를 휙 들쳐,

그야말로 눈부신 팬티를 보여준 카야씨는,

역시 아직 잠이 덜깬채, 눈부신 듯 눈을 비비적 거린다.

카야 : 그래서, 무슨 일로?

       이런 모습을 집주인씨가 보게 된다면 큰일나는 거 아냐?

       오사무 군한테는.

오사무 : 당연 큰일나지요.

         그렇지만 우선 근본적인 오해를 풀어야 겠어요.

         여기, 제 방이에요.

카야 : .........

오사무 : .........

카야 : 뭐야, 몰래 숨어들어온 건 내쪽이었네.

오사무 : ...그런 의도였나요?

카야 : 화장실갔다가 돌아갔는데 말야.

       아무래도 방을 잘못 찾아왔나봐.

오사무 :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해주세요...

카야 : 공동 화장실은 이럴 때 문제라니까.

       아무래도 오사무 군 이외 사람한테 이 모습을 보이는 건 말이지.

오사무 : 그러니까 잘 때도 밑에를 꼭 입고 자면...

(똑똑)

분타로 : 이봐 리스토라, 왜 그래?

         전화 번호부를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렸는데?

요시노리 : 그거 대단하네. 소리가 아니라 행위가.

(쿵쿵)

미토코 : ㅇ, 왜 그래? 괜찮아!?

         대답해, 대답해 리스토라 씨!

오사무 : 아...

카야 : 아~아

현재 새벽 2시.

미토코짱이 쑥쑥 자라려면, 일어나서는 안되는 시간.

미토코 : 어, 어떡하지, 영감님! 구급차!

키헤 : 그전에, 우선 소주인의 상태를 확인해야하지 않을까?

       필요한게 의사인지 스님인지 퇴마사인지를 알려면.

미토코 : 불길한 소리 하지마!

         ㅇ, 문연다? 연다 리스토라 씨!

카야 : .........

오사무 : .........

카야 : 난처하네...에헤헷

오사무 : 거기서 귀엽게 웃지 말아주세요...

전부 내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오니까.

(철컥)

.........

......

...

(짝! 짝! 짝!)

린코 : 안녕 토코~...엇, 어떻게 된거야 그 손에 붕대는?

미토코 : 너무 때려서 부었어.

린코 : 어젯밤은 재밌었지?

미토코 :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저기 린코, 가정 폭력이 왜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린코 : 노코멘트. 

       너희집은 너무 특수해서 제대로 된 의견을 낼 수 없으니까.

미토코 : 안 좋은데...오늘도 면접이란 걸 알면서.

         떨어지면 내 탓이야.

린코 : 뭐, 토코 잘못이겠지.

미토코 : 뭐야 린코, 너 친구잖아?

         왜 [넌 아무 잘못도 없어. 그건 내가 가장 잘 알아]

         라고 말해주지 않는 거야?

린코 : 네 잘못이야.

       그건 내가 가장 잘 알아.

미토코 : 으아아...

린코 : 뭐, 지금까지 12전 전패지?

       연패 기록이 하나 정도 늘어도 괜찮잖아.

미토코 : 저기, 왜 네가 리스토라 ㅆ...우리 세입자 사정을

         그렇게까지 잘 알고 있는 거야?

린코 : 그야 매일매일, 리스토라씨가 이랬다는 둥 저랬다는 둥,

       각인될 정도로 계속 떠들어대는 집주인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어?

미토코 : 으아아아아...

린코 : 너 말야...봄이랑은 또 다른 의미로 사람이 변했어.

       천방지축으로 아주 성질이 급해졌다고나 할까...

미토코 : 그, 그런가...

린코 : 뭐, 봄이랑 비교하면 훨씬 좋은 경향이지만.

       어떤 의미론, [리스토라 씨]덕분일지도.

미토코 : 그, 그럴까?

린코 : ...힘내라 축구부.

       너의 골은 아직 멀었다고.

아사미 : 안녕, 히노사카 양, 하세가와 양.

         좀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미토코 : 아, 선생님.......?

린코 : 안녕하세요~.

       근데 선생님이야말로 아침 교직원 회의 괜찮아요?

아사미 : 그거지 문제는...

         저기, 너희들 달리기 안 할래?

린코 : 아뇨, 저희는 괜찮으니까요.

       절체절명의 위기는 선생님 뿐이니까요.

아사미 : 뭐야 재미없게, 하세가와 양은 정말 시니컬하다니까.

         너희들 둘은 태도가 너무 어른 같아서,

         우리반에서 따 당한다고?

미토코 : .........

린코 : 우와, 담임이 그런 소릴 해요? 요즘 같은 시대에?

       그 무슨 대담한 매스콤의 립서비스를.

       우리가 나서면 선생님 집중 포화라고요?

아사미 : 아 진짜 달려야...

         그럼 두 사람 다 차 조심해.

린코 : 조심해야하는 건 지금 뒤 보면서 달리는

       선생님 같은데.

아사미 : 후훗, 그것도 그러네.

         그럼, 먼저 갈게~

미토코 : ㅈ, 저기!

아사미 : 응? 왜 그래 히노사카 양?

미토코 : 그 구두...

아사미 : 아, 이거?

린코 : 아, 그러고 보니...

       선생님, 키가 줄어들었네.

아사미 : 줄어들지 않았어.

         단지, 발돋움하는 걸 그만둔 것 뿐.

미토코 : 하이힐...안 신었네.

아사미 : ...뭐 그렇지.

미토코 : 그거, 내가...

아사미 : 그래, 히노사카 양이 얘기해서.

미토코 : .........

아사미 : 히노사카 양한테, 아주 올바른 소리를 들었으니까.

미토코 : 에...?

아사미 : 확실히 말야...

         교육자가 키 같은 거에 신경쓸 게 아니지?

미토코 : 아...

아사미 : 이건 체력이 중요한 일이니까, 안전과 풋워크가 제일.

         그리고 이 평평한 신발 덕분에, 이렇게 지각 직전의

         등교도 허락되니.

린코 : 그거 아무도 허락 안 했다구요, 선생님...

미토코 : .........

아사미 : 그런가?

         뭐, 아무려면 어때. 그럼 진짜로 먼저 간다~

(다다다)

린코 : 차 조심해여~

미토코 : .........선생님!

아사미 : 엇?

         히노사카 양? 이번엔 또 뭐?

미토코 : 역시...[미토코]로 해줘요!

아사미 : 아...

린코 : ...?

미토코 : 차 조심해요, 코우노 선생님!

아사미 : .........고마워, 미토코짱!

         그럼 간다!

미토코 : .........

린코 : ...나도 린코라고 불러달라고 해야 하나?

미토코 : 그건 본인의 마음에 달린 거 아냐?

린코 : 너랑 선생의 관계도 잘 모르겠다...

.........

오사무 : 고생하시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그럼...

오사무 : 후우...

(주변에는 예전의 그 모금 운동을 하고 있음)

.........0승 13패.

작은, 정말로 작은 소프트 회사였지만.

아니, 작아서 그런지,

[지금은 개발밖에 모집하질 않아서]라고 쌀쌀맞게 말했다.

지난주 지원했을 때의 수화기 너머 반응은

[미경험자도 전혀 문제없으니까요!]

라고 친근하게 얘기하기에 이번에야말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전혀 OK]같은,

미묘하게 잘못된 일본어를 사용하는 상대는

신용해서는 안된다는 걸까?

...아니지.

문제는 아마, 이쪽에 있겠지.

때때로 목소리가 갈라지는 긴장했을 때의 버릇이 좋지 않았는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굽은 등이 나쁜 인상을 줬는지,

이력서의 [29세]라는 표기가 문제였던 건지...

오사무 : 아무튼 점심이나 먹자...

다음은 오후 1시부터 있는, 중견 규모의 상사.

난이도는 상당히 높겠지만 진짜 목표다.

기합을 넣고 허기를...

모금 소녀 : 부탁드립니다~!

            맹도견 육성을 위한 모금 활동에 협력 부탁드립니다~!

오사무 : 아...으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모금 소녀 : 부탁드립니다~!

            협력 부탁드립니다~!

오사무 : ...네네

나에게는, 아직 빛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

때문에 이 500엔 동전은 아깝지 않다.

...점심 식사는 이걸로 끝이지만.

모금 소녀 : 아, 감사합니다~!

오사무 : 힘내.

??? : 힘내.

(퍽!)

오사무 : 아.

??? : 아앗!

오사무 : 아~...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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