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30/87)

(땡그랑~)

카야 : ...대체 왜일까.

카야 : 그 자식...결국 한번도 손대지 않더라구요?

오사무 : 집주인...미토코짱은, 제 피보호자예요.

오사무 : 항상 걱정만 끼치는 한심한 보호자지만요,

         그녀에겐 제가 필요해요.

오사무 : ...아뇨, 제가 그렇게 있고 싶어요.

오사무 : 그녀는 강한 아이에요. 하지만 아직 강한 어른은 아니에요.

오사무 : 약해도, 한심해도,

         어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거예요.

오사무 : ...그, 단 한번이라도, 그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카야 : ...열받아.

.........

(똑똑)

오사무 : 미토코짱, 듣고 있어?

(똑똑)

방금 문을 닫고 들어갔으니,

당연히 들리겠지만.

(똑똑)

오사무 : 미토코짱, 미토코짱

미토코 : 시끄러워!(퍽!)

         ...으아~!?

저건 벽에 구멍이 나거나 금이 갔군...

미토코 : 어, 어떡하지, 때워야...

         이게 다 리스토라 때문이야~!

오사무 : 그...미안.

         집세 연체하게 돼서.

미토코 : 뭔 아무 관계도 없는 걸 사과해!

오사무 : 관계없지 않으니까.

         재취업, 역시 잘 안됐어. 정말로 미안.

미토코 : 그런 것 땜에 화내는 게 아냐.

오사무 : 미토코짱의 보호자가 되겠다는 약속...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정말 미안해.

미토코 : 난 그런 약속한 기억 없어.

         그딴거, 그쪽에서 멋대로 한 소리일 뿐이야.

오사무 : 분명 내가 멋대로 한 말이지만...

         혹시라도 믿어줘서, 지금은 실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미토코짱이 어떻게 생각하든 사과할게. 미안해.

미토코 : 안 믿었으니까.

         전~혀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오사무 : 그, 그래...그렇게까지 신용을 떨어뜨려서, 정말 미안해.

미토코 : 진짜 계속해서 사과만하네 짜증나게!

오사무 : ...응

미토코 : 하지만 이제 됐어. 더이상 리스토라 같은 거랑은 아무 관계도 없는 걸.

         나, 여기 떠나서 나고야로 갈 거야.

         히메오 언니랑 같이 마마를 찾을 거야.

오사무 : 그렇, 구나?

미토코 : 이제, 여기 있을 일은 없는 걸.

         누가 뭐라고 해도, 다들 내보낼 생각이야.

미토코짱이...

내가 여길 찾아오기 전부터,

이,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존속에 집착하고,

여기서 호노카씨를 기다린다고 말해왔던 미토코짱이.

이제는 그 신념을 버리고, 이 장소를 포기할거라 말하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어른에게 기대,

조금이라도 편한 생활을 선택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오사무 : ...그게 진짜라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 나는.

미토코 : 에...?

그런 그녀를, 긍정한다.

오사무 : 내가 아니라도, 네가 믿을 수 있는 보호자에게 기대기로 결정했다면,

         그래도 좋아.

미토코 : .........

내가, 미토코짱의 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한 건,

그녀가 이 장소에 너무 집착해, 모든 것을 혼자서 떠안고,

그 누구의 보호도 받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그녀가 여길 벗어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면,

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오사무 : 하지만 오늘만은...얼굴 좀 보여주지 않을래?

         미토코짱에게 꼭 해야할 말이 있어서.

미토코 : 대체...뭔데 그게?

오사무 : 생일, 축하해.

미토코 : 아...!?

오사무 : 미안...정말로 최악의 우연이네.

         설마, 나랑 같은 날이리라고는, 말이지.

호노카 : 어머, 당신도 5월 31일 생이야?

         이를 어째, 이런 우연이

오사무 : 에...그렇다는 건, 호노카씨도?

호노카 : 에...? 아, 으음.

오사무 : 아니면...가족분 중에 누가?

호노카 : 아, 아아, 아니요!

         정말 우연이네요.

오사무 : 뭐랄까, 그...

         좀 뻔뻔한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조금, 운명적인 걸 느꼈어요.

호노카 : 그렇지 않아요.

         저도, 요시무라 씨랑 같은 날에 나이를 먹는다는 걸,

         조금은, 행복하다고 느껴요.

오사무 : 호노카, 씨...

오사무 : 처음엔...호노카 씨 생일이라고 착각했었지만 말야.

호노카씨는, 미토코짱의 일을 내게 숨겼다.

때문에 그런 대답을 하는 건 당연한 일로.

미토코 : ...마마는 11월.

내가 그녀를 위해 산 에메랄드는,

실은 토파즈(황옥)였어야 하는 이유로.

오사무 : 응...좀 더 일찍 확인했어야 했어.

         보호자 실격이네.

         애당초 합격한 적따윈 없지만.

미토코 : .........

오사무 : 선물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

         미토코짱은 싫겠지만, 한번 더 사과할게.

         빨리 돌아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사실은, 1주일은 있고 싶었다.

아니, 수당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요 2, 3일에 다 쏟았다.

일단 일당을 주는 아르바이트를, 닥치는대로 했다.

그렇게 해서 겨우 그럴싸한 금액을 모았다.

...아직 집세 연체금을 포함해, 여러군데 빚은 남아 있지만,

그건 또 다른 얘기.

오사무 : 그럼...오늘은 일단 돌아갈게.

         아...카야 씨네 집은 가지 않으니까.

         그럼 한번 더...축하해, 미토코짱.

미토코 : 아...

미토코 : 아, 아, 아...

(드르르륵...)

미토코 : 으...

.........

......

...

미토코 : ...?

키헤 : 호오, 이건...

       만년필인가요?

분타로 : 게다가 쓸데없이 굵고 투박한 디자인.

         이게 여자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요시노리 : 왜 이렇게 크고 쓸데없이 비싸보이는 걸...

           인형 같은 게 훨씬 나을텐데 말이지.

키헤 : 뭐, 예전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선물의 단골이었으니까요.

       어른으로 인정한다는 증표라는 거지요.

요시노리 : 이딴거 쓰는 사람이 요즘에도 있나.

분타로 : 변함없이 돈 모으는 건 잘 못하면서

         쓸데없는데 쓰는 건 잘하네.

(철컥!)

미토코 : 나보다 먼저 뜯어보지마~~~!!!

.........

오사무 : 으...으음...

??? : ...이봐

오사무 : 쿠울...쿠울......

??? : 일어나...

오사무 : .........으음?

오사무 : 어, 라?

몽롱한 의식속...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으음, 여긴...

오사무 : 아...그런가.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에서 나와, 히가시하기모리 공원에서 쉬고 있으니,

3일을 꼬박 샌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벤치에서 의식을 잃었었지.

...이건 홈레스랑 별반 다를게 없네.

오사무 : 후아아아아...

츠요시 : 언제까지 쌩깔거야 당신.

오사무 : 아아아아~.........에?

그제야 초점이 맞은 눈에,

자세히 보니, 한 남자애가 서있었다.

츠요시 : 요시무라 오사무...맞지?

오사무 : 자네는...?

보기에는, 몸도 탄탄하고, 키도 제법 커서,

그야말로 쓸만한 남자 예비군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뭐, 좀 드세보이긴 하지만.

츠요시 : 왜 이딴 걸...히노사카~

아...혹시 이 애는...

오사무 : ...츠요시 군?

츠요시 : 알고 있어, 내 이름?

오사무 : 분명 전에...

내가 처음으로 학교에 갔을 때,

주변에 있던 여자애들이 얘기했던...

츠요시 : 아, 맞다. 히노사카가 매일매일 내 얘기하고 있지?

         사실은 좋아하지만 솔직해지지 못하고 맨날 싸우기만 한다며

         훌쩍훌쩍 울었지? 그런 거지!?

오사무 : ...아니, 미토코짱한테서는 들은 적이 없는데...

츠요시 : 미토코짱이라고?

         30살 먹은 남자가 그딴 표현 쓰지 말라고!

오사무 : 자, 잠깐만!?

         아, 아직 1년 남았어!

...이제 1년밖에 안 남는구나. 오늘로.

츠요시 : 아~, 잠깐. 히노사카가 너 같은 거한테 그런 소녀의 진심을

         털어놓을 리가 없어. 방금 한 말은 잊어.

         불상한 히노사카. 아무한테도 내 얘기를 하지 못하고...

오사무 : 하아...

이런 애였나, 츠요시 군...

츠요시 : 하아...이런 녀석 때문에, 이 몸이.

오사무 : 으음...아까부터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유쾌한 애라는 건 알겠는데.

분명 반에서도 여러 의미로 인기인일 것이 틀림없다.

츠요시 : 아~, 맞다. 본론를 잊고 있었다.

         잘 들어, 요시무라 오사무. 딱 한마디만 해두지.

         ...잘난체하지 말라고?

오사무 : ㅇ, 앵?

츠요시 : 저기 말야, 난 오늘 히노사카에게 할 중요한 얘기가 있어.

         나와 히노사카의 운명을 좌우할, 초(超)중요한 인생의 선택이야.

오사무 : 그, 그렇구나.

츠요시 : 그걸 네가...네가 시작부터 뒤집어 엎어서.

오사무 : ㅇ, 앵?

츠요시 : 내 고백의 기회를 빼앗기 뿐만 아니라,

         내가 고백하는 의미까지 없애 버리다니!

오사무 : 미안, 무슨 소린지 더 모르겠어.

경쾌할 뿐만 아니라, 자기 세계에 빠지는 것도 심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안듣는 타입이라는 건 알겠지만.

츠요시 : 우리는 말야...

         오늘 히노사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서프라이즈 파티를 계획했다고.

오사무 : 그런가...아 고마워.

츠요시 : 네가 왜 감사를 해, 아무 관계없잖아.

오사무 : 미, 미안.

하지만 조금은 안심했다.

미토코짱, 좋은 친구들을 두고 있군.

츠요시 : 그래서 말야, 난 거기서 충격의 고백을 할 생각이었어...

오사무 : 충격...?

츠요시 : 어, 어느 정도의 충격이라고 할까...

         히노사카가 전학가는 날, 난 현 대회 결승 때문에,

         도저히 배웅할 시간이 안 났어.

오사무 : ...응?

츠요시 :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하지만 히노사카는 나를 기다리지.

         그리고 시간은 점점 흘러, 마침내 비행기 탑승 시간이야.

오사무 : 가는데가, 나고야 아니었나?

         왜 굳이 비행기로?

츠요시 : 시끄럿! 그래서, 마침내 탑승 게이트를 지나칠 때,

         어딘가에서 축구공이 날아오지.

오사무 : 아, 그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츠요시 : 받아드는 히노사카. 그 볼에는 이렇게 쓰여있어.

         [오늘의 해트트릭을 너에게 바친다]라고 말야...

오사무 : 헤에, 혹시 포워드야?

츠요시 : 메시지를 본 히노사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탑승 게이트를 거슬러 가 나에게로 달려와!

오사무 : 오오...

츠요시 : 그리고 껴안는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베제(키스)한다는...

오사무 : 아니, 잠깐만.

         베제라는 말은 요즘 극히 일부 사람만 쓰는 거 아닌가?

츠요시 : 거 시끄럽네, 질투하지 말라고 아저씨 주제에.

오사무 : 에? 방금 내 말은 질투심을 이기지 못한 거구나...

자신의 마음은 스스로 깨닿기 좀처럼 힘든거군.

츠요시 : ...라는, 이렇게 원대한 계획이,

         당신 행동 하나로 전부 개판이 되었다고.

         어떡할거야?

오사무 : ...아무래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츠요시 : 말하자면 말야...

         오늘 당신이 괜히 돌아오는 바람에,

         우리의 파티가 물거품이 되었다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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