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그랑~)
카야 : ...대체 왜일까.
카야 : 그 자식...결국 한번도 손대지 않더라구요?
오사무 : 집주인...미토코짱은, 제 피보호자예요.
오사무 : 항상 걱정만 끼치는 한심한 보호자지만요,
그녀에겐 제가 필요해요.
오사무 : ...아뇨, 제가 그렇게 있고 싶어요.
오사무 : 그녀는 강한 아이에요. 하지만 아직 강한 어른은 아니에요.
오사무 : 약해도, 한심해도,
어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거예요.
오사무 : ...그, 단 한번이라도, 그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카야 : ...열받아.
.........
(똑똑)
오사무 : 미토코짱, 듣고 있어?
(똑똑)
방금 문을 닫고 들어갔으니,
당연히 들리겠지만.
(똑똑)
오사무 : 미토코짱, 미토코짱
미토코 : 시끄러워!(퍽!)
...으아~!?
저건 벽에 구멍이 나거나 금이 갔군...
미토코 : 어, 어떡하지, 때워야...
이게 다 리스토라 때문이야~!
오사무 : 그...미안.
집세 연체하게 돼서.
미토코 : 뭔 아무 관계도 없는 걸 사과해!
오사무 : 관계없지 않으니까.
재취업, 역시 잘 안됐어. 정말로 미안.
미토코 : 그런 것 땜에 화내는 게 아냐.
오사무 : 미토코짱의 보호자가 되겠다는 약속...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정말 미안해.
미토코 : 난 그런 약속한 기억 없어.
그딴거, 그쪽에서 멋대로 한 소리일 뿐이야.
오사무 : 분명 내가 멋대로 한 말이지만...
혹시라도 믿어줘서, 지금은 실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미토코짱이 어떻게 생각하든 사과할게. 미안해.
미토코 : 안 믿었으니까.
전~혀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오사무 : 그, 그래...그렇게까지 신용을 떨어뜨려서, 정말 미안해.
미토코 : 진짜 계속해서 사과만하네 짜증나게!
오사무 : ...응
미토코 : 하지만 이제 됐어. 더이상 리스토라 같은 거랑은 아무 관계도 없는 걸.
나, 여기 떠나서 나고야로 갈 거야.
히메오 언니랑 같이 마마를 찾을 거야.
오사무 : 그렇, 구나?
미토코 : 이제, 여기 있을 일은 없는 걸.
누가 뭐라고 해도, 다들 내보낼 생각이야.
미토코짱이...
내가 여길 찾아오기 전부터,
이,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존속에 집착하고,
여기서 호노카씨를 기다린다고 말해왔던 미토코짱이.
이제는 그 신념을 버리고, 이 장소를 포기할거라 말하고 있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어른에게 기대,
조금이라도 편한 생활을 선택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오사무 : ...그게 진짜라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해, 나는.
미토코 : 에...?
그런 그녀를, 긍정한다.
오사무 : 내가 아니라도, 네가 믿을 수 있는 보호자에게 기대기로 결정했다면,
그래도 좋아.
미토코 : .........
내가, 미토코짱의 보호자가 되기로 결심한 건,
그녀가 이 장소에 너무 집착해, 모든 것을 혼자서 떠안고,
그 누구의 보호도 받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그녀가 여길 벗어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면,
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오사무 : 하지만 오늘만은...얼굴 좀 보여주지 않을래?
미토코짱에게 꼭 해야할 말이 있어서.
미토코 : 대체...뭔데 그게?
오사무 : 생일, 축하해.
미토코 : 아...!?
오사무 : 미안...정말로 최악의 우연이네.
설마, 나랑 같은 날이리라고는, 말이지.
호노카 : 어머, 당신도 5월 31일 생이야?
이를 어째, 이런 우연이
오사무 : 에...그렇다는 건, 호노카씨도?
호노카 : 에...? 아, 으음.
오사무 : 아니면...가족분 중에 누가?
호노카 : 아, 아아, 아니요!
정말 우연이네요.
오사무 : 뭐랄까, 그...
좀 뻔뻔한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조금, 운명적인 걸 느꼈어요.
호노카 : 그렇지 않아요.
저도, 요시무라 씨랑 같은 날에 나이를 먹는다는 걸,
조금은, 행복하다고 느껴요.
오사무 : 호노카, 씨...
오사무 : 처음엔...호노카 씨 생일이라고 착각했었지만 말야.
호노카씨는, 미토코짱의 일을 내게 숨겼다.
때문에 그런 대답을 하는 건 당연한 일로.
미토코 : ...마마는 11월.
내가 그녀를 위해 산 에메랄드는,
실은 토파즈(황옥)였어야 하는 이유로.
오사무 : 응...좀 더 일찍 확인했어야 했어.
보호자 실격이네.
애당초 합격한 적따윈 없지만.
미토코 : .........
오사무 : 선물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
미토코짱은 싫겠지만, 한번 더 사과할게.
빨리 돌아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사실은, 1주일은 있고 싶었다.
아니, 수당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요 2, 3일에 다 쏟았다.
일단 일당을 주는 아르바이트를, 닥치는대로 했다.
그렇게 해서 겨우 그럴싸한 금액을 모았다.
...아직 집세 연체금을 포함해, 여러군데 빚은 남아 있지만,
그건 또 다른 얘기.
오사무 : 그럼...오늘은 일단 돌아갈게.
아...카야 씨네 집은 가지 않으니까.
그럼 한번 더...축하해, 미토코짱.
미토코 : 아...
미토코 : 아, 아, 아...
(드르르륵...)
미토코 : 으...
.........
......
...
미토코 : ...?
키헤 : 호오, 이건...
만년필인가요?
분타로 : 게다가 쓸데없이 굵고 투박한 디자인.
이게 여자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요시노리 : 왜 이렇게 크고 쓸데없이 비싸보이는 걸...
인형 같은 게 훨씬 나을텐데 말이지.
키헤 : 뭐, 예전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선물의 단골이었으니까요.
어른으로 인정한다는 증표라는 거지요.
요시노리 : 이딴거 쓰는 사람이 요즘에도 있나.
분타로 : 변함없이 돈 모으는 건 잘 못하면서
쓸데없는데 쓰는 건 잘하네.
(철컥!)
미토코 : 나보다 먼저 뜯어보지마~~~!!!
.........
오사무 : 으...으음...
??? : ...이봐
오사무 : 쿠울...쿠울......
??? : 일어나...
오사무 : .........으음?
오사무 : 어, 라?
몽롱한 의식속...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으음, 여긴...
오사무 : 아...그런가.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에서 나와, 히가시하기모리 공원에서 쉬고 있으니,
3일을 꼬박 샌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벤치에서 의식을 잃었었지.
...이건 홈레스랑 별반 다를게 없네.
오사무 : 후아아아아...
츠요시 : 언제까지 쌩깔거야 당신.
오사무 : 아아아아~.........에?
그제야 초점이 맞은 눈에,
자세히 보니, 한 남자애가 서있었다.
츠요시 : 요시무라 오사무...맞지?
오사무 : 자네는...?
보기에는, 몸도 탄탄하고, 키도 제법 커서,
그야말로 쓸만한 남자 예비군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뭐, 좀 드세보이긴 하지만.
츠요시 : 왜 이딴 걸...히노사카~
아...혹시 이 애는...
오사무 : ...츠요시 군?
츠요시 : 알고 있어, 내 이름?
오사무 : 분명 전에...
내가 처음으로 학교에 갔을 때,
주변에 있던 여자애들이 얘기했던...
츠요시 : 아, 맞다. 히노사카가 매일매일 내 얘기하고 있지?
사실은 좋아하지만 솔직해지지 못하고 맨날 싸우기만 한다며
훌쩍훌쩍 울었지? 그런 거지!?
오사무 : ...아니, 미토코짱한테서는 들은 적이 없는데...
츠요시 : 미토코짱이라고?
30살 먹은 남자가 그딴 표현 쓰지 말라고!
오사무 : 자, 잠깐만!?
아, 아직 1년 남았어!
...이제 1년밖에 안 남는구나. 오늘로.
츠요시 : 아~, 잠깐. 히노사카가 너 같은 거한테 그런 소녀의 진심을
털어놓을 리가 없어. 방금 한 말은 잊어.
불상한 히노사카. 아무한테도 내 얘기를 하지 못하고...
오사무 : 하아...
이런 애였나, 츠요시 군...
츠요시 : 하아...이런 녀석 때문에, 이 몸이.
오사무 : 으음...아까부터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유쾌한 애라는 건 알겠는데.
분명 반에서도 여러 의미로 인기인일 것이 틀림없다.
츠요시 : 아~, 맞다. 본론를 잊고 있었다.
잘 들어, 요시무라 오사무. 딱 한마디만 해두지.
...잘난체하지 말라고?
오사무 : ㅇ, 앵?
츠요시 : 저기 말야, 난 오늘 히노사카에게 할 중요한 얘기가 있어.
나와 히노사카의 운명을 좌우할, 초(超)중요한 인생의 선택이야.
오사무 : 그, 그렇구나.
츠요시 : 그걸 네가...네가 시작부터 뒤집어 엎어서.
오사무 : ㅇ, 앵?
츠요시 : 내 고백의 기회를 빼앗기 뿐만 아니라,
내가 고백하는 의미까지 없애 버리다니!
오사무 : 미안, 무슨 소린지 더 모르겠어.
경쾌할 뿐만 아니라, 자기 세계에 빠지는 것도 심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안듣는 타입이라는 건 알겠지만.
츠요시 : 우리는 말야...
오늘 히노사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서프라이즈 파티를 계획했다고.
오사무 : 그런가...아 고마워.
츠요시 : 네가 왜 감사를 해, 아무 관계없잖아.
오사무 : 미, 미안.
하지만 조금은 안심했다.
미토코짱, 좋은 친구들을 두고 있군.
츠요시 : 그래서 말야, 난 거기서 충격의 고백을 할 생각이었어...
오사무 : 충격...?
츠요시 : 어, 어느 정도의 충격이라고 할까...
히노사카가 전학가는 날, 난 현 대회 결승 때문에,
도저히 배웅할 시간이 안 났어.
오사무 : ...응?
츠요시 :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하지만 히노사카는 나를 기다리지.
그리고 시간은 점점 흘러, 마침내 비행기 탑승 시간이야.
오사무 : 가는데가, 나고야 아니었나?
왜 굳이 비행기로?
츠요시 : 시끄럿! 그래서, 마침내 탑승 게이트를 지나칠 때,
어딘가에서 축구공이 날아오지.
오사무 : 아, 그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츠요시 : 받아드는 히노사카. 그 볼에는 이렇게 쓰여있어.
[오늘의 해트트릭을 너에게 바친다]라고 말야...
오사무 : 헤에, 혹시 포워드야?
츠요시 : 메시지를 본 히노사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탑승 게이트를 거슬러 가 나에게로 달려와!
오사무 : 오오...
츠요시 : 그리고 껴안는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베제(키스)한다는...
오사무 : 아니, 잠깐만.
베제라는 말은 요즘 극히 일부 사람만 쓰는 거 아닌가?
츠요시 : 거 시끄럽네, 질투하지 말라고 아저씨 주제에.
오사무 : 에? 방금 내 말은 질투심을 이기지 못한 거구나...
자신의 마음은 스스로 깨닿기 좀처럼 힘든거군.
츠요시 : ...라는, 이렇게 원대한 계획이,
당신 행동 하나로 전부 개판이 되었다고.
어떡할거야?
오사무 : ...아무래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츠요시 : 말하자면 말야...
오늘 당신이 괜히 돌아오는 바람에,
우리의 파티가 물거품이 되었다는 소리야!